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서점 × 책방밀물]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같이 읽기

D-29
하하하...제가 썼답니다 ^^;; 5~6년쯤 전에 들었던 이야기라 아마 그 친구도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어 있을거에요. 우리나라는 어릴 때부터 꿈을 직업과 연결지어 생각하다보니 이런 질문도 받는 것 같아요. 특정 직업이 꿈일 필요는 없는데.. 직업 이외의 꿈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하지 않는 것 같거든요. 꿈이 뭐냐는 질문에 외국어를 5개쯤 할 수 있어서 번역 없이 여러 언어의 책을 읽고 싶다던가, 여러 나라의 멋진 도서관을 가보고 싶다던가, 여러 악기를 다룰 줄 알고 싶단 대답을 들어 보고 싶은데 말이죠. 직장과 직업의 가치가 과대 평가되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은 저도 많이 한답니다. 물론 의미 있고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제 경우만 봐도 직장을 들어가기 전까지 그 직종이 어떤 일을 하는 건지는 꽤나 막연했던것 같거든요. 나름 많이 알아봤는데도 말이죠. 그래서 전 어떤 일이든 열심히 해서 잘하게 되면 조금 더 좋아할 확률이 높아진다 생각하고 있어요. 잘하다 보면 기회가 다른 기회로도 닿고, 그 안에서 새로운 사람도 만나고 대부분은 그러지 않을까..생각한답니다. 물론 저어엉말 좋아하는 일을 하며 돈도 벌고 성과도 내는 사람들이 가장 부럽지만요. 오늘은 월요일이다보니 이런 생각도 들더라고요. 일이 아녔음 내게 이런 일상의 규칙적인 리듬도 없었겠구나 하는 생각요. (물론.. 주 3일의 리듬이면 더 좋겠습니다!! ㅎㅎ)
한편으론 <기초를 닦습니다>에서 묘사된 것처럼 지금 2023년에도 고작 학연 지연등으로 일이 저렇게 풀리는 그런 상황이 있다고? 싶기도 했고요. 2000년대 초반이면 모를까 설마.. 하는 생각이 들어서, 내가 현실을 모르는건가 아님 조금은 낡은 레퍼토리인건가.. -.-a 궁금했어요.
남편 일하는 거 보면 지연은 잘 모르겠고 학연은 아직은 유효한 것 같더라고요. 😞
후우.. 맙소사네요;; 이런거 때문에라도 이렇게 같이 책 읽고 의견 나누는게 귀한것 같아요. 가끔씩 내가 모르는 분야나 세상에 대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생각할 때가 있거든요.
그렇게 또 하루를 시작하면서 내 몸과 정신은 지하로, 더 깊은 지하로 가라앉기만을 반복하고 있다. 오후 세시가 돌아올 때까지 죽은듯 버티거나 차라리 이대로 무대의 막이 내리듯 모든 게 깊은 블랙홀 속으로 빨려들어가거나, 어찌되었든 둘 중 하나일 것이니까.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 월급사실주의 2023 <카스트 에이지> 주원규, 김의경 외 지음
끝으로 하나만 더,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내 지겨운 스무 살, 사과받지 않고도 살아갈 자신 있냐고. <카스트 에이지>를 읽고 소설의 여운이 오래 남는 오후를 지나고 있어요. 나름대로 소설을 정리하다가, 조금 더 생각해봐야겠다는 생각에 펜을 멈추고 그믐으로 접속했습니다. 이 단편 조금 아프고 많이 좋습니다...
저도 <카스트 에이지> 는 읽고 힘들어서 아직 다시 못펴고 있답니다. 너무 비현실적일만큼 힘든데 분명 또 현실적이거든요. 그냥 소설 속 보단 덜 힘든 누군가의 꿈 속 악몽인거면 좋겠다 싶었어요
저도 읽으며 이 소설이 사실을 기반으로 한 게 아니기를 바라게 되더라고요. 내내 '아니 어떻게 이렇게, 왜' 를 읊조리며 읽었습니다. 소설 마지막 문장에서 주인공이 스무살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
저는 올해 이 책을 읽은 게 큰 행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책에서 저의 모습을 보기도 했고요. 희망과 꿈이란 단어의 무기력함도 느꼈고요. 뭐라 말할 수 없는 다양한 감정이 드네요. 북토크가 그래서 더 기다려지네요. 🥲
팍타. 순트. 세르반다. 계약은 지켜져야 한다는 뜻을 가진 라틴어야.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 월급사실주의 2023 정진영/숨바꼭질, 김의경 외 지음
내가 오 년 가까이 머물렀던 공간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나는 이번 숨바꼭질에서 이긴 걸까, 진 걸까. 이 숨바꼭질에 끝이 있긴 있는 걸까. 제때 돌려받지 못한 전세금의 지연이자까지 소송으로 받아내려면 또 얼마나 긴 시간이 걸릴까. 일주일 안에 과연 괜찮은 방을 찾아 이사할 수 있을까. 익숙했던 서대문역 주변 풍경이 낯설게 느껴졌다.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 월급사실주의 2023 정진영/숨바꼭질 241p, 김의경 외 지음
결혼 전, 집 구하던 때가 생각났던 단편이었어요. 근린생활시설은 주담대나 보증보험이 안 되는 걸 처음 알았네요. 서울 국평 아파트를 제돈으로 살 수 있는 사람이 있긴 할까요? 부모 도움이나 대출없이요. 😭
하아.. <숨바꼭질> 은 저한텐 거의 르포입니다. 다행히 집주인이 보증금 안돌려준 건 아녔으나.. 이거 빼곤 거의 똑같은 시간을 겪은ㄷㄷ <광합성 런치>의 이서수 작가님 단편 중에 <나의 방광 나의 지구> 도 비슷한 소재인데, 읽고 나서 신랑이랑 우리 집에 CCTV 달아 두고 쓰신것 같다고 얘기했지요. 소설 속 시기를 비슷하게 겪으면서 제일 힘든건 걱정과 원망의 시간을 지나 결국은 스스로를 자책하게 되는 거더라고요. '남들 다~살 때 누가 칼 들고 다님서 사지 말라고 했냐, 내가 현실 파악 못하고 안샀지.. 빡세게 고생해서 돈 벌면 뭐하냐.. 굴리는 재주도 없고..' 이런 귀결이.. 많은 이들이 비슷한 경험을 했거나 하고 있을것 같아요. 그래도 소설 결말은 맘에 들었어요! 주인공이 만족할 순 없겠지만 억울함이라도 저만큼은 풀고 마쳐서 응원한ㅎㅎ
일 초라도 빨리 달리기 위해 붉은 신호일 때도 진행하는 게 일상이다. 내 눈에 보이는 건 차량의 붉은 브레이크 등이 전부다. 그 붉은 태양과도 같은 수많은 불빛을 넘어서고 나면 단내가 내 몸과 코끝에 절묘하게 파고드는 시간이 가까워진다. .... 내가 달다고 느끼는 건 아주 잠깐, 다세대주택, 빌라, 주상복합 오피스텔, 사무실, 지하 연습실 같은 다양한 공간에서 문이 열리고 음식을 주고받는 그 짧은 순간에 슬쩍 마주치는 수령인과의 시선 충돌. 그 순간은 묘하게 달다. 수령인은 내 얼굴을 보지 못한다. 검은 헬멧을 늘 벗지 않았으니까....... 문 앞에 놓고 가라는 경우는 제외하고, 아주 잠깐이었지만 살아 있는 눈을 보는 특권은 정말 달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충동을 넘어선 단내가 내 몸과 머릿속을 야무지게 채우는 걸 느낀다. 그 단내가 뭐냐고 누군가 진지하게 따져 물으면 한마디도 대답 못하겠지만,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는 그 순간만큼은 달았고, 내가 살아 있는 걸 느꼈다. 그 기분이 좋은 건지, 우울한 건지, 무섭고 두려운 건지에 관해선 해석이 불가하다. 길 위에서 내 역한 입김이 눈앞의 헬멧 실드에 성에로 잔류하는 순간순간마다 춥고 달다는 실감 외에는 다른 어떤 것도 감각되지 않는다.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 월급사실주의 2023 주원규/카스트 에이지 253p, 김의경 외 지음
오늘도 오후 세시에 지하철 2호선에서 나갈 자신이 있냐고, 오토바이에 올라타 돈 벌 자신 있냐고, 여자친구에게 같이 지내자고 징징거리지 않을 자신 있냐고, 멘토에게 근거 없는 죄책감을 느끼지 않을 자신 있냐고. 끝으로 하나만 더,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내 지겨운 스무 살, 사과받지 않고도 살아갈 자신 있냐고.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 월급사실주의 2023 주원규/카스트 에이지 271p, 김의경 외 지음
힘들게 읽은 단편입니다. 이은해 사건 등, 여러 사건이 떠오르기도 했고요. 코인 빚투자 실패로 하루 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진 20살 태양이 발 뻗고 잘 곳도 없어 2호선 순환선을 타고 쪽잠을 자면서도 택배 상.하차와 배달로 번 돈을 고스란히 여친과 멘토에 삥뜯기는 일상이 참담합니다. 여친과 멘토의 전형적인 가스라이팅, 묘하게 그 둘 다 태양과 눈을 똑바로 마주 보고 이야기하지 않아요. 태양이 유일하게 살아있다고 느끼는 눈을 마주 볼 수 있는 사람들이 배달시킨 사람들. 누가 태양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나요, 일확천금을 노린 마음에 빚을 내 코인을 투자해 망했으니 전적으로 태양의 잘못인가요.. ㅠㅠ
카스트 에이지의 뜻이 뭘까요? 영어도 안 써있고 각주나 미주에 안 나와있네요. 막연히 신분제도시대 정도로 추측하는데요..🤔
야심차게 시도했던 개별 수정들이 결국엔 모두 추가 비용이나 설계 오류가 되어 돌아왔다. 그때 배웠다. 이상은 현실을 극복할 무엇 없이는 이루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을. 그게 자본이 됐든, 건축법이 됐든, 천재적인 설계 능력이 됐든, 아니면 허울뿐인 이름값이 됐든 말이다.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 월급사실주의 2023 p.144 임성순 <기초를 닦습니다>, 김의경 외 지음
'현실을 극복할 무엇 없이는 이루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지만, 그 무엇을 찾아 극복하려 애쓰고 싸우는 이들이 있기에 우리는 계속해서 새로운 무언가를 맞이하고 누리게 되는게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그 지난한 과정 속에 있었을 사람들을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었네요.
"세상을 구하는 것도 아니고, 지구를 지키는 것도 아니고, 그냥 빌라를 짓는 거라고 " "그래도 " "니 양심껏 하자 없는 집 만들자고 이러는 거잖아." "최소한의 돈으로요." "그래. 그러니까 받은 만큼만 일해."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 월급사실주의 2023 p.162 임성순 <기초를 닦습니다>, 김의경 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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