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혐오, 단절의 시대 같아요. 그런 점에서 코로나-19는 단순히 질병이 아니라 사회적 징후 같기도 했습니다. 비정규직, 이민자, 장애인.. 타자를 사람으로 대하지 않는 분위기 같은 것이 무르익어 가는 듯해요.
[박소해의 장르살롱] 3. 모든 것의 이야기
D-29
김형규
소망1018
미와 씨엔 너무 좋은 이름인데요. 특별히 이 이름을 지은 의도가 있으신지요? 씨엔은 "현"의 중국어 발음인가요 ?^^
김형규
"미"는, 제가 진/선/미 3부작을 쓰려고 했다가...;; "크라사타"는 러시아어로 아름다움이라는 단어이고요, "씨엔"은 현태의 "현"의 중국발음입니다.
여랑
노동과 연대라는 주제는 제가 늘 고민하고 쓰고 싶은 주제 중 하나인데 그 이야기들을 촘촘히 읽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가리봉의 선한 사람>에서 노동과 예술이 이어지는 장면이 너무 슬프고 좋았습니다.
박소해
@여랑
저도 <가리봉의 선한 사람>이 문제적 작품이라고 느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랬기 때문인지... 읽으면서 이 소설집에서 가장 불편했던 작품이기도 했습니다.
김형규
박소해 작가님은 어떤 불편함을 겪으셨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박소해
@김형규
작품이 불편했다기 보다는, 작품 속의 문제의식이 저를 날카로운 창처럼 자꾸 찌르는 듯해서요. 짧은 단편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생각을 해야 했고... 그 점이 저는 힘들게 느껴졌나 봐요...
김형규
네^^ 사실 제가 이번 작품집을 꼭 내고 싶었던 이유는, <가리봉의 선한 사람>을 독자들에게 보여드리고 싶어서였어요. 오래 전 그런 일들이 있었고, 지금도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거든요. 어린 시절 마음속으로 했던 약속이기도 했고요.
박소해
@김형규
아, 그러셨군요. 혹시 제가 불편했다고 표현한 방식이 어폐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역으로.. 그 만큼 이 소설의 문제의식이 묵직하고도 날카로웠기 때문에 읽어나가는 과정이 힘들었다고 표현하면 되겠군요.
전태일 열사 영화를 보고 펑펑 울었거든요... <모든 것의 이야기> 중에 3편 정도는 이미 계간 미스터리를 통해 만난 단편들이어서 새로 읽은 단편은 2편 정도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독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 이유는 바로 이 <가리봉의 선한 사람> 때문입니다. 굉장히 천천히 읽게 만드는 작품이었습니다.
김형규
저도 나쁜 의미로 "불편함"을 여쭤본 것은 아니었어요^^ 글로 대화하니 이런 오해가..
박소해
@김형규
ㅋㅋㅋ 그러니까요. 그러셨다면 다행입니다. 제가 소심한 진행자이다 보니... :-)
김형규
감사합니다. <가리봉의 선한 사람>은 제가 소설을 다시 쓰려 하게 된 계기와도 연결되어 있어요. 희곡 부분은, 아시다시피 브레히트의 "사천의 선인"의 오마주이기도 하고요.
나비클럽마케터
혹 지금 질문해도 되는 타이밍이라면) 작가님이 소설을 다시 쓰시게 된 계기에 대해 좀더 자세하게 말씀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박소해
@나비클럽마케터
저도 궁금했는데 잘 던져주셨습니다... ^^
김형규
중고등학생 때는 시를 좋아했고, 쓰기도 했어요. 그때 장래희망이 무려 시를 쓰는 작가였거든요^^ 그러다 세상이 갑자기 크게 변하면서(사회주의 몰락? 민주화 이행?) 시는 더 못 쓰게 됐고, 대학 시절 소설을 조금 썼는데요. 그것도 군대에 가면서 더 못 쓰게 되었습니다. 세상도 망하고 나도 망가진 기분이었거든요. 그러다 몇 년 전에 더 살아갈 이유가 있을까? 그런 생각을 많이 했는데, 그러다 오래 전 '약속'이 생각났고, 일단은 그 약속을 먼저 지켜야겠다는 생각에 다시 쓰기 시작했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박소해
@모임
지금까지 <모든 것의 이야기> <가리봉의 선한 사람> <코로나 시대의 사랑>에 대한 언급이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대림동에서, 실종>과 <구세군>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눠볼까요?
무경
<가리봉의 선한 사람>은 김형규 작가님에게는 '쓰고 싶었던 작품'이었을지, '써야만 했던 작품'이었을지가 문득 궁금해집니다.
김형규
둘 다였습니다. 91년 5월은 돌이키기에 너무 아픈 시간/기억이었지만, 쓰고 싶었고 쓰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소망1018
<대림동에서, 실종>에서 대림동은 조선족만 산다는 가난하고 지저분하고 위험한 동네, 누구나 칼 하나쯤 품고 다닌다는 곳 이라고 되어 있는데 작가님은 대림동이라는 곳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조선족에 대한 혐오 그리고 대림동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날로 짙어 가는데 작가님의 시선이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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