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함께 읽기] #39. <나는 죽음을 돕는 의사입니다>

D-29
아, 이번 주는 어떤 책을 함께 읽을지 고민이 되었어요. 에이미 블룸의 『사랑을 담아』(문학동네)는 제일 읽기 쉽지만, 방송에서 강하게 추천하지 않았었죠. 스테파니 그린의 『나는 죽음을 돕는 의사입니다』(이봄)는 YG가 추천하는 책입니다만, 왠지 제목 때문에 손이 안 갈 것 같아서 걱정이고요. 『사랑을 담아』는 치매에 걸린 남편을 스위스의 '조력 사망' 지원 단체로 데려가서 세상을 떠나 보내는 작가의 기록입니다. 『나는 죽음을 돕는 의사입니다』는 2016년부터 '의료 조력 죽음'이 합법화가 된 캐나다 이야기입니다. 20년 경력의 산부인과 의사에서 조력 죽음 담당 의사로 분야를 바꾼 의사 스테파니 그린이 경험한 첫 1년간의 기록이에요. 한 권을 더 추가하자면, 미야시타 요이치의 『11월 28일, 조력 자살』(생각의힘)이 있습니다. 일본에서 조력 죽음을 공론화하는 데에 앞장서고 있는 기자 미야시타가 서서히 죽어가는 불치병에 걸린 50세 여성의 요청으로 스위스의 (또 다른) 조력 사망 지원 단체에서 세상을 떠나보낸 과정을 취재 형식으로 기록한 책이죠. 이번에는 2주간 이 세 권 가운데 관심 있는 책을 읽고서 이야기 나누는 모임으로 진행할게요. 선뜻 내키지 않아서 굳이 읽기 싫으신 분은 세 권 다 읽은 YG에게 궁금한 내용을 질문하시면 답하는 식으로 진행해보겠습니다. 굳이 한 권만 추천한다면 『나는 죽음을 돕는 의사입니다』를 권합니다. 가독성은 『사랑을 담아』, 『11월 28일, 조력 자살』, 『나는 죽음을 돕는 의사입니다』 순입니다. 김혼비(HB) 작가와 함께한 방송은 9월 25일(월), 9월 27일(수) 공개됩니다.
작년에 ‘죽음의 격’을 읽었는데 좋았어요. “나는 차라리 개처럼 죽겠다”는 구호를 공유하는 죽을 권리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있으나 죽을 권리가 죽을 의무로 변질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사항이 고려되야 하고 논의되어야 하는데 아직 우리나라는 이런 논의를 하기엔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 가 관심사 중 하나여서 ‘사랑을 담아‘도 궁금했는데 YG님 글을 보니 ’ 나는 죽음을 돕는 의사입니다‘ 를 읽어야겠습니다. (언제 읽을지는….)
죽음의 격아니면 개인을 죽음으로 내몰아 삶의 존엄을 위협할 것인가. 존엄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죽음의 시간〉(2019)을 공동 제작해 프래그먼츠 영화제에서 ‘최고 장편상’을 수상한 기자 케이티 엥겔하트가 6년의 집요한 취재 끝에 펴낸 《죽음의 격》은 우리가 마주할 ‘존엄한 죽음이 보장된 사회’가 어떤 모습일지 지극히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존엄하게 죽고 싶다고 부르짖는 사람들과 존엄사법이 가난하고 힘없는 이들을 죽음으로 내몰 것이라고 맞받아치는 사람들, 존엄사가
캐나다가 조력사망이 합법인 나라군요. 한국은 이 문제에 대해 갈길이 멀고(사회적 논의 자체가 없는 것 같아요), 제가 사는 나라도 가톨릭 문화가 강한 곳이라 과연 앞으로 내게 존엄하게 죽을 권리가 있을 것인가 생각하게 됩니다. 아버지가 평소 삶의 마지막 시간에 대한 의견이 분명했고 가족도 아버지 의견을 존중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의료 체계상 환자가 원하는 최소한의 처치/돌봄만 받는 것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더군요. 본인과 가족이 원하는 삶의 마지막 단계를 주체적으로 꾸리기가 어렵다는 걸 절실히 느꼈어요. 관심 있는 주제라 '나는 죽음을 돕는 의사입니다'를 구입했고 다운받는 중입니다.
꽤 오래전 영화 '마르 아덴뜨로'도 이 주제를 생각하면 늘 떠올리는 작품인데, 다이빙을 하다 척추를 다쳐 전신마비가 된 그 주인공은(하비에르 바르뎀 주연), 어쨌든 의사소통이 가능했고 도와줄 가족과 친구가 있었기 때문에 불법과 합법의 경계쯤에 놓인 조력자살을 하게 되는데, 만약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상태라면 어떻게 되는가, 도와줄 가족과 친구가 없다면 어떻게 되는가, 도와준 사람이 나중에 범죄자 취급을 받으면 어떡하나 (실제로 스페인에서 있었던 이 사건에서 도와줬던 사람들이 꽤 오랬동안 재판을 받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등등 생각할 것이 많아지게 되는 영화였습니다.
"난 2년전에 우리집 개를 안락사시켰는데, (중략) 그러니까 내 말은, 우리 개 메기가 정말로 고통스러워했다는 거야. 메기는 내 품에 안겨 너무나 평화롭게 세상을 떠났어. (중략) 우리가 동족인 인간보다 반려동물에게 더 동정심을 가지는 건 괜찮은 일일까?"
나는 죽음을 돕는 의사입니다 4. 조력 사망이 합법화되던 날, Green Stefanie
13장을 읽고 있는 지금, 조력 사망 사례들을 접하면서 제가 가장 많이 떠올리는 건 제 늙은 개를 안락사시켰던 때입니다. 물론 사람과 개의 경우가 같을 수는 없고 개의 경우가 과정이 간소하긴 하지만, 전반적인 흐름과 죽음에 이르는 과정은 비슷하다고 느꼈어요. 물론 개는 자신의 의사를 밝힐 수 없다는 점이 다르죠. 그래서 어쩌면 반려인의 어깨가 더 무거운 것이고요. 3년이 지났지만, 옳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나에게 그런 상황이 닥쳤을 때 내가 내 개에게 가졌던 뜨거운 마음과 차가운 논리를 국가 의료 시스템이 내게 가져주길 바라고 있어요. 내가 그렇게 늙고 아프게 되면 누가 그런 결정을 내려주지? 내가 해야하잖아? 그래도 약물을 주입하는 건 의료진인데! 우리나라나 포국은 그런 시스템이 없는데. 네덜란드로 이사 가야하나? 내가 나이 들때까지 시스템이 바뀔 가능성이 있을까? 네덜란드에서 조력사망이 합법화 된 것이 1990년대인데 70년대부터 이에 대한 논의가 활발했다고 나오더군요. 우리나라는 지금도 논의 자체가 없으니.. 우리나라의 속도에 조금 기대를 걸어봐야 하는걸까요?
『11월 28일, 조력 자살』, 『나는 죽음을 돕는 의사입니다』 두권을 읽으려고 장바구니에 ...
책을 다 읽었는데, 생명 중단권이 개인에게 있다는 제 의견을 굳히게 되었고, 그러나 병이나 사고로 의견표현이 불가능한 상황에선 어떻게 되는 것인지에 대한 저의 평소 의문/걱정은 해소되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현재 우리나라에선 하나마나한 걱정이란 생각이 드네요. 애초에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까요.
네, 저도 이 책을 읽고서 생명을 중단할 권리가 개인에게 있다는 제 의견이 더욱더 굳어졌어요. 그린을 포함한 캐나다 의사도 바로 그 문제를 고민하는 듯해요. 방송에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저는 일부 부작용이 걱정되더라도 일단 조력 죽음 제도를 도입하면서 바른 방향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병(치매)이나 불시의 사고로 의사 표시가 불가능한 상황을 염두에 두고서 지금 연명 의료 대상이 될지 말지를 사전에 정해서 의사 표현을 해두는 것과 같은 일이 가능해 보입니다.
스페인이 22년에 조력 사망이 합법화되어 유럽에서 다섯번째로 조력 사망이 합법화된 국가가 되었군요. 이슈가 되는 사건이 있어야 사회에서 논의가 시작되는가봅니다. 위에 적은 영화의 실제인물 라몬 삼페드로의 경우 25살때부터 30년동안 사지마비 상태로 살았고, 조력사망을 허가해달라는 요구가 법정에서 거부되자 사적인 생명중단을 감행합니다. 열한명이 각자 세밀하게 쪼개서 약을 사고, 컵을 준비하고, 약을 컵에 붓고, 빨대를 꽂고, 컵을 옮기는 등의 일을 나눠서 하고, 라몬 삼페드로는 틀어놓은 카메라 앞에서 이것은 나의 의지고 아무런 타인의 강요도 없었다는 발언을 한 뒤 약을 스스로 마십니다. 발언 뒤 죽음에 이르는 과정은 녹화되었고 이 영상이 이십초 가량 스페인 tv에서 방영되면서 큰 파장이 일었고요.
방송 잘 들었어요. 이제 전자책 다운받아 읽기 시작하려구요. 저는 기본적으로는 지금상황에서의 의사조력자살을 반대하는 의사입니다. 다만 죽음에는 여러 경로가 있는데요. 비교적 그 길이 짧고 예측가능한 죽음 (암 사망)의 경우에는 돌봄의 질 개선이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 길이 수년-수십년에 이르고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라면 (특히 치매의 경우가 가장 문제일 것 같아요) 더 나은 돌봄의 제공만으로는 환자 본인의 존엄성을 지키는 데 한계가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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