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북클럽] 8. <미래에서 온 남자 폰 노이만> 읽고 알아가요

D-29
노이만이 컴퓨터의 시조로 여겨지는 것에 비해서는 기여한 내용이 생각한 것보다는 크지 않아 보이고 실제 개발진 중에서도 그를 비난한 사람이 있는 등, 다소 실망했습니다. 아무레도 하드웨어가 아닌 개념을 만든 분이라 그런 느낌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튜링도 등장하고 부인 클라라가 최초의 프로그래머 역할 비슷한 것을 했다는 것도 재미있었습니다.
5-1 책에는 괴델과 노이만의 눈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저자가 괴델이 노이만에게 추월당할 것 같아 서둘러서 논문을 학술지에 보냈다고 표현한 것에 대해 역자는 저자의 판단이 편파적이라는 의견을 썼습니다. 이런 부분은 객관적으로 글을 읽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괴델이 빈 대학교 교수 임용에 탈락했을 때 그를 프린스턴으로 영입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다는 노이만을 보면서 학문에 대한 순수한 열정이 정말 큰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경쟁자로 여길만한 데 오히려 '아리스토텔레스 이후 가장 위대한 논리학자'이며 대체불가라는 극찬을 하면서 그를 데려오려고 애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반면 노이만은 필요한 필요한 연구비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금액을 적극적인 설득으로 군부로부터 지원받았습니다. 그가 설득한 명분은 전쟁 장비와 무기를 설계하는 데 고성능 슈퍼 컴퓨터가 있어야한다는 것이었는데요, 틀린 말은 아니지만, 예전부터 그가 전쟁에 상당히 적극적이었다는 데에 불편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노이만은 새로운 영역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달려드는 사람이고 학문적인 접근만 한다고 생각했는데, 연구를 위해 사람을 쓰거나 돈을 구하는 것 그리고 위험성도 알고 있다는 것이 약간은 충격적이네요. 그래도 오픈소스운동을 통해 컴퓨터 분야에서 분위기를 조성한 것은 참 감사한 일 같아요. 컴퓨터 없는 세상은 상상도 할 수 없으니까요.
노이만이 에니악을 바탕으로 에드박이라는 새로운 구조를 가진 컴퓨터를 고안하는 과정이 5장의 주요 내용이었는데, 특별히 저자는 노이만의 아내인 클라라가 어떤 학문적 삶을 살았는지를 소개하는데 지면을 할애하는 게 눈에 띄었습니다. 처음 등장할 때만 해도 교양을 갖춘 사교계 여성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엄연히 주체적 학문의식을 가진 멋진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네요. 당시 많은 여성 학자, 여성 노동자들의 열정과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역할도 과학 발전에 큰 기여를 했다고 책 곳곳에서 저자가 일관되게 강조하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드라마나 영화 같은 픽션에서 세계의 위인들이 같은 씬에 등장하는 장면들을 보고 있으면 너무 드라마적으로 직조한 게 아닌가 싶을 때가 많습니다. 아인슈타인부터 앨런 튜닝, 괴델까지 위인전의 인물들이 한자리에 모여있는 이 20세기 초반의 시대는 대체 뭐였을까 싶은 기분이 드네요.
21세기에 당연하게 일에 필수적인 컴퓨터의 탄생이 너무 더디게, 힘들게 느껴진 챕터였습니다. 그리고, 노이만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지만, 노이만의 아내 클라라의 역할도 놀랍습니다. 최근 '레슨 온 케미스트리'라는 드라마에서 1950년대는 여전히 여성에 대한 과학계의 차별이 심했지만, 이렇게 과학기술분야에 진출하게 된 이유 역시 전쟁때문이라니 아이러니 했습니다.
5-1 결코 쉽지 않은 책이네요. 이 어려운 수학적 개념을 누가 먼저 알아내고 발표하느냐에 따라 수학자들의 명성에 연연하다는 것을 알았네요. 괴텔이 '추월당할 위기감을 느끼고' 출판을 서두르고 이를 안 노이만이 출판을 포기한 부분이 그렇지요. 노이만의 속마음은 어땠는지 모르지만 괴델을 프린스턴으로 불러온 것을 보면 무척 너그러웠던 것 같아요. 특히 5장에서는 최초의 컴퓨터 에니악을 튜링의 발명라고 알고 있었는데 노이만의 EDVAC보고서의 완성으로 지금의 컴퓨터 시스템의 시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네요. 요즘 사용되는 대부분의 컴퓨터가 이 원칙에 따라 제작된다고 하니 정말 대단하죠. 노이만은 정말 미래에서 왔던 것은 아닐까요?
5-1 세상의 발전에 기여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는 것 같습니다. 노이만처럼 계속 새로운 생각을 생산해내는 사람과 그 아이디어를 받아 최종적으로 정리하는 사람..(물론 노이만도 끝까지 이론을 정리한 경우도 있겠지만요.) 클라라의 존재도 흥미로웠습니다. 그렇게 똑똑한 사람도 상대적으로 열등하게 느낄 수 있다는 점... 현재의 우리나라가 상대평가의 시대를 살고 있어서 많은 이들이 청소년기부터 좌절하며 살아가고 있는건 아닌지 잠깐 생각해보기도 했습니다. 노이만처럼 세상에 없던 생각들을 끊임없이 끌어내는 사람이 있기 위해서는 주변의 여러 사람들의 도움도 필수라는 점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됩니다. 천재가 아닌 일반인으로서 내 존재가치에 대해 소중한 의미를 부여해봅니다.(노이만 주변의 인물들은 물론 천재적이었지만요...^^)
에버딘역에서 골드스타인과 노이만의 운명적 만남이 없었다면 컴퓨터의 역사는 어떻게 변했을까요. 노이만의 지적호기심은 남다르네요. 본인이 맞다고 생각하면 과감하게 밀고 나가는 면도 있고요. 핵탄두를 위해 계산능력이 뛰어난 전쟁기계인 컴퓨터가 필요했던 것이 그 시초이지만 컴퓨터의 발전 속도를 일찌감치 예상한 그의 예견대로 컴퓨터는 그 능력의 범위를 빠르게 확장시켰네요. ENIAC을 설계한 사람은 남성이지만 그 기계를 만드는 성가신 일을 맡은 사람은 대부분 여성들이었지만(애초에 컴퓨터라는 말이 계산을 하는 여성을 지칭하기도 했고요), 그녀들의 존재가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은 안타깝습니다. 논리적 역설,'수학은 태생적으로 불완전하다'는 지적 쾌거를 이룬 괴델은 논리연산이 그에 해당하는 산술연산을 갖고 있음을 확인했다는데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저로서는 상상못할 영역이네요. 그런 괴델이 편집증에 시달려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된 점은 참 아이러니합니다. ENIAK과 EDVAC의 연관성과 시대적 상황 관련된 과학자들과의 불편한 관계, 소송 등 재밌게 읽었어요 프린스턴의 컴퓨터 프로젝트에 노이만의 부인 클라라의 역할이 컸다는 걸 이번에 알았어요. 최초의 코더였군요. 드디어 높이 1.8미터 폭 60센티미터 길이 2.4미터짜리 터보차저 엔진같은 컴퓨터가 탄생했네요.🫣
5-1. 흠.. 정말 보면 볼수록, 알면 알수록 신기하단 말 이죠. 이런 인물이 왜 여지껏 주목받지 못했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될 지경입니다.;;;;; (열등감을 일으킨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매우 쉽게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주류의 입장에서 감정 이입해서 생각해보니.. 노이만이 무척이 나 거슬리는 인물이었을 것 같긴 하거든요. 이건 뭐.. 인간계는 분명 아니니까요. "과거나 현재나 인간은 왜 늘, 신이 되려는걸까??"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물론 이건 제가 너무 오바 스러운건지도...) 초반에 언급되었던, 천재들 무리 속에서도 외계 인 취급을 받았던 이유를 분명히 알 것 같습니다. 이쯤 되면.. 과연 그의 한계는 어디가 끝인지를 의심하기에 이릅니다. 사실 쭈욱 이어서 보던 중이라 게임이론 파트에서는 소름이 돋았을 정도입니다.
소형 컴퓨터가 아닌, 프로토 타입의 대형 컴퓨터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잘 설명되어진 것 같으나 저는 전혀 이해할 수 없어서 조금 서글펐습니다. 'Computer'가 원래는 계산을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er이 들어간 건가 하고 혼자 웃기도 했고요. 또한, 자기 보다 월등한 천재를 옆에 두고 살면, 아무리 똑똑한 사람도 자기 자신을 하찮게 평가할 수 있다는 점도 클라라를 보며 안타깝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런데, 결국은 튜링이 컴퓨터를 개발한 것이 아니었네요? ㅎㅎ
수학에서 시작해, 물리학으로, 그 다음에는 원자폭탄, 그리고 컴퓨터, 인공지능의 기본 개념 수립까지 노이만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은 분야가 없네요. 물론 노이만 혼자만의 업적이라기 보다는 수많은 과학자들의 치열한 연구가 동반되었지만요. 마무리는 노이만이 하는 느낌이었습니다. 특히 클라라를 포함한 여성들의 기여도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지금 우리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컴퓨터가 결국은 핵폭탄 제조를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계라는 사실에 소름이 돋네요.. 그들의 업적을 부정할 수는 없겠지만 컴퓨터의 역사에서 이런 의도가 있었다는 걸 굳이 밝히지 않는 이유는 그나마 과학자들의 양심인걸까요 정치나 교육계의 꼼수인걸까요 그리고 수많은 여성들의 조력이 있었다는 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역시 컴퓨터의 역사를 배울 때는 못 들어본 내용 같아서요 노이만에 관한 책인데 점점 노이만 이외의 문제들에 놀라고 관심이 생깁니다 ㅎㅎ
4장 말미에 폭탄설계에 필요한 어마어마한 계산량을 감당해낼 기계를 소개한 후 '5장 컴퓨터의 탄생'으로 넘어가네요. 이런 연결 부분이 책을 계속 읽게 했습니다. 컴퓨팅 기술을 연구하면서는 인간의 두뇌와 비슷하게 움직이는 기계를 떠올리고 이러한 아이디어는 인간처럼 생각하고 번식하는 기계로 옮겨가게 되고요. 노이만의 '생각하기'가 보통의 생각과 다른 점은 '실행력'이 아닐까 싶어요. 그는 떠올린 아이디어를 현실화할 구체적인 설계를 내놓았고 실제로 만들어냈죠. 5장 첫 대목에 노이만이 밤에 깨어나 '예언'하는 장면이 있는데요. 저자는 노이만을 '사람' 이상의 사람으로 보고 있는 것 같아요. 어느 정도는 맞지만 이런 장면에선 노이만의 신비함보다 저자의 애정이 더 드러나 보였습니다.
3장에 이어서 5장에서도 다시 튜링이 등장하는데요, 역시 천재는 천재를 알아보는 걸까요? 노이만이 튜링 머신을 고안하고 관련 논문을 작성한 튜링을 높이 평가하고, 서로 상대방에게 강한 자극제가 됐다는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제가 밥벌이로 프로그래밍을 하고 있다 보니 튜링이 사실상 오늘날의 서브루틴을 개념을 확립했다는 부분도 흥미로웠습니다. 서브루틴이 없다면 반복되는 작업들을 모두 새로 코딩해야 할 텐데 그만큼 야근도 늘어나겠죠. 오늘날의 프로그래머들은 여러모로 노이만과 튜링에게 빚을 지고 있네요.
애니악 정도 알고 있던 이야기를 좀 더 알 수 있어 좋았고. 예전에 클라라 이야기를 본 적이 있는데 같이 연결돼서 흥미로웠어요.
군사적인 이유와 필요로 과학과 기술이 발전했고 생각치못한 이기를 누리는 것일까 하는 .. 지금의 문명 혹은 문화라는 것을 생각해보았습니다.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지만 학자의 호기심, 도리 등으로 그렇게 되었다 .. 씁쓸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노이만의 태도는 폭탄 너머의 것을 보고 있었음을 느낄 수 있게 해 준 작가의 시선이 좋았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5-2. 5장을 읽으면서 인상 깊었던 문장을 적어주세요.
노이만은 우리 마음 속에 엉켜 있는 거미줄을 말끔하게 제거했다. 그가 아니고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다.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막강해진 계산 능력이 과학을 비롯한 모든 분야에 침투하여 세상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이제 우리는 결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이제 우리는 결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미래에서 온 남자 폰 노이만 - 20세기 가장 혁명적인 인간, 그리고 그가 만든 21세기 p259, 아난요 바타차리야 지음, 박병철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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