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사/책증정] 철학이 당신의 일상을 새롭게 만들어줄 거예요 <더 좋은 삶을 위한 철학>

D-29
저는 유동인구가 많은 쇼핑몰에서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위해 문 잡아주는 것을 좋아합니다. 스스로 뿌듯함을 느끼는 가장 작은 규모의 배려라고 생각돼서요. 몇 초 동안의 호구짓은 참을 수 있습니다.
물오름달님, 발제 감사합니다! 1부 4장에서 나오는 스캔론의 계약주의는 어쩌면 현대 사회에서 가장 현실성 있게 적용할 수 있는 윤리적 가이드이지 않을까 합니다. 그런데 "개인의 선택", 정말 어렵고 모호한 이야기이죠.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하나하나 알려주면 좋을 텐데... 결국에는 '알아서 하라'는 이야기라니요.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스승은 철학자들이 아니라 '나 자신'인가 봅니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실패를 거쳐서 어떤 행동이 더 나은지 스스로 깨달을 수밖에 없나 봐요. 1) 저는 책에 나온 표현 그대로 '최소한만 하자'고 생각하며 일상을 삽니다. 특별히 배려한다기보다는, 다른 사람에게 불쾌감을 줄 만한 행동은 하지 않으려고 해요. 2) 기억을 더듬어가다 보니 아주 어린 시절까지 올라가네요.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동전을 떨어뜨렸는데, 일단 건너고 나서 차가 지나가면 주우려고 반대편에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기다리던 운전자가 계속 출발을 안 하더라고요. 제가 동전을 주울 때까지 기다려준 거죠. 아직도 기억 나는 이름 모를 운전자에게 감사한 마음이 있습니다.
여동생에게 50달러를 빌려 일주일 안에 갚기로 했다고 치자. 일주일이 지나 여동생이 와서 돈을 갚으라고 할 때 슬쩍 뉴스를 틀면 무언가 엄청난 재난이 일어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그때 "지금 남수단에서 아이들이 기근으로 죽어 가는 마당에 너는 네 돈 50달러를 달라고 할 정신이 있니?" 하고 말한다면? X를 이야기하는 사람에게 X와 상관없는 Y가 훨씬 더 급한 일이라며 망신을 주는 것은 옳지 않다. 이것을 '피장파장의 오류'라고 하며 요즘 말로는 '그쪽이야말로주의whataboutism'다.
더 좋은 삶을 위한 철학 - 천사와 악마 사이 더 나은 선택을 위한 안내서 P.196~197, 마이클 슈어 지음, 염지선 옮김
화제로 지정된 대화
7장. 잘못의 무게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발제합니다. 피장파장의 오류에 대처하는 나만의 방법이 있으신가요?
같이 피장파장 오류 만들어 버리기ㅋㅋ
냐옹님, 발제 감사합니다~ '그쪽이야말로주의(whataboutism)'을 번역할 때에 작은 고민이 있었어요. 번역자는 처음에 '너는어떻고주의'라는 번역을 제안해주셨는데, 저는 이미 언론에서 많이 쓰이던 '그쪽이야말로주의'를 골랐거든요. 전자가 좀 더 재밌고 자연스럽다고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널리 퍼져 있는 표현이 안전하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던져주신 질문, '피장파장의 오류에 대처하는 방법'은 정말 역사적인 난제네요. '그쪽이야말로주의'가 효과적이니까 여전히 사람들이 쓰는 거고, 잘잘못을 따지기도 전에 지저분한 다툼이 되어버리고 마니 모두가 피해를 보는 상황이 되고 말죠. 개인적으로는, 상대방이 피장파장의 오류를 꺼내드는 순간 대화를 중단하는 게 제일 좋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현실에서는 깔끔하게 대화를 멈추지 못할 상황이 많다 보니, 참 아쉽습니다.
피장파장의 오류 속에서(혹은 그 오류와 함께하는 이야기 속에서) 마악 흔들리고 있노라면, 여기에 신이 온들 절대 설득하지 못할 것이다라는 생각이 듭니다요. 한발짝 물러서는 일을 주로 하는 것 같어요. 숨 한번 쉬고 다시 그 문제를 들여다보거나, '그쪽이야말로'를 '나야말로'로 치환해 보거나(헌데 이건 더 큰 오류에 빠지기도 하더군요ㅠㅠ), '이 얘기 왜 하고 있었지?'처럼 처음으로 돌아가 보거나...
개인적인 차원이라면 신념으로 밀리지 않기, 어떤 약자 집단을 향한 공격이라면 그 또한 신념으로 타협하지 않기... 정도로 살고 있습니다. 너무 원칙적인 이야기라 별 것 없는 것처럼 들리지만, 공론장(이라고 하기에는 거창할 수 있겠네요...)의 기본적인 정의부터 흔드는 이를 대할 때에는 그에 말려들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1) 여러분이 일상속에서 하는 나만의 작은 수고(배려)는 어떤 것이 있나요? 아주 소소한 것들이에요. 마트에서 장 본 후 카트 제자리에 두기(그림자노동이라고 생각하지만 주차 공간에 카트가 여기저기 있으면 모두가 불편하니까요), 목욕탕에서 탕 안에 들어갈 땐 내 물품 정리해서 자리 비우기 등 2) 기억에 남는 타인의 작은 친절이 있나요? 네비가 보편화되지 않았던 시절, 모르는 길 위에서 헤맬 때 택시 기사님이 안전지대에 차를 세우면 자신이 도와주겠다고 하시고 열심히 길 안내 해주신 적 있어요, 1998년, 초보 운전자애게 천사가 다녀가셨던 거죠.
1) 뒷사람을 위해 문 잡아주기. 문 잡아줬더니 쏙 빠져나가는 사람 보며..화내지 않기. 2) 캐리어를 끌고 지하철을 탔을 때, 계단에서 누군가 가방 들어줬던 일. 붐비는 지하철에서 겪은 친절이라 더 기억에 남아요.
~쏙 빠져나가는 사람 보며..화내지 않기 > 이것 너무 공감되고 저의 숙제이기도 합니다! ㅎㅎㅎㅎ🤣 흐윽... 내켜서 했으면서 호응 없다고 속상해하지 말자... (독백)
*문 잡아주시는 선량한 시민분들이 많으시네요. 와 좋아라! 저도 문 잡아주는 것 좋아해요! 유모차라도 기다려드린 날이면 마음속 포도알 열개 한번에 적립이고요! 1) 제가 하는 배려중에 또 제가 좋아하는 것은, 깨진 보도블럭 치우거나 제자리에 다시 끼우기입니다. 이건 타인에의 배려이면서, 제자리에 돌려놓지 않으면 불편한 제 심경을 배려하는 것이기도 하고요... 마지막 퍼즐조각 끼우기처럼 맘이 편해져요. 2) 교복 입던 시절에, 버스타고 집에 가다 갑자기 토기가 치밀어서, 버스 하차 계단에 토하고 만 일이 있었어요. 어찌할 줄을 몰라 내려서 그냥 걷고 있는데 뒤따라온 아주머니가 제게 티슈를 한움큼 주셨네요. 누가 뒤따라오시기에 나무라려고 오셨다고 생각했는데요. 아니, 지금 생각하면 그 뒷수습을 누가 어떻게 하셨을지... 정말 죄송스럽구 감사합니다.
1) 대단한건 아니지만 식당에서 다같이 식사를 할때 물을 먼저 따라주거나 수저를 놔두는 등의 작은 수고를 먼저 하게 되는 거 같아요. 배려라고 하기엔 되게 작은 것들이지만 남에게 이런 배려를 받았을때 고맙다는 느낌을 받았어서 저도 그렇게 하게 되더라고요. 2) 본인이 말을 할때 항상 듣는 타인이 기분이 나쁠수도 있어서 조심히 말을 배려해서 하는 분들이 기억에 남는거 같아요. 그래서 항상 그분들과 같이 남의 배려하는 말을 연습하고 싶어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10.16 발제하겠습니다. 요즘 우리 사회에 가장 팽배해 있는 의식 중에 하나가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그리고 '피장파장'의 원리가 아닐까 생각하는데요, 1. 내로남불과 피장파장의 원리를 경험했거나 목격했던 이야기를 공유해주시고 각자 가치판단을 해주세요. 내로남불이나 피장파장의 원리가 이 사회에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면 그에 따른 가치판단을, 사회에 악이라고 생각하시면 그에 따른 가치판단을 해주시면 되어요. 2. 이 책이 유머러스하고 좋은데 읽을수록 저는 어렵다고 느껴져요.^^ 인문학의 위기, 철학의 위기라는 말은 한 두해 들은 말이 아닐텐데요, 정말 인문학의 위기, 철학의 위기인 세상일까요? 그렇다면 우리사회에 인문학, 철학이 정말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 위기를 타개할 방법들이 있다면 각자의 생각을 펼쳐주세요.
땡스님, 발제 감사해요! 정말 중요하고도 어려운 질문을 남겨주셨네요! 1) 당장 뉴스만 보아도 내로남불과 피장파장의 오류를 쉽게 찾을 수 있을 듯해요. 자신의 약속과 신념을 손쉽게 뒤집는 정치인, 메시지보다 메신저를 공격하는 사람들, 편가르기와 혐오로 가득 찬 댓글란들... 그냥 지켜보기에도 힘이 드는 이런 상황은 '나는 일단 옳다' 또는 '내가 옳지 않을 수 있지만 그렇게 보이고 싶지 않다'라는 생각 때문에 벌어지는 것 같습니다. 겸허한 반성과 너그러운 용서, 이런 것들이 우리 사회에서는 점점 사라지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얕보이면 죽는다, 라는 생각이 주류가 되는 데에는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환경과 상황이 어려워지고, 여유가 없어지는 데 원인이 있는 것 같습니다. 서로를 적으로 만드는 사회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제도와 정책, 정치와 경제 대리인(행정가, 정치인, 기업가들)들이 갈등 해소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생각해요. 너무나 당연한 말이라 의미 없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그 간단한 걸 왜 안 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합류가 늦었습니다. 찬찬 톺아가며 이야기 드려볼게요! 피장파장을 사전에 넣어 보았더니 "「명사」 서로 낫고 못함이 없음. 상대편과 같은 행동을 하여 서로 같은 처지나 경우가 됨을 이른다."라네요. 한자어일 줄 알았는데 깜짝 놀랐어요. 마이클님이 말씀하신 '그쪽이야말로주의'를 저는 '지는~'주의라고 부르는데요(억양이 중요합니다). 충돌도 충돌의 기미도 고통스러워하는 순도 백프로 예민한 사람이라 내로남불 피장파장의 기억을 떠올리려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아프네요😨 같이 사는 분과 '요즘 사람들은 너무 화가 나 있어'라구 얘기하면서 저도 요즘 사람임을 실감해요. 요즘 사람 얘길 하면서 제가 화를 내고 있거든요. ㅎㅎ 아마도 이것이 내로남불이겠고. 피장파장도 남이야 그러거나 말거나 내가 젤로 아프기때문에 수시로 발생하는 듯 해요. 그러고보면 아픔은 주관인데, 그래서 틀린가 싶기두 하고. 인문학의 위기라고 불리지마는 이만큼 인문학이 널리 쓰인 적이 있나 저 개인적으로는 느낍니다. 에너지 위기를 부르짖으며 어느때보다 에너지를 펑펑 쓰는 시대에 살듯이요. 필요에 의한 인문학의 시대, 라면 필요하지 않을 때에 인문학이나 철학은 어디로 가는걸까요. 일단 저 개인은 매일 출퇴근길에 읽는 인문서, 철학서 한 토막으로 오늘 하루를 삽니다. ㅎㅎ 위기일지언정 소멸은 없다! (어쩌면 늘 위기였다!)
2) '인문학의 위기', 정말 오래전부터 들어왔던 이야기거든요. 저도 @땡스 님과 같은 질문을 여러 번 했었답니다. "정말 인문학의 위기, 철학의 위기인 걸까?" 이 모임을 시작하면서 썼던 이야기처럼, 우리 사회에 인문학과 철학은 왜 필요할까요? 왜 사람들은 계속해서 인문학과 철학의 지혜를 찾아다닐까요? 사실 저도 거기에 막연한 답 외에는 할 수가 없네요. "있으면 좋을 것 같으니까, 그리고 없으면 큰일 날 것 같으니까?" 사실, 철학의 위기라고는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깊고 다양한 사유가 계속되는 현대 사회입니다. 철학은 계속해서 살아 있고, 사유되고, 새로운 철학자들이 등장하죠. 1960년대 이후 해체주의 철학이 유행하면서 고전철학을 다 해체했다 하더라도, 여전히 플라톤과 칸트의 철학은 잘 살아 있습니다. 다만, 우리나라를 한정적으로 둔다면 철학이나 인문학의 인기는 점점 줄어들고 있긴 하지요. 슬프지만 먹고살기에 적합한 학문은 아니니까요. 제가 생각했을 때, 지금 세상에서는 인문학이나 철학의 위기보다는 '시대정신의 부재'가 더 큰 문제가 되는 것 같습니다. 한 사회, 한 나라, 한 문명을 이끌어가는 어떤 시대정신이 언제부터인가는 사라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결국 각자도생의 시대가 왔고, 우리 개인들은 너무나 불안하게 하루하루를 자신만을 믿고 살아가야 할 처지에 놓인게 아닌가 합니다. 그 어떤 사회나 조직이 우리 개인에게 확신과 안정감을 주지 못하는 시대, 어쩌면 그래서 우리가 더욱 철학적 사유로 무장해야 하지 않을까요?
1. 소셜 미디어의 발달이라고 하면 그렇고 왜곡으로 갈수록 양극화되어가는 정치 테마 안에서 이런 부분이 유별나게 노출되곤 하는 거 같습니다. 2. 유머와 철학적인 정론을 겸비함이 이 책의 가장 큰 미덕 같은데 그 사이의 갭이 다서 넓게 느껴지더군요. 인문학, 철학의 효용에 대해 아직 그 누구도 명확하게 규정내리지 못한 거 같단 생각을 하고 있는데 우리가 살고 있는 고도화된 자본주의 사회에서 더더욱 그런 거 같단 생각이 듭니다.
1. 내로남불, 피장파장 모두 상대의 언행을 전제한다는 점에서 아주 무의미한 것은 아니나, 결국 담론의 본질 외 요소에 과도하게 주목한다는 점에서 의사결정과정을 방해하는 오류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에 맥락 없는 선악이 어디 있겠느냐만은, 그런 오류가 발생했을 때 참고하는 정도가 최선이 아닐까요. 2. 철학은 언제 어느때고 쓸모있었다! 아니, 근간이 되지 않았던 적이 없다! 고 주장하는 사람입니다. 철학은 그 특성상 어쩌면 유사 이래 위기가 아니었던 적이 없었을지도요... 현대사회에서 철학 또는 인문학 그 자체의 위기라기보다는 그에 대한 인식이 너무 치우쳐있는 것이 가장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거칠게 말하면 자기 머리로 생각하는 사람을 인정하지 않는 풍조가 급격히 확산된 것이 작금의 현실이 아닐까요. 기술 또는 응용학문과 다르게 철학은 결국 세상을 보는 눈, 행동과 사고의 근간이 되는 기본적 토대를 형성하고 논박하는 학문입니다. 결국 돈이 들고 당장 죽기 직전, 조금의 여유도 없는 삶으로 몰아가는 현실 정치가 개선되지 않으면 인문학의 위기, 생각하는 존재의 고갈, 신념-없음의 후폭풍은 피할 수도 대응할 수도 없는 일이 되겠지요...
1. 제가 가장 크게 느끼는 내로남불은 '우리 가족을 나만 욕할 수 있어. 난 우리 가족 욕해도 넌 우리 가족 욕하면 안돼'입니다. 저도 이 내로남불에서 자유로울 수 없거든요. 가족이야말고 가장 사랑해주고 사랑받을 존재지만 가끔 날 힘들게 하는 가족구성원이 있을 때 다른 사람들에게 험담을 늘어놓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럴 때 그 사람이 '야 네 가족 ㅇㅇ이 너무하네, 정말 xx야.' 라고 하면 눈이 뒤집힙니다. 2. 저는 이 책이 어려운 철학을 그나마 쉽게 풀어쓴 것 같아 좋습니다. 그래서 이런 철학책이 정말 귀하죠. 철학의 위기를 이런 책으로 타개해 가며 쉽게 다가간다면 조금 더 우리는 철학적인 대화가 가능하지 않을까 꿈꿔봅니다. (물론 윤리철학을 안다고 해서 완벽하게 윤리적인 사람이 될 수 는 없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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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의 누워서 쓰는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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