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함께 읽기] #번외. <위어드>

D-29
상업은 평화의 체제로서 민족뿐만 아이라 개인까지 서로에게 유용하게 만듦으로써 인류를 다정하게 바꾸는 작용을한다. … 상업의 발명은 … 지금까지 어떤 식으로든 도덕적 원칙으로부터 곧바로 만들어지지 않은 보편적 문명으로 나아가는 가장 위대한 길이다.
위어드 - 인류의 역사와 뇌 구조까지 바꿔놓은 문화적 진화의 힘 p.370, _토머스 페인(1792), 《인간의 권리》, 조지프 헨릭 지음, 유강은 옮김
상업의 유용성을 정말 아름답게 묘사한 문장으로 느껴졌습니다.
집약적 친족 기반 제도의 붕괴는 도시화와 자유도시 및 자치도시의 형성으로 나아가는 문을 열었고, 이 도시들은 더 많은 자치를 발전시키기 시작했다. 흔히 상인들이 지배한 도시의 성장은 시장 통합 수준을 점점 높였고, 우리가 추론하는 바에 따르면 비개인적 신뢰, 공정성, 협동의 수준도 끌어올렸다. 이런 심리적, 사회적 변화가 일어나는 동안 사람들은 개인의 권리, 개인의 자유, 법치, 사유 재산의 보호 같은 개념에 대해 숙고하기 시작했다. 이런 새로운 관념들이 다른 많은 대안들보다 사람들에게 새롭게 등장하는 문화심리에 잘 들어맞았다.
위어드 - 인류의 역사와 뇌 구조까지 바꿔놓은 문화적 진화의 힘 p.411, 조지프 헨릭 지음, 유강은 옮김
파트 3의 9, 10, 11장은 교회가 강제한 친족제도의 변화가 사회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됐는지 설명의 폭을 넓히는 부분이었습니다. 집단 심리의 변화가 역사에 반영되는 장면들을 읽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독일과 이탈리아 지역의 도시 발달과 상업, 기술의 특별한 약진의 이유가 명쾌히 설명돼 있어 재미졌네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아, 갑자기 한 가지 아이디어도 생각났어요. 제가 올해(2023년) 읽었던 책 가운데 정말 재미있었던 역사책이 영국 역사학자 이언 모티머가 쓴 『변화의 세기』(현암사)였어요. 10세기 그러니까 1001년부터 20세기 2000년까지 1000년간의 서구 역사를 세기별로 정리한 책입니다. 서구 역사를 중심으로 지난 1,000년을 돌아보는 게 뜻밖에도 오늘을 이해하는 데에 굉장히 유용한 통찰을 주더군요. 공교롭게도 『위어드』의 파트 2에서 파트 4까지 서술하는 부분과 겹치기도 하니, 다음 책으로 『변화의 세기』를 함께 읽어보는 것도 어떨까 싶었어요. (정말, 『변화의 세기』는 재미있거든요!)
변화의 세기 - 서양 천 년을 바꾼 결정적 사건들지난 천 년간의 서구 사회를 ‘변화’라는 키워드로 해석하는 독특한 역사책이다. 11세기부터 20세기까지 각 세기별 가장 중요한 변화들을 제시하고 변화의 주체가 되는 인물들을 꼽는다. 지난 천 년간, 서양을 뒤흔든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일까.
<변화의 세기> 함께 읽기, 몹시 찬성합니다. 역사책이 재미있기까지 하면 읽어야죠. 우선 <위어드>를 다 읽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열심히 읽다가 기나긴 연휴를 맞아 7장 어디쯤에서 길을 잃었네요. 다시 제자리를 찾아가봐야겠어요!
아이러니하게도 보편 종교는 개인들이 자발적으로 높은 비용을 치러야 하는 행위를 하거나 믿을 만한 보여주기를 제공하는 의례화된 기회를 통해 '신뢰성을 높이는 보여주기'를 의존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물론 순교자는 다른 여러 종교 가운데서도 기독교와 이슬람, 불교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했지만, 이는 '신뢰성을 높이는 보여주기'의 가장 분명한 사례일 뿐이다. 보편 종교는 상흔문신, 음식 금기, 성적 금지, 금식, 동물 희생, 자선 기부 등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을 비롯해 참가자와 관찰자 모두의 신앙을 확고하게 하는 온갖 미묘한 형태의 '신뢰성을 높이는 보여주기'를 특징으로 한다.
위어드 - 인류의 역사와 뇌 구조까지 바꿔놓은 문화적 진화의 힘 p. 206, 조지프 헨릭 지음, 유강은 옮김
1부는 WEIRD 심리의 배경에 대해 이럴 수도 있겠다라는 느낌을 주는 저자의 설명이었습니다.
서기 약 400년에서 1200년 사이에 유럽의 많은 부족적 인구 집단들이 지닌 집약적 친족 기반 제도가 서서히 퇴화하고 해체됐으며, 결국 완전히 파괴되었다. 로마 가톨릭교회로 발전한 기독교의 한 분파가 주범이었다. 그 후 전통적 시회 구조의 폐허 위에서 사람들은 친족이나 부족적 관계보다는 공유하는 이해나 믿음에 근거해서 새로운 자발적 결사체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이 유럽 지역들에서 사회의 진화는 친족 관계의 강화라는 통상적인 경로와 차단된 채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여기서 핵심은 유럽에서 집약적인 친족 기반 제도가 해체되고 독립적인 일부일처제의 핵가족이 점차 모습을 드러낸 것이 근대 세계로 나아가는 어마어마한 눈사태를 일으킨 하나의 조약돌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위어드 - 인류의 역사와 뇌 구조까지 바꿔놓은 문화적 진화의 힘 p. 217-218, 조지프 헨릭 지음, 유강은 옮김
교회가 입양, 일부다처, 재혼을 제한한 것은 상속자가 없는 혈족의 계보가 결국 끊어진다는 의미였다. 이런 제한 아래 유럽의 많은 왕조가 상속자가 없어서 사라졌다. '결혼 가족 강령'의 근친상간 금지와 마찬가지로, 이런 절멸은 교회에 이익이 되었다. 사람들을 집약적 친족의 제약에서 해방시키고 교회의 금고로 부가 흘러 들어가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수입은 혼인 무효 선언을 판매하는 것으로 생겨났다. 물론 재혼은 불가능했지만, 일정한 조건이 맞으면 첫 번째 결혼을 무효화할 수 있었다. 물론 이런 식의 강력한 마법은 값이 비쌌다.
위어드 - 인류의 역사와 뇌 구조까지 바꿔놓은 문화적 진화의 힘 p.244, 조지프 헨릭 지음, 유강은 옮김
암브로시우스는 이 우화를 주춧돌로 삼아서 부자가 교회를 통해 가난한 사람들에게 자기 부를 내주면 정말로 천국에 들어갈 수 있다는 사고를 널리 퍼뜨림으로써 교회의 재정을 튼튼하게 할 수 있었다. 이상적으로 보면, 부유한 기독교인은 재산을 가난한 이들에게 주고 하느님에게 봉사해야 했다. 하지만 교회는 또한 심리적으로 더 편한 대안을 제시했다. 부자는 죽는 순간에 재산의 일부나 전부를 유산으로 남길 수 있었다. 그리하여 부자는 평생을 부유하게 살고서도 죽는 순간에 가난한 사람에게 후하게 베푸는 식으로 비유 속 바늘귀를 지나갈 수 있었다. 이 자선의 교의는 천재적인 발명이었다. 부유한 기독교인에게 이 관념은 예수님 말씀에 분명한 근거를 두고 있는 강력한 동인이었다. 이 교의에 영감을 받은 몇몇 로마 귀족은 막대한 재산을 포기하고 평생을 종교에 봉사하면서 살았다.
위어드 - 인류의 역사와 뇌 구조까지 바꿔놓은 문화적 진화의 힘 p. 246, 조지프 헨릭 지음, 유강은 옮김
당연한 얘기지만, 부유한 기독교인은 대부분 적어도 살아 있는 한은 재산을 내줄 만큼 기독교에 깊이 감화되지는 않았다. ...... 이렇게 자선 행위를 하면 가난하게 살지 않고도 예수가 말한 대로 '하늘에서 보화'를 받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렇게 천국으로 가는 뒷문을 열어준 것은 교회를 부유하게 만드는 데 탁월한 효과를 나타냈고 세속 통치자들은 결국 부자가 너무 많은 재산을 내주는 것을 막기 위한 법률을 시행해야 했다. 가령 서고트의 왕은 자녀나 조카가 있는 과부는 재산의 4분의 1만 내줄 수 있다고 포고해서 4분의 3은 자녀와 친족 몫으로 남기게 했다.
위어드 - 인류의 역사와 뇌 구조까지 바꿔놓은 문화적 진화의 힘 p.247, 조지프 헨릭 지음, 유강은 옮김
이러한 상속과 소유권의 변경은 교회의 팽창을 재촉하고 자금을 대주었다. 자선 기부가 확산되면 값비싼 선물의 설득력, 즉 '신뢰성을 높이는 보여주기'를 통해 새로운 성원이 모여드는 동시에 기존 성원들의 신앙도 돈독해질 수 있었다. 그와 동시에 이런 유증으로 교회의 수입은 급속도로 증가했다. 중세 시기에 교회는 유증과 십일조, 혼인 무효 선언이나 사촌 간 결혼의 특별 허가에 대해 대가로 막대한 부를 쌓았다. 이 가운데 유증이 수입의 가장 큰 몫을 차지했다. 서기 900년에 이르러 교회는 독일(35%), 프랑스(44%)를 비롯해 서유럽 경작지의 3분의 1 정도를 소유했다. 16세기 종교개혁 시기에 교회는 이미 독일의 절반, 잉글랜드의 4분의 1에서 3분의 1을 소유했다
위어드 - 인류의 역사와 뇌 구조까지 바꿔놓은 문화적 진화의 힘 p.249, 조지프 헨릭 지음, 유강은 옮김
교회의 '결혼 가족 강령'은 (1) 범부족적인 사회적 정체성(기독교인)을 확립하고 (2) 개인에게 친척이 아닌 기독교인 배우자를 찾아 멀리까지 살펴보도록 강제하고 (3) 결혼, 상속, 주거에 관한 새로운 일군의 규범을 제공함으로써 유럽의 부족들을 해체하는 작용을 했다. 이 규범들은 다양한 부족 공동체가 상호작용하고 결혼하고 조정하기 시작하는 토대를 마련해 주었다. 교회의 '결혼 가족 강령'은 유럽의 친족 기반 제도를 잠식함으로써 사람들의 충성을 둘러싼 주요한 경쟁자를 제거하는 동시에 수입을 창출했다. 집약적 친족 아래서는 친족 집단과 부족 공동체에 대한 충성이 우선이고 많은 투자를 필요로 한다. 친족이 약해지고 부족이 해체되는 가운데 안전을 추구하는 기독교인들은 교회를 비롯한 자발적 결사체에 더욱 온전히 전념할 수 있었다. 또한 '결혼 가족 강령'은 혼인 특별 허가, 혼인 무효 선언, 유증을 통해 막대한 수입을 창출하게 함으로써 선교 활동, 성당 신축, 빈민 구호(자선)등에 이바지했다. '결혼 가족 강령'의 결혼 금지와 상속 규정은 이처럼 교회의 성공에 사회적, 재정적으로 기여한 것은 물론이고 신자들의 심리도 바꾸어 놓았다.
위어드 - 인류의 역사와 뇌 구조까지 바꿔놓은 문화적 진화의 힘 p.249-250, 조지프 헨릭 지음, 유강은 옮김
5장 <교회, 유럽의 가족 제도를 개조하다>는 밑줄 그으며 주목하게 만드는 장이었습니다.
네, 사실 이 책의 가장 중요한 장이 5장인 것 같아요. 5장의 논리 전개가 허술하면 이후 주장이 성립이 안 되니까요. 중요한 인용문 공유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추석연휴동안 책을 다 읽었습니다. 1부는 <권력과 진보>에 비해 잘 안 읽혀서 읽기 힘들었지만 2부 부터는 잘 넘어가서 무난하게 읽었습니다. 처음에는 “위어드”란 집단만 우월하다는 인상을 받아서 읽기 불편했지만 뒤로 갈수록 내용이 흥미로워서 재밌었습니다. <호모사피엔스>도 읽고 싶어졌어요~ 1부 인간의 심리와 사회의 진화론 “앞으로 중세 카톨릭교회가 결혼과 가족에 관한 금지와 규정으로 어떻게 우연히 사람들의 심리를 바꿔놓았는지를 검토할 것이다. 이 금지와 규정 때문에 촘촘하게 상호연결된 서유럽의 씨족과 친족이 작고 허약하며 서로 다른 핵가족으로 분해되었다. 이런 변형 때문에 생겨난 사회적, 심리적 변화는 길드, 자치도시, 대학을 비롯한 자발적 결사체의 급격한 확산을 부추기고 비개인적 시장의 확대를 가져왔으며, 도시의 급속한 성장을 자극했다.”(89쪽)
2장에서 인간심리와 제도의 공진화를 다룬 부분, 제도를 심리와 연관시킨 내용이 접해보지 못한 내용이라 흥미로웠습니다. 제도를 다룬 부분에선 제도에 따라 국가의 성공과 실패가 갈라진다는<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란 대런 애쓰모글루의 책도 떠올랐어요~ “제도는 바뀌고 심리는 적응한다.” “우리의 사회성과 심리는 대부분 제도에 좌우되기 때문에 동시대의 사회성과 인간의 다양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간 제도의 역사를 탐구할 필요가 있다.”(147쪽) “종교는 신뢰를 높임으로써 교역을 촉진하고, 정치적 권위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자기 씨족이나 부족으로부터 ‘모든 무슬림’같은 더 큰 상상의 공동체로 초점을 이동시킴으로써 사람들의 공동체 관념을 확대했다.”(178쪽) 종교제도가 교역 증가(경제성장)나 범죄감소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 “여러 나라에서 정해지지 않은 내세에 대한 믿음은 경제적 생산성 증대 및 범죄감소와 관련이 있다.”(202쪽) “신의 욕구와 처벌, 자유의지, 내세에 관한 믿음이 심리에 미치는 영향은 반복적 의례 관행과 결합해서 사람들의 충동성과 속임수 경향을 억누르는 한편, 같은 종교를 가졌지만 낯선 신자들에 대한 친사회성을 높여준다. 이런 심리적 차이는 집단 차원에서 더 낮은 범죄율과 빠른 경제성장으로 이어진다.”(208쪽) 역사에 관한 책들 분량도 많고 뭔가 접근이 어려워서 잘 안 읽어보았는데, 역사적 접근을 한 책들 좀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재밌네요. <변화의 세기>도 기대됩니다.
뒤늦게 시작해봅니다~ 니스벳의 생각의 지도 매우 흥미롭게 읽었는데 이 책도 목차를 보니 흥미롭습니다. 이런 온라인 공간이 있다는걸 오늘 알게 되었어요~
9장 읽었어요, 가장 흥미있고 정리가 잘된 느낌입니다. Ultimatum game 같은 실험들도 신기하고 유럽의 차터시티와 대학같은 voluntary organizations이 상업혁명에 영향을 미친 과정이었다는 것도 흥미로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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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금, 그믐, 지금
딱히 이번이라고 뭔가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희망할 근거는 없었다.셰익스피어 시대에는 어느 여성도 셰익스피어의 비범한 재능을 갖지 못했을 거예요.횡설수설하는 사람들은 그녀에게 좋은 인상을 주지 못했다.
❄겨울에는 러시아 문학이 제 맛
[문예세계문학선] #01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함께 읽기[그믐밤] 8. 도박사 1탄, 죄와 벌@수북강녕[브릭스 북클럽] 류드밀라 울리츠카야 《커다란 초록 천막》 1, 2권 함께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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