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맨》 가제본 함께 읽기

D-29
306쪽, [지난 40년 이상, 고기후학 연구는 패러독스를 양산해왔다. 기후 데이터가 점점 선명해질수록 기후가 진화에 미친 영향은 흐릿해져갔다.]
308쪽, [그러므로 인류 계통의 발생은 단순히 초본의 갑작스러운 등장이나 숲의 소멸 때문에 일어난 게 아니었다. 유인원이 갑자기 지상에 내려온 탓도 아니었다. 초지가 점차 숲을 대체했다는 아이디어는 신화이고, 인류 진화의 환경적 맥락은 훨씬 더 복잡하다.] 처음 알았습니다.
313쪽, [1987년, 버클리의 생화학자들은 모든 현생인류의 미토콘드리아 DNA가 아프리카에 20만 년 전 살았던 한 명의 모계 조상으로부터 유래했다고 발표했다. “미토콘드리아 이브”라고 불리는 조상이다. (이 발견은 게놈의 일부분에 근거했고, 조상 인구집단이 작다는 잘못된 예측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전장 게놈을 이용한 보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우리는 많은 인구집단을 지녔던 계통의 후손이다.)] 이것도 처음 알았습니다. 정말 20세기에 알았던 상식이 다 뒤집어졌군요.
315~316쪽, [범람한 물의 수위가 낮아졌을 때, 발굴팀은 다시 한번 놀라운 발견과 마주했다. 아르디보다 더 오래된, 인류 가계의 뿌리에 위치할 화석이었다.] 이 작가님 참 밀고 당기기 잘하십니다.
320쪽, [그들은 인류 진화에 안정기가 세 번 있었으며, 그 각각이 아르디피테쿠스와 오스트랄로피테쿠스, 그리고 호모라는 인류 조상 세 속과 대응할 수 있다고 봤다. 이 세 속은 신체 형태와 먹는 음식, 이동방식을 공유하는 밀접한 종들의 등급을 나타낸다.]
323쪽, [그런데 주변 마을을 온통 뒤져도 목 아래 뼈는 발견할 수 없었다. 왜 그랬을까. 연구실에서, 화이트는 화석 파편에서 구멍들을 발견했다. 두개골을 복원하다 보니 이 구멍들이 연결됐다. 길고 깊은, 베인 상처였다. 도구를 사용하던 초기의 우리 호모 사피엔스는, 다른 동물만 도축한 게 아니었다. 다른 호모 사피엔스도 도륙했다.]
324쪽, [그러다 화이트는 칼브 팀이 놓친 것을 발견해냈다. 바로 눈구멍의 깊게 베인 자국이었다. 육식동물 때문에 생기는 전형적인 상처와는 형태가 달랐다. 그 파인 상처는 뼈가 신선할 때 생긴 것이 분명했다.] 으으... 목 자르는 것까지는 예상했지만...
324~325쪽, [화이트는 그곳에서 살던 인류가 마치 사슴 고기처럼 해체됐다고 결론 내렸다. 그들을 해체한 이들은 도끼를 이용해 긴뼈를 깨서 지방이 많은 골수를 빼 먹었고, 뼈에서 고기를 저며냈다. 두개골은 부숴서 뇌를 꺼내 먹었다. 일부 뼈들은 윤이 났는데, 이는 요리의 결과였다. 어떤 뼈는 불에 그을려 있었다.] 그러니까 루소가 틀렸고, 홉스가 옳습니다.
354쪽, [이 싸움은, 군대식 용어로 비대칭 교전이었다. 아르디 팀은 인류 계통에서 가장 오래된 화석에 접근할 수 있는 우선권이 있었고, 적들은 그렇지 못했다. 논쟁이 한창일 때 리치먼드와 스트레이트는 화이트가 가장 좋은 증거를 제시하면 문제를 풀 수 있지 않냐고 말했다. 비밀에 싸인 아르디피테쿠스를. 하지만 아르디 팀은 아르디피테쿠스의 손을 공개하길 거절했다.] 아르디 팀이 아르디피테쿠스의 손을 공개하기를 거절한 이유가 짐작은 갑니다. 이런 논쟁에 휩쓸려 정말 중요한 연구가 방해받지 않을까 우려하는 마음이지 않았을까 싶네요. 그런데 그러면 애초에 논쟁은 왜 걸었는지. 자신들의 반박 시기를 좀 더 차분히 기다려도 되지 않았을까요.
에티오피아 연구자와 외국 연구자의 갈등도, 에티오피아 정부와 발굴팀의 갈등도, 아르디 팀과 다른 팀의 갈등도 다 양쪽 모두 처지는 이해는 가는데 참 꼬이네요. 다들 자신들에게 너무나 중요한 일이어서 한 치의 양보 가능성조차 내비치기 싫은가 봐요. 땅을 판다는 점, 정부를 포함해 이해관계자가 엄청 많다는 점, 이해관계자들이 절대로 양보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저는 뜬금없이 재개발이 생각나네요. ^^;;;
363~364쪽, [구세계원숭이는 보통 척추를 지면과 평행하게 하는 횡위보행 자세로 움직인다. 반면 유인원은 몸통을 곧게 세우는 직립보행 자세로 나무에 오른다. 키스의 이론에 따르면, 척추를 지면과 평행하게 한 원숭이가 곧게 세운 유인원으로 바뀔 때 인체 형태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다시 말해, 직립 자세는 나무에서 일어났다. 인류의 조상이 그가 아시아에서 본, 활갯짓하는 긴팔원숭이처럼 나뭇가지 아래에 매달렸기 때문이다(긴팔원숭이의 팔은 다리보다 약 30퍼센트 길다).]
374쪽, [화석 컬렉션이 늘어가면서, 또 이 같은 저항이 생겨나면서 미들 아와시 팀은 접근권 이슈에 대해 홀로 맞서는 처지가 돼버렸다. 2003년에 슈워츠와 태터솔은 결국 책을 출판했고(60개 지역에서 화석을 조사했으며 세 팀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팀으로부터 허가를 받았다), 그들은 그 책에서 미들 아와시 팀을 “편집증에 가까운 보호주의로 벽을 두르고” 자신들의 발견을 보호하는 소수 그룹 중 하나로 지목했다.] 처음에는 분명히 아르디 팀의 주장이나 원칙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읽는 저도 뭐가 뭔지 모르겠습니다.
392쪽, [인간의 손은 영장류 손을 조금 수선한 정도지만, 발은 완전히 리모델링된 것이다.] 그렇군요. 여러 가지 신기한 사실들 많이 배웁니다.
399쪽에 나오는 라티머 박사의 고교 시절 데이트 상대 너무 불쌍하지 않습니까? 얼마나 무서웠을까요. ^^
401쪽, [유인원의 발에 대해 기록한 최초의 해부학자는 에드워드 타이슨이라는 17세기 영국인이었다. 그에 대해 알려진 사실은 거의 없지만 “스스로를 순결에 바친” 엄숙하고 진지한 독신자로, 가장 큰 기분 전환 거리는 죽은 동물을 절개하고 내장에 구멍을 뚫는 일이었다. “그의 연구는 그의 가장 큰 즐거움이었다”라고 한 지인은 적었다. “그 외에 그가 때때로 한 일이라곤 낚시뿐이었다.”] 현대에 살았다면 연쇄살인마로 의심된다고 신고당하셨을 듯... 낚시하러 시골 많이 다니셨을 텐데...
407쪽, [“그 뒤 컴퓨터가 도입됐어요. 그때부터 사람들은 뼈를 측정해서 그 정보를 컴퓨터에 집어넣으면 나타나는 열세 가지 색상의 아름다운 그래프가 뭔가 진실에 가까울 거라고 생각합니다. 으으으.” 그는 비웃는 듯 불편한 소리를 냈다. “그렇게 해서 얻는 것은 카오스에 가까운 무언가일 뿐이에요.”] 제가 파워포인트에 대해 느끼는 바가 정확히 이러합니다. 그런데 요즘은 강연할 때 파워포인트 없이 하겠다고 하면 이상한 사람, 혹은 게으른 사람 취급 받더라고요.
또 주제넘게 의견을 내봅니다. 계속해서 ‘본원적’이라는 단어가 등장하는데, 아마 primitive의 번역이겠지요? 저는 primitive가 고인류학에서는 어떤 화석 인류 혹은 영장류의 하위분류를 특정해서 가리키는 개념인 거 같다고 짐작하며 읽었습니다. 그런데 한국어 ‘본원적’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구체적인 대상을 특정한다기보다는 그냥 중요하고 근본적이라는 의미로 붙이는 수식어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래서 412쪽 [“젠장, 인간은 본원적인 존재였어요!”] 같은 문장이 상당히 어색하게 들립니다. 책 안에서는 정말 유레카를 외칠 순간인데 한국어 독자에게 감흥이 확 와 닿지가 않네요. 아예 ‘본원적’에 해당하는, 일반적으로는 쓰지 않는 학술 용어로 바꿔주면 차라리 낫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고인류학도 번역도 정말 무지한 주제에 조심스레 적어봅니다.
427쪽의 [‘본원적’이라는 말에 대한 오래된 개념이 부정됐다.]를 읽으면서도 같은 생각을 했어요. ^^;;;
제안 감사합니다. 역자께서 번역 초고부터 쭉 '본원적'으로 일관되게 써주셨고, 편집자인 저도 '원시적'이라는 말이 (사전상으로는 그런 의미가 없지만) 보통 부정적 맥락에서 많이 쓰이니 이 편이 낫겠다 싶어서 따로 확인받진 않았는데, '본원적'으로 가더라도 짚고 넘어가야겠단 생각은 드네요.
무지렁이의 의견을 귀담아 들어주셔서 제가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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