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구 한 책 플랜 비-문학] ④ 『에이징 솔로』 함께 읽기

D-29
@고쿠라29 『에이징 솔로』는 우리에게 가까운 이들의 진솔한 이야기들의 다성성으로 가득 차 있어 더욱 재미있고 의미 있는 책인 것 같습니다. 나의 사례와 친구들의 사례를 몇 페이지 건너씩 발견하게 되는 데에서 용기를 더욱 얻게 되더라고요.
삶의 마지막까지 자기능력껏 알아서 잘 죽을 방법을 찾아내지 않으면 비참을 피할 수 없는 현실. 이는 단지 1인 가구에 국한된 문제가 아닌, 오늘날 한국 사회의 죽음의 풍경이다.
에이징 솔로 - 혼자를 선택한 사람들은 어떻게 나이 드는가 249쪽, 김희경 지음
3. 저도 이 부분을 읽으면서 주거문제, 부모님의 돌봄문제는 단지 솔로들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그러면서 또 강도에 있어서는 차이가 있겠다 싶네요.) 나이가 들수록 자의가 아니게 이사를 준비하여야 하는 상황이 2년마다 노심초사하게 만들기도 하고, 가족을 이룬 입장에서는 아이들의 학업문제때문에라도 함부로 이사할 수 없는 제약이 있기도 하고요.(본문에서 언급된 것처럼 한 때는 내가 산 집에 묶여 사는 것보다 필요에 따라 원하는 곳으로 이동하며(?)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자유가 아닌 불안정의 힘이 더 쎈 것 같습니다.) 부모님의 돌봄 문제에 있어서도 2~3년 전에 돌아가신 아버지, 어머니의 입원 시간이 생각납니다. 부모님 인근에 둘, 서울에 셋이 있는데 제가 서울에 있는 누나들한테 무조건 한 달의 반 이상은 우리가 번갈아가며 책임지자고 했고, (다행히 제가 일이 좀 없는 시간에 휴가를 내어) 저도 수 차례 일주일씩 몇 번 다녀왔었습니다. 형제들이 많아도, 자식이 부모님댁 근처에 있어도 가까우니까 더 자주 돌보라고 요구하는 것도 염치 없는 일이었어요. 평소에도 서울에 있는 자식들보다 훨씬 신경 많이 썼는데... 그리고 돌아가시고 생각하니 정말 그렇게 하길 다행이란 생각도 했습니다. (쓰다보니 어쩌면 입원의 기간이 길지 않아 가능했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드네요.) 만약에 솔로인 형제가 있었다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결정을 내렸을까? 가정이긴 하지만 어쩌면 벌어 먹고 사는 문제를 생각하면 동일한 결정을 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이 있잖아요. 어떻게든 산술적으로 라도 나눠 감당하는게 맞는 것 같고, 그러한 최소한의 마음가짐에서 형제들간에도 상황이 괜찮은 형제가 다른 형제의 상황을 감안해주리라 생각됩니다. 결혼하여 애 낳고 가정을 이루고 사는 것도 만만치 않다고 생각해 왔는데 책을 읽으며 어쨌건 에이징솔로들이 더 민감하게 사회의 어려운 문제들에 직면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솔로들을 위한 정책이 단지 솔로들만을 위한 정책이 아니고 이 사회를 좀 더 탄탄하게 다지는 일이 될 것 같습니다.
중년에 다다르지 않은 상태에서 그려보는 제 노년의 모습은 막연하기도 하고 막막하기도 합니다. 수술 동의 등 법적 가족이 필요한 상황에 대해서도 알고는 있었으나 아직은 원가족과 멀리 사는 것이 아니라서 그런 상황을 생각해 보면 또 막연하고도 막막하게 느껴집니다. 아직은 멀게 느껴지는 중년과 노년의 모습이라 대비나 계획도 엉성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이런 부분에 대해서 더 자세하게 생각하고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day 저도 지금은 에이징 솔로로서의 삶이 충분히 만족스럽고 행복하지만, 노년의 삶은 막연하게 느껴지곤 했었어요. 이번 모임에서 제 노년의 모습을 긍정적으로 그려보며 계획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이 감사하고 좋았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가족의 중요도는 왜 이렇게 줄어들 기미조차 보이지 않을까.
에이징 솔로 - 혼자를 선택한 사람들은 어떻게 나이 드는가 p.311, 김희경 지음
가족이 아니라 개인이 복지의 기본 단위가 된다면 복지제도의 사각지대도 최소화할 수 있고, 노인·장애인 등 일상적 돌봄과 지원이 필요한 사람들이 가족에 의존하지 않고도 국가의 제도적 지원을 제공받아 존엄한 삶을 누릴 수 있게 된다.
에이징 솔로 - 혼자를 선택한 사람들은 어떻게 나이 드는가 p.312, 김희경 지음
화제로 지정된 대화
안녕하세요. 여러분들이 나누시는 대화, 맛있게 읽고 있습니다. @고우리 님, 환영해주셔서 고마워요. 연결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많이들 하고 있어서 제 주변에도 돌봄을 공유하는 공동체를 만들자, 모여 살자, 이런 이야기들을 하는 여성들이 많아요. 제 친구들 비율은 기혼이 더 많은데 모여살자는 이야기는 자녀들이 이제 성년이 된 기혼 여성들이 더 많이 하는 듯요 ^^ @모시모시 님, 인문서 같다고 거리두지 않으시고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인터넷서점에 제 책이 '사회과학'으로 분류돼 있어서 잠깐 '이게 과학인가...'고민했습니다 ㅎㅎ 사회과학처럼 엄밀한 방법론을 적용하지 않아서 그렇게 분류되는 건 부적절한데 딱히 다른 카테고리가 없네요. 다소 무겁지만 에세이 같은 느낌으로 쓰고 싶었는데 그게 잘 안 된 건 제 역량부족 탓입니다 흑~ ㅠ ㅎㅎ @고쿠라29 님 읽으신대로 '신나'로 바꿀까봐요 ㅋㅋ '산나'는 돌아가신 할머니가 저를 부르시던 이름예요. 조부모 부모 세대가 다 독실한 가톨릭이라 집에서는 저를 지금도 가톨릭 세례명으로 불러요. 심지어 대학 다닐 때 저희 아버지는 제 친구가 전화해서 '희경이 집에 있어요?'를 물으면 '전화 잘못 거셨다'고 대답하실 정도....가톨릭 세례명이 '수산나'인데 할머니는 꼭 '수'자를 빼고 '산나'라고 부르셨어요. 할머니가 저를 '산나'라고 부르시던 그 다정함이 저를 키운 것같아서 틈날 때마다 아이디로 쓰는 닉네임이랍니다 ^^ 고쿠라29님 리추얼 이야기랑 혼자 아프신 경험, 중간 공동체 이야기도 모두모두 공감하여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저도 해마다 마지막날을 회고하는 날로 삼는데 고쿠라29님처럼 유서 라는 형식을 만들어서 되돌아보는 것도 좋아 보이네요. @흥하리라 님, 남성 솔로들 이야기를 책에 담지 않은 것에 대해 저도 맘이 좀 복잡해요. 제 생각이 짧았다 싶기도 하고요...갑자기 낮에 동네에서 본 장면 하나가 생각나네요. 서너살쯤 되는 남자아이랑 같이 걸어가던 아이 아빠가 계단에서 아이가 넘어질 뻔하다가 우니까 "뚝! 남자는 울지 않습니다!"하시더라고요. 전 '아니 왜요! 남자도 울어도 됩니다!'하고 외치고 싶었습니다만...ㅎㅎ 사회가 정해놓은 성별 고정관념에 갇히지 않고 남성들도 취약함을 드러내고 감정을 표현하고 자신과 서로의 일상을 돌보는 경험을 해봐야 나중에 혼자가 되어도 스스로를 돌볼 수 있을텐데 말이죠. 비혼남성청년을 연구한 논문을 읽은 적이 있는데 의외로 일상 생활, 특히 밥 차려 먹는 것에 엄청난 어려움을 겪더라고요. 남성노인들만 그러는 줄 알았는데 청년남성도 다를 바 없다는 게 놀라웠어요. 쓰다보니 아이 울음에서 시작한 이야기가 비약이 심하게 흘러가고 있네요 ㅎ 이만 줄이겠습니다 ^^
작가님께서 직접 답해주시니 더더욱 반갑습니다. 남자들이 혼자 사는게 더 힘든 것도 문화 환경과 관련이 있을까요? 대부분 옷차림도 허술하고 스타일도 좀 허술해 보이고… 이것도 편견일지… 아무튼 원인은 모르겠지만 버거워 보이는 것 같습니다. ㅜㅜ
@산나 @고쿠라29 님 덕분에 김희경 작가님 세례명도 알게 되었네요! '수산나'에서 '수'자를 빼고 '산나'라고 부르시는 그 마음에 손녀에 대한 사랑과 다정함이 묻어나와 저도 함께 미소지었어요. ^^ 할머님들의 기도가 한국 성당의 기둥이라고 저희 본당 신부님이 말씀하시더라고요.
맥주만 마실 수 있으면 폐지를 주운들 뭐 어때요? 폐지 줍고 집에 와서 내가 좋아하는 맥주를 마시면 돼요.
에이징 솔로 - 혼자를 선택한 사람들은 어떻게 나이 드는가 p.189, 김희경 지음
18년도에 개봉한 한국 영화 <소공녀>의 주인공이 생각나기도 했어요. 위스키 한 잔과 담배 한 모금으로 삶을 씩씩하게 살아가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영화에요.
@고쿠라29 <소공녀>의 주인공 '미소'도 우리처럼 사랑스러운 에이징 솔로였네요. 미소는 '홀로이면서 함께'의 줄다리기를 아슬하고 달콤하게, 그리고 고쿠라29님 말씀처럼 씩씩하게 해내고 있는 것 같아요.
부모 돌봄은 아이 돌봄과 달리 끝나는 기한을 알 수 없고, 생명의 성장 대신 소멸을 향해가는 긴 과정을 지켜보는 일이라 심리적으로도 버겁다. 좋고 나쁨으로 양분되지 않는 복잡한 마음을 납덩이처럼 안고 사는 게 일상이 된다.
에이징 솔로 - 혼자를 선택한 사람들은 어떻게 나이 드는가 p.227, 김희경 지음
3장의 4번째 챕터는 개인적으로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장이었어요. 함께 읽으면 좋을 것 같아 아툴 가완디의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추천합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죽기 직전까지 존엄한 삶을 누리길 원하겠죠. 그런데 이 ‘존엄’에 대한 정의가 사람마다 다 다를 것 같아요. 배변과 배뇨를 남의 손에 맡기면 존엄을 잃는 것일까? 인지증을 앓아 더 이상 내가 누구인지 모르고 나를 구성하는 내 과거를 잃게 되면 더 이상 존엄하지 않은가? 솔직히 지금 제 기준으로 위의 두 경우는 존엄성이 많이 훼손될거라고 생각되네요. 특히 배변 처리 문제보다는 두 번째 예시, 나와 세상을 인지하는 방식이 흔들리면 더 이상 제가 제가 아닐 것 같아 무섭습니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의학과 공중 보건의 발전으로 평균 수명이 대폭 늘어났다고 하지만, 생명이 있는 것들은 모두 언젠가 죽는다. 인간의 어떤 시도에도 불구하고, 종국에는 죽음이 모든 것을 이긴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의 저자 아툴 가완디의 문제의식은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된다. 우리가 언젠가는 반드시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라면, 죽어갈 때 취할 수 있는 선택지는 무엇이 있을까? 그 자신이 의사이기도 한 가완디는 우선 의료계의 변화를 촉구한다. 관절염, 심장질환 같은
@고쿠라29 책 소개를 정말 매력적으로 해주셔서 꼭 읽어보고 싶은 책이네요. '나와 세상을 인지하는 방식이 흔들리'게 되는 것은 한 인간의 존엄이 흔들리는 큰 위기일 것 같아요. 늘 깊은 통찰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
<에이징 솔로>를 쭈욱 읽다보면 드는 생각이, 혼자 나이 듦을 둘러싸고 생기는 일련의 문제들, 외로움, 홀로 병 듦, 생계비 문제 등을 우리가 스스로 실제보다 심각하게 과장하여 생각해온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혼자 나이 든다'는 것이 기본값이 아니었고, 그래서 당연히 어떤 문제들을 수반할 거라는 막연한 두려움. 이 책은 그런 막연한 두려움들을 꼼꼼히 살펴보고 분석해주어서 실체 없는 두려움들을 걷어내기 만들어주어요.
@고우리 홀로 살아가다 맞이하는 죽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들이 사실은 가족을 강요하는 사회의 너무 많은 공포 시나리오에 의해 구성된 허구라는 것을 깨달은 점이 이번 『에이징 솔로』 읽기 모임 활동에서 가장 큰 이로움이었던 것 같습니다. ^^
화제로 지정된 대화
<에이징 솔로>를 다 읽었네요. 3,4부는 모든 이들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인듯해요. 나이 들어 아프고 죽음에 직면하게 될 때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할 수밖에 없겠죠. 그 누군가가 가족이라는 것이 고마우면서도 불편한 상황일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게 됩니다. 솔로여서 나이 든 부모의 돌봄을 전담하게 되는 고단함이 안타까웠습니다. 꼭 솔로만의 문제가 아니건만 나이 든 부모를 둔 자식 간에 역할분담에서 힘든 상황이 예상되니 답답하네요. 솔로의 또 하나의 암담함은 본인이 죽음에 직면할 때 누가 앞선 돌봄의 역할을 담당해 줄 것인가 하는 부분이죠. 가족, 자식이라는 이유로 어쨌든 돌봄의 역할을 하지만 아무도 없는 솔로에게 가장 걱정거리가 크게 다가왔습니다. 이 문제를 친구 네트워크로 해결하는 방법제시하고 있지만 사회제도의 관리도 크게 필요한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중년의 나이라서 그런지 노후의 모습을 많이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어떤 특정한 이의 문제만이 아닌 바로 나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모두의 일임을 알고 함께 고민하고 문제를 해결해갈 수 있는 공동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공감해요! 요즘 이웃이라는 개념은 예전과 많이 달라졌지만, '홀로'이면서 '함께'를 느낄 수 있는 사람을 내가 사는 곳 근처에서 찾는 것은 정말 좋은 노후 대비인 것 같아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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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의 누워서 쓰는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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