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스스로도 그렇게 사용한다고 생각지 못했던 부분을 아주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것에 대해 확인 받았던 문장들이었습니다. 아주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이명법(과일만 보아도 이 방법을 아주 많이 쓰죠. 신고 배, 나주 배, 설향 딸기, 킴벨 포도 등등 대부분이 이명법으로 불립니다)과, 어떤 대상을 지칭할 때 속을 자주 쓴다는 것도 그러하구요. 그 분야에 아주 전문적인 사람이 아니라면 대부분은 종보다는 속으로 주로 말하더라구요.
<자연에 이름 붙이기> 그믐에서 함께 읽고 수다 나눠요
D-29
창원북카페안온
delispace
“ 항상 표준적 생명 형태의 메뉴판에서 봉화처럼 두드러지는 무리들을 알아보라. 항상 어느 정도의 동물들과 식물들을 분류하고 명명하라. 비슷한 생물들은 형제로 여겨라. 그 생물들을 나타내는 것처럼 들리는 단어를 사용해 생물의 이름을 지어라. 민속 속의 이름은 600개 미만으로 지어라. 윌리스의 우묵한 곡선 그래프를 따라라. ”
『자연에 이름 붙이기』 4장. 바벨탑에서 발견한 놀라움. p.209, 캐럴 계숙 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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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lispace
특별할 것 없는 범상한 인간들의 보편성을 발견하는 일은 간혹 마음을 조금이나마 따뜻하게 합니다. 물론 어느 곳들은 이 시간에도 불구덩이의 지옥으로 변해가고 있지만요.. ㅠㅠ 다들 닮은 게 훨씬 더 많은 인간임을, 닮은 게 무엇보다도 더 많은 삶을 살고 있음을 어서 깨달았으면 하네요.
delispace
보잘 것 없을 수도 있지만 움벨트를 통해서 인간 보편의 땅뙈기를 조금이나마 마련했다 싶은데... 이제는 4장 인류학에서 5장 심리학, 기이한 심리학으로 넘어 가네요! 재미의 크기는 점점 더 넓어져만 갑니다!!!
창원북카페안온
뒤로 가서 움벨트가 없으면 어떻게 되는지도 보여주는데, 와... 이게 또 없으면 이렇게 되나 하면서 몰입되더군요.
창원북카페안온
움벨트가 단순히 분류 수단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드러내준다.
『자연에 이름 붙이기』 p. 212, 캐럴 계숙 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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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북카페안온
5장을 읽으면서 분류학자들이 계속해서 의식하던 인가의 움벨트가 없어지거나 제한할 수 있다면, 좀 더 정확하게 혹은 객관적으로 분류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오히려 더 커다란 혼란이 찾아오더군요. 움벨트의 부재는 질서의 객관화가 아니라 무질서화가 되는 것이었어요ㄷㄷ
ICE9
기대되는데요! 저는 읽기가 느려서 부지런히 따라가겠습니다~! ㅋ
창원북카페안온
이 책 자체가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만큼의 속도가 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ㅎㅎ 오히려 천천히 읽어야 제맛인 책 인거 같아요. 정보량이 너무 많다고나 할까요ㅎ
ICE9
“ 우리 인간은 어떤 언어를 사용하든 상관없이, 특정 종류의 생물에 대해 어떤 특정 이름(특정 단어)이 더 잘 어울리는지에 관해 의견이 일치하는 경향이 있다는 증거가 존재한다. (...) 소리에 대한 우리의 무의식적 반응을 연구하는 이 분야를 '소리 상징주의'라고 한다. ”
『자연에 이름 붙이기』 193p, 캐럴 계숙 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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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E9
우리 한글도 이런 사례가 아닐까 싶습니다. 한글을 만들 때, 소리와 입모양이나 혀의 위치 등을 고려했다고 알고 있거든요. 움벨트와 관련해서 보면, 한글 창제 원리야 말로 인간의 움벨트를 면밀히 관찰하고 연구한 결과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그리고 조금 앞 부분에서도 인류의 인식에 있어서 일관성이 있다는 언급도 신기했구요. "모든 사회가 민속 분류학을 갖고 있다는 점"(187)을 이야기한 부분도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저자가 물고기를 되찾게되는 실마리가 되는 걸까 점점 기대됩니다.
창원북카페안온
이 부분이 정말 놀라웠던 게, 한글의 경우엔 소리를 내는 모양에 맞게 했다고 하지만, 알파벳이나 다른 문자는 그렇지 않음에도 실험결과가 아주 유사하게 나온다는 게 놀랍지요. 이 책의 말루마, 타케테도 미국에서 실험을 했을텐데 95%가 동일하게 답변을 했다는 것은 언어와 대상 간의 어떤 더 깊고 심오한 관계가 있는 게 아닐까 싶어요.
ICE9
균류(버섯 등)를 다루는 도서 <작은 것들이 만든 거대한 세계>에서 흥미로운 대목이 있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숲 속의 구성원들이 맺는 네트워크를 통칭 우드와이드웹(Wood Wide Webs)라고 이름붙이고 있다는 것을 소개하고, 균근 네트워크와 뇌의 신경 네트워크와의 유사성을 이야기하는 대목이 나옵니다. 293p에 이르면 이런 대목이 나오거든요.
"우리는 식물과 상호작용을 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균근 네트워크와도 상호작용을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이런 은유로부터 벗어나, 지금까지의 닳고 닳은 인간 토템에 기대지 않으면서 우드와이드웹에 대해서 말하고, 스스로의 고정관념 밖에서 생각할 수 이을까? 공유 균근 네트워크를 앞서 나가는 답이 아니라 그저 의문으로 계속 둘 수 있을까? '나는 이제야 그 시스템을 보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지의류를 지의류로 두려고 하고 있다.'"(293p)
여기서 '이런 은유' 혹은 '닳고 닳은 인간 토템', '스스로의 고정관념'이라는 것이 캐럴 제숙 윤이 이야기하는 인간의 '움벨트'를 감지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비전문가의 언어로, 자연에 대한 인간의 시선, 인간중심적인 시각을 이야기하고 이를 벗어나 네트워크 전체를 파악해 보려는 노력을 말하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저자는 이런 인간중심적인 시각을 벗어날 수 있을까를 질문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이것 역시 정말 쉽지 않아 보이거든요. 움벨트라는 것이 단순한 분류 도구가 아니라, 호모 사피엔스에게는 자연을 식별하며 생존하는데 근본적으로 중요한 '장치'임을 이해한다면, 이를 벗어나는 것은 또 얼마나 어려울까 싶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AI의 도움을 받아 인간중심적인 시각을 벗어나 파악해보려는 시도도 이해가 되는 듯 합니다. 예를 들어 AI를 이용하여 사람이 할 수 없는 방식으로 신약을 개발하는 시도가 떠오릅니다.
작은 것들이 만든 거대한 세계 - 균이 만드는 지구 생태계의 경이로움시적인 문체와 과학적 사실들, 그리고 일러스트를 한데 엮어내,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곰팡이의 놀라운 세계를 들여다본다. 곰팡이, 즉 균이 만들어내는 우리 자연의 경이로움을 살펴보면 지금까지 우리가 알지 못했던 생태계의 긴밀한 네트워크에 대해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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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북카페안온
약간 겉도는 얘기지만, 저는 고등학교 때 버섯이 균류인 줄 처음 알았는데요. 그 당시 생물 선생님이 자신은 버섯을 싫어하는데 그 이유는 균 덩어리이기 때문이다! 라고 했던 게 기억이 납니다. 원래 버섯을 안좋아했지만 균을 먹는다고?! 라는 생각에 지금도 여전히 입에 안대고 있어요ㅋㅋ 개인적으로는 균이라서 안먹는다기보다 버섯 특유의 향과 식감이 싫달까요 ㅎㅎ
delispace
아주 재밌는 책을 또 소개해주시네요. 아이스님이 앞에 서술하신 "균근 네트워크와 뇌의 신경 네트워크와의 유사성"이라는 부분에 눈길이 자꾸 갑니다. 일이 좀 바빠져서 책을 놓고 있다가... 이제는 뇌의 어떤 부분이 생물 세계의 인지, 분류, 명명을 담당하는지를 설명하는 부분(p.227-28)을 읽고 있거든요.
수북강녕
“ "이름을 불러도 벌레들이 대답을 안 한다면 이름이 있어 봐야 무슨 쓸모가 있니?" 각다귀가 말했다.
"걔들한텐 쓸모가 없지. 그렇지만 걔들한테 이름을 붙인 사람들한테는 쓸모가 있을 것 같아. 아니면 애초에 왜 걔들한테 이름이 생겼겠어?" 앨리스가 말했다.
루이스 캐럴, 『거울 나라의 앨리스』 ”
『자연에 이름 붙이기』 p.19, 캐럴 계숙 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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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북강녕
“ 내막을 들여다보니 생명의 분류와 명명은 오히려 훨씬 민주적인 일이며 심지어 과학의 지배력을 뒤집어엎는 일이고, 과학보다 훨씬 흥미로운 일이며 언제나 그래왔다는 것을 나는 알게 됐다. 급기야는 과학이 완벽하게 해내려고 애쓰고 있던 것, 바로 생명에 대한 인류의 이해를 과학 자체가 훼손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더욱더 예상하지 못했던 깨달음은, 완전히 현대적이며 철저하게 진화론적인 새로운 분류의 과학이 사실상 전 세계의 보통 사람들을 생명의 세계와 점점 더 단절되도록 몰아가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는 거의 아무도 눈치채거나 크게 염려하지 않는 사이 세계 곳곳에서 여러 생물 종이 차례로 사라져가는 현 상황을 초래한 비극이다. ”
『자연에 이름 붙이기』 p.20-21, 캐럴 계숙 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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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북카페안온
어쩌면 우리가 오랜 옛날부터 행해왔던 '이름 붙이기'가 그 나름대로 삶의 윤곽을 만들고 자연을 가까이 하려는 시도가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진화론과 유전적 분류법은 일반인이 그것을 납득하기에 어려운 것들이 너무 많지요. 전혀 외형이 같지 않은 두 종의 유연관계가 비슷하게 생긴 두 종보다 훨씬 더 가깝다고 할 때, 우리는 큰 혼란을 느끼게 됩니다. "이게?!"하는 소리가 절로 나오죠.
인간의 직관에 의해 분류했던 것이 오랜 기간 이어져오고, 그것이 잘못된 분류법임이 밝혀진 후에도 그것을 버리지 못하는 건 역시 우리의 친숙함, 편리함 때문이라고 봅니다. 현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도 아마 비슷할 거예요. 전문 분류학자가 아니라면 외관을 보고 자신이 익히 알고 있는 것과 비슷한 게 아닐까 하고 추측하죠.
ICE9
5장을 읽고 있는데 성인이 되어 어느 시기에 생물과 무생물의 차이를 구별하지 못하게 된 플로라D와 J.B.R.의 사례는 충격적이네요. 어떻게 이렇게 급변할 수가 있을까 싶은 이야기입니다. 생명을 지닌 존재를 알아보고 체계화하는 기본적인 능력이 우리 존재의 생존에도 얼마나 중요할 지 실감이 가는 사례였어요.
창원북카페안온
저도 그부분 읽으면서 꽤 충격이었어요. 움벨트를 잃는다는 것은 직관이 배제된 질서의 객관화가 아니라 무질서화일 줄은 몰랐거든요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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