<자연에 이름 붙이기> 그믐에서 함께 읽고 수다 나눠요

D-29
저 또한 가슴과 그리고 머리가 웅장(?)해지면서도 대체 어떤 결말이 나올까.. 어떻게 수리분류학, 분기학과 우리의 움벨트 사이의 접점을 찾을까.. ㅎ 일단 완독은 지금 막 달성했고요. 지은이의 감사의 말과 옮긴이의 말까지 죽 읽었습니다! 자 어쩌면 매우 주관적인 시점으로 돌아간 결론이 아닐까 싶어요. 408~409쪽에서는 이렇게 각자 나름의 시각과 논리대로 너무도 멋진 분류학들을 하나씩 호명합니다. 전 4부를 기한 안에 다시 복습하면서 정리할까 싶습니다!!! ㅎㅎ 다들 얼른들 오세요 홧팅...
저도 4장을 향해 열심히 달려가고 있습니다. 과학에서 낭만(?)이 없어지니 확실히 객관적이어 가면서도 재미는 줄어드네요. 분자분류학은 오로지 DNA 또는 RNA를 통해서 생명의 나무를 구분하려다보니 당연히 실험 위주가 되고, 반복 위주가 될 수밖에 없고, 그것은 곳 지루함으로 이어지네요. 3부의 중간을 넘어가면서 수리분류학과 분자분류학이 등장했을 때만해도 새로운 것에 대한 흥미가 솟았는데, 이쯤되니 진화분류학이 제일 흥미로웠던 부분이네요 ㅋㅋ
DNA에 일어난 변이, 그러니까 염기서열에 일어난 변화는 조상에게서 후손에게로 전해지며 오랜 세월 서서히 축적되므로, 한 유기체의 DNA에서 나타나는 유사성과 차이점은 지금까지 알려진 그 어떤 것보다 실제로 가깝거나 먼 진화적 관계에 잘 부합할 것이다.
자연에 이름 붙이기 p.313, 캐럴 계숙 윤
균류와 동물이 진화의 가지가 더 가깝고, 식물은 먼저 떨어져나간 더 먼 이웃이라는 부분도 넘어섰네요. 고등학교 때 생물 선생님이 "나는 버섯이 싫어. 버섯은 식물처럼보이지만 실제론 균 덩어리야!"라고 했던 게 아직도 기억에 남아서 버섯은 식물이 아니라는 걸 일찍이 깨달았어요. 그래서 균류과 동물과 더 가깝다고 했을 땐 그다지 놀랍게 다가오진 않았네요 ㅎㅎ 그 다음 소제목인 <물고기의 죽음>, 제목이 너무 웅장(?)해서 빨리 읽고 싶은데 도통 시간이 나질 않네요ㅠㅠ 오늘 중으로 최대한 읽고 4부 넘어가보겠습니다! 모임이 마감되기 전까지 다 읽는 게 목표네요!
이 다양한 분류학들은 찬란하게 반짝거리는 우리 인간 비전의 무한히 다양한 색조들이다
자연에 이름 붙이기 11장. 과학을 넘어서. p409, 캐럴 계숙 윤
결국 다양한 분류학 방법 모두를 인정하자는 마무리가 참 좋았습니다. 정통적인 과학이라고 부르기엔 분류학은 어딘가 살짝 부족한 부분이 있었는데 결국 선을 그은 분기학과 움벨트에 맡기는 분류학 모두가 인정받는 게 너무 따듯한 결말이어서 좋았어요ㅎ
결국 ‘물고기는 없다’라던가 ‘새는 생존하는 공룡’이라는 관점이 현대분기학자들의 견해라는 것도 새롭게 알게 되었습니다. 생물관련 책을 볼 때 이런 내용이 나오면 맥락을 알기가 어려웠거든요. 좋은 독서 경험이었습니다.
가장 마지막 '쥬라기 월드' 시리즈에서 이런 견해를 받아들여 깃털이 있는 공룡이 실제로 등장하기도 했다고 합니다.(하필 마지막 편만 못챙겨 봐서 정확히는 모르겠으나 검색하니 나오네요) 분기학자들의 노력이 조금씩 세상에 녹아들고 있는 것이 좋고 나쁘고로 나눌 수 있는 영역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저 과학계에서는 공식적으로 이쪽을 객관적 견해로 받아들인다, 라고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인간의 움벨트가 작용하는 기존의 진화분류학 또한 우리의 좁은 삶과 지구의 생태계 보호 입장에선 여전히 중요하다고 봅니다.
함께 부딪히며 멍들지만 혼돈과는 다르네 이 세상이 그러하듯 조화로운 혼란이지 우리가 다양성에 질서를 보는 곳 모든 게 다른데도 모두 서로 어우러지는 곳 알렉산더 포프, <작품선>
자연에 이름 붙이기 11장. 과학을 넘어서. p394, 캐럴 계숙 윤
그동안 열심히 읽고 이야기 나누고 계셨네요~! 책은 급하게 다 읽었는데 그뭄에 들어올 겨를이 없었네요. 저도 끝나기전에 문장수집도 더하고 해야겠어요~!
주관성(움벨트의 심장이자 영혼)은 서서히, 점점 더 많은 영역에서 금지의 대상이 되어갔다. 분류학자들은 사적으로는 생명에 대한 자신의 주관적 비전을 계속 믿고 있었지만, 그 비전을 현대 과학의 일부로서 공개적이고 합리적으로 옹호하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음을 알았다.
자연에 이름 붙이기 297p, 7장, 캐럴 계숙 윤
수리분류학의 등장으로 방법론 적으로 보다 객관성'을 확보했을지 모르겠지만, 반대로 인간과 자연의 거리는 그만큼 더 멀어져간 과정을 다시 생각해봅니다. 저는 이걸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분류학의 방법론이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진 '생물분류학에서의 탈주술화 과정'이라 별명을 지어보았습니다. ^^ 세계를 이해하는 작업에 아마추어 대신, '자격'을 갖춘 과학자 집단이 이 활동에 대한 지배력을 장악하면서 과학은 인간과 분리되기 시작했다고 할까요. 그런데 수리분류학의 시대에 이어 등장한 분자생물학에 기반한 분자계통학은 생물과 세계에 대한 이해 과정을 하나의 블랙박스로 만들어놓은 느낌입니다. 다른 예를 생각해보자면, 라디오나 시계같은 걸 생각해봅니다. 예전에는 아마추어들이 진공관 시대에 라디오나 톱니로 가는 시계를 뜯어보고 원리를 이해할 수 있었다면, 이제는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집적회로 부품 몇개가 모여있는 전자기기를 뜯어보고 원리를 이해할 수 있을까 싶거든요. AS담당하는 사람에게 주로 맞기게 된 상황을 떠올리게 합니다.
하지만 분류학의 이야기는 지금 우리가 알다시피 단순히 분투하는 과학의 이야기가 아니다. 합리성과 이성의 승리에 관한 이야기만은 아니다. 그것은 인류가 무심코, 그리고 현명하지 못하게 인간의 움벨트를 저버린 이야기이기도 하다.
자연에 이름 붙이기 298p, 7장, 캐럴 계숙 윤
우즈가 말하는 세계, RNA가 말하는 세계는 이런 것이었다. 생명은 애초에 계보다 더 크고 더 포괄적인 집단인 세 개의 역domain으로 구성되었다. 한 역은 세균(일반적이고 익숙한 박테리아)이며, 둘째 역은 새로 발견된 고세균Archaebacteria, 그리고 셋째 역은 진핵생물이다.
자연에 이름 붙이기 316p, 8장, 캐럴 계숙 윤
저는 최근에 알게 된 분류 범주로 역domain이 있습니다. 현재 중학교에서 가르치는 생물의 분류는 5계(원생생물계, 진핵생물계, 식물계, 균계, 동물계 )로 하고 있는데, 현재 중고등학교 과정에서 사용되는 이 개념 이후 6계, 그리고 3개의 역 등으로 추가된 것으로 알고 있어요. 학생들이 배우는 이 5계 개념은 이미 수십년 전의 낡은 개념이라는 것이지요. 생각보다 우리 과학 교육 과정에 손볼 것이 많이 있다는 인상도 함께 받았습니다.
우즈의 제자인 미첼 소긴과 연구팀이 우즈가 그랬듯 이번에도 RNA를 비교하여, 균계fungi가 사실은 식물보다 동물과 더 긴밀한 관계임을 발견한 것이다. (...) 피자 위 버섯은 옆에 있는 토마토보다 우리와 더 가까운 관계인 셈이다.
자연에 이름 붙이기 326p, 8장, 캐럴 계숙 윤
3부를 마무리하면서 7장과 8장에 대한 인상을 정리해보면, 인간이 자연의 질서를 알아내는 과업에서 수리분류학과 분자생물학의 발전과 성장으로 인간이 감각과 직관에 의존하는 방식으로부터 멀어진 현대분류학을 소개한 부분이라 정리하고 넘어가렵니다.
멀어지다 못해 완전히 연결이 끊어져버렸죠. '헤니히'부터 시작한 분기학은 정말로 인간의 움벨트가 끼어들 자리가 전혀 없어 보였어요. 지금은 워낙에야 여기저기서 많은 발표를 하니, 공룡은 조류이며, 버섯은 균류라는 것 등등의 분기학적 분류학을 알지만, 솔직히 낯설게 받아들여지는 건 당연한 것 같아요. 머리로는 이해하면서도 마음으로는 거부감이 드는 그런거랄까요ㅎㅎ
와... 저도 어제 밤 11시에 4부를 마무리하고, 생각이 확장되는 즐거움을 만끽했었네요! 반전이 없는 게 반전이었어요! 결국 우리는 움벨트를 되찾아야만 했어요!
당신이 깔끔하고 명료하며 완전한 진화적 분류를 원한다면, 진화의 역사와 당신의 진화계통수의 진실을 지키고 싶다면, 베시와 함께 지구상의 모든 사람을 포함하고, 이 책을 읽고 있는 사랑스러운 독자인 당신까지 포함하여 모든 포유동물을 어류라고 보든가, 아니면 어류란 절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든가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자연에 이름 붙이기 p.354, 캐럴 계숙 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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