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징조들』 혼자 읽기

D-29
우리는 이 같은 거래에 대한 여론의 반발이 극심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우리가 원칙 없이 갈지자 행보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리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당시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의장이었던 바니 프랭크는 리먼브러더스 사태와 AIG 사태 사이에 하루 동안 유지된 정부의 시장에 대한 엄격함을 기념해 리먼브러더스 파산 신청일인 9월 15일을 “자유시장기념일”로 부르자고 비아냥거렸다. 그러나 다시 한 번 강조하는데, 우리가 갑자기 어떤 원칙을 포용하거나 폐기한 것은 아니었다. 우리는 혼란을 막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했고, 우리가 할 수 없는 것을 하지 않았을 뿐이다.
위기의 징조들 제4장 공황, 현실화하다, 벤 버냉키, 티머시 가이트너, 헨리 폴슨 주니어
대중이 왜 방만하게 운영된 금융기관들이 그 대가를 치르는 것을 보고 싶어 하는지 우리는 이해할 수 있었다. 투자 격언에도 있는 것처럼, 파산 없는 자본주의는 지옥 없는 기독교나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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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전례 없는 금융위기 상황에서 만약 정책 당국이 위기를 안정시키는 것보다 금융기관을 응징하는 데 집중한다면 상황은 더욱더 악화될 뿐이다. 벤이 말했듯, 만약 당신의 이웃이 침대에서 담배를 피워 집에 불이 나게 했다면 비록 옆집이 불에 타버리도록 내버려두는 게 방화범에게 벌을 주고 침대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은 절대 안 된다는 강력한 신호를 보내는 방법일 수도 있지만, 당신은 당연히 옆집의 화재가 당신 집과 마을 전체로 확산되기 전에 소방서에 연락해 화재를 진압하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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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RP 기금을 지원 받은 오바마 행정부의 조치들은 분명한 효과를 보였다. 하지만 NBC 생방송 뉴스에서 릭 산텔리는 공짜로 얻어먹는 집주인들을 위한 긴급구제에 항의하면서 새로운 반정부 티파티 운동을 일으켜야 한다고 열변을 토했다. 반대로 진보 좌파에서는 압류 위기 상황에서 정부의 대응이 늦고 미비하다며, 이는 실물경제에 대한 배신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일반인들이 그 효과를 체감하기까지는 고통스러울 정도로 오랜 시간이 걸렸다.
위기의 징조들 제5장 보이지 않는 신의 손, 벤 버냉키, 티머시 가이트너, 헨리 폴슨 주니어
부동산 시장 붕괴와 심각한 경기 침체가 발생한 상황에서 부동산 압류를 줄이기 위한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은 이전보다 훨씬 힘들었다. 정치권은 신뢰할 수 없었고,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집주인들에게만 도움이 되도록 목표를 정하고 프로그램을 설계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도움이 필요 없는 집주인들이나 정부의 도움이 있어도 집을 소유할 여력이 없는 사람들에게 이 프로그램의 혜택이 돌아가게 되면 세금이 낭비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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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우리에게 2008년 금융위기는 여전히 엄청난 경제적 고통을 안겨준 기억으로 남아 있다. 사회적 불평등을 가중시키고, 임금이 장기간 상승하지 못했으며, 과거 경기 호황으로 인해 감추어진 채 수십 년간 곪았다가 터진 경제 상황들에 대한 원인으로 2008년의 금융위기가 꼽히면서 때때로 부정확한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수백만 명의 해고, 수백만 명의 부동산 담보 압류, 그리고 수백만 가구에 여전히 남아 있는 트라우마에 대한 책임은 2008년 금융위기에 있음이 분명하다. 우리는 금융위기를 좀 더 빨리 해결하기를 바랐지만, 미국이 대공황과 견줄 만큼의 경제 대재앙인 2008년 금융위기를 잘 막은 것만으로도 감사할 뿐이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여전히 다음 금융위기를 걱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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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난 10년간 미국과 기타 국가들에서 진행되었던 일들을 되돌아보면, 미국이 직면했던 제약 요건들과 급박한 불확실성들을 감안할 때 미국이 선택한 전략은 기대한 만큼 잘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주가와 집값 하락, 생산과 고용 감소 등 다양한 측면에서 진행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스트레스는 어떤 측면에서 보면 대공황 초기보다 훨씬 더 심각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부가 시장의 공황을 멈추게 하고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고 회사채 시장의 유동성을 원활하게 하면서 최근까지 지속된 경기 회복을 촉발시켰다.
위기의 징조들 결론┃ 대화재가 지나간 이후, 벤 버냉키, 티머시 가이트너, 헨리 폴슨 주니어
이번 금융위기에서 미국 경제는 과거 경기 침체들과 비교하면 경제 회복 속도가 매우 빨랐다. 다른 선진국들의 회복 속도와 비교해도 훨씬 빠르게 안정됐다. 비록 금융위기가 더 심각하게 악화되지는 않았지만, 이번 금융위기는 종식된 이후에도 미국과 글로벌 경제에 상당 기간 영향을 주었다. 수백만 명의 미국인이 일자리와 사업체, 예금, 그리고 주택을 잃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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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금융위기의 주요한 교훈은 비록 적극적인 정책 대응과 미국 금융시장의 엄청난 힘과 신뢰성의 도움을 받아 해결할 수 있었지만, 금융위기는 매우 파괴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위기를 위한 최선의 전략은 금융위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만약 금융위기가 발생한다면 손실을 최소화하는 최고의 전략은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전에 정책 당국이 위기 상황에 대처하는 데 필요한 모든 정책 도구를 갖추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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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히도 금융위기를 완전히 예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금융위기는 감독당국과 정책 입안자들의 필연적인 망각뿐만 아니라 인간의 감정과 인식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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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은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데, 신뢰만큼 깨지기 쉬운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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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의 과도한 레버리지와 위험부담을 억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이러한 과도한 레버리지와 위험부담은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과도한 낙관의 산물일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감독당국과 정책 입안자들이 이런 광풍에서 자유롭기는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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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본질적으로 비이성적인 두려움뿐만 아니라 비이성적인 과열에도 쉽게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시장이 상승할 때는 과도하게 상승하고 하락할 때는 과도하게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 광풍과 공황은 둘 다 모두 전염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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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전의 소극적 태도나 무대응에 대해 이야기하려는 것은 아니다. 금융위기가 영원히 발생하지 않도록 할 묘책은 없지만, 위기 상황에서 금융 시스템의 취약성을 줄이려는 노력은 할 수 있다. 이런 노력들로 금융위기를 덜 발생시키고 통제되지 않는 상황을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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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는 2008년 당시 금융위기에 대처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금융위기가 심각하게 확산되고, 금융위기에 대한 해결책으로 제시된 것들은 복잡하기만 했다. 더군다나 그 해결책들이 국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금융위기에 대한 사전 준비가 그만큼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약에 사전에 충분히 준비가 잘 되어 있었더라면 훨씬 더 좋은 결과가 나타났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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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가 나타나기 전에 다음과 같은 준비들이 되어 있었으면 위기 상황이 덜 심각해졌을 것이며 금융위기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일관성 있고 좀 더 공정하게 대처할 수 있었을 것이다. 첫째, 금융감독당국의 규제가 좀 더 통합적이고 시중 은행 이외의 일반 금융기관에 대한 통제력을 갖췄어야 했다. 둘째, 금융감독당국이 금융 붕괴를 막기 위해 압도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되었어야 했다. 마지막으로 초기부터 금융 시스템에서 자체적으로 구제금융을 실시할 수 있도록 보장되는 메커니즘이 정착되어 있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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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이 지난 이 시점에 반드시 해야 할 질문은 현재 미국이 다음 위기에 대한 준비가 이전보다 더 잘 되어 있는지 여부다. 그 대답은 ‘그렇다yes’이면서 동시에 ‘아니다no’. 공황을 처음부터 막을 수 있는 더 나은 안전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즉, 보다 적극적인 화재 예방 조치와 더 강력한 내화 건축 법규 같은 금융기관의 재정 확충과 위기 대비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는 정책 당국의 좀 더 적극적인 금융위기 조치들과 금융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좀 더 강력한 금융기관 내부 지침들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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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현 상황을 돌아볼 때, 갑작스러운 금융위기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이에 대처할 수 있는 금융 당국의 긴급권한들은 어떤 측면에서 보면 글로벌 금융위기 전인 2007년보다 더 취약한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경제적 수요 붕괴에 대처하기 위해 정부가 통화 정책과 재정 정책을 활용해 경기 부양을 시도하는 케인스 학파적인 정책 수단도 상당 부분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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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하면, 오늘날 미국 경제와 금융 시스템은 상대적으로 작은 위기에는 과거보다 잘 대처할 것으로 보이지만, 대규모 금융위기에는 상대적으로 더 취약할 수 있다. 위기 지침들을 개선하고 잘 정비해놓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에는 더 취약할 것이다. 비유하자면, 정책 입안자들이 팬데믹 같은 공중 보건 재앙에 잘 대처하기 위해 예방접종을 확대하고 건강을 위해 충분한 영양 섭취를 권고한 다음 정기적인 검진을 장려하면서 가장 중요한 응급실을 폐쇄한 것이다. 생명을 구하는 수술을 금지해서 더 큰 재앙을 초래하는 것과 같은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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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금융위기의 기본적인 문제를 다시 언급해보면, 너무나도 많은 위험한 레버리지, 대규모 환매 사태에 쉽게 노출되는 단기 금융으로 한계를 넘어선 자금 조달, 그리고 규제의 사각 지대에 있는 그림자 금융으로 이미 많이 전이된 금융 위험으로 연준의 비상 안전망에 접근하기 어려웠던 점 등을 꼽을 수 있다. 또한, 많은 주요 기업이 너무 규모가 커지고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서 이들 기업 중 한 곳만 파산해도 금융 시스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다. 불투명한 모기지 파생상품시장의 붕괴가 주택시장의 건전성을 악화시켜 시장의 공황을 증폭시키는 매개체 역할을 했다. 한편, 미국 규제 당국의 권한이 여러 기관으로 분산되고 시대에 뒤처져 전반적인 금융 시스템 위험을 언급하고 점검하고 책임질 감독기관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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