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밤] 16. 하루키 읽는 밤 @수북강녕

D-29
얼마전까지는 최애 작가였는데, 이 정도는 맞춰야죠. 그리고 저는 시골에서 자라서 그런지 실제 우물이 주는 시각적인 공포를 경험해봐서 더 각인이 된 것 같습니다.
@챠우챠우 지금은 최애 작가가 바뀌었다는 말씀이군요 -_- 하루키를 대신해 안타까워하며,,, 혹시 지금은 어떤 작가를 가장 좋아하시게 되었는지도 궁금합니다 하루키의 여러 작품에 등장하는 '우물'을 읽었지만, 제 경우에는 뭐니뭐니해도 『태엽 감는 새』의 마른 우물이 가장 황당하고, 모호하고, 무서웠어요 과연 누가 주인공을 꺼내주게 될까, 지상으로 나올 수 있기나 할까 싶은 초조함 속에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심지어 우물 위에서 '말'만 시키고, 시.험.에 들게 하며, 꺼내주지는 않는 인물도 등장해서요)
저도 '태엽 감는 새'에 나오는 우물이 가장 먼저 떠올랐습니다. 태엽 감는 새를 읽었을 때가 고등학생 때였는데, 하루에 한 권씩 다 읽어서 매일 서점에 사러 갔더니, 사장님께서 '학생 다 읽기는 하고 사가는거야?' 라고 물으셨던 기억이...ㅋㅋㅋ 최애 작가는 동정 없는 세상으로 데뷔한 박현욱 작가님이 될 뻔 하였다가 후속작이 안나오는 바람에 약 5년전부터는 장강명 작가님으로 바뀌었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 박현욱 -> 장강명 뭔가 흐름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네요.
동정 없는 세상 - 제6회 문학동네신인작가상 수상작제6회 문학동네 신인작가상 당선작. 열아홉살 소년을 주인공으로 한 제6회 문학동네 신인소설상 당선작. 주인공은 이제 막 수능을 치렀으나 대학 같은 데는 별로 가고 싶지 않고 꿈이 있다면 오직 여자친구 서영과 '한번' 하는 것뿐인, 피끓는 십대다. 지은이는 이 작품을 성장 없는 독특한 성장 소설, '동정(童貞/同情) 없는' 우리 시대의 우화로 만들어 놓았다.
아내가 결혼했다 - 박현욱 장편소설문학동네 한국문학 전집 시리즈 18권. 제2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2008년 정윤수 감독에 의해 동명의 제목으로 영화화되면서 다시 한번 ‘아내가 결혼했다’라는 논쟁적 주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새는전작의 주인공이 '한 번 하고 싶어' 안달이었다면 은호는 은수를 '한 번 보고 싶어' 신문배달을 하고 하루에 열 네 시간씩 기타를 치고 도서관에서 고전을 탐독하고 정석과 성문 기본 영어를 통째로 암기한다. 지독하고 무식하고 순수해서 웃다가 시큰 눈물이 날 정도다.
오! 박현욱 작가님 저도 좋아해요. <동정 없는 세상> 정말 재미있죠. 그러고 보니 새 작품 소식을 근래 들은 적이 없네요.
네, 궁금해서 SNS 도 검색해보고 했는데 근황을 알기 어려웠습니다. 아쉬워요. ㅠㅠ
@챠우챠우 최애 작가님이 장강명 작가님이 아닐까, 혼자 추측해 보았답니다 ^^ 『아내가 결혼했다』는 (흔한 남편의 중혼 대신) 아내의 중혼이라는 점에서 제게 대단히 매력적인 작품이었어요 ㅎㅎ 헝가리를 배경으로, 매력적인 한 여성과 사랑하는 세 명의 남자 이야기인 영화 『글루미 선데이』라든가, 아픈 시행착오 끝에 다양한 사랑을 아우르는 소설 (스냅챗 시대의 샐린저로 불리는, 『노멀 피플』의 작가 샐리 루니의) 『친구들과의 대화』 같은 작품에서 비독점적, 비배타적 다자간 연애에 대해 흥미롭게 읽었는데, 박현욱 작가님이 유쾌한 직진으로 그려낸 『아내가 결혼했다』 역시 너무 재미있었거든요~
네, 당시에 양다리를 걸치고 있던 여자친구 때문에 마음 고생을 하던 시절이었는데 소설을 읽으면서도 제가 너무 감정이입이 되어서 자다가도 벌떡벌떡 일어났던 기억이 납니다. 그 만큼 잘 쓴 소설이라는 거겠죠~ 박현욱 작가님이 인터뷰에서 밝히신 적이 있는데 아내가 결혼했다에서 두 집살림을 하지만 너무나도 사랑스러원 아내 캐릭터를 만드느라 엄청 고생했는데 영화에서는 손예진씨가 한 번 웃으니까 다 해결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아내가 결혼했다>를 재밌게 읽긴 했는데요. 저는 소설 속 남편도 남편이지만 그 아내도 이해가 안 되더라구요. 아니 한집살림도 어려운데 어떻게 두집살림을 합니까? ㅎㅎ 소설속 아내의 삶이 전 너무 바쁘고 힘들게 느껴졌어요. 차라리 원나잇(?)으로 바람을 피운다면 이해를 하겠는데, 하나의 집구석도 부담스러운데 왜 가정을 두개씩 꾸리는지 그 점이 저로서는 읽으면서도 납득이 가지 않았습니다. -_-
생각해보니 그렇네요... 저도 아무리 생각해봐도 엄두가 안 나네요.
@김새섬 퀴즈를 맞추기 위해 책을 다시 들춰 보신다면 그것도 너무 좋을 것 같아요 검색을 통해 맞춰 주셔도 좋고요 ^^ 함께 읽는 분들에게 알리고 싶은 작품이나 인물, 소재가 있다면 서로서로 문제를 내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
@구수박 @수북강녕 저 역시 상실의 시대는 읽은 지 너무 오래되어.. (중학교 때 처음 읽고, 대학교 때 다시 한번 읽어본 것이 마지막인 것 같네요.) 다른 분들은 책도 찾아보지 않고 바로 퀴즈를 맞추다니 대단하시네요.
열다섯번 째 생일이 찾아왔을 때, 나는 집을 나와 멀고 낯선 도시로 가서, 자그마한 도서관의 한쪽 구석에서 생활하게 되었다.
해변의 카프카 - 상 - 개정판 19p,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춘미 옮김
해변의 카프카 - 상 - 개정판무라카미 하루키의 장편소설 <해변의 카프카>. 23년 하루키 문학을 집대성하는 소설이며, 하루키 스스로 "심혈을 기울여 완성했고 자신이 지닌 모든 것을 쏟아 부은 작품이며 지극히 만족스러운 작품"이라고 말한 바 있다. 개정판 반양장본.
무력감-아마도 이 무력감에서 피폐가 솟아나고 있을 것이다. 거기서는 출구가 입구이고 입구가 출구이다. 아무도 거기서 빠져나올 수 없다. 그곳은 차갑고 희미한 어둠에 싸여 있다. 밤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밝고 낮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어둡다. 그런 희미한 어둠에 휩싸일 때 나는 올바른 방향과 시간을 잃어버린다. 또한 나는 과연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 일인지를 알 수 없게 된다.
[그믐밤] <먼 북소리> p.35
어디를 가든 마찬가지야, 하고 그들은 내게 말한다. 아무리 멀리 가도 소용없어, 붕붕붕붕. 어디로 가든 우리는 끝까지 따라갈 거야. 그러니까 당신은 결국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당신은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마흔을 맞이하게 될 거야. 그리고 그렇게 나이만 먹어갈 거야. 아무도 당신을 좋아하지 않을 테고, 그건 날이 가면 갈수록 더 심해질 거야. 아니, 그렇지 않아! 하고 나는 말한다. 나는 이제부터 제대로 소설을 쓸 거야. 사라지는 것은 너희들이야.
[그믐밤] <먼 북소리> p.35
화제로 지정된 대화
☾ 두번째 게릴라 퀴즈~! 수북강녕이 자리한 은평한옥마을은 오늘 날씨가 참 좋았습니다 북한산 단풍이 울긋불긋, 가을이 깊어가는 느낌이 제대로였어요 괜히 마음이 들뜨고 책이 잘 읽히지 않는 날이었습니다 ^^ 그래서, 오늘은 음악을 들어 보기로 합니다 ♬ 하루키의 작품 속에는 클래식, 재즈, 올드 팝 등 다양한 음악이 등장하는데요 『무라카미 하루키의 100곡』은 하루키의 작품별, 장면별 등장 음악을 총정리해 주는 책이라 아주 재미있어요 작품 속에 해당 음악이 나오는 정황, 등장 인물의 주요 대사뿐 아니라 앞뒤 관계와 간단한 해석을 덧붙이고, 하루키뿐 아니라 음악가에 대한 사연도 소개하고 있답니다 이 책을 참고해서 두 개의 음악 퀴즈를 내보려고 하는데요 ^^ 정답을 둘 다 아시더라도 하나씩만 맞춰 주시면 어떨까요? 책의 장면을 떠올리며 문제의 곡을 들어 보시는 것도 추천합니다~ Q1. 무라카미 하루키는 비틀스, 비치 보이스, 도어스, 밥 딜런 등의 팝송을 작품에 많이 인용했는데요 마이클 잭슨에게는 인색했어요 딱 한 곡의 노래만 세 편의 대표 장편에 등장시켰다고 하거든요 『댄스 댄스 댄스』, 『태엽 감는 새』, 그리고 『1Q84』에 나오는 마이클 잭슨의 곡은 무엇일까요? ★ 『1Q84』에 나오는 음악?! 하면 대부분은 소설 첫 장면에 강렬하게 등장하는 야나체크의 '신포니에타'를 떠올리실 텐데요 주인공 아오마메가 '신포니에타'를 듣고 다른 세계로 건너갈 때 마이클 잭슨의 이 노래가 나오고, 아오마메는 비상계단을 통해 탈.출.하기 위해 거추장스러운 옷가지를 벗으며, '스트립쇼 무대에 오른 것 같네'라고 생각합니다 『댄스 댄스 댄스』와 『태엽 감는 새』에서도 살짝 언급되는 곡, 마이클 잭슨이 전설적인 문워크를 선보인 이 곡의 제목을 맞춰 주세요~! ...... is not my lover / She's just a girl who claims that I am the one / But the kid is not my son ♬ Q2. 다음은 클래식입니다 하루키는 작품 제목과 연관 있는 곡을 등장시키는 것 같기도 해요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에는 「The end of the world」가 흐르고,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에는 「Sound of the Border」가 나오는 것처럼요 『태엽 감는 새』는 제목에 '새'가 들어가는 만큼, 1권 1장부터 '새' 이야기로 시작하는데요 소설의 첫 단락에 등장하는 음악 제목부터 '새' 이름이 나옵니다 "부엌에서 스파게티를 삶고 있을 때, 전화가 걸려 왔다. 나는 FM 방송에서 흘러나오는 로시니의 「○○ ○○」 서곡을 따라 휘파람을 불고 있었다. 스파게티를 삶기에 더없이 좋은 음악이었다." 오페라 작곡가 로시니가 하룻밤에 완성하였다는 이 곡은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 『시계태엽 오렌지』에서 아주 불편한 폭력 장면에도 배경음악으로 등장합니다 로시니의 오페라 속에서는 '은수저와 은포크를 훔쳐가는 까치'를 일컫는 매우 직관적인 제목인데요 『태엽 감는 새』에서는 첫 장면에 등장할 뿐 아니라, 아내가 가버린 다른 세계의 호텔 208호실 앞에서 커티샥 쟁반을 든 보이가 '주문처럼' 무한 반복해서 부는 휘파람으로도 다시 등장하며 소설의 마무리로 향해 가는 역할을 합니다 이 곡의 제목은 무엇일까요? *** 맞추시는 분은 수북강녕에 오시면 작은 선물을 드려요 ***
무라카미 하루키의 100곡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에 등장하는 100곡의 음악을 록, 팝, 클래식, 재즈 등 장르별로 정리하고, 그 음악을 친절히 해설하면서 하루키 작품에서의 의미나 역할, 작가와의 연결고리를 알아보는 약간은 특이한 문학+음악 가이드북.
Q2 정답은 도둑까치 입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100곡”을 읽어보고 싶은 뽐뿌가 느껴지는 퀴즈였습니다. 클래식에 한정되긴 했으나 전 오래되고 멋진 클래식 레코드가 출간되고 나온 아래 유투브 영상을 책 읽으면서 자주 틀어두곤 해요! https://youtu.be/zz2JRoNp0og?si=kIR64srWyKjq4OyK
@hongsul 정답입니다! 『태엽 감는 새』에서 문제의 호텔 208호실로 벽.을.통.과.해. 들어간 '나'는 호텔 보이가 휘파람으로 부는 「도둑 까치 서곡」의 무한 반복을 들으며 이 오페라의 내용이 무엇일까, 이곳에서 나가면 찾아 보리라 생각하는데요 저 역시 이번 퀴즈를 내면서 로시니의 오페라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게 되었네요 ^^ 하루키의 작품에 등장하는 음악들이 초기에는 올드 팝 중심이었다가 어느 순간 클래식으로 넘어갔다고들 하지요 오프모임 그믐밤에는 링크 걸어주신 유튜브를 틀어 두겠습니다 ^^
그렇다면 저는 첫 번째 질문에 답해보겠습니다. (왠지 이 질문 아니면 앞으로 맞출 가능성이 없을 듯 하여 얼른 손들어 봅니다.ㅎㅎ) Q1 정답은 마이클 잭슨의 Billie Jean. 이 곡이 하루키 책에도 등장했었군요. https://www.youtube.com/watch?v=Zi_XLOBDo_Y
<먼 북소리>의 주된 배경은 이탈리아와 그리스지만 뒷 부분에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음악제 이야기도 잠깐 나옵니다. 하루키가 부인과 함께 재즈 바를 운영한 것은 유명할 텐데요. 재즈와 함께 클래식 음악에 대한 조예도 깊고 애정이 큰 것 같네요. 저도 재즈를 좋아해서 집에 항상 틀어 놓는데요, (jazzradio 의 구독자) 얼마 전에 남편이 클래식 음악을 듣고 싶다며 클래식 라디오 채널을 틀어서 좀 들어보려 했는데 영 못 듣겠더라구요. 재즈는 틀어놓고 일도 하고 뭘 하든 신경이 거슬리지 않는데 클래식은 "제발 날 들어" 라고 소리치고 있는 느낌이라 저절로 귀가 쫑긋해지고 정말 "듣게" 되어서 플레이를 일부러 안 하고 있어요.
@김새섬 정답입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맞춰 주시는 걸로요 ^^ 로시니의 오페라 못지 않게, 마이클 잭슨의 Billie Jean에 대해서도 그 배경이나 가사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을 이번에야 알았어요 "노래 속의 주인공은 매혹적인 빌리 진이라는 여성과 클럽에서 섬씽이 있었는데 얼마 뒤에 그녀가 아이를 데리고 와서는 주인공에게 당신의 아들이니깐 그에게 책임지라고 외친다. 주인공은 '그녀랑 섬씽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고 그녀가 아름다운 것도 맞지만 그녀는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고 아이도 나의 아이가 아닙니다!'라고 주장하는 내용이다." 나무위키에서 이 노래에 대해 요약한 설명입니다 마이클 잭슨이 직접 작사, 작곡, 편곡을 맡은 이 곡 속 '빌리 진'의 실제 모델은 무려 브룩 실즈라는 설도 유력했다고 합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100곡』에서는 이 곡의 가사 중 "People always told me be careful of what you do / And don't go around breaking young girl's heart / And mother always told me be careful of who you love / And be careful of what you do 'cause the lie becomes the truth" 라는 부분을 언급하며, 거짓이 진실이 되는 것을 조심하라는 의미심장한 가사가 『1Q84』의 세계와 맞닿아 있다고 해석하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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