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정기 작가와 <계간 미스터리> 79호 함께 읽기

D-29
김세화 작가님의 <알리바바와 사라진 인형> 잘 읽었습니다. 처음에는 피카레스크(악당이 주인공인 소설) 장르인줄 알았는데... 정신 없이 읽다보니 마지막에 반전이 있었네요. 막내아들이 어린이집을 다니고 있어서 더 감정이입이 많이 된 소설이었습니다. 김세화 작가님이 유머 코드를 넣었다고 말씀하셨는데... 정말 내내 웃으면서 읽었어요. 첫 문장부터 마지막 문장까지. 보영이 이모라는 캐릭터는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여성 캐릭터들의 활약이 대단해서 더 좋았어요.
보영이 이모 캐릭터가 코믹을 담당하긴 했지만 엉성한 구성이 조금 아쉬웠습니다. 추리 요소의 부재랄까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추석 연휴 절반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책을 더 읽을 줄 알았는데 귀차니즘에 휩싸여 방바닥에서 빈둥거리고만 있네요...-_-;;; 연휴답게 참여인원도 점점 적어지고 있네요. ㅋ 여튼 예고한대로 이번에는 여실지 작가의 [꽃은 알고 있다]를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히키코모리가 주인공으로 집안 내에서 벌어지는 작품인데, 내내 약을 빤듯 몽환적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작품이었습니다. 이상심리 스릴러랄까요. 미스터리의 퍼즐요소는 약했지만 이런 미쳐버린 이야기는 취향이라 재미있게 읽었어요. 주인공이라면 굳이 약에 취하지 않아도 똑같은 결말로 치닫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여기 꽃은 원주민들이 고통 절감을 위해 사용하긴 했지만 복용이 아닌 몸에 붙이는 방식으로 사용했다고 하더군요. 만약 복용했을 때는 뿅가는 환각이 아닌, 공포를 느끼게 만드는 환각이었다고 합니다. 파키스탄인의 의도가 느껴지는 부분이었어요. 창문을 뒤덮은 파리때 장면은 호러영화에서 봤던 장면인데 영화 제목이 기억이 안나네요. ㅎㅎㅎ ㅠ_ㅠ
작가님, 예리하시네요. ^^ 사실 주인공은 간암 환자라서 간성혼수가 자주 오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환각과 환청에 시달리는 인물입니다. 독초와 마약은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된 셈이지요. 파키스탄인의 등장은 요즘 지방 소도시의 인구 비율을 보면 외국인 노동자들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였습니다. 실로 이천이 그런 도시이기도 하지요. 한국의 고령화와 저출생, 노동력 확보를 위한 외국인 노동자들의 증가 등 사회는 변해가는데도 과거의 관습을 고집하는 경직된 한국 사회의 모습을 담고자 했습니다. 개의 충성심, 엄마의 환심, 동네 할매들의 관심, 정원, 집 등 차례로 하나씩 뺏기는 데도 집주인이랍시고 뻣뻣하게 목을 세우는 김경수의 모습이 어찌보면 한국인의 치졸한 자존심(?)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아... 쌀밥과 도자기의 도시 이천도 노령화가 진행되었군요. ㅠ_ㅠ 작가님이 직접 설명해주시니 의도와 목적이 분명해져 작품 이해에 도움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
궁금한 게 그 외노자는 왜 그랬을까? 하는 겁니다. 그 시골집을 빼앗기 위해? 교회에 마약을 퍼트리고 판매량을 늘릴려고? 모호하게 처리되어 있는 것 같아서 궁금했습니다.
니 집은 저 방구석이야 라고 말할때 뺏으려는 의도가 보인걸로 이해했어요.
전부 쥔공의 환상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요. 외노자가 마약이랑 집 그런 부분부터요.
전부는 아니지만... 음.. 독자님께서 다양한 해석과 상상을 즐겨보시면 좋겠습니다. ^^;;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군요.
여실지 작가님의 <꽃은 알고 있다>는 와... 제겐 두 가지가 부러운 작품이었습니다. 하나, 작품 속의 독초 가득한 정원을 갖고 싶어!(???). 둘, 나도 이렇게 미친 흐름으로 막나가게 써 보고 싶어! 복선이나 트릭이 촘촘한 작품이 아니라, 사람들 사이의 관계가 일그러지면서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광기에 독극물이 잔뜩 버무려져 비벼진, 아주 그럴듯한 광기의 비빔밥(?????)이었습니다. 중간에 식물들 이름이 언급될 때 어? 하고 움찔하고 집중했는데, 정말로 그 식물들이 아주 그럴듯하게 이용되더군요. 그리고 정원의 식물 외에도 외부에서 들여오는 외노자 씨의 친절한(??) 약물까지. 고통을 잊으려 더 큰 혼돈과 파멸을 불러오는 그 과정과 마지막의 파멸까지 이어지는 광기의 흐름이 독특했습니다. 제가 감히 쓸 엄두도 내지 못할 그런 글이라서 더 놀랍게 보았고요. 재미있었습니다!
미친 흐름으로 막 나가게 쓰면 19금 딱지를 달게 됩니다. ㅎㅎㅎㅎ 선을 지키면서 미치는 꽉 채운 제구력이 아주 좋았습니다. 보는이도 미치게 만드는 필력 닮고 싶네요.
음... 그 19금 딱지 달아보고 싶기도 합니다. 하핫 ^^;;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작가님.
칭찬 감사합니다, 작가님. 열심히 쓰겠습니다.
약빨고 글을 썼다는 필립 K 딕의 혼란함을 상당히 좋아하는데 맨정신으로 구현해낸 약빤 혼란이 취저였어요. 참고문헌인 [한국의 독초]를 보고 이 이야기를 떠올린 걸까요. 아니면 이야기를 구상하고 자료 수집 차 읽은 책일까요.
<한국의 독초>는 이야기를 구상하다가 자료 수집이 더 필요해서 읽은 책입니다. 마약이 침투해가는 과정에서 징검다리가 필요했거든요. 양귀비나 대마는 너무 흔하고, 불법이지요. 관상용으로 많이 키우는 브루그만시아가 주인공 아버지의 허례허식과 이미지도 닿아있고, 독초로도 쓰여서 여러가지로 유용했습니다. 그 외에 자히르가 활용한 독초는 어르신들의 환심을 사기에는 몸에 좋은 보약이나 음식이 좋다 보니 한약재로도 쓰이는 독초들을 조사해보다가 발견한 책입니다.
여실지 작가님의 <꽃은 알고 있다>를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독초, 마약, 가스라이팅이 나오는 심리스릴러 소설이더군요. 일종의 독초 미스터리라고 할 수 있을까요? 여 작가님이 제노포비아(외국인혐오)물이라고도 하셨는데... 미스터리 구조보다는 주인공이 피폐해져가는 심리에 초점을 맞춘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최근에 <마당이 있는 집>을 봐서 그런지... 마당, 식물, 꽃에 대한 묘사가 사실적이어서 소설의 무대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느낌이었습니다. 대적자(?)라고 할 수 있는 자히르 서사가 더 있으면 어땠을까란 생각이 살짝 들기도 했습니다만 단편이니 그 정도 분량이 적절했을 거라 추정해봅니다. 저는 마지막 문장이 참 좋았습니다. 제목과 대구를 이루거든요. 제목, 내용, 마지막 문장이 삼위일체를 이루는 작품이었습니다. :-)
파키스탄인은 보지 않기를..... ㅎㅎㅎㅎ
아... ^^;; 사실 한국인한테 더 불쾌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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