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출판사 / 인증 미션] 한나 아렌트 정치 에세이 <난간 없이 사유하기> 함께 읽기

D-29
제국주의의 성장은 다른 영토를 정복하거나 병합하려는 시도가 아니었다. 이는 단지 계속 성장하는 경제 법칙하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제국주의는 산업의 조건과 근대 경제하에서 정치적 실체로서 존속하려는 민족 국가의 시도가 빚어냈다. 산업의 조건과 근대 경제는 유럽 국민 사는 새로운 조건이었다. 곧이어 이들은 전 지구를 지배하게 될 것이다. 이 발전으로 민족 국가의 딜레마가 발생했다.
난간 없이 사유하기 p374, 한나 아렌트
[1주차 미션] 아렌트는 권위를 '명백한 자연적 필연성'(129)으로 보고, 이것이 무너지는 경우 '폭력을 이용해 권위를 되살려낸 체하거나 종교 기능의 유용성을 재발견해 (중략) 대안 종교를 만들어내리라'고 봅니다. 결국 권위의 붕괴로 인해 인위적인 '주의'를 통해 사라진 권위를 사상이 대체한다고 보는데, 이를 아렌트가 후반에서 직접 언급한 플라톤의 경우와 연관지어 생각하니 흥미로운 것 같아요. 플라톤은 자신의 가르침을 인간 현안 영역에 적용해야 하기 때문에 자신의 관념들에 지배할 수 있는 권력을 부여하고, 그에 따라 비정치적인 관념들에 대한 '교의'를 수정합니다. 비정치적인 것이 정치적인 근간이 되려면 '지배', '권력', 결국은 일종의 복종과 강제성을 부여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제는 효력이 없어진 권위에 힘(글자 그대로의 힘!)을 권위주의라는 사상을 통해 불어넣어주는 것과 묘하게 닮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자연스러워 보이는 권위가 사라지게 된 배경을 생각해 보면, 권위를 오용하고 곡해하여 폭정의 수단으로 삼은 어두운 과거들이 이어져 왔었고, 힘을 잃어버린 과거의 권'위'층들이 다시금 물질적, 정신적 수단을 통해 인위적으로 권위가 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한시적으로만 효과가 있고, 결국은 권위를 잃었던 계기를 똑같이 반복하는 행위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언제든지 무너질 수밖에 없는 권력 유지 수단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렌트는 새로운 전통의 수립을 언급하고 있지만, '전통'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면 과거 지향적이고, 민족과 민족성 개념에 치중한 내셔널리즘이 될 위험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반면에 '새로운'에 조금 더 힘을 준다면, 역사를 바꾸는 주체는 언제든지 바뀔 수 있기에 언제든지 작은 혁명을 통해 권위의 싹이 다시 돋아날 수 있는 계기는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의 사유에서 실제로 반전통적이며 전례 없는 측면은 노동에 대한 예찬이자 계급, 다시 말해서 철학이 초창기부터 항상 경멸해온 노동계급에 대한 재해석이다." (p52) "마르크스가 노동을 통한 삶의 생산을 정치 철학의 중심에 둔 반면에, 전통 이전의 과거와 완벽하게 일치하는 전체 전통은 노동을 정치 영역 밖에 두었다." (p112)
"폴리스의 건국과 더불어 나타난 평등의 의미는 보편적 평등에 대한 우리의 신념과 아주 다르다. 첫째, 이는 실제로 보편적인 평등이 아니라 사실상 평등한 사람들에게만 해당되었다. 당연히 노예, 여성, 이민족처럼 자유롭지 못한 사람들은 예외였다. 따라서 처음에는 자유와 평등이 서로 상응하는 개념이었고 어떤 갈등도 이 둘 사이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느꼈다."(p119) "그 어디에서도 그리스인은 정복당한 민족을 다스릴 수 없었다. 다시 말해서, 그들은 한편으로는 파멸이 없고 다른 한편으로는 노예제가 없는 정치적으로 타당한 원칙으로서 지배권을 확립할 수 없었다. 시민의 사적 영역은 정복과 파멸로 강화될 수 있다. 이들 시민은 집안의 가장들이 노예와 여성을 지배하듯이 시민으로서 시민이 또 다른 민족을 지배하게 될 공적 영역을 결코 수립할 수 없었다. 바로 공적 영역의 지배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 그리스 역사의 특이한 잔혹성이라는 특징이 되었다."(p123)
"파시스트, 공산주의, 전체주의 운동의 등장과 우리가 알고 있는 두 전체주의 체제인 1929년 이후의 스탈린 체제와 1933년 이후의 히틀러 체제는 모든 전통적인 권위의 다소 일반적이고 극적인 붕괴를 배경으로 발생했다."(p127) "그 사안은 서구의 권위에 대한 개념이 어디에서 기인했는가, 어떤 정치적 경험이 권위를 낳는가, 어떤 종류의 공적 정치적 공동세계가 특수한 삶의 맥락에 있는 이러저러한 특정 권위가 아니라 권위라는 개념 자체가 타당성을 잃을 때 종결되는가에 대한 물음이다."(p146)
"카톨릭교회의 토대 위에서 로마의 건국이 반복되면서 종교, 권위, 전통이라는 위대한 로마적 삼위일체는 기독교 시대로 이동했고 단일 기관으로서 장구하는 기적을 이루어냈다. ~ 철저히 로마적인 카톨릭 교회는 그리스 철학을 자신들의 가르침 체제로 동화시킨 만큼 권위에 대한 로마의 정치적 개념을 그리스 철학의 필요성과 통합했다. ~ 그때 이후로 로마식 삼위일체의 세 가지 구성 요소인 종교, 권위, 전통 중 어느 하나가 붕괴하면 다른 두 요소도 불가피하게 붕괴하는 결과가 나타났다. 루터의 실수는 바로 교회의 세속적 권위에 대한 자신의 도전이 전통과 종교를 온전히 내버려 둘 수 있다고 믿은 점이다."(p151~152) "마키아벨리가 무엇인가의 아버지라면 아마도 근대 혁명의 아버지일 것이다. 모든 혁명은 “로마의 옷”을 입고 일어났으며, 새로운 정치제를 창건하려는 로마 감성에서 영감을 받았다. 내가 이 마지막 발언에서 그려보고자 한 관점에서 볼 때, 근대의 위기인 유명한 “서구의 몰락”은 권위, 전통, 종교라는 로마식 삼위일체의 몰락, 즉 구체적으로 서구 정치의 로마식 토대의 위기라는 사실을 드러낸다. ~ 무너진 전통의 실마리를 개선하기 위해 이 전통이 제공하는 유일한 수단은 새로운 토대의 수립이다. 다시 말해 거의 초인적으로 원래 로마식 노력을 반복하는 일이다. 이러한 방식이 여전히 열려 있는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이러한 방식에 반해서 우리 세기의 모든 혁명은 잘못되었고 전체주의 또는 폭정의 정치체를 초래했다. ~ 이에 대해 마키아벨리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은 없었다. 그의 주요 정치적 관심사는 “토대를 잘 수립하는 것”이었다. “새로운 질서를 시작하는 것보다 수행하기 어렵고, 성공이 의심스러우며, 다루기 위험한 일도 없다.”(p155)
어려워서인지 너무 늦게 읽혀서 ? 읽는 속도가 안 나서 깜짝 놀랐습니다.ㅠㅠ 그래도 읽고 싶었던 아렌트의 글이니까 포기하지 않고....천천히 조금씩이라도 읽어나가겠습니다~^^
행렬은 자유를 위한 투쟁의 마지막 정치적 몸부림이자 분명히 비극적인 사건에 대한 최후의 행위였다.
난간 없이 사유하기 p.175, 한나 아렌트
문화는 대상과 관련이 있으며 세계의 현상이다. 그리고 쾌락은 사람과 관련이 있으며 생명 현상이다.
난간 없이 사유하기 p.249, 한나 아렌트
문화와 정치는 서로 의존하며, 이 둘 사이에는 일말의 공통점이 있다. 한마디로 양자 모두 공적 세계의 현상이다.
난간 없이 사유하기 p.269, 한나 아렌트
독립 선언문의 위대성은 “행위를 지지하는 주장” 또는 행위가 문자로 표현되는 완벽한 방식이라는 데 있습니다. 우리는 구어가 아닌 문어로 다루므로 행위의 힘이 자체의 기념비를 세울 만큼 충분하리라는 좀처럼 보기 드문 순간에 대면하게 됩니다.
난간 없이 사유하기 p.309, 한나 아렌트
지난 20년 사이에 이데올로기가 더욱더 공허한 논의로 퇴화한 것과 대조적으로, 전쟁과 혁명은 여전히 우리가 대면한 두 가지 주요 정치 쟁점이다.
난간 없이 사유하기 p.357, 한나 아렌트
기술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서구는 현재 세계 도처에서 진행 중인 빈곤과 고통에 대한 투쟁을 도울 수 있는 아주 좋은 위치에 있다. 이 투쟁에서 우리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다면 프랑스 혁명가들이 “불행한 사람들은 지상의 권위다”라고 외칠 때 이들이 얼마나 옳았는지를 쓰라린 경험으로 배우게 될까 두렵다.
난간 없이 사유하기 p.366, 한나 아렌트
쿠바적 모험의 실수는 잘못된 정보에 있다기보다는 혁명 정신을 이해하지 못한 심각한 무능, 즉 ‘불행한 사람들’이 표면화되어 다음과 같은 말을 들을 때 이것이 의미하는 바를 파악하지 못한 무능에 있었다.
난간 없이 사유하기 p.368, 한나 아렌트
나는 민주주의의 의미를 특정 기본권 보호라기보다는 공적 사안의 결정에 국민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난간 없이 사유하기 p.370, 한나 아렌트
화제로 지정된 대화
[독서 진도표] 11.06(월) ~ 11.12(일) : ~504p까지 [3주 차 미션] 안녕하세요 여러분! 문예출판사 공식 모임지기입니다 :) 이번 주엔 '케네디와 그 이후', '나탈리 사로트', '담벼락에 대고 말하는 것처럼', '노동, 작업, 행위', '정치와 범죄', '제시 글렌 그레이의 《전사들》 서문', '인간의 조건에 관해', '근대 사회 위기의 특징', '혁명과 자유에 관한 강연'을 함께 읽게 됩니다. 모든 에세이의 분량이 길지 않고 대담, 서신, 서평 등 다양한 형식의 글이 포함되어 있어 꽤 즐거운 독서가 될 것이라 생각해요. 특히 페스트와 나눈 인터뷰 "담벼락에 대고 말하는 것처럼"은 아렌트가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통해 제시한 '악의 평범성(banality of evil)' 개념에 대해 깊게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는데요. 아시다시피 '악의 평범성'이라는 말은 수많은 오해를 사며 무수한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토론토 사회정치사상연구회가 주관한 학술회의(1972년)에서 나눈 대화를 담은 '한나 아렌트에 대한 한나 아렌트'(629p 참조)를 보면 토론토대학 정치학과 교수 크리스천 베이의 말 "당신은 어떻게 아이히만이 우리 각자 안에 내재하는지를 야무지게 지적합니다."에 대해 아렌트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당신과 제 안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제가 사물을 보는 방식에서 그 표현은 제가 자주 빠져드는 가장 추상적인 것들보다 훨씬 더 추상적입니다. 추상적이라 함이 경험을 통한 사유가 아니라는 점에서 말입니다."라며 오해를 바로잡습니다. 실제로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이 '악의 평범성'을 평범한 사람들 안에 내재된 악마성, 일상적으로 행하는 악의 행위, 권위에 대한 무조건적 순종(복종)의 위험이라는 측면에서 그 개념을 설명하고 있는데요. 이번 주는 한나 아렌트가 '악의 평범성'이라는 개념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고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겠습니다. 날이 갑자기 추워졌네요. 모두들 감기 조심하시고요!
3주차 [요아힘 페스트와의 인터뷰] 부분을 읽었습니다. 몇 년 전에 한나 아렌트의 저작 <예루살렘의 아이히만>과 <전체주의의 기원>을 읽었을 때가 기억이 나는데요, 이 인터뷰 내용을 읽고 난 뒤에 두 권을 읽으면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히만 재판에 대한 아렌트의 견해를 정리해 보면, 아이히만 재판은 독일에서 이어진 일련의 재판에 촉진제 역할을 했고, 유대인과 독일인의 공포스러운 과거는 전 인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합니다. 아렌트의 말에 의하면 1960년대 당시 이스라엘 젊은 세대는 홀로코스트에 무심하다면서 이는 독일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아렌트는 이를 세대 간의 문제라고 했는데요, 이는 세계사 전체를 놓고 봤을 때도 시대적 추세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아이히만에 대한 아렌트의 견해는, '아이히만에게는 일반적으로 이해할 만한 '범행 동기'가 없다, 그는 자신이 속한 집단에 동조하고 싶어 했다, 다수가 함께 행동하는 데 끼려 함으로써 권력이 나온다, 개인의 힘의 크기에 상관없이 혼자 있는 동안에는 권력이 존재하지 않는다, 함께 하는 데서 기인하는 이런 감정은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중립적인 감정이고, 인간 현상이다' 입니다. 아렌트가 판단하기에 아이히만은 권력에서의 쾌락을 추구한 사람이 아니었고, 이념이나 애국 애족에 영향을 받은 것도 아닌, 단지 기능직 공무원이었다고 말하는데요, 저는 이 부분에서 다음으로 이어지는 '선의 유혹'이 흥미로웠습니다. 이는 아렌트가 썼던 '악의 평범성'에 대한 오해와 관계 있습니다. 아렌트가 말한 '악의 평범성'이란 어리석어서 소통과 공감이 전혀 안되고 타인의 입장에 되어볼 생각조차 못하는 사람이라고 이해했습니다. 요아힘 페스트는 아이히만은 이와같은 것들이 결여되었고, 권위에 늘 순종할 준비가 되어 있었으며, 아이히만에게 있어서 권위는 굳이 히틀러나 나치가 아니어도 무방했다고 말합니다. 아렌트는 여기에 완전히 동의하는 것 같지는 않았어요.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책임에 대한 견해였습니다. 자기 스스로 판단하기를 하지 않는 것, 즉 집단 안에서의 행위는 즐 정당성을 띤다는 것입니다. 그들의 명분은 '상황이 더 악화되지 않도록 그 상태에 머무르는 것', 아렌트는 이런 정당화를 철저히 거부돼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더하여 전체주의 상황에서의 무기력 현상은 곧 방조라고 말하는듯 합니다. 대화는 곧 사유고, 방조는 사유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읽혔습니다. 또한 전체주의(혹은 집단주의) 안에서의 익명성도 이와 같은 맥락에 있다고 이해했습니다.
[노동, 작업, 행위]를 읽었습니다. 한나 아렌트는 '활동적 삶'이라는 개념으로 노동. 작업. 행위를 열거한다. 행위가 우리 삶의 정치 영역과 관련 있다는 점에서 플라톤 이전 시대의 여론과 일치하고, 관조의 관점에서 볼 때 최고 활동은 작업이다. 최하층에 있던 노동은 근대에 전복되는데, 다만 노동에 대한 예찬은 노동 자체가 아니라 '생산적' 노동인 경우에 한한다. 노동은 인간 신체의 생물학적 과정과 일치하는 활동, 작업은 인간의 실존에서 비자연적인 부분에 상응하는 활동, 행위는 사물이나 물질의 매개 없이 인간들 사이에서 직접적으로 이루어지는 유일한 활동이다. 이 활동들은 인간이 지상에서 삶을 영위할 때 주어져 있는 기본 조건들과 각각 일치하기 때문에 근본적인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노동의 조건은 삶 자체이고, 행위는 다수의 인간이 지구에 살고 있고 그들과 사회적.정치적.기능적으로 연계되어 있기에 다수성은 절대적인 조건이다. 육체의 노동과 구별되는 작업은 주어진 재로를 가공하는 것으로써 무한히 다양한 사물을 제작하며, 이 사물의 총계는 인공세계를 구성한다. 모든 단일 사물은 인위적 세계에서 머물다가 여러 세대가 교체되면서 대체될 수 있는데, 사용을 통해 소모되는 것은 지속성이다. 지속성이란 사물들에게 그것을 생산하고 사용하는 인간으로부터의 상대적 독자성과 객관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세계의 사물은 인간의 삶을 안정시키는 기능을 하며, 사물의 객관성은 정체성을 확보할 수 있다. ㅡ 오래 전에 읽었던 아렌트의 <인간의 조건>에서 읽었던 기억나서 겹쳐지는 부분을 같이 읽었습니다. 몇 군데 정리가 안 되서 일단은 같이 읽은 내용들을 일부분만 정리해보았습니다.
오래전 읽은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잘 몰랐던 악의 평범성을 "담벼락에 대고 말하는 것처럼"을 읽으면서 생각하지 않는 자의 문제점을 알게 되었네요. 평범한 누구나 악이 내재되어있다고 오해했는데 그런 의미가 아니라는 것이지요. 우리의 문제는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 그것이 악이 된다는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마치 담벼락에 대고 말하는 것처럼 말이 안 될 정도로 어리석은 사람이었어요. 이것이 제가 말하는 평범성의 의미입니다. 거기에는 뭔가 깊은 구석이라고는 아예 없어요. 악마와 같은 것도 없고요! 다른 사람이 무슨 일을 겪는지 상상조차 꺼리는 거부감이 있을 뿐이죠." 402쪽 아렌트가 아이히만을 지성적이지만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지적하는 부분입니다.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은 다른 사람의 입장을 생각하지 못한다는 것, 아예 거부하는 것이죠. 여기서 공감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네요. 공감할 줄 모르는 것은 스스로 담벼락에 자신을 가두어 버리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어쩌면 그 담벼락이 있는 줄도 모르는 무능을 말하는 것이죠. 한나 아렌트처럼 자신의 안에는 아무도 없다도 말할 수 있나 생각해봅니다. 스스로 "다른 모든 사람의 처지에서 생각"(403쪽) 줄 아는지 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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