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함께 읽기] #번외. <위어드>

“ 산업화 이전 몇몇 유럽 인구 집단에서 더 WEIRD한 심리는 인간 관계와 물리적 세계를 둘 다 다루는 것을 포함해서 일정한 종류의 법과 규범, 원리의 발전과 확산을 선호했다. 물론 새롭게 등장하기 시작한 서구의 법률과 과학은 거꾸로 WEIRD 심리의 측면들을 한층 강화했다. 아마 새로운 법적 개혁의 영향을 살펴보기에 가장 알맞은 공간은 민주적 제도가 미친 심리적 효과에 관한 연구 일 것이다. ”

“ 정치적으로 보면, 프로테스탄티즘은 초기에는 유럽에서, 그 다음에는 세계 곳곳에서 민주적 정부와 대의정부의 형성을 장려했다. 이 과정은 몇 가지 상호관련된 이유에서 이루어졌다(그리고 지금도 계속 진행되고 있다). 첫째, 위계적 교회와 달리, 프로테스탄티즘은 공동체가 스스로 민주주의 원리를 활용하는 자치적인 종교 조직을 발전시킬 것을 요구한다. 울리히 츠빙글리가 지휘한 초기 종교개혁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스위스의 도시와 마을들은 다수결 투표로 지방 차원의 결정을 내릴 것을 독려받았다. 이 과정을 통해 프로테스탄트는 자치 조직을 만들고 민주적 원리를 실행하는 경험을 했다. 19세기와 20세기에 개신교 선교사들은 세계 각지에서 정치 활동 단체와 비정부기구의 형성을 장려했다. 둘째, 프로테스탄티즘은 문해력과 학교 교육, 인쇄기를 장려했다. 이것들은 중간계급을 강화하고, 경제적 생산성을 장려하고, 표현의 자유를 확대하는 경향이 있다. 마지막으로 프로테스탄티즘이 WEIRD심리에 제공한 부스터샷은 공평한 법률, 개인적 독립성, 표현의 자유를 심리적으로 훨씬 더 매력 있고 사회적으로 필요하게 만든다. 세계적으로 보면, 역사적으로 개신교의 더 집약적인 선교 활동을 경험한 비유럽 나라들이 20세기 후반부에 민주주의가 더 발전했다. ”

“ 집약적 친족이 해체되면서 유럽에서 도시화가 가속화했을 뿐만 아니라, 이 새로운 도시인들의 심리가 세계 곳곳의 다른 인구 집단들과 구별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개인주의의 증대, 비개인적 신뢰, 관계의 유동성 덕분에 개인들이 사회적 연결망에 묶이지 않은 사람들과 관계를 추구하고 발전시킬 가능성이 높았다. 공정성, 정직성, 협동에 관한 비개인적 사회 규범은 이런 상호작용을 위한 틀을 제공했고, 공식적 접촉은 온갖 종류의 안전장치를 단단하게 해주었다. 이 모든 심리적, 사회적 변화는 인구 집단의 상호연결을 증대시키고 더 많은 혁신을 재촉했다. ”

“ 도시, 국가, 종교, 대학 , 그밖에 여러 자발적 결사체 사이에 벌어진 경쟁 덕분에 유럽의 집단지능은 계속 활발하게 작동 할 수 있었다. 유럽 역사 전체를 볼 때, 국왕을 비롯한 엘리트들은 기존 권력 구조를 뒤흔들 수 있는 파괴적인 새로운 발상이나 기법, 발명을 궁리하는 사람은 누구든 엄히 단속하는 경향이 있었다. 유럽에서 이 문제가 크게 두드러지지 않은 것은 정치적 분열과 상대적인 문화적 통일이 결합된 결과였다. 교회, 대학, 길드, 편지공화국 등 다양한 자발적 결사체가 엮은 초민족적인 연결망이 이런 문화적 통일을 이루어냈다. 이런 결합은 혁신가와 지식인, 숙련 장인들에게 세계 다른 지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선택지를 열어주었다. 반역적 사고(개인이든 집단 전체든)는 다른 후원자나 대학, 도시, 나라 대륙으로 옮겨가는 것으로 탄압을 피할 수 있었다. 국왕이나 길드, 대학, 종교 공동체가 경제적으로 생산적인 개인이나 혁신적 집단을 탄압할 때마다 다른 관대하고 개방적인 상대에게 경쟁에서 질 수밖에 없었다. 영국의 북아메리카 식민지 가운데 필라델피아가 번성하고 성장한 한 가지 이유는 경쟁하는 도시들에서는 누릴 수 없는 종교적 자유와 관용을 어느 정도 베풀었기 때문이다. 이런 집단 간 경쟁은 관용과 공평, 자유를 장려하는 사회 규범, 문화적 믿음, 공식적 제도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나중에 19세기와 20세기에 이민자에게 보인 개방성은 미국의 전반적인 혁신과 급속한 경제 성장 뿐만 아니라 카운티와 주들 사이에서 나타난 차이를 설명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상황 때문에 이쩔 수 없이 받아들였다 하더라도 더 많은 이민자를 받아들인 카운티들이 결국 더 많은 혁신을 이루고 교육 수준이 높아지며 번영하게 되었다. ”

“ 이런 접근법은 왜 세계의 일부 지역에서 다른 지역보다 '발전(즉 WEIRD 제도의 채택)'이 늦어서 더 많은 고통을 받았는지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한 인구 집단이 여러 친족 기반 제도에 더 의존했거나 지금도 의존하고 있을수록 두 번째 밀레니엄 시기 동안 유럽에서 발전한 정치, 경제, 사회의 비개인적 제도에 통합되는 과정은 더욱 고통스럽고 어렵다. ”

“ 유럽의 지배와 식민주의 오늘날의 세계화 과정은 복잡하며, 여기서 나는 노예제와 인종 차별, 약탈과 대량 학살이라는 아주 현실적인 참화를 강조하지 않았다. 여기서 내가 말하고자 하는 요점은 인간의 심리가 세대를 거쳐 문화적으로 적응하기 때문에 세계화와 관련된 대규모 사회 변화는 필연적으로 사람들의 문화 심리와 새로운 제도 및 관행 사이의 불일치를 야기하며, 따라서 사람들의 의미에 대한 감각과 개인적 정체성에 충격을 준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앞에서 언급한 참화가 없어도 벌어질 수 있으며 참화가 끝난 뒤에도 오래 지속될 수 있다. ”

“ 대런 등은 현대 세계에서 번영하는 국가를 창조하는 데 '정치 제도'가 중심을 차지한다고 주장한다. 그들이 말하는 '제도'는, 공식 제도가 현실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규정하는 사회 규범과 기대 및 관련된 관행 같은 '비공식적 제도'뿐만 아니라 공식적 조직과 법률의 일정한 조합을 의미한다. 그들이 말하는 '제도'는 내가 '공식 제도'와 '문화'(사회 규범 등)라고 지칭하는 것의 혼합물이다. 이 책 전체에 걸쳐 살펴본 것처럼, 나는 공식적, 비공식적 정치 제도 둘 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또한 이런 '고차원적' 정치 경제 제도가 친족, 결혼, 종교와 관련된 것과 같은 '저차원의' 제도와 사람들의 문화적 심리 모두와 어떻게 이어지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가장 기본적인 제도를 검토해야만 우리는 그들이 그토록 중요시하는 '다원적' 정치 제도가 서유럽에서 처음 등장했는지 설명할 수 있다. 많은 경제학자와 마찬가지로 그들이 취하는 접근법은 심리가 문화적으로 진화하며 중요한 심리적 차이가 존재하고 지속된다는 사고를 피한다. 9년간 경제학 교수를 지낸 내 경험에 비춰볼 때, 이는 이런 변이가 경제학의 전통적인 이론적 틀이나 세계관, 즉 경제학의 문화와 비공식적인 제도적 규칙에 쉽게 들어맞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