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해의 장르살롱] 4. 소녀 동지여 적을 쏴라

D-29
오 완독 수고하셨습니다. 이번에도 와플님의 화이팅 넘치는 리뷰 기대합니다...!!!
극후반을 향해가고 있는데 암만 생각해봐도 전 스나이퍼는 못할 것 같아요ㅋㅋ 그래서 더더욱 씬마다 내가 그 상황에 있는 것처럼 최대한 몰입하며 바짝 즐기고 있습니다. 하필 또 추운 걸 무진장 싫어하는 겨울이 배경이라 11월 늦더위가 기승인 지금도 저에겐 한겨울인 만큼 으슬으슬해요. 끝나간다는 게 아쉽네요..!! 내일 뵙겠습니다 ^_^
@marty 저는 저격병학교 시절부터 스탈린그라드, 그리고 마지막 예거와의 대결까지 손에 땀을 쥐고 읽었네요. 새가슴인 저는 정말 저격병은 못할 것 같아요. 실제 피만 봐도 자지러지는데요. 이런 제가 추리 소설과 호러 소설을 쓰고 있다는 아이러니하죠 ㅎㅎㅎ
중요 레퍼런스인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를 읽고 있어요. 인터뷰집이네요. 전쟁에 관한 심도 있는 소설 내지는 에세이? 라고 생각했었는데, 이건 심도라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죽음에서 살아돌아온 사람들, 때로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지옥 속의 삶들이 너무 무섭고 또 아팠습니다. 왜냐하면 지금 저 쪽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니까요.
@미스와플 이따가 여러분과의 라이브 채팅을 준비하기 위해 오랜만에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를 다시 찾아 읽었는데요... ㅠ 또 울고 말았네요...
저는 책을 읽으면서 남편도 아는체를 해서 알고보니 영화로 보았다고 하더라구요. 남자 저격병에 대한 영화도 있고 게임으로도 나와있고요. 소설속의 주인공 세라피마의 삶보다 실존 인물의 기구한 삶이 더 관심이 생겼습니다. 단 10개윌 동안 309명을 사살한 '죽음의 여인'이란 별명의 류드밀러 파블리첸코의 삶은 16살에 첫 번째 결혼을 하면서 버림받고 그때 성이 파블리첸코인데 계속 사용했다고 합니다. 3번의 결혼과 실패, 상처 또한 평생 우울증과 PTSD, 알콜중독에 시달렸다고 합니다. 사진으로 보면 미인이고 고통받는 짧은 생을 살아 책속의 주인공과 전혀 다릅니다. 실제 묘비에 새겨진 글귀라는데 '고통은 너무나도 끈질겨, 참을성있게 나아가는 달팽이와 같고, 기쁨은 너무나도 짧아, 가을의 들판을 달리는 토끼의 작은 꼬리와 같구나'라는 문구 또한 작중인물의 입을 통해 등장시킨다 합니다. 그나마 세라피마가 해피엔딩으로 끝을 맺어 다행이라는 생각마저 드니..작가 또한 소설속에서는 불행한 마무리는 피한게 아닌가 봅니다. 지금은 두 곳에서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데 책을 즐기고 있으니 정말 우린 행복한 줄 알아야겠지요? 전쟁을 겪은 아버지는 현충원에 계시고, 어머니는 살아계시는데 그저 숨어서 벌벌 떠는것 조차도 트라우마를 남기는지 옛날 얘기를 하시면 그저 나약한 여자이야깁니다. 소련에서는 2000명의 여성 저격병을 키웠으니 남의 나라 얘기 같습니다. 다시금 아무일도 안일어나는게 다행이고 평범하게 사는 게 제일 어렵다는 생각을 하면서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에게 감사합니다.
@예스마담 정성어린 긴 리뷰에 감사드립니다. 끝까지 완독하기가 쉽지 않은 책이었는데, 완독까지 지치지 않고 달려주시느라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 류드밀라의 삶은 마지막에 피폐했다고 하죠. 소설에도 그런 그녀의 고뇌가 잘 반영되어 있고요. 마지막 에필로그 부분에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를 쓴 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가 피마와 이리나에게 인터뷰를 요청하는 편지를 보내는 부분이 나오는 걸 보고 작가가 정말... <전쟁은 여자의...>에 큰 영향을 받았구나 느꼈습니다. 그 시기가 1970년대 후반으로 실제로 스베틀라나가 인터뷰를 다니던 시절이었거든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모임 여러분, 오늘 기다리고 기다리던... 라이브 채팅 날인 걸 잊지 않으셨죠? 이따가 밤 8시에 여기서 뵙겠습니다. :-)
우리 남편이 나에게 청혼했는데(...) 소리쳤어요. ‘나를 좀 봐요...... 지금 내 꼴을 좀 보라니까요! 먼저 나를 여자로 만들어줘요. (...)”(...) 정말 그이를 거의 때릴 뻔 했어요....... (...) 그런데 그이의 한쪽 뺨에 눈물이 흐르는 거예요.
소녀 동지여 적을 쏴라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중에서 , 아이사카 토마
화제로 지정된 대화
@모임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는 이번에 지정한 도서는 아니지만, 아이사카 토마 작가가 <소녀 동지여 적을 쏴라>를 쓰게 만든 소설이므로 아직 읽지 않은 분들을 위해 제가 여기 몇몇 인상적인 구절을 남겨놓을게요. :-)
저는,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중에서 우크라이나에서 온 옥사나라는 아이와 이야기를 나눈 일화가 인상적이었어요. 화자는 옥사나에게 소비에트 공산당 정권에 의해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굶어죽은 이야기를 듣고는 혹시 옥사나가 적이거나 스파이일까봐 걱정하는 장면이 나와요. 이틀 후 옥사나가 전투에서 전사하는 바람에 그 걱정은 갈 곳을 잃었지요. 어쩌면 이 일화에 등장하는 옥사나가, <소녀 동지여 적을 쏴라>에 나오는 올가의 모델은 아니었을까 생각도 해보았어요. 소설 속에 올가가 우크라이나 대기근을 이야기하면서 소비에트를 흉보는 듯한 발언을 해서 세라피마가 올가를 걱정하는 장면이 겹쳐보이더라고요.
아무튼,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저는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소녀 동지여 적을 쏴라>의 뒷이야기를 이해하려면 <전쟁은...> 을 나중에 챙겨 읽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2015 노벨문학상 수상. 제2차세계대전 중에 백만 명이 넘는 여성이 전쟁에 가담하여 싸웠다. 하지만 그들 중 그 누구의 이름과 얼굴도 기억되지 못한다. 이 책은 전쟁에 참전했던 200여 명의 여성들의 이야기를 모은 책이다.
완독을 마친 저의 개인적인 평을 올려 봅니다. 간단한 한 줄 감상은 독소전쟁을 다룬 전쟁장르 웹소설이구나, 입니다. 크게 보면 전쟁/휴먼 드라마로 분류할 수도 있겠네요. 반전의 메시지도 갖춘 소설이고요. 아시는 분들은 이미 아시겠지만 <소녀 동지여 적을 쏴라>는 일본의 웹소설 연재 사이트에 연재되었던 웹소설입니다. 개인적으로 일본 라이트 노벨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 웹소설 연재를 마친 원작을 책으로 묶어 냈는데 일본 서점대상 1위까지 하게 된 소설이지요. 재미만 놓고 보면 의문의 여지가 없습니다. 정말 재미있는 소설이었어요! 웹소설을 웹 상에서 읽을 때와 종이책으로 출판된 웹소설을 읽을 때 받는 느낌이 좀 다른 편인데요. 아무래도 웹소설은 웹에서 읽을 때 더 생생하고 문장이 착착 감기는 맛(?)이 더 있긴 해요. 꽤 양이 긴 웹소설을 책으로 묶어 냈을 때는... 문체가 좀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만, 아무래도 매체마다 성격이 다른 거니까요. 마치 권투에서 라이트급과 해비급이 중량이 다른 것이 당연한 것처럼 웹소설과 출판소설은 본질 자체가 다른 거겠지요. <소녀 동지여 적을 쏴라>에서 저는 일본 라이트 노벨 장르의 분위기, 미소녀 전투물 장르의 분위기, 사관학교물 장르의 분위기, 그리고 일본의 전쟁 장르물 (건담을 비롯한 수많은 시리즈들)의 분위기 모두를 느꼈습니다. 이런 분위기들을 더 강하게 가지고 갔다면 자칫 일본 애니메이션 스토리처럼 가벼워질 수 있는 위험성(?)도 있었지만 독소전쟁과 소녀 저격병이라는 어마어마하게 무거운 소재가 소설 처음부터 끝까지 서사의 무게감을 잘 유지해 줍니다. 개인적으로 느끼는 몇 가지 아쉬운 점은 있지만(그런데 이건 어디까지나 개인 취향이니까요) 이 방대한 서사를 이 정도까지 완성도 있게 밀어붙인 작가의 재능과 노력에는 아낌없이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가볍고 평이한 문체 같은 경우도 이 소설 태생이 웹소설이었기에 이해가 가는 측면입니다. 섣부른 비유를 쓰거나 낭비되는 문장이라곤 없었죠.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전쟁을 향해 달려 갑니다. 그러다 보니 캐릭터가 다소 납작해지는 문제가 발생하긴 합니다. 서사 중심으로만 달려가다 보면 인물은 좀 단순해지죠. 예를 들어 미하일에 대한 대우는 야박했죠. 작가님, 왜죠? 미남은 좀 더 잘 활용해주세요. ㅎㅎㅎ (어디까지나 개인 취향입니다만) 세라피마와 예거의 대결이 참 볼만했는데요. <에너미 엣 더 게이트>란 2001년 영화가 떠오르더라고요. 스탈린그라드의 러시아인 저격병과 독일인 저격병이 대결을 벌이는 내용의 영화인데요. 주드 로가 러시아인 저격병을, 에드 해리스가 독일인 저격병을 맡아서 열연을 펼칩니다. 저격의 세계를 생생하게 느끼고 싶으시다면 권유해 드리고 싶네요. 제가 액션 신이나 전쟁 신을 써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이 소설의 전쟁 신과 액션 신은 상당히 관심 있게 읽었습니다.박진감이 넘치는 전생 신에 찬사를 보냅니다. 무기의 이름, 전차 이름, 전차포, 비행기 이름 등 세부사항이 정확하게 나와 있어서... 작가분이 엄청난 자료조사와 함께 전문가의 감수도 받았다는 걸 알게 됐어요. 트윗에서 찾아보니 작가 본인은 역사를 전공했고, 누나는 러시아 문학자 나구라 유리고 아버지도 학자라고 합니다. 데뷔작을 이렇게 잘 쓰다니 하면서 신기해 했는데... 알고보니 본인 뿐만 아니라 집안도 내공이 어마어마했어요. 유전자 & 집안 & 노력 이 삼 박자가 다 맞아 떨어진 것이었을까요? 결말까지 읽고 나니 이 소설은 반전 소설이 정말 맞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전쟁은 여자의 얼굴...>의 영향이 결말 부분에서 강하게 느껴지지요. 아예 책 제목까지 등장해버려요. ㅎㅎ 1주일 이상 붙들고 조금씩 읽었는데 완독하니 뿌듯합니다. 저는 <소녀 동지여 적을 쏴라>를 몇 가지 마음에 걸리는 점을 빼고는 만족스럽게 즐겁게 읽었답니다. 다른 분들도 재미있게 읽으셨는지 궁금하네요. 이따가 라이브 채팅에서 수다 나눠요! 밤 8시! 잊지 마세요~~ 아, 아이사카 토마 작가님의 10월 간행 신작은 <노래되지 않는 해적에게>라고 반체제 반전 활동을 하다가 강제수용소를 목격하게 되는 독일 소년소녀들의 이야기라고 합니다. 이번에도 2차대전/ 전쟁물인가요? 곧 한국에서 볼 수 있게 되기를... :-)
작가님의 정보들을 읽어내리다보니, 이런저런 정보들을 사전에 알고 읽었어도 재미있었겠다 싶습니다. 역시 아는 만큼 보인다, 겠지요. 물론, 순수한 재미는 보장되었던 소설인 건 공감합니다. 제가 느낀 라노벨의 향취도 제대로(?) 느낀 게 맞았나 봅니다. 그리고, 언급하신 장자크 아노 감독의 <에너미 엣 더 게이트>까지.. 저도 떠올렸었지요. 찌.찌.뽕 ^^;;
@Henry 와... 이번엔 정말 헨리님과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찌찌뽕을 외칠 수밖에 없겠군요!!!
작가님 글 읽고나면 할말이 없어져요. 저도 작가님처럼 쓰고 싶었는데..👍🤗
결국 지휘관이 결단을 내렸어(...) 누구도 지휘관의 결정을 아이 엄마에게 차마 전하지 못하고 망설이는데, 그녀가 스스로 알아차리더군. 아이를 감싼 포대기를 물속에 담그더니 그대로 한참을 있었어...... 아기는 더이상 울지 않았지......
소녀 동지여 적을 쏴라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 아이사카 토마
결국 나는 큰 소리로 울고 말았어. 연습하면서 표적을 맞힐 땐 아무것도 아니었지만, 거기선 정말 살아 있는 사람을 죽인 거니까. (...)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을 내가 죽인 거야. 그 사람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면서 죽였어.
소녀 동지여 적을 쏴라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 아이사카 토마
전쟁이 끝났고, 우리가 살아남았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지. 우리가 앞으로도 살아갈 것이며...... 사랑도 할 거라는 사실을...... 하지만 우리는 살아가는 법도 사랑하는 법도 이미 잊어버린 걸, 할 줄 모르는걸.
소녀 동지여 적을 쏴라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 아이사카 토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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