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수진이 아랑곳없이 교과서를 펼치면 아이들은 여지없이 맥이 풀려 원래의 풍경 속으로 잠겨들었다. 흐물흐물 녹아내린 달리의 시계처럼. 자신이 무엇을 잃고 있는지, 어디로부터 어디까지 떨어지고 있는지 알지 못한 채, 아니, 알 필요도 없다는 듯 그저 그곳에 가만히 늘어져 있는 것이 존재의 목적인 양. 개별성이 잠식된 견고한 무기력 덩어리로. 아무것도 가닿지 않고 어떤 것도 되돌아오지 않는다는 낙망을 전염시키며.
”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 월급사실주의 2023』 황여정/섬광 346p, 김의경 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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