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정기 작가와 <계간 미스터리> 79호 함께 읽기

D-29
@파랑나비 파랑나비 님 안녕하세요? 관동대지진을 소재로 한 소설은 황모과 작가님의 <말 없는 자들의 목소리>를 말씀하시는 거죠? 제가 최근에 봤던 일본영화/소설 <한 남자>에서도 관동대지진을 살짝 다루었는데요. 알면 알수록 정말 충격적인 사건이더라고요. 아직도 그 사건을 제대로 규명하고자 하는 모임과 단체에서 활발하게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제주 4.3은 안타까운게... 아직 사건인지 사태인지 항쟁인지 정명조차 제대로 되지 못했어요. 친한 제주 괸당은 자기가 살아 있는 동안에 정명이 안 될 수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상황이라... 4.3에 대해 제대로 녹일 수 있도록... 오랜 시간 준비했답니다. 제 노력의 흔적을 알아주시고 시간을 할애해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박소해 작가님, 맞습니다. 저의 퀴즈를 맞추셨군요. 황모과☆작가님의 전작 <밤의 얼굴들> 중의 단편 (연고,늦게라도 만납시다) 그리고 신간 모두 관동대지진을 소재로 했습니다. 박 작가님처럼, 모든 뛰어난 작가님이 그렇듯, 고증을 거쳐 단단하게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물론 타임루프라는 초현실적인 수단을 쓰긴 하지만요.
황모과 작가님의 <말 없는 자들의 목소리>는 역사적 비극을 타임루프로 독특하게 품어낸 이야기였습니다.
@파랑나비 아, 황모과 작가님의 다른 작품을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연고> <늦게라도 만납시다>도 읽어봐야겠군요. SF인 것 같던데... 장르 속에서 역사를 다루는 것에 대해 저는 긍정적입니다. 저도 그런 시도를 하고 있고요. <흑뢰성>도 무척 재미있게 봤답니다. 앞으로 더 노력, 분발하겠습니다. 리뷰 감사드립니다. :-)
... 곧 멸망하겠지만 어쨌든 살 수 있을 때까지 살아야죠!
계간 미스터리(2023 가을호 79호) p.110 <멸망 직전> 중, 고나무, 한이, 무경, 김세화, 여실지, 김창현
밤꽃 냄새를 타고 매미 우는 소리가 울렸다. 노곤하고 고요한 평화로운 밤이었다. 허탈함과 해방감이 동시에 들었다.
계간 미스터리(2023 가을호 79호) p.84 <꽃은 알고 있다> 중., 고나무, 한이, 무경, 김세화, 여실지, 김창현
<알리바바와 사라진 인형>은 김세화 작가님의 이전 작품을 의식해서 였는지, 두리번 두리번 거리며 읽어나가는데 이게 쭈욱 따라가게 되더니 그냥 앞으로 나가는 이야기여서 의외였고 '보영이 이모' 액션 시퀀스에서는 그 호쾌함과 느닷없음에 뻥 뚫리고, 빵 터졌습니다.
제주4.3은 몇 년 전에 진실을 알게 되어 더 충격적이었습니다. 같은 민족이 동족을 죽창으로 찌르다니. 왜놈도 아닌데 그럴 수 있냐고 반신반의했답니다.
@파랑나비 저 역시 4.3을 잘 몰랐습니다. 그래서 제주도로 갓 이주했을 때 4.3 평화박물관을 다녀온 후 너무 큰 충격을 받았고... 거의 일주일 정도 악몽을 꿨던 것 같아요. 그 이후... 계속 4.3 자료를 모아왔습니다. 한 8년 되어 가네요. 이제 이주한지 곧 8년이니까요. 제 아이들이 다니는 초등학교도 4.3 때 전소되어 6.25 때 다시 지었답니다. 아직도 많은 제주 도민들은 4.3 이야기를 꺼내기를 두려워합니다. 너무 고통스러운 기억이기 때문이지요.
@여실지 작가님의 <꽃은 알고 있다>는 무슨 이야기가 이렇게 빙빙 둘러가며 나아가나 했는데, 갑자기 훅 들어와서는 사람이 죽어나가고, <기생충>이 떠오르는 갑을관계의 역전 그리고 아버지의 '수석'으로 다시 살인. 그리고, 마지막은 우당탕탕 <살인의 추억>식 해프닝과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걸 내려다본 노란 브루그만시아에서 끝나는 것이, 여러 장르들을 잘 썪어내어 주는 꽉찬 맛집 느낌이었습니다.
@추읽남 작가님의 <멸망 직전>은 뭐라까. 숨가프게 흘러가는 한계상황 내의 이야기가 눈을 땔 수 없는 상황전개와 액션씬이 더해지는데, 다들 지금 왜들 이러고 있을까?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하면서 읽었습니다. 마지막 뉴스를 전하는 앵커, 지구 멸망 전 사적 복수를 완수코저 사력을 다하는 이들.. 두가지 층위의 마음이 짧은 이야기를 읽는 내내 뒤엉킨 느낌이었습니다. 마지막도 깔끔한 마무리였습니다.
멸망이라는 급박함이 서스펜스를 자아냈습니다.
@홍정기 가을호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단편소설은 <팔각관의 비밀>이었습니다. 인물묘사가 웃겨 소리내어 웃으며 즐독했어요. 무서운 이야기도 좋지만 이렇게 명랑유쾌 버전 또한 정말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ㅎㅎㅎ 유쾌를 의도한 건 아니었는데 재벌집 패러디가 분위기를 톤다운 시킨 것 같아요.
@홍정기 작가님의 <팔각관의 비밀>은 공간을 설계하고 그 공간에 인물들과 이야기를 배치해서 풀어내는 기세(!)가 흥미로웠던 작품이었습니다. 진행을 시각화해내서 보여주는 문장들도 군더더기 없어 좋았고요. 마치 연극무대에서 펼쳐지는 대기업 총수 가문 잔혹 콩트 컨셉이라 단편소설의 틀에 딱 맞게 집어넣어주셔서 맛있게 즐겼습니다^^ ps. 최근 여기저기 자주 보게되는 숯불닭갈비 식당 체인점 <팔각도>과 제목이 겹쳐서 재미있었습니다ㅎㅎ
팔각도의 비밀 하나 더 써야겠습니다. ㅎ
다시 원점인가... 피로했다. 아니 의욕이 사라져버렸다. 이제 곧 죽을 목숨, 범인을 찾아서 뭘 하겠는가.
계간 미스터리(2023 가을호 79호) p.133-134 <팔각관의 비밀> 중, 고나무, 한이, 무경, 김세화, 여실지, 김창현
승주 자신이 바로 그 3세대라는 걸 깨달았다. 내 피 어딘가에 학살당한 고모의 흔적이 남아 있다. 고모와 아버지의 고통이 남아있다. 이 고통은 내 다음 세대까지 되물림될까?
계간 미스터리(2023 가을호 79호) p.178-179 <해녀의 아들> 중, 고나무, 한이, 무경, 김세화, 여실지, 김창현
실제로 트라우마가 유전자에 남아 대대로 되물림된다고 합니다. 충격적이죠? 때마침 가자지구를 놓고 전쟁이 벌어졌지요. 오랜 세월 쌓이고 쌓인 트라우마가 폭발했을 때... 저런 격렬한 테러와 공포가 닥치는구나, 생각했습니다.
트라우마의 되물림, 마음 아프지만 크게 동의되는 내용입니다. 그 되물림을 끊는 방법이 진실과 화해일텐데, 제주든 이스라엘이든 참으로 요원해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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