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는 어조가 과거의 활기를 그리워하는 것 같아요, 에바를 그리워하는 것도 그 연장선이 아닐까... 자꾸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떠오르는데, 아무래도 흑인 노예 얘기가 나와서 그런 듯합니다만, 어쩄든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도 비슷한 얘기가 나와요. 흑인들이 농사를 지으며 이를 드러내고 환하게 웃는 풍경을 그리워하는 모습. 세월이 흐르면서 흑인의 억압은 점점 개선되어 가지만 그 시절의 활기 넘치던 모습이 없어지는.. 창녀에 대한 묘사도 창백하다고 비판하듯 말하네요.
[힐링북클럽]강신주의감정수업4.경쟁심:술라(토니모리슨)
D-29
담영
담영
사람들에게 밖으로 나와 햇빛 속에서 놀자고 외쳤다. 마치 햇빛이 지속되기라도 할 것처럼. 정말로 희망이 있는 것처럼.
『술라』 p.228, 토니 모리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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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윤성
“ 자식들만이 그녀가 사랑에 대해 알게 될 전부라는 것을, 그러나 그것은 화덕 위에 너무 오래 둔 시럽 냄비처럼, 향기와 딱딱하고 달콤한 더깨만 남긴 채 긁어낼 수도 없이 졸아붙은 사랑이었다. 아이들의 입은 금세 그녀의 젖꼭지 맛을 잊어버렸다. 아이들은 이미 오래전에 그녀의 얼굴 너머, 가장 가까이에 펼쳐진 하늘을 보기 시작했던 것이다. (p.236) ”
『술라』 토니 모리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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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영
“ 사람들은 안으로 들어갈 생각은 없었다. 터널 입구에서 실제로 더 들어갈 뜻은 없었다. 하지만 터널을 전부 다 죽여야만 하다보니, 팔이 가는 버지니아 애송이, 목이 굵은 그리스인과 말라죽은 나뭇잎 같은 약속을 흔들어대던 날카로운 얼굴들이 해놓은 일을 지구 표면에서 싹 쓸어버려야 하다보니 더 깊이, 더 멀리 들어갔다... ”
『술라』 토니 모리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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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윤성
넬에게 에바와의 만남은 유쾌하지 않았을 거 같아요. 자신은 술라와 혼동하면서 에바가 치킨 리틀을 어떻게 죽였는지 말해보라고 다그치니까요. 자신이 아니라고 하자 지켜본 것도 같은 거라고 합니다. 에바의 말을 들으며 그동안 자신이 술라의 공포에 동정심을 가져온 것에 자부심을 느꼈는데 그것이 신나는 자극에 뒤따르는 평정에 불과한 것은 아닌가 생각합니다. 돌아오는 길에 친구의 무덤을 찾습니다. 에바가 술라의 장례식에 가지 않은 것이 피붙이가 땅속으로 삼켜지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서였다고 생각합니다.
술라의 죽음 소식을 듣고 누구도 달려가지 않습니다. 병원에, 경찰에 연락을 한 사람은 넬입니다. 마지막 독백이 술라가 자신의 남편은 내내 그리워했는 줄 알았다는 말이 의미심장합니다.
배윤성
넬에게 에바와의 만남은 유쾌하지 않았을 거 같아요. 자신은 술라와 혼동하면서 에바가 치킨 리틀을 어떻게 죽였는지 말해보라고 다그치니까요. 자신이 아니라고 하자 지켜본 것도 같은 거라고 합니다. 에바의 말을 들으며 그동안 자신이 술라의 공포에 동정심을 가져온 것에 자부심을 느꼈는데 그것이 신나는 자극에 뒤따르는 평정에 불과한 것은 아닌가 생각합니다. 돌아오는 길에 친구의 무덤을 찾습니다. 에바가 술라의 장례식에 가지 않은 것이 피붙이가 땅속으로 삼켜지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서였다고 생각합니다.
술라의 죽음 소식을 듣고 누구도 달려가지 않습니다. 병원에, 경찰에 연락을 한 사람은 넬입니다. 마지막 독백이 술라가 자신의 남편은 내내 그리워했는 줄 알았다는 말이 의미심장합니다.
담영
비극인지 아이러니인지, 술라가 죽고 나서야 넬은 인습? 착각? 그녀를 둘러싸고 있던 막을 벗어던진 것 같아요. "우린 소녀 적에 함께였지." "소녀 적에, 소녀, 소녀소녀소녀." 소녀 적, 자신만의 자아, 정체성, 주체성을 의식했던 그 때로.
Andiamo
그래서 소설에서 제일 짠한 인물이 에바인 것 같아요. 못 볼 꼴 다 본 섀드릭도 자신만의 탈출구를 현실에서 찾고 심지어 그 미친 의식을 사람들이 용인해주기까지 하잖아요. 미친 섀드릭은 자신의 그대로를 드러내도 괜찮다고 인정(이해)받았는데 미치지 않은 에바는 괜찮은 척하다가 정작 가까이에 있는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하고 죽은 것 같아요.
Andiamo
그러게요. 남편과 관계했다는 그 사실에 분노해서 술라와 어떻게 친구가 되었는지 술라가 자신에게 어떤 의미였는지는 까맣게 잊어버렸죠. 사실 '죽음'앞에서도 절대 용납 못하는 절대적인 잣대나 기준이 얼마나 될까요. 미혹한 인간은 지금의 내 감정에 사로잡혀 내 앞에 있는 존재의 더 본질적인 의미는 매번 놓치는 것 같습니다. 그것이 친구일 수도 남편일 수도 아이일 수도 있는 것 같아요.
포로로 잡혀간 사이 내 친구와 새 살림을 차리고 미안해하지도 않는 너무도 사랑했던 내 아내를 받아들이기 위해 김수영은 매 순간 죽음을 생각했다고 하지요. 죽음 앞에서 생각하면... 그 아내도 용납할 수밖에 없었죠. 섀드릭의 행위도 일맥상통하는 것 같습니다. 죽음을 직면하면 살 수도 있습니다.
Andiamo
강신주의 감정수업에 나와 있는 일화입니다.
한동안 강신주가 너무 좋아서 그래서 서울 와서 관악구에 처음 만든 독서모임 힐링북클럽의 주제도 강신주의 감정수업 토론으로 다시 읽기로 했었죠.
지금은 예전같이 강신주를 좋아하진 않지만 서울 와서 처음 갔던 작가 강연도 강신주였네요. 서울 저 끝에 강동구청이었던 거 같은데... 강신주 작가는 저한테 여러모로 첫사랑 같은 느낌.
강신주 작가에게 그런 첫사랑같은 사람은 김수영 시인이었나 봅니다. 자신의 정신적 아버지라고 했을 정도로 흠모하여 똑같이 김수영 덕질하던 편집자와 둘이서 설레하며 만든 책이 이 책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책은 안타깝게도 절판. 겨우 중고로 샀는데 문학소녀 제자가 좋은 책 빌려주세요 해서 이 책 빌려줬는데 아직 못 받고 있어요. 이 책 구하기도 어려운데... 그 때도 어렵게 샀는데 좀 돌려주면 안 되겠니?
김수영을 위하여우리의 첫 시인이자 마지막 시인, 김수영의 서러운 리얼리즘 『김수영을 위하여』. 시인이자 혁명가였고, 진정한 인문정신의 소유자였던 김수영을 인문학자 강신주가 자신의 이야기를 덧입혀 읽어 내려간 책이다. 김수영에게 시인이란 자기만의 목소리를 내며 자유를 살아 내는 이를 뜻했기에, 김수영을 읽는 것은 자유를 읽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 책은 시인으로 오해 받았지만 사실은 강력한 인문정신의 소유자였던 김수영을 통해 한국 인문학의 뿌리를 찾는다. 김수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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