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 이름 붙이기> 그믐에서 함께 읽고 수다 나눠요

D-29
소칼은 분류학의 유서 깊은 전통에서 벗어나 수학과 통계학을 도구로 휘두르며 생명이 분류를 최대한 객관적으로 만들었고 이는 이후 수리분류학이라고 알려진 근본적 새로운 학파를 형성했다
자연에 이름 붙이기 p.269, 캐럴 계숙 윤
움벨트가 뾰족한 경향성을 제공하지 않으니 세균학자들은 다음 번 최악을 감행했다. 그냥 자기들에게 보이는 특징 중 아무거나 마음대로 골라 여기저기서 닥치는 대로 박테리아를 분류한 것이다.
자연에 이름 붙이기 p.276, 캐럴 계숙 윤
앞서 2부에서 움벨트가 지각하지 못하는 아주 작은 세계가, 조금씩 현미경 등을 통해 발견되기 시작했습니다. 문제는 그들의 차이점이 거시 세계의 생명체들과는 달리 눈에 확연히 띄지 않는다는 것이었어요. 게다가 특징이라고 생각했던 부분이 특징이 아닌 변화하는 기관 중 하나였을 때도 있구요. 진화분류학자들이 이러한 것들을 좀 더 심도깊게 관찰하여 분류하지 않고 그저 편한대로 막무가내로 분류하는 끔찍한 만행을 저질렀을 줄은 몰랐네요. 움벨트로 인해 분류학이 조금씩 침몰하고 있었는데, 그들의 만행이 침몰을 더 재촉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고교 시절 화학과 생물을 워낙 싫어했던 터라.. 지금 지나는 대목이 쏙쏙 들어오지는 않지만 그래도 쉽게 얘기로 풀어놓으니 재미가 있습니다!! 게다가 결국 수리분류학과 분자생물학이 등장하는 건 모두 객관성과 보편성을 확보하려는 방향 때문일 테고 이게 어디까지 뻗어나갈지 자못 궁금합니다. 물고기가 대체 언제 사라지는지도 궁금하고요(전 그 책을 읽지 못해서요 ㅜㅜ). 다들 수학과 통계학, 화학의 이야기에 빠져보시지요!! ㅎ
수리분류학과 분자생물학자들의 등장으로 새로운 흥미가 뿜뿜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움벨트가 옆으로 치인 것도 모자라 이제는 완전히 쫓겨나게 될 판이 된 것에 슬픈 마음도 살짝 드네요ㅋㅋ 린네에서 다윈, 다윈에서 마이어, 마이어에서 소칼, 이제는 DNA로만 보는 순간이 오기 시작하니 정말로 분류학은 우리 주변을 벗어나 전문가들의 영역으로 남아버린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읽은 부분만 본다면 개인이 끼어들 틈이 너무 좁아진 것 같아요.
이 분류학적 구성에서 모든 형질은 똑같은 크기의 영향력을 지닌다. 각 형질이 얼마나 중요한지 혹은 중요하지 않다고 인식되든 상관없이, 가장 많은 수의 유사성을 공유한 종들은 함께 모여 동일한 속에 들어갈 터였다.
자연에 이름 붙이기 p.282, 캐럴 계숙 윤
200년 동안 직관의 안내를 따라왔던 분류학이 이제 정량적 과학이 된 것이다.
자연에 이름 붙이기 p.284, 캐럴 계숙 윤
수리분류학이 내세우는 원칙은 단순명료했다. 객관성, 반복 가능성, 수량화, 그리고 명시적이고 설명 가능한 방법. 가중치 조정은 금지다.
자연에 이름 붙이기 p.286, 캐럴 계숙 윤
수리분류학이 들어오면서 분류학자드은 움벨트를 밀어내고 '통계'를 이용하여 객관성을 확보했다고 믿었습니다만, 저는 읽는 내내 뭔가 부족한 것 같은데, 정말로 이들이 수치화 하기 위해 뽑은 형질들이 전부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뒤에서 딱 그 부분을 짚어내더군요!
수리분류학에는 근본적인 단점이 몇 가지 있었다. 가장 큰 단점 중에는 수리분류학이 만들어낸 분류 체계가, 정확히 그들이 혹보했던 대로, 대체적인 전반적 유사성을 근거로 한 분류라는 사실이었다.(중략) 아무리 수치화되었다고 해도 형질의 선택은 연구자의 눈에 가장 명백히 들어오는 것에 의해 상당히 편향된다.
자연에 이름 붙이기 p.293~294, 캐럴 계숙 윤
맞습니다. 이게 바로 수리분류학의 가장 근본적 단점이더라고요. 통계의 대상이 되는 형질의 선택 자체가 주관적이라는 한계는 벗어날 수 없으니까요. 거기서 더욱 객관화, 정량화를 향해서 나아간 것이 분자생물학인데.. 음... 여기서부터 저 같은 낭만파들은 과학에 대한 흥미와 호기심을 완전히 상실해버린 게 아닌가 싶어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블랙박스 같은 세계.. ㅎㅎㅎ 구차한 변명일까요?
분자 단위로 넘어간 순간부터는 완전히 과학의 영역으로 들어가 버렸죠. 그것이 옳든 그르든 간에요. 하지만 신기한 건 점점 움벨트를 밀어내고 과학적 객관화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데도 그 결과물을 비교하면 진화분류학자의 계통 나무와 큰 그림이 비슷하는 것이려나요. 움벨트는 우리가 아는 것보다 더 날카롭고 깊은 정보였을까요 ㅎ
200년 전 분류의 거장 린나이우스의 손에서 분류의 과학이 탄생한 이래 소칼과 스니스의 작업에 이르기까지 내내 분류학은 눈에 분명히 보이는 것에 의지해왔다."
자연에 이름 붙이기 8장. 화학을 통한 더 나은 분류학. p312, 캐럴 계숙 윤
분자생물학자들의 성공으로 과학자들은 사실상 분류학자들에게 생물의 외양은 무시해도 되며 오히려 무시하는 게 좋겠다고, 이제 중요한 것은 보이지 않는 단백질과 DNA뿐이라고 제안하고 있었다.
자연에 이름 붙이기 8장. 화학을 통한 더 나은 분류학. p312, 캐럴 계숙 윤
우리 인간 종 역사상 처음으로, 우리를 입히고 먹이고 우리를 먹었던 생명의 세계를 이해하고자 애써왔던 기나긴 세월 중 처음으로, 우리 자신의 제한된 시각이 아니라, 우리와는 완전히 별개인 무엇, 바로 지구의 생명의 역사를 통해 생명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자연에 이름 붙이기 9장. 물고기의 죽음. p366, 캐럴 계숙 윤
분기학자들의 커다란 업적은 바로 저 내용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다만 9장에서 자주 등장하는 '공통의 진화상 새로움'이란 핵심 문구가 확실히 이해되지는 않아요. 구글 북스에서 원문을 찾아보니 'shared evolutionary novelties'인데, 그 'novelties' 또한 과학자들이 생물의 외양 등을 보고 주관으로 판단하는 것이라면... 물론 분기학의 철학과 시각이 가장 중요하긴 하지만 그게 그렇게 큰 차이를 가져오는지는 쉽게 와닿지는 않네요. 워낙 반과학적 체질이라서인가요? ㅎㅎㅎ 여전히 "수리분류학자들에게는 공통의 진화상 새로움이라는 특별한 것을 해독하는 일은 주관성을 다시 들여놓는 또 다른 방식(p358)"이라는 문구에서 생각이 자꾸 맴돕니다. 뭐 그래도 계속 읽으면서 이해해 보렵니다. 재미있으니까요. ㅎ
하지만 움벨트를 밀어낸 그런 업적들의 폐해는 훨씬 더 어마무시합니다. 9장 마지막은 '물고기의 죽음'이라는 제목처럼 비장하네요. "과학계가 모든 생명에 대한 지배권(p368)", 즉 분류와 명명 등을 독점하고 나머지 인류 모두를 배제했으니, "우리가 생명의 세계에 대해 그렇게 눈을 감아버린 것, 그리고 그 세계가 사라져간다는 사실에 그렇게 철저히 무관심하게 된 것(p369)"으로 귀결됩니다. 그래서 "세계가 생물다양성 위기에 봉착했다고 처음으로 발표한 것이 분기학자들이 부상한 격동의 1980년대(p367)"란 게 결코 우연이 아니란 거죠. 아, 이제 어찌 헤쳐나갈지 궁금하네요. 4부로 들어갑니다.
4부의 '되찾은 비전'이라는 제목만 봐도 하... 가슴이 웅장해집니다ㅋㅋ 우리의 움벨트를 되찾으면서 분류학의 객관성을 유지할 수 있을것인가! 기대되네요
저 또한 가슴과 그리고 머리가 웅장(?)해지면서도 대체 어떤 결말이 나올까.. 어떻게 수리분류학, 분기학과 우리의 움벨트 사이의 접점을 찾을까.. ㅎ 일단 완독은 지금 막 달성했고요. 지은이의 감사의 말과 옮긴이의 말까지 죽 읽었습니다! 자 어쩌면 매우 주관적인 시점으로 돌아간 결론이 아닐까 싶어요. 408~409쪽에서는 이렇게 각자 나름의 시각과 논리대로 너무도 멋진 분류학들을 하나씩 호명합니다. 전 4부를 기한 안에 다시 복습하면서 정리할까 싶습니다!!! ㅎㅎ 다들 얼른들 오세요 홧팅...
저도 4장을 향해 열심히 달려가고 있습니다. 과학에서 낭만(?)이 없어지니 확실히 객관적이어 가면서도 재미는 줄어드네요. 분자분류학은 오로지 DNA 또는 RNA를 통해서 생명의 나무를 구분하려다보니 당연히 실험 위주가 되고, 반복 위주가 될 수밖에 없고, 그것은 곳 지루함으로 이어지네요. 3부의 중간을 넘어가면서 수리분류학과 분자분류학이 등장했을 때만해도 새로운 것에 대한 흥미가 솟았는데, 이쯤되니 진화분류학이 제일 흥미로웠던 부분이네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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