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밤] 16. 하루키 읽는 밤 @수북강녕

D-29
저는 아무래도 『1Q84』의 아오마메를 꼽지 않을 수가 없네요 워낙 좋아해서 靑豆라는 닉네임을 쓴 적도 있답니다 ^^ 하루키는 (장편소설에서) 20년 동안 1인칭 화자를 써왔다고 알려져 있는데, 단편소설에서는 여성 주인공, 여성 화자를 내세운 작품도 볼 수 있거든요 하루키가 '다양한 세계관과 관점이 어우러진 종합소설'을 쓰기 위해 인칭을 변화시키게 되면서, 장편소설 『1Q84』에서는 (덴고와 밸런스를 유지하기는 했지만) 아오마메라는 걸.출.한. 여성 주인공을 등장시키고 있는데요 1인칭에서 3인칭으로의 변화, 남성 주인공에서 여성 주인공으로의 변화와 더불어, 무심함을 가장하고 회피하거나 일부 포기하며 수용하는 주인공 대신, 강력하게 참여하는 주인공으로 변화시킨 인물이 바로 킬.러. 아오마메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날 그냥 내버려둬'에서, '힘을 모아 응징하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는 없다'로 분연히 바뀌었다고 믿고 싶어요 '1980년대 후반까지 하루키의 모든 소설의 화자는 상당히 깔끔하면서도 담담하고 자폐스러우면서도 감각적인 성격과 취향이 있는 '나'에 국한돼 있었으나 1990년대 이후에는 장기간 미국 체류에 따른 영향, 불혹을 넘긴 나이에 따른 작가의 내면 성장으로 말미암아 타자에서 자발하는 무심함(detachment)에서 헌신(commitment)으로 변하기 시작한 세계관이 보이기 시작한다. (나무위키 中)' 『1Q84』의 아오마메야말로, 냉정한 판단력, 출중한 실력, 강인한 체력, 놀라운 집중력, 그러면서도 정서적 공감 능력과 사람에 대한 애정으로 헌신할 자세를 갖춘 제 최애 캐릭터입니다 ♡
저는 『1Q84』를 읽지 못해서 아오마메 캐릭터를 몰라요. 『1Q84』가 기존 하루키 소설과 결이 많이 다르다고 하더라구요. 내면으로 침잠하는 다른 소설들에 비해 이 작품은 바깥 세상과의 연결고리를 보여주고 이야기의 재미적 요소도 뛰어나다고 들었네요. 아오마메라는 인물의 이름을 들으니 '에다마메'라는 이자카야의 초록콩 안주가 의식의 흐름대로 떠오르네요. 다음에 읽을 하루키 책은 『1Q84』가 될 것 같아요.
(수북강녕님과 다른 분들의 댓글에 놀라면서) 하루키 소설에서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를 고르기엔 저는 기억력이 부족하여 지금 읽고 있는 "해변의 카프카"에서라도 골라보려고 했습니다만.. 주인공 고무라 카프카에서부터 시작하여 한명씩 떠올리니 "가장 좋아하는" 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기엔 모든 인물들이 성격적인 결함과 함께 하나씩은 마음에 걸리는 점이 있어 제가 개별 인물에 공감해서 하루키 소설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예를 들면 지금 막 上권을 다 읽은 시점에서는 해변의 카프카에서는 아무래도 "오시마상"이 가장 유력한 후보였는데요. 하루키 소설의 다른 캐릭터처럼 오시마상은 문학, 음악 등에 박학다식할 뿐만 아니라 확실한 취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유려한 말솜씨를 자랑하는 조력자의 역할입니다. 하지만 도서관 실태조사를 하러 방문한 여성단체 회원들과의 대화 장면을 보면 물음표🙄가 떠오르면서 하루키는 캐릭터의 성적 취향을 드러내는 방식을 꼭 이렇게 했어야 했을까하는 의문이 남습니다.
@hongsul 오시마상이야말로, 제가 가장 원하는 도서관 사서의 모습인 것 같아요 『도불벽』의 도서관장은 상당히 부담스러운데 (의상이나, 지하 패닉룸이나, 다른 기묘한 사건들까지), 오시마상이 마주하는 사건들도 하권으로 갈수록 꽤 부담스러워지지만 그래도 평상시에 아주 할 만한 사서라는 생각이 들어요 말씀하신 것처럼 박학다식하고 취향도 고급스럽고 소통능력도 좋고요 ♡
저는 읽은 책이 미천해서 굳이 찾아보자면, 하루키 에세이의 주인공 하루키인 것 같습니다. 일단, 하루키 열풍 속에서도 하루키 작품을 소싯적에 읽지 않았던 건 주변 사람들의 지나친 우상화!와 열광이 꼴 보기 싫어서였던 것 같아요. (ㅎㅎ 뭐 어렸을 때니까요.) 그런데 희한하게 장편은 읽을 생각을 한 번도 안 했는데 단편집과 에세이는 조금 읽게 됐어요. 아마도 출판사의 엄청난 마케팅 때문이었다고 생각해요. 하루키 근작이라 그런지 제 인상에 강하게 남는 작품은 없었어요. 에세이를 읽었을 때 하루키 씨는 조금 귀엽기도 하고 애 같기도 하고 성숙한 어른 같기도 하고 좀 다양한 면이 보이는 것 같아요. 지나치게 시대적이거나 정치적이지도 않고요. 그래서 저는 그 분명하지 않는 지점들 때문에 하루키 씨에 빠지지 않았던 것 같고요. 그리고 곱씹게 되는 문장이 또 제 눈엔 잘 안 걸리더라고요. 어떤 책은 매 페이지에 인덱스가 붙었는데 지금 읽는 하드보일드도 그렇고... 티셔츠와 재즈를 좋아하는 것은 무척 마음에 들지만요. ㅎ 참, 제 친구는 상실의 시대를 읽고 나서 미도리사워를 늘 마셨거든요. 이유는 기억 안 나고 책에 미도리라는 여자가 나오는 건 알아요. 책에도 칵테일이 나오나요?
@스마일씨 제가 아는 분 중 '독력'으로 으뜸 레벨이신 스마일씨 님께서 읽은 책이 미천하다고 하시니 ㅎㅎ 하루키 에세이를 보면 아내와의 몇 가지 에피소드도 굉장히 소소하고 평범하며 건강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소설 속 주인공들처럼 다크하고 심각하지 않은 느낌이요 ^^ 『상실의 시대』에 등장하는 미도리가 실제 하루키의 배우자와 상당히 닮아 있다고도 하던데요, 미도리가 즐겨 마시는 술은 보드카 토닉으로 나온답니다 다음 번 퀴즈? 대화 주제? 로 하루키 작품 속의 술과 음식에 대해 이야기 나눠 볼까 싶어요 ♡
저는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에서 '댄스댄스댄스'로 이어지는 연작의 주인공을 가장 좋아합니다. 어처구니없는 일에 휘말리면서도 위트를 잃지 않고, 시니컬함을 끝까지 유지하는.
@챠우챠우 아무래도 초기 작품에 등장하는 주인공이 좀더 순수했던 것 같은 느낌도 듭니다 사실 그 사람이 그 사람, 같은 인물임이 분명한데도 불구하고, 초기의 작법이 덜 능숙해서 그런 것인지, 어쩐지 더 어리숙하면서도 결연하게 다가오지요 ^^
"그렇다면 내 인생이란 대체 무엇인가. 나는 경향적으로 소비되고, 그 쏠림을 조정하기 위해 잠을 잔다. 그것이 매일매일 반복된다. 아침이면 눈을 뜨고 밤이 되면 잠을 잔다. 그 반복의 끝에는 대체 무엇이 있을까. 뭔가 있기는 한 것일까. 아니, 아무것도 없다, 라고 나는 생각했다. 분명 아무것도 없다. 오로지 경향과 그에 대한 조정이 내 몸속에서 한없이 줄다리기를 하고 있을 뿐이다. 잠 따위는 필요 없어, 라고 나는 생각했다. 잠을 못 자는 것 때문에 내가 '존재 기반'을 잃는다고 해도, 설령 미쳐버린다고 해도, 그래도 좋아, 상관없어.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나는 경향적으로 소비되는 일 따위는 하고 싶지 않다. 그것은 내가 바라는 일이 아니다. 그리고 그 경향적인 소비가 몰고 온 쏠림 현상을 바로잡기 위해 정기적으로 잠이 찾아와 내 하루의 삼분의 일을 요구하는 것이라면, 그딴 것은 필요 없다. 나에게는 나만의 방식이 있다. 나는 책을 읽을 것이다. 나는 잠을 자지 않을 것이다. " 『잠』 p.70 잠이 오지 않는 밤이라, 『잠』 중에서 문장을 옮겨와 보았습니다 하루키 작품 중에는 수십 시간씩 깨지 않는 잠에 빠지는 경우도 드물지 않게 등장하고, 잘 잠들지 못하는 경우도 나오는 것 같은데요 이 책에서는 주인공(치과의사 남편과 초2 아들을 둔 젊은 가정주부)이 잠을 전혀 자지 않게 되면서 톨스토이와 도스토옙스키를 읽고 또 읽는 것으로 나옵니다 읽으면 잠들 것 같은데 말이죠 ^^
1989년 무라카미 하루키가 로마에 살았을 당시 썼던 단편소설로, 1993년《TV피플》이라는 소설집에 묶였던 소설 [잠(眠り)]을 다른 느낌의 작품으로 재탄생시켜 낸 책이다. 독일어판 일러스트레이션과 하루키가 직접 쓴 작품 후기가 수록되었다.
저는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서 제2장 '사람은 어떻게 해서 달리는 소설가가 되는가'가 참 인상적입니다. 하루키가 달리기 시작했던 시기에 대해서 적혀 있는 장이에요. 재즈클럽을 하다가 불현듯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 소설을 쓰기 시작한 이야기. 이후로는 카페를 경영하면서도 소설을 쓰다가 소설에 전념하고자 카페를 그만두고 전업 소설가가 된 이야기가 나와요.
매일같이 달리기 시작한 건 꽤 오래전의 일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1982년의 가을이다. 나는 그때 서른세 살의 해를 맞고 있었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2장 ,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내 생각에는, 정말로 젊은 시기를 별도로 치면, 인생에는 아무래도 우선순위라는 것이 필요하다. 시간과 에너지를 어떻게 배분해가야 할 것인가 하는 순번을 매기는 것이다. 어느 나이까지 그와 같은 시스템을 자기 안에 확실하게 확립해놓지 않으면, 인생은 초점을 잃고 뒤죽박죽이 되어버린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2장,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어쨌든 나는 그렇게 해서 달리기 시작했다. 서른세 살. 그것이 그 당시 나의 나이였다. 아직은 충분히 젊다. 그렇지만 이제 '청년'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예수 그리스도가 세상을 떠난 나이다. 스콧 피르제럴드의 조락은 그 나이 언저리에서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그것은 인생의 하나의 분기점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 나이에 나는 러너로서의 생활을 시작해서, 늦깎이긴 하지만 소설가로서의 본격적인 출발점에 섰던 것이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2장,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이 장의 마지막 문장이 바로 위의 문장이에요. (어쨌든~) '인생의 하나의 분기점'이라는 표현이 좋았고, 와닿았습니다. 저는 서른 두살부터 달리기를 시작했는데(물론 '매일같이'는 아닙니다) 서른세 살은 하루키가 그리고 러너로서도, 소설가로서도 시작한 시점입니다. 누군가는 '늦깎이'라고 하지만, 상대적으로 다소 늦었어도 꾸준히 하는 게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하루키도 서른이 넘어서 달리기 시작했구나, 나도 지금부터라도 꾸준히 잘 달려봐야지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저도 지금부터 달리기든 무엇이든 시작하더라도 꾸준히만 한다면 올해를 인생의 하나의 분기점이라고 기억하지 않을까? 싶어요.
"꾸준히”라는 게 확실히 하루키의 특징이기도 하네요. 달리기 응원할게요. 멋집니다!!
다음 장에서는 마라톤 이야기도 나와요, 그래서 어제 JTBC 마라톤 대회에 주위 사람들이 완주하고 온 게 떠올랐어요. 비가 내려서 우중런을 했는데, 완주하고 뿌듯하게 달리기 기록과 후기 글 올리는 모습들이 인상적이었어요. 그리고 이 책이 자연스레 떠오릅니다.
나는 런던에서 지내는 동안 거의 외식을 하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무얼 먹어도 맛이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맛있는 레스토랑은 분명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탈리아에서 지내다 오면, 런던에서 돈을 내고 레스토랑에서 식사하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는다. 미안한 말이지만 직접 만들어 먹는 편이 더 맛있다.
[그믐밤] <먼 북소리> 345쪽
미식가인 하루키가 추천해 주는 오스트리아의 음식이 하나 있어 소개합니다.
내가 ‘아, 이건 정말 맛있다’고 생각해서 일부러 이름을 메모해 놓은 것은 vollkornrolle 라는 음식이다. 이것은 크로켓 속을 야채로 채워서 라비올리 같은 것으로 돌돌 말아 기름에 튀긴 음식이다. …. 그것을 또 한 번 먹기 위해서라도 잘츠부르크에 다시 갔으면 좋겠다.
[그믐밤] <먼 북소리> 475쪽
구글에서 이미지를 검색했는데 제대로 된 걸 찾기가 어렵네요. 밀 전병? 에 속을 넣어서 만든 음식류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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