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아.. <숨바꼭질> 은 저한텐 거의 르포입니다. 다행히 집주인이 보증금 안돌려준 건 아녔으나.. 이거 빼곤 거의 똑같은 시간을 겪은ㄷㄷ
<광합성 런치>의 이서수 작가님 단편 중에 <나의 방광 나의 지구> 도 비슷한 소재인데, 읽고 나서 신랑이랑 우리 집에 CCTV 달아 두고 쓰신것 같다고 얘기했지요.
소설 속 시기를 비슷하게 겪으면서 제일 힘든건 걱정과 원망의 시간을 지나 결국은 스스로를 자책하게 되는 거더라고요. '남들 다~살 때 누가 칼 들고 다님서 사지 말라고 했냐, 내가 현실 파악 못하고 안샀지.. 빡세게 고생해서 돈 벌면 뭐하냐.. 굴리는 재주도 없고..' 이런 귀결이..
많은 이들이 비슷한 경험을 했거나 하고 있을것 같아요.
그래도 소설 결말은 맘에 들었어요! 주인공이 만족할 순 없겠지만 억울함이라도 저만큼은 풀고 마쳐서 응원한ㅎㅎ
[무슨서점 × 책방밀물]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같이 읽기
D-29

Jonas

스마일씨
“ 일 초라도 빨리 달리기 위해 붉은 신호일 때도 진행하는 게 일상이다. 내 눈에 보이는 건 차량의 붉은 브레이크 등이 전부다. 그 붉은 태양과도 같은 수많은 불빛을 넘어서고 나면 단내가 내 몸과 코끝에 절묘하게 파고드는 시간이 가까워진다. ....
내가 달다고 느끼는 건 아주 잠깐, 다세대주택, 빌라, 주상복합 오피스텔, 사무실, 지하 연습실 같은 다양한 공간에서 문이 열리고 음식을 주고받는 그 짧은 순간에 슬쩍 마주치는 수령인과의 시선 충돌. 그 순간은 묘하게 달다. 수령인은 내 얼굴을 보지 못한다. 검은 헬멧을 늘 벗지 않았으니까.......
문 앞에 놓고 가라는 경우는 제외하고, 아주 잠깐이었지만 살아 있는 눈을 보는 특권은 정말 달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충동을 넘어선 단내가 내 몸과 머릿속을 야무지게 채우는 걸 느낀다. 그 단내가 뭐냐고 누군가 진지하게 따져 물으면 한마디도 대답 못하겠지만,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는 그 순간만큼은 달았고, 내가 살아 있는 걸 느꼈다. 그 기분이 좋은 건지, 우울한 건지, 무섭고 두려운 건지에 관해선 해석이 불가하다. 길 위에서 내 역한 입김이 눈앞의 헬멧 실드에 성에로 잔류하는 순간순간마다 춥고 달다는 실감 외에는 다른 어떤 것도 감각되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