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작은 사고라고 해도 피해자가 있으면 반드시 가해자가, 가해자가 불명이면 책임자가 나와야 하는 게 군대다....... 군대는 상식으로만 돌아가는 조직이 아니다.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 월급사실주의 2023』 염기원/혁명의 온도 95p, 김의경 외 지음
문장모음 보기
Jonas
"정말 안됐어. 하지만 그게 꼭 할머니에게 나쁜 일일까. 먹여 살릴 사람이 없다면 더이상 이렇게 고된 일은 안 해도 될 거 아니야."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 월급사실주의 2023』 p. 41 김의경 <순간접착제> , 김의경 외 지음
문장모음 보기
Jonas
처음 읽을 땐 넘어갔던 문장인데 다시 읽을 때 눈에 들어온 건, 이 말이 주인공이 아닌 예은의 대사였더라고요. 엄마가 아파서 잘못될 수도 있는 상황의 예은, 혹시라도 잘못되면 세상에 혼자 남게 될 지 모르는 예은의 대사란 게 마음에 걸렸어요. 아저씨가 있긴 하지만 엄마가 오래 아프게 되면 어떻게 하지.. 란 생각을 언젠가 해봤을 것 같은 예은이라서요. 가족이 오래 아프면 정말 여러가지 생각들이 함께 뒤섞이니까요.
또 한편으론 '아냐... 먹여 살릴 가족이 없어도 나를 먹여 살리기 위해서라도 고된 일을 계속 해야 할지도 몰라..'라는 생각도 들어서 ㅠ_ㅠ
스마일씨
🔖내 손에는 아직 군무원 선배의 온기가 남아 있다. 그의 따뜻했던 손은 아마도 섭씨 36.5도. 혁명의 온도였다.
군편제에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낯설게 읽은 <혁명의 온도>였는데요, 혹시 위 문장을 다들 어떻게 해석하셨는지 듣고 싶습니다.
Jonas
역시 저뿐만이 아녔군요! 저도 군인, 군무원의 집급이나 상호관계를 모르다보니 <혁명의 온도>는 잘 이해를 못했답니다. 저 개인의 문젠가; 아님 인구의 절반이 익숙한 내용을 나머지 절반은 저처럼 모르는건가 궁금해서 여성 독자분들께 물어보고 싶었답니다 ^^a
이름짓기는어려워
앗 이거...저도 책 읽고 이런 생각 했어요... 건강하여 국가로부터 '정상성'을 인정받 고 현역으로 복무한 일등시민 남성들만 이해할 수 있는 것 아닌지...인구의 절반조차도 안되겠지요 그러니... ㅎㅎ 계급체계도 모르고 하다 보니...이게 뭘까...하면서 봤습니다 ㅎㅎ 소설이 쓰인 방식이 그런 건지, 아니면 다르게 쓰였어도 군 체계에 익숙하지 않아서 낯설게 보일 수밖에 없었을지 잘 모르겠네요. 군무원을 둘러싼 문제들이 잘 전달되지 않는 느낌이었어요. @스마일씨 말씀하신 문장 자체는 동맹 파업의 시도가 무산되고 '아무도 뭉쳐서 투쟁하지 않는구나, 그럼 그렇지'라고 화자가 생각하던 순간, 다른 방식이지만 화자에게 손 내밀어주고 손 잡아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렇게 맞잡은 손과 그를 통해 전해지는 온기에서부터, 지금 이 자리에서부터 작게나마 변화가, 혁명이 시작될 것이다, 그냥 그 정도로만 읽었습니다 ㅎㅎ
스마일씨
그저 체온의 온도, 그러니깐 다시 '시작'한다는 의미에서 쓴 게 맞는 것 같네요! 😊
스마일씨
긴병에 효자없다는 말도 있지요. 돌봄하는 행위자도 돌봄이 필요한 것 같아요. 돌봄 행위자가 경제활동까지 짐을 진다면 누구든 할 수 있는 생각이라고 생각돼요. 이와 관련해 읽은 책 중 괜찮은 게 있어 추천드립니다.
경험이 언어가 될 때폭력에 둔감했던 문화와 관행에 맞서 여성들은 집단적 목소리를 냈고 이제 페미니즘은 시대정신으로 여겨지게 되었다. 하지만 백래시 역시 만만치 않았을뿐더러 우리의 삶은 여전히 많은 질문과 과제들로 둘러싸여 있다. 이 책 『경험이 언어가 될 때』는 페미니스트로 살아가는 삶의 방식에 관한 책이다. 페미니스트 인식론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자신을 되돌아보면서 연대와 공존이라는 가치를 실천해나가기 위해 애쓰는 분투의 기록이다. “경험이 언어가 될 때”라는 제목은 기존의
책장 바로가기
스마일씨
“ 껌을 포장하는 데 알루미늄포일만큼 좋은 것도 없다. 껌의 수분을 적절하게 보존해주고. 여름엔 열을 밖으로 내보내 껌이 녹는 것을 방지해준다. 버릴 땐 작게 뭉쳐서 버릴 수 있으니 편리하기까지 하다...
우리 회사에선 내가 껌종이 같은 사람이라는 걸 이재씨는 알까. 식대 인상을 제안하며 대표를 설득하기 위해 얼마나 잔머리를 굴렸는지 알까. 대표가 너무 까칠해지지 않도록 마음의 수분을 적절하게 보존해주고, 직원들의 열을 밖으로 내보내 녹는 것을 방지해주는 사람. 그러나 버려질 땐 껌 종이처럼 꼬깃하게 뭉쳐져 가차없이 던져지는 존재. 그게 나라는 걸. ”
<광합성런치>에서 저도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이에요. 이서수 작가님 글 참 좋아하는데 <미조의 시대>에서도 '팔다 남은 떡'같다고 하는 문장이 있었거든요. 읽자마자 바로 그 부분이 떠올랐답니다.
스마일씨
아! 저도 미조의 시대를 읽었어요.
아버지 유산이 서울에서 지하셋방 구할 돈도 안 되는 현실, 그럼에도 모녀는 살기위해 애를 쓰죠. 제가 이 부분을 인덱스 해놨더라고요.
🔖미조야, 너 그거 아니? 인간을 육체적으로 학살하는 것은 시간이지만, 정신적으로 학살하 는 것은 시대야. (124p)
스마일씨
“ 점심의 다른 말은 뭘까? 중식, 런치, 주찬, 진지, 끼니, 요기 등등 다양하다. 하지만 나는 오늘 '사료'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런치플레이션이 불러일으킨 비극일까, 자본주의의 본성일까. 나는 런치, 때로는 진지를 먹고 싶지만 회사는 나의 밥상에 사료를 올려주고 싶은 눈치다. 저는 사료가 아니라 런치가 먹고 싶습니다. 제가 식물이면 광합성 런치라도 할 수 있지만, 이건 뭐 사료를 보고도 런치인 척해야 합니까? ”
런치플레이션은 저도 요즘 많이 느끼고 있답니다. 그나마 재택과 출근을 반반씩 하고 있어서 매일 사먹어야는건 아니지만 만원은 기본이되었거든요.그런데 한편으론 소위 백반이라 불리는 식당들의 가격이 너무 낮아서 저는 항상 속상했어요. 집밥같은 한식 가득 밥상을 6천원 7천원밖에 안하는거보면서 뭔가 상대적으로 너무 후려침을 당하는 기분이랄까.. 얼마나 수고가 많이 드는일인데 커피한잔 가격과 비슷하게밖에 인정 못받나 싶어서요. 가정에서 가사노동이 경제활동으로 그만큼 인정 못받듯 이런 식당들은 중년여성들의 노동을 너무 값싸게 여기는 느낌였어요. 이런 식당들은 조금 더 오르면 좋겠는;
스마일씨
저도 백반 홀대받는 것 같다는 비슷한 얘길 한 적이 있는데요.. 백반은 제 기준에도 가격 후려침 당하는 느낌이에요. 한식은 반찬이 참 손이 많이 가잖아요. 나물만 해도 다듬고 삶고 무치고..엄마의 손맛이 쉐프의 솜씨보다 못할 것이 뭐있답니까.. 요나스님 말씀 듣고 보니 가사노동을 인정 못 받는 듯한 느낌으로 확장될 수 있을 것 같네요.🥲
김새섬
<순간접착제> 를 다 읽었어요. 작품은 작가 이름의 가나다 순서대로 실린 것 같으니 김의경 작가님 작품이 첫 번째로 등장한 건 우연일텐데요, 참 충격적일 정도로 좋네요. 며칠 전 <소설 목포>라는 앤솔로지에서 김의경 작가님의 <최애의 후배>를 읽을 때도 느꼈는데 작가님이 물이 올랐다는 느낌. 문학에 이런 표현을 써도 될지 모르겠는데 굉장히 테크니션적인 면모가 돋보이네요.
소설 목포《소설 목포》는 《소설 제주》, 《소설 도쿄》, 《소설 뉴욕》, 《소설 부산》에 이은 테마소설 시리즈 ‘누벨바그’의 다섯 번째 앤솔러지로 세계 여러 도시와 작가들과의 만남을 통해 지역과 문화, 사람이 어우러지는 장을 만들고자 야심차게 기획한 아르띠잔의 테마소설 시리즈다. 시간을 되돌린 듯 오래된 건물과 풍경을 간직한 거리를 걸으며 과거의 풍경 속에서 현재의 나를 돌아보고 싶을 때 추천하고 싶은 곳 목포. 목포의 원도심에 가면 과거와 공존하는 듯한 기분
책장 바로가기
김새섬
노동자들이 작업장에서 '순간접착제’ 역할을 하는 상황들. 악마 같은 작업 반장 등장시켜 이야기를 쉽게 풀어갈 수도 있지만 그런 방향으로 이끌지 않으시네요. 이미 이야기 나눠주신 것처럼 독한 접착제 냄새에 대비되게끔 달콤한 마카롱 냄새, 고소한 밥 냄새를 계속 등장시키는 것도 그렇고.
딱히 악당이 없는데도 이렇게 큰 감정선을 만들어낸다는 게 좀 놀라웠어요. 주인공인 MZ 세대들도 그저 해맑고 순수한 어린애들로 그리지 않고 그렇다고 흔히 다른 미디어에서 묘사되듯 맑은 눈의 광인이나 별세계인처럼 표현하지 않은 것도 좋았어요.
김새섬
몇몇 장면들이 책을 덮어도 잊혀지지가 않네요. 어두운 스윗마카롱 카페에서 사장언니가 조용히 노트를 바라보던 모습, 먼지제거 샤워대에서 소순 할머니가 막춤을 추던 것, 예은이가 지하철에 오르자마자 나를 안고 아이처럼 울던 것.
작품 너무 좋았습니다.
Jonas
“ 학원 차량에서 내린 여학생 둘이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며 걸어갔다. 벤치 앞을 지나가다가 갑자기 폭죽을 터뜨리듯 웃음을 쏟아냈다. 둘은 벤치에 앉아 손뼉을 치며 웃다가 배를 잡고 꺽꺽거렸다.
<중략>
웃음의 내용은 몰라도 웃음의 기운이 공기 중에 퍼졌다. 한 명이 일어나서 웃으며 뛰어가자 다른 한 명이 소리르 지르며 뒤따라 갔다. 탁탁탁, 바닥을 구르는 운동화 소리와 야, 왜, 하는 목소리가 멀어져갔다. ”
하아... <밤의 벤치> 다시 읽어도 정말 너무 좋네요. 속도감 있고 쭉쭉 읽히는 글과는 다르게, 느린 호흡으로 오감을 다 열고 섬세하게 독서하는 경험이었답니다. 공기의 온도나 습도, 학생들의 웃음 소리들을 경진의 입장에서 저도 함께 느끼고 바라보는 기분였어요.
어릴 땐 '10대의 아이들을 보며 자그만한 일에도 웃는 나이'라는 말을 잘 이해 못했는데, 어느덧 제가 그러고 있더라고요. 뭐가 저렇게 좋을까, 하고 살짝 엿들어보고 싶을 만큼 '폭죽을 터뜨리듯' 웃는 아이들을 저도 똑같이 바라보고 있거든요. 10대 아이들의 '야, 왜,' 하는 그 목소리가 어떤 기분으로 툭 내뱉는 건지 저의 10대가 떠올라서 괜히 씌익 웃고 있습니다. ^__^ 이번 글을 읽는 내내 잔잔한 단편 영화 보는 느낌이었어요.
김새섬
<밤의 벤치>를 다 읽었어요. 저도 서유미 작가님 작품들은 읽을 때마다 드라마극장 같은 데 단편 드라마로 만들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미친 시어머니나 망나니 재벌 3세 나오는 드라마 말고 남녀 주인공들이 소소하게 일상을 영위하는 드라마. 대단한 극적 장치 없어도 주인공들의 작은 갈등과 아픔을 보여주기에 적합한 스토리를 참 잘 쓰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