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 이름 붙이기> 그믐에서 함께 읽고 수다 나눠요

D-29
저도 움벨트 비슷한 분류학이나 다른 과학 이야기가 나오면 어?! 하면서 관심이 가더라구요. 요즘 이 책 때문에 뭐만하면 이것도 움벨트인가... 이러고 있습니다ㅋㅋ
서구 문명인과 원주민의 세계 인식 차이를 설명할 수 있는 개념에는 이런게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모든 생명체에게는 그 집단 내에서 받아들여지는 일종의 규약, 코드 같은 것이 있고, 이를 무의식적으로 내면화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고요. 캐럴 계숙 윤은 이 부분을 움벨트라고 여긴것은 아닐까도 검토해봅니다. 이건 문화-유전자 공진화 관점에서 제시하는 견해를 제 맘대로 적용한 것인데요, ㅋㅋ 여기서는 ‘자연 선택은 인간이 규범을 내면화하는 존재로 만든다.’는 입장이라고 정리합니다. 이걸 이 분야에서는 ‘자기길들이기’라는 표현을 쓰던데요,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에서 언급된 ‘자기가축화’와 같은 개념 혹은 같은 용어의 번역어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니까 인간 공동체 마다 내부에서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이 있고, 그걸 아이때부터 본능적으로 이 규범을 순식간에 내면화한다는 거지요. 그럼 원주민 사회에서 바라본 세계와 서구 사회에서 바라본 세계가 다를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겠어요. 속도는 안나니 딴 생각만 한가득입니다. ^^;;
움벨트는 우리 모두에게 강력하며 탁월한 쓸모를 지닌, 절대적으로 필요한 안내자이며, 그것이 없다면 낯설고 불확실해질 세계에서 우리가 현실에 발붙이게 해주는 닻이다. [...] 움벨트를 갖는다는 건 세계 안에서 자신의 자리를 안다는 것이고, 주변의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연에 이름 붙이기 5장. 아기와 뇌손상 환자의 움벨트. p242, 캐럴 계숙 윤
네. 본능이 아니어서는 당장 생존에 위협을 받게 될테니 정말 그렇네요. 그런데 또 아이들 어릴 때 생각해보면, 아이들이 기어다닐 때 눈에 보이는 무생물체-자갈이나 새우깡이나 오징어볼이나 모래알이나 입에 가져가는 시기가 있는 것을 보면, 이 본능이 그 종의 환경과 생존조건 또는 문화에 따라 개별적으로 발달되어가는 것 또한 생각해볼 수 있지 않나 싶어요. 또 하나의 예로, 열대지방에서 흔히 음식으로 섭취해왔던 곤충에 대해 이를 처음 본 과거 유럽인들이 혐오의 시선을 던지고 거부했던 사실을 보면 이 먹을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의 구분도 학습의 영역은 분명히 있을 것 같습니다.
곤충 섭취에 대한 다큐를 본적이 있는데요. 우리가 곤충을 먹기 꺼려하고 혐오하는 이유 중에는 어렷을 적 교육이 큰 영향을 끼친다고 하더군요. 곤충은 유해하고 먹으면 안된다는 것으로 아이들에게 지속적으로 주입하니까요. 곤충을 입에 넣으려고 하거나(무익한 곤충이라도) 곤충이 지나가기만 해도 '지지-'라고 하면서 거리를 두게 교육하지요. 그러한 것들이 성인들의 곤충 섭취에 큰 걸림돌이 된다고 하더군요. 이슬람의 돼지고기 금지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종교적 원인이 있지만, 어렸을 적부터 먹으면 안된다는 것을 교육받으면 자라서도 먹으면 안된다는 인식에 잠식된다고 하네요. 앞으로는 계속되는 식량난에 부딪힐거고, 곤충이라는 아주 효율이 좋으면서 영양도 풍부한 식재료를 사용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거라서, 영유아기 때부터 곤충 섭취에 노출시켜 그것에 대한 반감을 줄여나가야 한다고 하네요.
예전에는 메뚜기 같은 곤충을 시골에서도 많이 먹곤 했던데, 앞으로 환경문제 때문에 생존을 위해서 먹어야 한다면 처음에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밀웜 같은 애벌레도 영양가가 높다고 하던데 정말 내키지는 않네요. ㅋ
꼬마들에 대한 비유가 적절합니다! 사회, 문화적 환경, 그리고 후천적 학습의 영향은 아마도 인간에게는 날이 갈수록 점점 더 크게 작용하는 거 같고요. 6장을 끝까지 읽어보니 오히려 동시대 인간들에게는 우리가 지닌 움벨트를 발전적으로(?) 지켜내야 하는 숙제가 있지 않나 싶어요!
움벨트가 우리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 고유의 본능 또는 능력이 맞는 것 같습니다. 물론 발현되는 방식이 제각각 매우 다릅니다만... 저 또한 자꾸 더뎌져서 걱정입니다만.. 이제 막 들어가는 5장이 움벨트가 어떻게 진화했는가에 대한 내용이어서.. 어쩌면 대답이 될 것 같은 느낌입니다.
인간 뿐 아니라 지능이 없을 것 같은 아주 미개한 생명체마저도 본능적으로(이것을 본능적으로 라는 말로 표현을 해도 될지는 모르겠지만) 선택을 하는 것을 보면 움벨트가 모든 생명체들이 지닌 하나의 특성이 아닌가 싶습니다.
저는 지금 6장에서 잠시 멈춘 상태네요. 밀린 다른 책에 빠져서 잠시 내려놓았어요ㅠㅠ 빨리 읽고 대화에 따라가도록 하겠습니다!
움벨트의 존재와 중요성의 근원에는 아직 질문 하나가 더 남아 있다. 그것은 움벨트 자체가 어떻게 진화했는가 하는 질문이다.
자연에 이름 붙이기 244p, 6장, 캐럴 계숙 윤
"우리가 감지하는 것과 자연스럽게 우리의 주의가 쏠리는 곳(우리가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는 못 배기는 나무들, 그리고 아, 너무나도 확연한 물고기들) 그리고 우리가 그 안에서 감지하는 자연의 질서는 단순히 외부 세계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그것들을 알아보도록 진화한 것이다."(248p) / "동물들은 매우 뛰어난 식별 및 분류 행동을 활용하여 생명의 질서를 파악하는 대단히 유능한 분류학자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249p) / "어쩌면 움벨트의 비전이 그토록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정확한 이유는, 무언가가 이해되었다는 것조차 깨닫지 못한 채, 노력하지 않고도 이해되는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259p) / 인간과 다른 동물이 본능적으로 지니게 된 움벨트에 대해서 상당히 집요하게 들여다보고 있는 인상을 주네요.
인간의 움벨트는 먼 옛날의 수렵채집인들을 돕도록 진화했지만, 현대인의 두개골 안에도 말 그대로 박혀 있어 우리가 매일같이 품고 살아가는 유산이다. 우리는 모든 생물이 그러하듯 우리 과거의 산물이며, 따라서 우리의 움벨트를 아주 오래전의 힘겨운 분투가 남긴 유산으로 이해하면 생명의 세계에 대한 이 비전이 지닌 이상하거나 불가해한 많은 부분을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된다.
자연에 이름 붙이기 p.254, 캐럴 계숙 윤
인간 문명 사회의 발전이 진화가 따라가지 못할 속도로 발전하면서 과거의 움벨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건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처럼 의사소통 하는 걸 아주 좋아하고 사회적인 종에게는 움벨트(공통의 움벨트)에 관한 정보를 주고받고 이야기하는 것이 대단히 유리한 일이었을 것이다. 생명에 대한 비전이 더 널리 공유될수록 그것에 관해 다른 사람들과 더 쉽게 논의하고 더 쉽게 이해시킬 수 있으며, 그 비전을 지닌 사람은 지금 우리가 적자생존이라고 부르는 그 투쟁에서 생존하고 번성하고 후손을 남기는 과업을 더 잘 해낼 가능성이 컸다.
자연에 이름 붙이기 p.254, 캐럴 계숙 윤
적어놓으신 그 근방에서 비슷한 대목을 봤습니다. "우리의 움벨트를 포함해 모든 움벨트는 각자가 생존을 위한 몸부림으로 채워가는 고된 삶을 통해 만들어졌을 것이다."(p.253) 색다른 방식으로 느끼는 우리네 삶의 무게에 숙연해질 따름입니다.
생명의 세계는 그 세계를 지각할 수 있는 모두에게 속한 것이다.
자연에 이름 붙이기 265p, 6장, 캐럴 계숙 윤
현대의 다른 과학들(생물학의 다른 분야라든가 화학, 물리학)과 달리 분류학은 학문적 노력과 지적인 추구로서가 아니라 인간의 한 기호로서, 인간 존재에 미리 장착되어 있는 영원한 전통으로서 탄생했다.
자연에 이름 붙이기 261p, 6장, 캐럴 계숙 윤
다윈의 기여도 재해석할 필요가 있었다. 다윈이 진화를 밝혀냄으로써 해낸 일은 그와 다른 이들이 오랫동안 생각해왔던 대로 마침내 분류학의 배를 바로잡은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는 분류학자들과 전 인류가 생명을 분류하는 데 처음부터 항상 사용해왔던 것(움벨트의 고정된 시각)을 앗아가 그것을 틀린 것으로 만들어버렸다. 다윈은 진화적인 생명의 분류를, 모든 인간의 뇌가 열렬히 거부하는 그 일을 하도록 고집스레 주장했고, 그럼으로써 분류학의 배를 거의 폭파하고 말았다.
자연에 이름 붙이기 263p, 6장, 캐럴 계숙 윤
결국 다윈이 한 일은 기존에 움벨트를 이용한 분류체계를 무너뜨리고, 진화론을 통해 새로운 혼란을 야기했지만 수습은 없었다... 라는 결론에 계속 다다르게 되더군요. 다윈을 넘어선 새로운 분류체계가 언제 등장할 지 빨리 보고 싶어질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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