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부터의 도피, 에리히 프롬

D-29
이탈리아 등지에서 시작된 르네상스 시대로의 이행은 두 계층에 영향을 미쳤다. 하나는 부와 권력을 가졌던 최상위층의 계급이다. 새로운 경제체제는 길드의 붕괴, 동양으로부터 들어온 방직 기술, 무역의 중심 등으로 인해 촉발되었다. 최상위 계층의 사람들은 경제적 혼란으로부터는 중하위층보다 안전했으나 중세적 사고관의 붕괴로 극심한 자기중심주의가 발생했다. 쾌락주의는 역설적이게도 명예를 중시하는 욕망을 발생시켜, 기독교 세계관이 사라진 빈 공간에서 개인이 불멸성을 추구할 수 있게 하였다. 중하위층은 이들보다 더 안 좋은 상황에 처해있었다. 같은 직종 아래 평등했던 길드는 더 부유한 길드와 직공 그리고 더 빈곤한 길드와 직공으로 나뉘었고, 농민 역시 점점 높아지는 세율 아래 자신이 가지고 있었던 작은 땅조차 영주에게 빼앗기도 있었다. 이는 초기 자본주의의 독점적인 성질을 보여준다. 이들은 르네상스의 우아한 삶의 양식과 먼 위치에 있었다. 대신 루터와 칼뱅의 종교 개혁이 중하위층의 시대 정신을 대변하였다.
프로테스탄티즘과 칼뱅주의는 자본주의 이후에 등장한 중산층의 두려움을 보여준다. 프로테스탄티즘의 입장에서 면죄부는 교회의 타락이었으나 실상은 가톨릭의 권위와 자본가의 권력이 표출된 것이었다. 동시에 신에게 속했던 죄의 판단이 인간적인 잘못으로 격하되는 현상이기도 했다. 개인의 믿음으로 구원을 얻을 수 있다는 이신칭의는 개인을 강조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사실은 르네상스 이전의 교회가 가졌던 권위로 회귀하려는 시도였다. 믿음 아래 인간이 가진 자유의지는 허락 되었으나 신 앞에 인간은 복종해야했다.
칼뱅주의의 예정설은 인간의 탄생 전에 구원과 형벌이 정해져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칼뱅주의의 영향은 크게 두 개로 요약된다. 하나는 불평등의 인정이다. 예정설은 노력과는 무관하게 이미 천국과 지옥이 결정되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그렇지만 역설적으로 칼뱅주의는 도덕적인 삶과 노력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왜냐하면 구원과 형벌이 정해져있으나, 인간은 그 방향을 미리 알 수 없다. 다만 구원받은 사람은 세속적, 도덕적 활동에서 성공함으로써 자신의 구원이 예정되었음을 입증할 수 있다. 이 두 가지 사고방식은 중산층으로 하여금 자본주의의 사회구조에 적응할 수 있게 하였다. 자본주의 사회 구조에서 불안감과 회의감을 느꼈던 중산층의 비호 아래 프로테스탄티즘과 칼뱅주의가 주창되었지만, 도리어 이 새로운 사상은 중산층을 자본주의를 발전시키는 동력으로 만들었다. (노동 충동, 절약정신, 금욕, 강제적인 의무, 삶을 권력의 수단으로 만드는 태도)
면접을 준비하느라 늦었다. 4장부터는 블로그에 정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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