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함께 읽기] #38. <내일 또 내일 또 내일>

D-29
토끼풀님 동무 부러운데요~
그 친구 책장의 35% 정도는 제가 채워준것 같아요 ㅎㅎ 사실 책 선물은 저한테 더 큰 즐거움이예요~
다들 칭찬일색이신데 저는 <섬에 있는 서점>보다는 약간 지루하고 재미도 조금 덜 했어요. 혼비님께서 말씀하신 길고 장대한 넓은 세계로 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다는 말에 백퍼센트 공감합니다. 혹시 저처럼 조금 아쉬웠던 분은 없으신가요? ㅎㅎ
저는 이번에 개브리얼 제빈의 책을 처음 읽어봤는데요, <섬에 있는 서점>이 더욱 궁금해지네요. 책걸상에서 무지 사랑받는 작품인것 같아서 무진장 기대중이예요. 저는 크리스마스 말고 이번 추석 연휴때 읽어보게 될 것 같아요! ㅎㅎ
우와 그렇다면 정말 즐거운 추석이 되실 겁니다. ㅋㅋ
근데 샘은 세이디가 도브와 그런관계인걸 알면서 모르는척 게임에 필요한 알고리즘(?) 구해오길 바란게 사실일까요? 세이디가 그 점에서 도브에게 실망하고 몇년간 말을 하지 않잖아요.
저는 그대목은 오해라고 생각했어요. 세이디가 이 사정을 마크스에게도 털어놓잖아요? 그 장면에서도 오해라고 설명된것으로 이해했는데...
아 그렇군요. 저는 나중에 세이디가 샘한테 너는 그랬다고 했을 때 샘이 절대 아니다 이런 변명을 안하길래 알고서 그냥 둔 게 맞구나 하고 실망했었거든요. 그렇다면 샘이 너무 불쌍해요. 결국 오해는 풀리지 않았고 어쨌든 샘은 세이디를 평생 짝사랑하는 역이라서요. 물론 마크가 심각하게 매력적이긴 합니다... ㅎ
결국은 샘이 더 사랑하는 역할이 확실하죠...아 마음아파. ㅠㅠ
저는 이 대목이 이 책의 진짜 대단한 면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샘을 오해하고 그게 너무 안타까운데 그 오해를 극적으로 해소해서 독자들의 마음을 시원하게 해주는 것에 작가가 중점을 두지 않았단 생각이 들어요. 인생이 원래 서로 오해하고 오해를 결국 풀지 못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해를 뛰어넘는 사랑 혹은 이익관계 때문에 그렇개 살아가잖아요. 혹은 오해를 풀자니 뒷감당이 무서워서 보따리를 풀지 못하고 덮어두고 살아가기도 하구요. 그런데 만일 샘이 도브와의 관계를 알고 그래서 세이디에게 율리시스를 얻어오게 말하지 않았고 그로 인해 게임의 퀄리티가 떨어지거나 제때 출시하지 못해서 팀이 심각한 어려윰을(생계나 학업 등) 겪거나 혹은 무산되거나 그랬다면요? 그런 안좋은 결과였는데 세이디가 나중에 샘이 자기를 배려해서 포기한 이유로 율리시스를 제때 얻어오지 못해서 두사람이 아무것도 못하게 되었다면 샘에게 비겁하다며 화냈을 거 같아요. 넌 끝까지 착한척만 하지? 뭐 이런 레퍼토리로요. 요즘 느끼는 건데 사람은 어떤 일로 화를 내는 게 아니라 화를 내기 위해 필요한 아이템을 획득하는 거 같아요. 세이디는 샘에게 느끼는 열등감, 자기가 보조자로 보여진다는 그 열등감에 화가 났기에 그런 오해를 풀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건강한 자아였다면 샘에게 당장 따지러 가지 않았겠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이런 통찰들이 있는 작가와 작품이라 생각하며 정말 감탄하며 읽었어요.
오 귀차나님의 의견을 들으니 훨씬 깊게 책을 이해하게 되네요. 저는 단순하게 이게 오해인건지 아닌건지만 생각했어요. 샘이 그런 마음이었는지 아니었는지는 결국 독자들마다 다르게 받아들일 것도 같아요. 여기서도 의견이 나뉘어지는 거로 봐서는요.
저는 그 부분은 오해가 아니라 사실인것 같아요.. 샘이 세이디와 도브의 관계를 알고있었다고 생각해요. 마크스가 샘을 두둔하느라 자기가 게임 CD를 플레이했을거라는 말을 하지만, 세이디가 게임 엔진 때문에 한참 힘들어하던 그때 샘이 다른 게임들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데드 시>를 발견하는 장면이 나오거든요. 샘은 둘의 관계를 눈치채긴 했지만 이미 끝난 사이라 생각했을 것 같고, 세이디와 처음으로 만드는 게임을 제대로 완성시키고자 하는 생각이 워낙 커서 그건 크게 중요치 않다 생각했을 것 같아요. (근데 세이디가 도브 때문에 또 힘들어하고 고통받는걸 보면서는 많이 걱정하고 후회하기도 했겠죠..?;;)
샘은 게임을 만드는 일이 언제나 세이디와 자신 두 사람 모두를 위한 것이고, 둘의 관계를 위한 것이고(게임을 통해 항상 두 사람은 하나가 되니) 그래서 늘 '우리의 게임' 이라고 말하는데 세이디는 모든 게임들마다 그건 누구의 것인지 생각하고 따지며 스트레스 받고, 샘이 게임을 만드는건 오로지 자기 자신만을 위한 것이라 생각하는게 진짜 오해죠..ㅠ_ㅠ
오늘 이번 주 방송 들었습니다. 역시 세 분 이야기하시는 것 들으니 좋더라고요.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겹겹이 쌓아 다면적으로 볼 수 있게 쓰여진 책이어서 더 좋았습니다. 안 그래도 읽으면서 가브리엘 제빈의 (우리가 읽은 )세 권의 책에 다 유부남과 불륜에 빠진 젊은 여성들이 나오네? 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아마 이런 이야기가 드물지 않기 때문에 하나의 구성으로 계속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면서, 혼비님 말씀대로, 너무나 PC함에 경도되어 ’현실적인 이야기도 불편하다면 소설에 쓸 수 없다‘ 라는 것에 찬성하지 않는 작가의 생각에 박수를 보내고 싶었습니다. (물론 읽을 때는 화가 났더랬죠. 그 인물에) 그런 맥락에서 문화적 전유에 대해서 이야기한 부분도 전 좋았습니다. 요즘 문화적 전유라고 비판하는 것도 제대로 된 어떤 기준이 없어보였거든요. 물론 희화화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지만 말이죠. 여러가지로 좋은 부분이 많은 책이어서 읽는 것도, 듣는 것도 즐거웠습니다. 책걸상으로 인해 알게된 또 한 명의 사랑하는 작가, 셀레스트 잉의 새 책도 얼른 번역되면 좋겠네요~
너무 재밌게 읽었어요. 이야기 곳곳에 나오는 게임의 이스터에그같은 장치들을 다시 곱씹어 보려고 재독하려고 해요. 세이디, 마크스, 샘의 서로에 대한 사랑이 좋았고, 힘들어하는 부분들에서도 그럴수 있겠다는 납득이 되면서 몰입했었네요. 영화화했을때 어떤모습의 배우가 연기를 하게될지 궁금하네요. 특히 샘이랑 마크스요. 개척자 부분에서는 어떻게 영상화가 될지 잘했으면 좋겠는데, 이야기를 잘살릴지 어떨지...그런 생각을 했네요. 영화도 기다려져요.
다들 재미있게 읽고 계세요? 저는 방송에서도 이 책의 장점을 여러 가지 읊었었는데요. 좋은 책은 널리 읽혀야 한다는 마음에 소개하는 글을 하나 썼습니다. 한번 살펴보세요.
여기 열두 살 소년 '샘'이 있습니다. 교통사고로 다리를 심하게 다쳐서 큰 수술을 여러 차례 견뎌야 했고, 그보다 더 커다란 마음의 상실 때문에 고통스러워하고 있었죠. 그에게 유일한 낙은 어린이 병원 휴게실 한구석에 놓인 <슈퍼 마리오> 게임기였습니다. 어느 날, 아픈 언니를 돌보느라 병원에서 지루하게 보내던 또래 소녀 '세이디'도 게임을 하러 갔다가 샘을 만납니다. 소년, 소녀의 풋풋한 첫사랑 얘기, 아닙니다! 병원에서 함께 게임을 하면서 친하게 지내던 둘은 작은 아니 큰 오해로 관계가 끊어집니다. 사실, 로스앤젤레스 한인 타운에서 작은 피자집을 운영하면서 어렵게 생계를 꾸리는 한국인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사는 샘과 유대계 부잣집 손녀이자 할리우드 스타의 유명 에이전트를 아버지로 둔 세이디는 애초 친구로 어울리지 않았죠. 둘 다 공부는 잘해서 각각 하버드 대학교 수학과(샘)와 MIT 컴퓨터과학과(세이디)에 입학해서 함께 미국 동부로 삶의 터전을 옮기지만 3학년이 될 때까지 얼굴 한 번 마주친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1995년 12월 두 사람이 길거리에 아주 우연히 마주칩니다. 소설의 첫 장면입니다. 마침, 20대 초반의 샘과 세이디 둘 다 혹독한 청춘의 고통을 겪고 있던 참이었죠. 다시 만난 청춘남녀가 연애하는 얘기, 아닙니다! 우연히 만난 동향 친구에게 세이디는 수업 시간에 과제로 만든 게임 디스켓을 건넵니다. 샘은 세이디의 게임을 해보고서 무한한 가능성과 참을 수 없는 열망을 느끼죠. '나는 세이디랑 함께 게임을 만들어야 해!' 그렇게 둘은 함께 게임을 만들게 됩니다. 개브리얼 제빈의 『내일 또 내일 또 내일』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너드 두 명이 게임 만들다 사랑하는 얘기, 아닙니다! 고백하자면, 게임을 좋아해 본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제대로 해본 게임은 <테트리스> 정도뿐입니다. 아, 1990년대 초반에 PC 게임 산업이 꿈틀대던 때에 호기심으로 한두 번 해본 적은 있네요. (혹시 1990년에 나온 <서치 포 더 킹(Search for the King)> 같은 게임을 기억하는 분이 있을까요?) 게임을 좋아해 본 적도 없고, 알지 못해도 『내일 또 내일 또 내일』을 읽으면서 재미를 느끼고 공감하는 데에는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오히려 그런 이들에게 이 책은 새로운 세상을 보여줄 수도 있습니다. 게임이 연극이나 영화처럼 문학, 미술, 음악 등이 어우러진 종합 예술로 탄생하는 순간이죠. 과장이 아닙니다. 어쩌면 『내일 또 내일 또 내일』은 문학사에 그 자취를 또렷하게 남길 수도 있겠습니다. 게임을 당당하게 종합 예술의 한 장르로 격상하고 나서, 그것을 창조하는 예술가(게임 개발자 혹은 게임 디자이너)에게 본격적으로 초점을 맞춘 작품은 이 소설이 처음으로 보이니까요. 이 소설은 이런 질문을 계속해서 던집니다. 창작이란 무엇인가? 오리지널리티(Originality)는 누구의 것인가? 예술에서 창작자의 의도와 수용자의 행위 가운데 무엇이 중요한가? 예술과 상업이 긴장 관계에 있을 때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결정적으로, 예술과 정치의 관계는 어때야 하는가? 이런 중요한 질문이 게임을 중심에 둔 이 소설에 모두 있습니다.
소재만 흥미로운 지루한 소설, 아닙니다! 만약, 그런 소설이었다면 미국 인터넷 서점 '아마존'의 '2022 올해의 책' 1위로 선정되지도 않았을 테고, 작년(2022년)에 책이 나오고 나서 힘이 빠지는가 싶더니만, 입소문만으로 다시 <뉴욕타임스> 픽션 부분 베스트셀러 순위(총 15권)에 48주나 이름을 올리지도 못했겠죠. 사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이 개브리얼 제빈의 전작 『섬에 있는 서점』(문학동네)이나 『비바, 제인』(문학동네) 같은 소설을 읽었다면 구구절절 이런 소개를 할 필요도 없었습니다. 두 소설을 먼저 읽었던 독자라면 저자 이름만 보고서 곧바로 『내일 또 내일 또 내일』을 손에 들었을 테니까요. 제빈은 이 소설에서도 독자를 정신없이 홀립니다. 일단, 한번 이야기를 따라서 읽기 시작하면 도대체 다음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해서 한쪽, 한쪽 책장을 넘길 수밖에 없습니다. 이야기의 주도권이 드라마에 넘어간 세상에서 '흥! 소설을 우습게 보지 말라고!' 하는 식이라고나 할까요? 그렇다고, 그저 재미만 있는 소설, 아닙니다! 예술 소설의 정체성에 더해서, 이 소설은 1995년부터 2012년까지 17년 동안의 특별한 '관계' 이야기입니다. 타인과 관계를 맺을 때, 그것이 얼마나 진실할 수 있을까? 관계의 지속 가능성에서 가장 중요한 조건은 무엇일까? 가족도 아니고 연인도 아닌 관계에서의 친밀함의 가능성은 어디까지일까? 이 소설은 이런 질문에 답합니다.
고전에 밝은 분이라면, 제목 '내일 또 내일 또 내일'이 셰익스피어의 비극 『맥베스』의 가장 유명한 대사 가운데 하나라는 사실을 눈치챘을 것입니다. 원작에서 "내일 또 내일 또 내일"은 몰락하기 시작한 맥베스가 삶의 덧없음을 비관적으로 자조하면서 읊는 대사죠. 하지만, 이 소설에서 저자는 이 유명한 대사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재해석합니다. 어쭙잖은 상식으로 말하자면, 지금까지 『맥베스』의 "내일 또 내일 또 내일"은 수많은 소설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변주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참신한 해석은 처음입니다. 덧붙이자면, 상업 연극의 각본을 쓰고 배우로 나섰던 셰익스피어였다면 제빈의 21세기식 해석을 듣고서 힘껏 박수를 보냈으리라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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