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밤] 16. 하루키 읽는 밤 @수북강녕

D-29
모히토티 너무 맛있었습니다! 수북강녕에는 어쩌다보니 추울때만 와 보게 되었는데 너무 포근하고 좋은 장소인것 같아요.
생각해보니 하루키를 좋아한다고 떠벌리고 다녔지만 하루키 작품이 원작인 영화는 하나도 보지 않았네요. 드라이브 마이카도 찾아서 봐야겠습니다. 토니 다키나니도!
오늘도 아낌없이 퍼주신 @수북강녕 책방지기님과 먼 걸음 해주신 여러분들 (인천과 용인 등등 ㅜ.ㅜ) 덕분에 따뜻하고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플러스 알파 시간엔 하이볼까지 함께 했네요. 어두운 그믐밤 모두 조심히 들어가시길요~
늘 따순 그믐밤입니다. 하루키에 대해 많이 배우고 왔습니다. 다들 조만간 또 만나요.😁 @수북강녕 님 장소.음료.다과.하이볼까지 최고였어용
@스마일씨 언제나 어마어마한 양과 질의 책을 읽으시는 북스타그램을 보며 놀라고 있어요 ^^ 챙겨주신 선물도 감사했고요 곧 또 뵙지요~
지난 3,4,5월, 도스토옙스키 읽기 그믐밤을 수북강녕에서 3개월 연이어 진행할 때의 일인데요, 『죄와 벌』이나 『악령』 같은 장편의 중간 어느 부분을 이야기해도, '어느 쪽수에 나오는 어떤 인물과 무슨 사건에 대한 이야기'인지를 알아채고 공감하며 감상을 나눌 수 있다는 게 정말 신기한 경험이었거든요 그런데 오늘 하루키 모임에서는 어느 한 권의 책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수십 년에 걸친 작가의 저서에 대한 이야기임에도 제목과 주인공, 벌어진 사건과 정서에 대해 광범위한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이야기 나눌 수 있어 더욱 신기했어요 다자키 쓰쿠루가 내 마음에 와닿았던 그 시절, 백퍼센트의 여자 아이에게 딸기 쇼트 케이크를 사주는 기분, 국경의 남쪽에서 피폐해지다 못해 바스러진 첫사랑을 애도하는 마음, 그림자와의 아픈 이별 후 제 갈 길을 찾아가는 모습까지, 모든 장면과 느낌이 손에 잡힐 듯 다시 와닿는 밤이었습니다 ♥ 오늘 얼굴 마주하고 함께 이야기 나눠 주신 분들께 감사드려요 아직 온라인 모임이 계속되고 있으니 못다한 이야기 또 나눠 보는 걸로요 저도 『언더그라운드』에 대해 더 이야기하고 싶네요 ^^
언더그라운드 사두기만 하고 못 읽었는데 저도 읽고 싶습니다 ㅠㅠ
수북강녕 따뜻하고, 포근했습니다. 있는지도 몰랐던 단편들도 읽을 리스트에 올랴봅니다! 저는 하루키를 읽은지 3년정도 밖에 되지 않아서 몰랐는데 오랫동안 지켜보신 분들의 생각은 또 이렇구나 하고 알게되고요!!
@지금 와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살짝 엿보니 인생책 가운데 『면도날』을 꼽으셨군요 하루키가 아주 좋아한 책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
어제 모임 즐거웠습니다. 은평한옥마을도, 수북강녕도 처음이라 날은 추웠지만 겨울 찬공기 아래 또렷한 북한산이 기억에 남네요. 게다가 하루키 만렙이신 분들과 대화를 나누니, 읽어보고 싶은 작품, 다시 읽어봐야겠다 싶은 작품도 많이 생긴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해변의 카프카”를 완독 했습니다! 완독을 하고나니 저는 중고등학생때부터 호밀밭의 파수꾼, 수레바퀴 아래서의 주인공들에게 공감하지 못하고 답답해하는 성격이라.. 다무라 카프카군의 서사에서 홀든 콜필드가 떠올랐던 것이 생각보다 진도가 더뎠던 이유이지 않았나 싶네요. 그런데 다무라 카프카군이 입구의 돌을 열고 들어간 산속의 세계가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속의 세계의 끝과 비슷해서(기억을 보관하는 도서관, 벽으로 둘러 쌓인 세계, 어딘가 죽어있는 마을) 이번 신간까지 3권이 뭔가 유사한 주제와 소재인 것 같아 함께 읽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원래 다음 진도는 기사단장 죽이기였으나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을 집어들었네요. 모임에서 이야기 하신 분들처럼 저는 1부와 2부 중 어느 부분이 더 재밌게 읽히려나 기대됩니다. (+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의 마지막 결론부분이 슬프다는 분들이 계셨는데, 다무라 카프카군은 아무래도 16세 이다보니 뒤돌아 보지 않고 그 세계를 잘 빠져나옵니다. 이 부분에서 이동진 작가님의 글이 생각나 블로그 링크 하나 첨부합니다. https://m.blog.naver.com/lifeisntcool/220277185788)
@hongsul 완독 축하 드립니다! 더 읽고 싶은 마음이 생기셨다니 정말 반갑습니다 써주신 내용도 아주아주 흥미롭고요 세계의 끝이 더 좋은지, 하드보일드 원더랜드가 더 좋은지에 대한 마음이 저마다이듯, 카프카에 대한 이해와 감정도 그럴 것 같습니다 인생책이 『호밀밭의 파수꾼』인 저이지만, 마음만 있고 대책은 없는 홀든 대비, 다무라 군은 상당히 성숙하고 제 앞가림을 잘 하는 것으로 느껴졌거든요 ㅎㅎ 이 작품에서는 나카타 상과 호시노 청년의 관계도 아주 좋았어요 조금씩 부족한 이 두 사람이 마음을 합쳐 '조니 워커'라는 거대악에 저항하는 모습을 보며, 저도 정의를 실현하겠노라며 주먹을 불끈 쥐며 읽었었거든요 ^^ 하루키가 가장 싫어해 악마 같은 존재로 표현하는 대표적 인물이 『해변의 카프카』에서는 조니 워커, 『태엽 감는 새 연대기』에서는 와타야 노보루가 아닌가 싶어요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에 나오는 장인이나, 멘시키, 고탄다 등등은 좀 덜한 것 같고요 한편,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의 노인 박사나, 도불벽의 도서관장 같은, 악역이라고 하기보다는 만물박사, 키맨 느낌의 중노년층 남성도 등장하는데, 『해변의 카프카』의 나카타 상은 이와는 또 다른, 상당히 보기 드문 주연급의 노인으로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인물이고, 호시노 청년은 하루키의 단골 캐릭, 지적 수준이 높고 읽고 쓰기에 종사하는 젊은 남성이 아니라 새로운 인물로 느껴졌어요 시코쿠 가시면 '입구의 돌'을 실제로 신사에서 찾아보시겠군요! 하루키를 좋아해 회사를 그만두고 하루키 작품 속 장소를 여행한 책이 있어 소개해 봅니다 고베, 교토, 시코쿠, 도쿄를 다 돌았다는, 부럽기 그지없는 이야기예요 ^^
하루키를 찾아가는 여행 - 파인딩 하루키 여정을 따라하루키 관련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10여 년 동안 하루키의 작품을 옆에 두고 읽어 온 하루키 팬이 하루키 문학 속의 장소들로 여행을 떠났다. 하루키 문학의 근원인 한신칸을 시작으로 교토와 효고 현, 시코쿠, 도쿄, 홋카이도 등 5개 지역으로 나누어 여행지를 소개한다.
고통이나 분노, 실망, 체념, 그런 감각도 뭔가 또렷하게 와닿지가 않았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렇듯 깊이와 무게를 상실해버린 자신의 마음이 어딘가로 맥없이 떠내려가지 않도록 단단히 묶어둘 장소를 마련하는 것 정도였다.
여자 없는 남자들 기노,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정쏘주 마침 「기노」의 한 구절을 보내 주셨군요 이 작품에서는 평범한 칵테일을 마시면서 기노를 수호?하는 '가미타' 캐릭터가 개인적으로 좋았는데요 ^^ 맞는 여성의 부분은, 역시, 이 단편을 더 확장 변주하여 서사를 촘촘히 다지면 모를까, 굉장히 많은 부분이 생략되어 있는 느낌이었어요...
@수북강녕 책 추천 감사합니다. 여행 전에 꼭 읽어봐야겠네요!😆 저는 태엽 감는 새 연대기의 와타야 노보루는 "절대 악"의 상징이라는 느낌이 강했다면 해변의 카프카에서의 조니 워커는 그 만의 서사가 궁금해지더라구요! (대체 피리 만들어서 어쩌겠다고 저러는 건지 이유가 있을 것이 아닌가..) 게다가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의 노인 박사는 애초에 모든 사건의 단초를 제공한 인물이 너무 무책임하여 얼척없다 생각하며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어제 글을 쓰고 주신 댓글을 읽다 생각해보니, 해변의 카프카에서 다무라 카프카와 호시노 청년은 성장 캐릭터로서 정반대인 것 같습니다. 공허하고 후회되고 이미 많은 잘못으로 더러워져 영원히 회복되지 않을 것 같은 과거(시간)와 나 자신에 대해 다무라 카프카군은 정화를 위한 자신만의 (다소 자기파괴적인) 의식 끝에 "자, 이제 나는 새로운 나야. 지금부터 다시 시작!" 한다면, 호시노 청년은 "이제 와서 모두 없던 일로 돌릴 수 없잖아? 그 나름대로 좋지 않아?"하는 느낌이랄까요.. 제가 호시노 청년에게 좀 더 호감을 가지고 책을 읽은 이유인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하루키 소설의 캐릭터들은 호시노 청년보단 다무라 카프카군 계열인 것 같아, 하루키는 역시 스스로를 좀 피곤하게 하는 스타일이다 싶습니다..
@hongsul 원더랜드 박사님은 요즘 말로 하면 '설명충'... 말씀하신 것처럼 모든 사건의 단초를 제공하고, 또 그걸 다 말로 설명해 주고, 근데 또 오동통한 손녀딸은 그래도 할아버지가 최선이었다고 편들고 헤헷~ 하루키의 전통적인 주인공들이 쿨한 게 아니라, 호시노 청년이 사실 더 쿨한 셈이죠? 미련 갖지 않으면서도 소신껏 할 일 다 제대로 하는 ^^
시스템(고도관리사회)은 거기에 적합하지 않은 인간은 고통을 느끼게끔 개조한다. 시스템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은 '질병'이며, 적합하게 만드는 것은 '치료'다. 이렇게 해서 개인은 자율적으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파워 프로세스를 파괴당하고, 시스템이 강요하는 타율적 프로세스에 포함되었다. 자율적 파워 프로세스를 갈구하는 것은 시스템 내에서는 하나의 '질병'으로 치부되는 것이다. 잡지 『세카이(世界)』 1996년 6월호, 오치 미치오 (미국 연쇄 폭탄 테러범 유나바머가 <뉴욕 타임스>에 게재한 논문의 일부 인용)
언더그라운드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이런 문장이 담겨있었군요. 자아, 내 느낌,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는 행동들이 특히나 질병처럼 여겨지는 게 아닌가 .. 생각하게 됩니다!
얼마 전 그믐에서 잭 더 리퍼에게 희생된 다섯 여자의 이야기, 『더 파이브』를 함께 읽었는데요 피해자보다 살인자의 서사에 관심을 가지고 스캔들에 열광하는 대중들이 그간 대부분의 시선을 연쇄살인마에게 집중해온 대신, 아무 이유 없이 죽어간 피해자들의 나고 자람, 일과 가정, 삶과 생각을 하나하나 짚어보는 책이었습니다 『언더그라운드』 역시 피해자들이 어디서 태어나고 어떻게 자라 어떤 일을 하고 있었는지 사건 당일은 어땠는지를 상세히 기술하고 있습니다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에 하루키가 등장시킨 지하 세계의 공포스런 존재 '야미쿠로'와 연관지어 이야기하는 부분도 흥미로워요
더 파이브 - 잭 더 리퍼에게 희생된 다섯 여자 이야기‘잭 더 리퍼’라는 살인자에게 희생됐던 이들의 삶과 죽음에 관해 이야기한다. 살인자는 시대를 뛰어넘어 세계적인 아이콘으로 주목받아온 반면, 그에게 살해당한 다섯 명의 여자는 오로지 ‘매춘부들’로 불렸고 자극적인 ‘시신’의 모습으로만 소비되었다.
열여섯 번째 그믐밤은 다시 정겨운 수북강녕입니다. 처음 은평구 한옥마을을 찾았을 때만 해도 여기가 어딜까? 운치 있지만 모두가 비슷해 보였던 낯선 한옥집들 사이 조금은 어리둥절했는데요, 이제는 익숙한 발걸음으로 척척 찾아갑니다. 버스에서는 @스마일씨 님을 우연히 만나 정답게 수다를 떨며 책방으로 향했어요. 나름대로 그믐밤 시작하기 전 여유있게 도착했다고 자신했는데 일찌감치 도착하신 @챠우챠우 님과 @동키돈키 님은 이미 재즈를 들으며 책방에서 차분히 책을 읽고 계셨어요. 그믐밤은 저녁 7시 29분에 시작해서 보통 1시간 반 남짓, 두 시간 정도가 소요되는데요, 매번 함께 하는 시간이 짧게 느껴지곤 합니다. 그믐밤이 끝나고 나면 날이 어두워 집에 돌아가는 교통편 문제로 다들 아쉬운 발걸음을 떼시는데, 이렇게 조금 일찍 오셔서 여유 있게 책방도 구경하고 책도 읽으시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드라이브 마이 카>가 서점의 흰 벽 한편에 플레이되고 은은한 재즈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그믐밤을 시작했어요. 각자 언제 하루키를 처음 읽게 되었는지 나누었고요, 자신만의 키워드로 하루키를 표현해 보았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하루키는 청춘에 읽어야 다가오는 작가라고 생각했는데요, 의외로 중학생 시절에 접한 분들이 많아 신기했습니다. 또 처음부터 인상적이었다기보다는 나중에 우연한 기회로 하루키를 다시 읽고 그에게 빠진 분들도 계셨구요. 그 시절 하루키로 대표되었던 쿨함, 혹은 허세, 개인주의의 등장과 세련된 라이프스타일, 작가의 꾸준한 활동들, 닮고 싶은 인생 선배로서의 하루키, 마초적이지 않은 현대 남성, 자기 취향에 대한 고집과 성실함, 하루키는 담배 연기다 등등 여러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2부에서는 각자가 꼽는 하루키 베스트를 나누기도 했는데요, 겹치는 작품이 하나도 없어 다시 한 번 그의 방대한 작품 세계에 놀라기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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