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라가 공공의 적이었던 셈인데, 모두의 적이 사라지고 나니 탓할 대상이 사라져버린 거죠. 누군가를 대놓고 미워함으로써 공감대가 형성되고 평화가 유지됐던 건데 그 술라가 사라져버리니... 이제 쓰레받기 역할이 없어진 셈.
[힐링북클럽]강신주의감정수업4.경쟁심:술라(토니모리슨)
D-29
담영
담영
지난번에 얘기한 서숙 교수의 술라에서 악의 적법성이란 말이 나와요. 악에도 역할이 있다고...
배윤성
“ 배반, 혼란이 일어나고 있었다. 술라가 죽고 도무 안도하기가 무섭세, 안절부절 못하고 자꾸만 벌컥 짜증을 내는 습관들이 퍼졌다. 술라의 적의로부터 자기 자식을 지켜왔던 다른 어머니들도 이제는 맞붙을 상대가 없었다. 술라의 조롱이 없어지자 타인에 대한 애정은 축 늘어져 황폐해졌다. 아내들은 남편들을 아껴주지 않았다. 더는 남편들의 자만심을 부추길 필요가 없어 보였다. 마치 계절이 기력을 다한 것 같았다. p.220 ”
『술라』 토니 모리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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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윤성
이 소설에서 새드랙의 존재를 설정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맨 앞장과 끝장의 그가 나오는 장면이 이해가 잘 가지 않아요.
배윤성
예를 들어 p.226에 그는 가고 싶지 않았다. ..식으로 목적어가 바로 바로 나오지 않는 문장들이 많아 헷갈려요. 동네 사람들이 동참해 웃고 춤추고 서로를 부르며 피리 부는 사나이 뒤를 따라가는 이들처럼 섀드랙 뒤에서 무리를 이룹니다. 베일의 틈새를 벌려 불안으로부터, 품위로부터, 인력으로부터, 과거의 긴 세월 동안 그들을 단단히 묶어 놓았던 어른의 고통의 무게로부터 휴식을 즐기도록 도와달라고 외쳤다. 이 분위기를 상상해 보세요. 이해는 어렵지만 작가의 글재주에 감탄하게 되어요
담영
신경림의 농무가 떠오릅니다. 비료값도 안 나오는 농사 따위 내팽개치고 꽹과리를 치고 징을 울리며 신묭을 내는 농민들...
신경림 시보다는 좀 더 따스하고 밝은 느낌이지만요 아름답네요ㅠ 눈물이 핑 도는 처연한 활기의 아름다움.
배윤성
p. 232. 완공되지 않은 터널에서 사람들이 죽는 장면은 상징같은 건가요?
담영
대놓고 상징이다 라고 알리는 장치긴 한데 막상 의미를 읽으려니 마음이 무겁네요.
담영
소설의 종반부에 죽음을 배치했고... 터널을 전부 다 죽여야만 한다, 끔찍하지만 죽음으로써 터널을 진정 죽였다, 같아요.
담영
베일의 틈새를 더 벌려 불안으로부터, 품위로부터, 인력으로부터, 과거의 긴 세월 동안 그들을 단단히 묶어놓았던 어른의 고통의 무게로부터 휴식을 즐기도록 도와달라고 외쳤다.
『술라』 p.228, 토니 모리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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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윤성
1965(p.233)에서는 세월의 변화를 보여줍니다. 넬은 왜 에바가 보고 싶었을까요.
담영
말하는 어조가 과거의 활기를 그리워하는 것 같아요, 에바를 그리워하는 것도 그 연장선이 아닐까... 자꾸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떠오르는데, 아무래도 흑인 노예 얘기가 나와서 그런 듯합니다만, 어쩄든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도 비슷한 얘기가 나와요. 흑인들이 농사를 지으며 이를 드러내고 환하게 웃는 풍경을 그리워하는 모습. 세월이 흐르면서 흑인의 억압은 점점 개선되어 가지만 그 시절의 활기 넘치던 모습이 없어지는.. 창녀에 대한 묘사도 창백하다고 비판하듯 말하네요.
담영
사람들에게 밖으로 나와 햇빛 속에서 놀자고 외쳤다. 마치 햇빛이 지속되기라도 할 것처럼. 정말로 희망이 있는 것처럼.
『술라』 p.228, 토니 모리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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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윤성
“ 자식들만이 그녀가 사랑에 대해 알게 될 전부라는 것을, 그러나 그것은 화덕 위에 너무 오래 둔 시럽 냄비처럼, 향기와 딱딱하고 달콤한 더깨만 남긴 채 긁어낼 수도 없이 졸아붙은 사랑이었다. 아이들의 입은 금세 그녀의 젖꼭지 맛을 잊어버렸다. 아이들은 이미 오래전에 그녀의 얼굴 너머, 가장 가까이에 펼쳐진 하늘을 보기 시작했던 것이다. (p.236) ”
『술라』 토니 모리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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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영
“ 사람들은 안으로 들어갈 생각은 없었다. 터널 입구에서 실제로 더 들어갈 뜻은 없었다. 하지만 터널을 전부 다 죽여야만 하다보니, 팔이 가는 버지니아 애송이, 목이 굵은 그리스인과 말라죽은 나뭇잎 같은 약속을 흔들어대던 날카로운 얼굴들이 해놓은 일을 지구 표면에서 싹 쓸어버려야 하다보니 더 깊이, 더 멀리 들어갔다... ”
『술라』 토니 모리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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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윤성
넬에게 에바와의 만남은 유쾌하지 않았을 거 같아요. 자신은 술라와 혼동하면서 에바가 치킨 리틀을 어떻게 죽였는지 말해보라고 다그치니까요. 자신이 아니라고 하자 지켜본 것도 같은 거라고 합니다. 에바의 말을 들으며 그동안 자신 이 술라의 공포에 동정심을 가져온 것에 자부심을 느꼈는데 그것이 신나는 자극에 뒤따르는 평정에 불과한 것은 아닌가 생각합니다. 돌아오는 길에 친구의 무덤을 찾습니다. 에바가 술라의 장례식에 가지 않은 것이 피붙이가 땅속으로 삼켜지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서였다고 생각합니다.
술라의 죽음 소식을 듣고 누구도 달려가지 않습니다. 병원에, 경찰에 연락을 한 사람은 넬입니다. 마지막 독백이 술라가 자신의 남편은 내내 그리워했는 줄 알았다는 말이 의미심장합니다.
배윤성
넬에게 에바와의 만남은 유쾌하지 않았을 거 같아요. 자신은 술라와 혼동하면서 에바가 치킨 리틀을 어떻게 죽였는지 말해보라고 다그치니까요. 자신이 아니라고 하자 지켜본 것도 같은 거라고 합니다. 에바의 말을 들으며 그동안 자신이 술라의 공포에 동정심을 가져온 것에 자부심을 느꼈는데 그것이 신나는 자극에 뒤따르는 평정에 불과한 것은 아닌가 생각합니다. 돌아오는 길에 친구의 무덤을 찾습니다. 에바가 술라의 장례식에 가지 않은 것이 피붙이가 땅속으로 삼켜지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서였다고 생각합니다.
술라의 죽음 소식을 듣고 누구도 달려가지 않습니다. 병원에, 경찰에 연락을 한 사람은 넬입니다. 마지막 독백이 술라가 자신의 남편은 내내 그리워했는 줄 알았다는 말이 의미심장합니다.
담영
비극인지 아이러니인지, 술라가 죽고 나서야 넬은 인습? 착각? 그녀를 둘러싸고 있던 막을 벗어던진 것 같아요. "우린 소녀 적에 함께였지." "소녀 적에, 소녀, 소녀소녀소녀." 소녀 적, 자신만의 자아, 정체성, 주체성을 의식했던 그 때로.
Andiamo
그래서 소설에서 제일 짠한 인물이 에바인 것 같아요. 못 볼 꼴 다 본 섀드릭도 자신만의 탈출구를 현실에서 찾고 심지어 그 미친 의식을 사람들이 용인해주기까지 하잖아요. 미친 섀드릭은 자신의 그대로를 드러내도 괜찮다고 인정(이해)받았는데 미치지 않은 에바는 괜찮은 척하다가 정작 가까이에 있는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하고 죽은 것 같아요.
Andiamo
그러게요. 남편과 관계했다는 그 사실에 분노해서 술라와 어떻게 친구가 되었는지 술라가 자신에게 어떤 의미였는지는 까맣게 잊어버렸죠. 사실 '죽음'앞에서도 절대 용납 못하는 절대적인 잣대나 기준이 얼마나 될까요. 미혹한 인간은 지금의 내 감정에 사로잡혀 내 앞에 있는 존재의 더 본질적인 의미는 매번 놓치는 것 같습니다. 그것이 친구일 수도 남편일 수도 아이일 수도 있는 것 같아요.
포로로 잡혀간 사이 내 친구와 새 살림을 차리고 미안해하지도 않는 너 무도 사랑했던 내 아내를 받아들이기 위해 김수영은 매 순간 죽음을 생각했다고 하지요. 죽음 앞에서 생각하면... 그 아내도 용납할 수밖에 없었죠. 섀드릭의 행위도 일맥상통하는 것 같습니다. 죽음을 직면하면 살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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