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 이름 붙이기> 그믐에서 함께 읽고 수다 나눠요

D-29
화제로 지정된 대화
잠깐 훅 건너뛰긴 하지만 194쪽의 테스트 한 번 해보시겠어요? 내 안의 움벨트가 실존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던 실험이었습니다. 그림을 먼저보고 문제를 맞춘 뒤에 그 아래 설명을 읽으시면 되어요. 전 꽤 많이 소름 돋았습니다. 이것이 움벨트인 건가... 무의식 중에도 이렇게 강력한 힘이 작용하는 건가 했어요.
ㅎㅎ 갈길은 멀고 심성은 게을러서... 금주 중에는 해볼랍니다. ㅎㅎ 구간별 독려 감사합니다!!!
그렇군요~! 소리와 형태에 대한 공통된 감각같은 것들이 있다는 이야기인가요. 저도 해보았는데 재미있네요. 언어에서 아이들에 최초로 발화하는 소리가 엄마와 아빠에 해당하는 단어의 소리(m/p소리)에서도 지역과 상관없이 공통적인 면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런 사례를 보면 인간에게 선험적인 무언가가 있다고 믿을법합니다.
그러고 보면 엄마는 둥글둥글한 느낌, 아빠는 상대적으로 거친 느낌이네요. 마더 파더도 그렇구요. 정말로 언어에도 숨겨진 움벨트같은게 있는걸까요 ㅎㅎ
이걸 저희 독서모임에서도 테스트해봤는데 전원 만장일치로 타케테는 뾰족이, 말루마는 둥글이를 선택했어요. 왠지 그럴거 같다, 발음이 둥글둥글하다 등의 과학적 근거가 없는 이유로 그렇게 고르게 되더라고 하더군요.
@북카페안온 앞부분 읽다가 훅 뛰어넘어서 194쪽과 197쪽의 테스트도 해보았는데요 날카롭고 뾰족한 느낌, 부드럽고 말랑한 느낌의 네이밍에는 여지없었습니다 새 이름 맞추기에서도 이미 걸러진 상태라 그런지 상당히 높은 확률로 새 이름을 느낄 수 있었어요 ㅎㅎ 가끔, 아이가 진학이나 진급을 했을 때 학기 초 사진을 보며 이름과 얼굴을 매칭해 보곤 하는데요 외모에서 풍기는 딱 그 느낌!의 아이가 있기도 해요 정말입니다 ㅎㅎ 흠 예를 들어,,, 류승범이라는 이름을 가진 배우와 김승우라는 이름을 가진 배우를 사전 지식 없이 보고 블라인드로 이름을 맞춘다면 정답률이 얼마나 될까, 생각해 봅니다 ^^
언어와 사물의 관계가 이렇게 가까울 수 있었나 싶었던 테스트였어요. 독서모임 오신 분들께도 해봤는데 100% 확률로 선택이 되더군요ㅋㅋ 수북강녕님의 말씀대로 실제로 이름과 얼굴을 매칭해보라고 하면 그 얼굴엔 이 이름이 어울릴 것 같다, 하는 게 꽤 많은 것 같습니다.
저는 이제 2부를 반쯤 가로질러 갔네요. 민속 분류학, 움벨트의 힘, 소소하면서도 우스갯스러운 에피소드를 읽으며 순항중에 있습니다~
린나이우스의 책들이 과학적 분류와 명명의 고전으로 추앙받는 이유는 최초의 체계이거나 유일한 체계여서가 아니라(둘 다 아니었다), 너무나 진실 같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 그리고 나는 그가 포착했던 것이 바로 우리 인간 움벨트의 비전이었음을 나중에야 깨달았다.
자연에 이름 붙이기 83p, 캐럴 계숙 윤
너무나도 그럴듯했던 이명법이었어요. 이런 에피소드가 교과서에 실려 있었다면 분명 과학은 더 재밌었을 겁니다. 그저 외우기만 하니 그것이 옳고 그른지도 몰랐던 것 같아요. 이 책을 통해서 린네 또한 분류의 큰 획을 긋긴 했지만 틀린 방식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생명의 세계에 대한 린나이우스의 비전은(다른 모든 이의 비전도 마찬가지로) 불변의 생물들로 가득한 세상의 비전이었다. 생물 종은 누구나 알고 있듯 영원히 불변하는 것이었다.
자연에 이름 붙이기 86p, 캐럴 계숙 윤
마침내 희미한 깨달음의 빛이 비쳐 왔지. 그리고 지금 나는 (처음에 내가 갖고 있던 견해와는 상당히 어긋나지만) 종들이 (이건 마치 살인을 고백하는 것 같군) 불변하는 것이 아니라고 거의 확신한다네.
자연에 이름 붙이기 94p, 캐럴 계숙 윤
'작은 신탁 신관'이라고 불렸던 린나이우스가 구축한 불변하는 세계와 충돌하는 다윈의 세계(변이가 있는, 진화하는 세계)가 등장하며 흥미진진합니다. 그 시대에 거대한 패러다임에 조약돌을 던지는 듯 무모해 보이는 다윈의 심정이 좀 더 이해가 될 것 같습니다. 어떤 책에서 진화(revolution)라는 용어가 '펼치다'라는 라틴어에서 왔다는 내용을 읽은 기억이 납니다. 그러니까 '신의 뜻을 펼치다'라는 의도에서 사용된 용어라고 하는데, 다윈의 시대에는 그 반대의 의미로 진화가 사용된 것이 아이러니 합니다.
아.. 진화의 라틴어 어원이 흥미롭네요!! 많이 배웁니다!
2장 따개비 안에 담긴 기적, 을 읽으면서 고작 따개비에 무슨 기적이나 비밀이 있을까 했었어요. 다윈이 따개비를 선택해서 분류학자로 거듭나기 전까지는요. 개인들이야 따개비가 어디에 속하든 큰 문제가 안되었지만 분류학자들 입장에서는 정말 난처한 생물이었던 것 같더라구요. 다윈마저도 1년 정도 예상했던 따개비 연구가 8년이 걸렸으니까요. 어느 한쪽으로 분류해서 몰아넣기 애매한 종들이 비단 따개비뿐이었을까요. 분류학자들이 분류를 마친 뒤 마지막 범주에다가 물렁물렁한 모든 것들을 몰아 넣었다고 했을 때 움벨트의 한계도 확실히 보게 되었습니다.
이 작은 바다생물이 그의 시간을 너무 많이 잡아 먹는 바람에, 진화에 관한 이론(이미 10년 전에 처음으로 떠올렸던)은 그때부터 13년이나 더 출판되지 못하다가 1859년이 되어서야 <종의 기원>으로 출판됐다.
자연에 이름 붙이기 p.101, 캐럴 계숙 윤
사람들이 한결같이 분류하고 명명하는 것만 있는 게 아니라 한결같이 알아보지 못하는 것들도 있다. [...] 항상 부재하는 것들, 다시 말해 우리 움벨트의 레이더 스크린에 한결같이 잡히지 않는 것들에는 결정적인 일관성이 있다. 인간은 우리 기준에서 아주 작은 것들에게는 마음을 잘 주지 않는다.
자연에 이름 붙이기 4장. 바벨탑에서 발견한 놀라움. p.185, 캐럴 계숙 윤
이 부분 읽고 머리를 한대 세게 맞은 느낌이었습니다. 실제로 린네가 이명법을 통해 분류하던 당시에 아주 작은 세계는 배제되어 있었잖아요. 우리 눈에 보이지는 않거나 보이더라도 너무 미세한 것들에는 분류의 잣대를 들이대지 않은 게 놀라웠습니다.
이런 부분을 어느 책에서 본 것 같아서, 심각한 기억력 감퇴를 무릅쓰고... 책들을 찾아보았는데요, 레베카 긱스가 쓴 <고래가 가는 곳> 211페이지 전후로 관련 언급이 보입니다. 큰 동물들, 예컨대 고래나 북극곰 멸종에 대한 관심을 제외하면, 작은 생물들의 보존에는 거의 무관심에 가까운 상황을 말하고 있었네요. 여기서 큰 동물의 '카리스마'를 언급하거든요. 인간의 호의와 보호 본능의 크기가 공평하게 분배되지 않는다고 언급합니다. 사람들은 동물을 의인화하고, 카리스마를 부여하여 동물 사이의 위계를 만들어버린 결과 큰 동물에 더 동정을 표한다고 말이지요. 심지어 고래에 대한 지나친 관심과 동정이 이제는 고래 관찰하는 관광상품으로 각광을 받고 있더군요. 이 책에서 "카리스마 있는 종이 된다는 것은 인간의 상상력을 위한 도구가 되는 것이다." 라고 언급하고 있네요. 또 다른 한 예로, 최근 꿀벌이 빠르게 사라지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우려합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꿀벌에 대한 관심으로 야생벌의 멸종에 대해서는 관심이 덜한 사례와 비슷한 것 같아요. 꿀벌은 엄밀히 말하면 사람들의 손에 키워지는 소나 돼지같은 '가축'으로 봐야한다고 합니다.
고래가 가는 곳 - 바닷속 우리의 동족 고래가 품은 지구의 비밀최신 과학 연구가 밝혀낸 새로운 고래 이야기를 수집하고 인간과 고래가 함께해 온 역사와 문화를 쫓는다. 수천 년 전 암각화에 고래를 새겼던 고대인의 마음도 들여다보며 지금 이 시대 고래와 우리의 관계를 반추한다.
히야.. 책수다가 이런 즐거움이었네요 ㅎㅎ 작은 도서관 두 분을 끼고 읽으니 이거 참.. 호화판 독서라고 할 밖에요!! 저는 환경생태론이라는 딱딱한 책으로 짤막하게 접한 내용이었는데.. 쉽고 다채롭게 풀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카리스마 있는 종이 된다는 것은 인간의 상상력을 위한 도구가 되는 것이다." 음.. 이거 참 날카롭고도 씁쓸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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