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밤] 15. 13일의 금요일에 만나요 @사계리 서점

D-29
장작가님이 참석하시려나 보내요. 한국이 싫어서 영화는 보셧나요? 몇 초 만에 biff에서 매진돼서 트레일러만 보았는데 기대됩니다. 올해(내년 개봉인가?) 첫 천만영확 되기를 기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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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시 29분 13일의 금요일 그믐밤 사계리 서점에서 북클럽이 있습니다. 주차는 서점 앞으로 편하게 해주셔도 되지만, 찾기가 조금 어렵다!! 하시면 미향 해장국 사계점으로 검색 하신뒤, 주차 후 인스타 디엠 주세요. 마중 가겠습니다. 구픽 출판사 대표님께서 내년 달력을 주셨어요. 오시는 분들께 배부하겠습니다. 음료와 읍내 빵집에서 마련한 모카 케이크를 준비해 두겠습니다. [바깥세계]를 소개하는 자리이기도 하니까요 너무 부담 가지지 않으셔도 됩니다! 무서운 얘기도 잔뜩해요. 우리. 저녁에 만나요~
날짜만으로도 으스스한 13일의 금요일 밤, 앞으로는 산방산, 뒤로는 제주 바다를 마주한 사계리 서점에 도착했습니다 레이 브래드버리, 대프니 듀 모리에, 앤젤라 카터, 조이스 캐럴 오츠, 그리고 수북한 할리퀸 로맨스... 뚜렷한 취향의 책방을 만나면 언제나 응원과 지지를 보내게 됩니다 ♡ 내 인생의 가장 공포스러웠던 콘텐츠, 일상의 공포 경험을 나누는 시간을 통해, 나이듦의 공포, 셀프퇴마 에피소드, 너티 퍼티 동굴 사건 등을 이야기했습니다 <곡성> <사바하> <콘스탄틴> <엔젤 하트> <레베카> <디 아이> <셔터> <링>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중간중간 <바깥세계>의 단편들과도 맥락이 닿았고요 이야기는 산방산으로 흘러가 ^^ 라흐마니노프를 들으며 출판, 정치, 게임에까지 이르렀네요 시공간이 주는 마력에 흠뻑 빠질 수 있었던 그믐밤이었어요 ★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재밌었어요. 다음에 제가 육지로 가게 되면 1박 2일 토크해요 🙈 [바깥세계]에서 가장 무서운 단편은 역시나 마지막, “흩어진 아이돌”이 대세였어요. @녹차빙수 작가님 이 제목이 가지는 의미가 있을까요! 아이돌이라고 하면 보통 우리가 아는 그 아이돌을 생각하게 마련인데 이야기는 서바이벌 오디션과는 한참 동떨어진 내용 이였잖아요? 누군가를 떨어뜨리니까 어떻게 보면 서바이벌이라고 볼 수도 있긴 하지만!
오오, 여태까지 <아이돌>이 언급된 리뷰들을 보면 해당 단편이 가장 재미가 덜하고 매력이 떨어진다는 평이 중론이었는데 역시 소수 서평으로 독자 취향을 판단하는 것은 위험성이 크군요;; 제목의 ‘아이돌’이라는 단어는 우상이라는 의미로 사용했어요. (위에 김새섬 선생님이 언급하신 바와 같이) ‘신이’라는 이름을 통해서 우상의 가장 대표적인 형태인 신을 암시하기는 했지만, 종교적인 범주를 떠나서 사람이 ‘무언가’를 숭배하게 되는 근본적인 매커니즘과 관련된 공포를 다뤄보고자 했어요. 사람마다 우상을 따르는 이유는 다르겠지만, 안 믿던 신을 믿게 된 사례를 보면 병이나 재난으로 인생이 갑자기 힘들어질 때 믿게 되는 경우가 많잖아요. 불교도 그렇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교세가 큰 개신교 종파도 엄청나게 기복신앙화되어 있는 걸 보면, 신을 믿는 이유 중 하나는 결국 힘든 인생에서 희망을 찾고 싶기 때문이라고 봐요. 현대에 이르러서 종교는 속화되었기 때문에 종교적인 신 외에 우상의 형태가 다양해져서, 전통적(?)으로는 재림예수나 정도령, 목사나 스님, 무당이나 사주전문가 등을 ‘숭배’하는 형태도 있지만, 자기계발서라던가 인플루언서, 노력만능주의와 같은 성공에 대한 환상, 도박, 주식, 코인 사기, ‘내일은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 벗방BJ나 호스트 같은 유흥직종 종사자, 정치인 등의 형태로도 존재하게 되었어요. 형태도 다르고 숭배하는 깊이도 다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자신의 삶이 지금보다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주기 때문에 매달리는 것이고, 어느 정도 비이성적인 믿음에 근거한다는 점에서 공통적이죠. ‘아이돌’이라는 건 이런 맥락에서 나온 제목이에요. 동시에 '아이들'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절구가 잘 맞죠 : ) ‘흩어진’은 이런 우상에 매달리는 매커니즘이 가진 본질적인 한계를 암시하기 위해 사용했어요. 기본적으로 제로섬 게임이거든요. 수능날이 가까워지면 다들 자기가 믿는 종교를 찾아서 자기 가족이 좋은 성적을 받아서 좋은 대학에 갔으면 하는 마음으로 기도하지만, 결국 좋은 대학이 수용할 수 있는 인원에는 한계가 있잖아요. 누군가 좋은 대학에 가면 다른 사람은 그보다 못하다고 평가 받는 대학에 가야 하죠. 주식이나 코인은 이런 맥락에서 모범적인(?) 사례고, 사회적 성공을 신화화하는 서사도 마찬가지고요. 결국 같은 것을 숭배하지만, 그 숭배대상은 ‘오직 나에게만’ 좋게 작용해야 하니 결국 하나의 대상이 각각의 사람만큼 다른 형태로 존재하게 되고, 여기서 많은 두려운 일들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해요. 이게 ‘흩어진’이라는 제목의 의도였어요.ㅎㅎ 이런 관점에서 보면, '서바이벌 오디션'이라고 보신 것도 작가 입장에서는 엄청 정곡을 찌르신 분석인 것 같아요!
결국 같은 것을 숭배하지만, 그 숭배대상은 ‘오직 나에게만’ 좋게 작용해야 하니 => 그믐밤 때 저도 잠깐 이야기했는데요, 저는 신은 있을 수도 있지만 그 신이 왜 저의 대입시험을 도와주고 왜 나의 취업, 내 가족의 안녕, 내 건강을 위해야 되는지 그 연결고리를 알 수가 없다는 것이었어요. 신이 뭐가 부족해서 저를 도와주는지... 신의 섭리는 있을지 모르지만 그것은 나와 무관하다. 그렇다면 나와 무관한 신을 내가 신경 써야 할 이유는 또 무엇일까? 라는 참으로 불경한 생각을 하고있읍죠. ㅎㅎ
너티 퍼티 동굴 저는 너무 무서운데 다른 분들은 좀 시큰둥하신 거 같아서 속으로 실망했답니다. ㅎㅎㅎㅎㅎ "엔젤 하트" 이야기하는데 그 영화 아시는 분이 많아서 깜짝 놀랐습니다. 저는 엔젤 하트 마지막 장면을 다시 보고 싶어서 유튜브에서 검색을 해봤는데 못 찾겠더라고요. 다른 사람들한테는 이 장면이 강렬하지 않은가, 아니면 "엔젤 하트"가 잊힌 영화인가 하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라흐마니노프 참 좋았습니다. 두용이도 가만히 있었으면 좀 카리스마 있게 보였을 텐데...
화제로 지정된 대화
13일의 금요일 그믐밤 북클럽 재밌었어요. 다음에도 오프 모임에 참석할 기회가 오면 꼭 다시 하고 싶습니다. 제가 육지로 가서, 콜라보 처럼 진행해도 될테구요. 자! 오늘 부터는 [귀신이 오는 밤]입니다. 귀신날을 모티브로 이루어진 엔솔로지로, 각각이 다른 작가님들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는 7개의 이야기에요. 그 첫번째 이야기는 배명은 작가님의 1월 16일생 입니다. “귀신날”은 정월 대보름 다음 날인 16일이에요. 그러니까 1월 16일이죠. 이 날은 일을 하거나 외출을 하거나 혹은 남의 집을 방문하면 귀신이 붙어와 앓게 된다고 합니다. 저녁에는 자기 전에 신발을 감추어 두는데, 밤에 귀신이 내려와 신발을 하나 하나 신어보고 제 발에 맞으면 신고 간대요. 그 신발의 주인은 재수가 없거나 심하게는 죽을 수도 있다고 해요. 그래서 신발을 감추거나 뒤집어 놓기도 하고 대문에는 체나 바구니를 걸어 두기도 합니다. 귀신이 대문에서 체의 구멍수를 세다 날이 새면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죠. :)
대보름 다음날이 귀신날이군요. 처음 알았어요. "알쓰"에 이어 새로 듣는 단어가 매일 있네요. 귀신의 강박 장애에 감사합니다.
[귀신이 오는 밤]의 '1월 16일생'과 '산이 있었다' 까지 읽었어요. 이 모임이 끝나려면 2시간도 안 남았는데 그 전에 남은 5개의 단편을 다 읽기는 무리이겠네요. 아쉽습니다. T.T 내일이 일요일이니 내일까지 자체적으로 완독할 수 있을 것 같아요. '1월 16일생'은 [귀신이 오는 밤]의 제일 앞에 등장하면서 책의 전체적 주제를 소개하는데 적당하네요. '산이 있었다' 는 약간 녹차빙수 작가님의 '사탕통' 생각이 나기도 한 작품이었어요. 서계수 작가님의 한마디 "B에겐 당연하나 A에겐 전혀 당연하지 않은 이야기를 계속 쓰고 싶다." 라는 짧은 글이 좋았습니다.
모두 잘 돌아가셨는지요. 이상하고 즐거운 밤이었습니다. 시간이 그렇게 휙 지나가버려서 깜짝 놀랐어요. 10시 반까지만 마시자 어쩌고 했던 게 무안하네요. 위안을 받는 밤이기도 했고요. @사계리서점 님, 정말 감사합니다. 갑자기 술판을 벌이고 카펫에 맥주를 쏟기까지 해서 죄송합니다. 정리하느라 고생 많으셨을 거 같은데... 다음에 다시 꼭 찾아뵐게요! 먼 길 와주신 @수북강녕 님, 밤에 해주신 말씀들에 저희 부부는 큰 위로를 받았어요. 늘 고맙습니다.
@운동하여체력증진 님, 덕력에 감탄했네요. 저는 하인라인 팬인 여성 독자를 두 분이나 뵈어 신기했습니다. 이 놈의 선입견이여. @Olafsson 님, 맛있는 술과 근사한 숯불치킨과 흥미로운 화제들 감사합니다. 2차를 가지 못해 죄송합니다. 다음에 또 뵙게 되기를 빌겠습니다! 그리고 이 글을 읽지는 못하겠지만 두용아, 넌 나를 당황시킨 몇 안 되는 개란다. 서가에 꽂힌 무서운 이야기들 기운 듬뿍 받고 늘 건강하렴! 또 보자!
책을 못 읽고 가서 책 이야기는 안 하고 엉뚱한 이야기들(ex. 턴에이 건담)만 늘어놓은 것 같아 송구합니다. 저는 오늘부터 "바깥세계" 읽으려고요. 말씀해주신 내용들이 굉장히 흥미로웠습니다. 한 편은 아쉽게도 스포일러를 들어버렸습니다만... 엔터테인먼트 소설인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고 무거운 테마들이 담겨 있는 것 같았어요. 잘 읽어보겠습니다. 작가님 계신 방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면 부담스러우시려나요. ^^;;;
아이고;; 아닙니다^^ 재미있게 읽으셨으면 좋겠네요!
작가님, 반갑습니다. 지금 「잉어의 보은」을 낄낄거리며 읽고 있어요. 너무 재미있습니다. 「불륜 연구소 취재기」를 읽던 중 코펜하겐불륜과 파워 오브 러브에서 정말 육성으로 빵 터졌습니다. 뭘 먹거나 마시던 중이었다면 크게 뿜었을 거 같아요. ^^
저는 신기하게도 ‘Liberate tuteme ex inferis’가 무슨 뜻인지 모르면서 이 부분을 읽을 때 영화 《이벤트 호라이즌》을 막연히 떠올렸거든요. ‘어, 이거 왠지 《이벤트 호라이즌》 같은 느낌이네’ 하고요. 그런데 이게 바로 영화에 나온 그 대사임을 알고 잠시 소름이 돋았습니다.
저는 《이벤트 호라이즌》을 극장에서 보았거든요. 1990년대 말에 영화 세 편을 자정부터 밤샘 상영하는 프로그램이 잠깐 유행한 적이 있는데, SF 동호회 회원들과 함께 봤네요. 아벨 페라라감독의 《어딕션》, 《파리의 늑대 인간》과 함께 상영했고, 《이벤트 호라이즌》이 마지막 작품이었습니다. 당시에는 큰 감명 없이 봤는데 새벽에 졸린 상태로 봐서 그렇기도 했을 거 같아요. 그런데 이 작품이 이후에도 꾸준히 회자되고, 저 역시 잘 기억하는 걸 보면 신기합니다. 종합적인 완성도는 떨어져도 분명 강렬한 대목들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잔인한 장면도 그랬지만 ‘지옥은 실제로 있는 장소’라는 설정이 지금 저한테는 가장 인상적입니다.
한 뼘 정도 열린 문 사이로 어둠이 보였다. 바람에 열렸을 리가 없어 그 안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순간 어둠 사이로 퀭한 눈이 나타났다.
귀신이 오는 밤 1월16일생 p13, 배명은, 서계수, 전혜진, 김청귤, 이하진, 김이삭 코코아드림
귀신이 오는 밤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매해 음력 1월 16일은 한국의 세시풍속 중 하나로 이날은 일을 하거나 남의 집에 가면 귀신이 따른다고 믿고 바깥출입을 삼가고 집에서 쉬며 액운을 막기 위한 풍습을 행했다. 한국의 핼러윈이라고도 불릴 만한 이 귀신날을 소재로, 바로 지금 장르 소설계에서 가장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신인과 기성 작가들이 각자 깊은 내면에서 이끌어낸 공포의 단편들을 선보인다. 실제 전승되는 설화를 소재로 한 이야기에서부터 어두운 이
육지로 돌아왔는데 귀기가 따라온 느낌입니다 어젯밤에 자려는데 괜히 섬뜩하더라고요 ㅎㅎㅎ 조금 정신을 차리고, 오프라인에서 발언하지 못한 '가장 무서웠던 단편'과 '가장 마음에 들었던 단편'을 써보려고요 원래 피칠갑하는 고어와, 앞뒤 탄탄하게 맥락이 이어지는 공포 유머, 아닌 것 같지만 사실 보편적으로 공감 가능한 악당 주인공 등을 좋아하는데, @녹차빙수 님의 『바깥세계』를 읽으며 말 그대로 취.향.저.격.이었습니다 $ 가장 무서웠던 단편 : <충청도에 있는 교회> 사이버 종교, 성적으로 문란한 교주 등의 이야기로 전개될 거라 예측했는데 다른 흐름이어서 좋았어요 사춘기 자녀를 둔 가정에서 아이를 일컬어, '사람이 아니야, 사탄 들렸어, 상대도 말아야 해' 등의 이야기를 많이 하거든요 물론 관계가 틀어짐에 속상해 하기도 하고 부모가 무엇을 잘못했을지 성찰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정상적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식으로 정신승리하는 것 같아요 부모에게 반항하다 방에 갇히고, 이제 발가벗겨져 재갈 물고 뺨 맞고 나서, '의대' 진로를 가야 하는 사춘기 청소년의 상황을 생각해 보니 그 어떤 작품보다도 현실적으로 소름끼쳤습니다 $ 가장 마음에 들었던 단편 : <과학 무당과 많은 커피> 밥 대신 커피를 더 많이 먹어 카페인에 중독된 현대인의 문제가 호러로 번지는 이야기로 예측했는데, 이 단편도 예측이 틀렸어요 ㅎㅎ 세계를 구하는 히어로 서사인 셈인데, 너드 수준이 아니라 어설프기 그지없는 주인공, 집주인 할머니 vs 할머니 박사님의 뜬금없는 등장, 이웃 살해사건에 대한 군더더기 없는 요약 설명 등이 너무 재미졌습니다 ^^ <불륜 연구소 취재기> 역시, 다양한 사례와 논리에 설득당하며 낄낄대다 등골이 서늘해지는 작품이었고,,, 다 좋았습니다~!
쓸데없는 TMI를 하자면, 그 날 제가 틀었던 라흐마니노프는 임윤찬님이 작년, 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와 함께한 연주 였습니다. :) piano concerto No.3 in d minor Op.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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