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구 한 책 플랜 비-문학] ④ 『에이징 솔로』 함께 읽기

D-29
@고우리 님 저도 수업을 재미있게 해주셔서 좋아하던 교수님에게 비혼임을 밝혔을 때 '아이를 낳지 않으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진정한 어른이 되지 못한 것이다'라는 발언에 큰 충격을 받았었어요. 심지어 저와 같은 여성 교수님이셨고 평소에 진보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던 분이었기에 그 여파를 오래 느꼈었습니다. 고우리님과 저도 그렇지만 이와같은 경험을 하는 여성들이 정말 많을 것 같아요. '아이가 있는 삶'이 주류도 더 정치적으로 옳은 삶도 아님을, 더더욱이 '더 깊은 삶이' 아님을 더 많은 에이징 솔로들이 알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비혼이 비장한 결단이 아니라 자신을 위한 선택일 뿐이었다고 해도 이 선택은 진공상태에서 이루어지지 않는다. 가부장적 성차별 구조가 존재하지 않고 결혼과 출산을 위해 치러야 하는 기회비용이 없거나 적다면, 자신의 삶을 살기 위해 굳이 결혼을 배제할 이유가 없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에이징 솔로 - 혼자를 선택한 사람들은 어떻게 나이 드는가 41p, 김희경 지음
열심히 읽고 있는데 질문에 답해볼게요. 1. 인터뷰 중에서도 나오는 내용인데, 인생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때 내 변수만 고려하면 된다는 점이 가장 부럽습니다. 살아가면서 사회생활에서도 타협해야 할 것이 많은데 가족 변수까지 고려하고 타협해나가면서 답을 찾는게 어떨땐 버거워서요. 2. 자신만의 매듭을 만드는 이벤트나 리츄얼은 누구에게나 필요한 것 같아요. 커다란 일을 실천하기는 어렵지만 매일 아침 커피를 마시며 하루 일과를 계획하는 30분은 확보하려 노력합니다. 3.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한 영역같아요. 굳이 에이징 솔로만를 상정하지 않더라도 여러가지 이유로 돌봄이 필요한 홀로 사는 사람들이 많으니까요. 인터넷, 원격기술, AI 등 새로운 기술을 바탕으로, 의지만 있다면 생각보다 어렵지않게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다고 낙관적으로 봅니다.
@모시모시 님 역시 커피 중의 가장 맛있는 커피는 아침에 마시는 첫 한모금인가 봅니다. 저는 하루 일과를 계획해 보는 시간은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데 내일부터 도전해 보려 해요.
안녕하세요 ^^ 좋은 책 같이 읽을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써니퍼니 님 안녕하세요? 책 함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자식을 낳아봐야 어른이 되는 것이 아니라 부모에게서 독립해 자신의 삶을 스스로 책임지고 다른 사람을 존중하면서 관계 맺을줄 알게 될 때 어른이 되는 것이다."
에이징 솔로 - 혼자를 선택한 사람들은 어떻게 나이 드는가 P.64, 김희경 지음
@율리안나J 님 수집해 주신 문장에 저도 밑줄을 긋고 싶습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자식을 출산하는 것과는 무관하다고 생각해요. '스스로 책임지고 다른 사람을 존중하면서 관계 맺을 줄 알게 될 때' 어른이 되는 것이겠죠? ^^
화제로 지정된 대화
『에이징 솔로』 북클럽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주에는 일주일 동안 『에이징 솔로』 1장 에이징 솔로가 온다 ― 4050 비혼 여성들의 ‘혼삶’ 지형도를 읽어 보았죠. 여러분이 나눠주신 이야기들 덕분에 『에이징 솔로』 함께 읽기 페이지가 저마다의 보석같은 경험들로 빛나고 있는 것 같아요. 2주차(9월 15일~9월 21일)인 이번 주에는 2장 솔로는 혼자 살지 않는다 ― 느슨하고 안전한 가족 바깥의 친밀함에 관하여 를 읽어보려 합니다. 꼭 2장이 아니더라도 모임 여러분 만의 속도와 흥미에 맞게 자유롭게 문장 수집해 주시고 책을 읽으며 하고 싶은 이야기 나눠주세요. 제가 밑줄을 그었던 문장은 "삶에서 우정이 차지하는 비중이 낭만적 사랑보다 과소평가된 면도 있다"는 부분이었어요. "에이징 솔로가 친밀감을 추구하는 방식은 식욕이 다르듯 저마다 다르다"는 말에 공감하시나요? 우리는 "가장 사랑하는 단 한사람이 없이도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들며" 살아갑니다. 여러분이 살아가며 사랑하게 된 것에는 무엇이 있나요? 꼭 사람이 아니어도 좋아요. 저의 경우에는 고양이인데요, 골목에서 우연히 마주친 길냥이의 눈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그 어떤 사람보다도 저의 본질을 가장 선명하게 파악하고 저의 마음을 헤아려는 것 같은 고요한 느낌을 받곤 해요. ^^
“타인에게 조건부가 아닌 절대적 지지를 보내줄 알게 되면서, 만나는 사람이 누구든 환대할 줄 알게 되면서, 그렇게 설레는 시간을 모아 하루에 5분씩 채워가면서, 자신의 취약함과 결핍에서 스스로 해방되었다.”125쪽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를 예를 들면서 인간은 타인을 받아들이며 함께 할 때 비로서 진정 나스스로 혼자 설수 있는, 아니 나를 스스로 인정하게 되는 것이란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혼자산다는 솔로가 아니라 진정한 내가 되는 솔로의 의미로 느껴졌습니다. ‘2장 솔로는 혼자 살지 않는다’ 타이틀이 꼭 솔로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어요. 사람이기에 모두가 관계 속에서 나를 건강하게 세워나갈 수 있는 것 같아요. "에이징 솔로가 친밀감을 추구하는 방식은 식욕이 다르듯 저마다 다르다“ 많이 공감되는 글입니다. 사람이란 모두 다르잖아요. 앞서 서로의 관계 속에서 어울려 살아가는 것이 인간이지만 어울려 살아가는 방법은 모두 다른 것 같아요. 서로 다른 성격으로 어울림 속에서 관계의 정도도 달라질 수 밖에요. 그래서 억지로 식욕을 바꾸면 탈이 나듯 친밀감을 추구하는 방식을 서로 인정해주고 천천히 받아주어야 할 것 같아요. 요즘 들어 사랑하게 된 사람은 바로 ‘나’라고 생각합니다. 소심한 성격에 남을 많이 의식하던 터라 나보다는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점점 나이가 들어갈수록 내가 나를 가장 사랑해야 함을 느낍니다. 그래서 나를 진심으로 사랑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타인에게 사랑을 갈구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나를 사랑해주고 그 사랑이 충만해 다른 사람에게로 사랑이 넘쳐나면 좋겠습니다.
@메이플레이 님의 사유처럼 이 책의 내용들이 꼭 솔로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닌 부분이 상당하기에, 많은 이야깃거리들이 더 확장되고 퍼져나가며 우리에게 의연한 목소리를 내게 해주는 것 같아요. 메이플레이님 말씀처럼 나에 대한 선제적인 사랑이 가장 중요한 가치가 될 때 타인 속에 살아가는 우리 관계의 핵도 조금 더 튼튼하고 건강해질 수 있게되지 않을까 싶어요.
2. 솔로들이 그냥 혼자 살아가는게 아니라 물리적으로 가까이 살면서 서로 연대하며 정통적인 가족간의 관계에서는 하지 않았던(할 수 없었던) 공감을 키워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한편으로 주변에 있는 남성에이징솔로들을 돌아보게 되었는데 작가님께서 서두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남성과 여성의 행태는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작가님이 남자들의 케이스를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한 내용과는 오히려 상반되는 상황인데 제가 알고 있는 남성에이징솔로들의 삶은 상당히 단절된 삶을 산다고 느꼈습니다. 심지어 특정 지역에 모여서 서로 돕는 사례를 보면서 남자들이었다면 과연 저렇게 살 수 있을까, 혹시라도 모이면 술잔치에 게임홀릭이 되지는 않을까 더 걱정스러운 모습을 상상했는데 제가 실제 모습을 모르는 상황에서 너무 상상의 나래를 펴는 것일 수도 있을 것 같아 그만 줄입니다. 사내아이들만 키우는 상황이고 연애하는 것도 조심스럽고, 결혼하는 것도 힘든 시절이기에 (아직 겉으로 이야기하지는 않았지만) 결혼 유무를 떠나 어디든 터 잡고 인근에 같이 살고 싶은 생각이 단지 부모라서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결혼하는 것을 원하지만 그 바램과는 무관하게 어떻게 살아갈지는 모르는 상황에서 형제들과 근처에라도 살아야 서로 도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익명성의 도시에서 살면서 누리는 자유로움 뒤에 찾아오는 외로움을 형제들이 커버해 줄 수 있지 않을까(좀 어색한 문장인가요? ^^)
@흥하리라 재미있는 말씀이시네요. 알고 계시는 남성 에이징 솔로들의 면면도 나눠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우정에 대한 말에 깊이 공감합니다 :) 사랑하게 된 것에 저도 강아지가 있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가장 오래된 친구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강아지를 키우면서 귀엽다는 면에서도 큰 위로를 받습니다만, 제가 울고 있을 때 같이 끙끙거리면서 위로해줬던 순간에 강아지에게 가장 큰 위로를 받았던 적이 있습니다. 존재만으로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존재입니다.
@이혜준 '존재만으로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존재'라는 말에 담긴 크고 작은 사랑이 정말 크고 싶게 다가옵니다. 친구와 딸 친구까지 입양을 하는 드라마 <남남>도 흥미로워 정보를 찾아봤어요. 좋은 작품 추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밑줄 그으신 문장도, 식욕에 비유한 문장도 굉장히 공감했습니다. 미디어에서 대체로 나오는 이야기가(예전보다는 줄어들었을 수도 있어도) 사랑이다 보니 사랑에 대해서는 더 높게 평가하는 부분도 존재하고 그에 비해 우정에 대해서는 낮게 평가하는 부분도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저와 제 주변은 혼자 살아가는 것에 대해 두려워하거나 외로워하지 않고 혼자 있는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입니다. 매일같이 연락하지 않아도 괜찮고, 어느 날 문득 약속을 잡아 만나도 어색하지 않고 불편함 없는 편이라 서로가 서로에게 원하는 친밀감의 정도나 방식이 비슷해 관계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day 님이 말씀해 주신 것처럼 "매일 연락하지 않아도 괜찮고, 어느 날 문득 약속을 잡아도 어색하지 않고 불편함이 없는" 사이가 이상적인 우정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사원의 기둥들도 서로 떨어져 있고 참나무와 삼나무는 서로의 그늘 속에선 자랄 수 없다는 칼릴 지브란의 싯구처럼요. ^^
올해 들어 지속가능한 삶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그저 사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제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을지 스스로 계속 물어보는 중입니다. 그런 부분에 대해 생각하다 보면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게 되는데, 사람이나 사람이 아닌 다른 무엇인가를 사랑하고 사랑하던 순간을 떠올리곤 했습니다. 그게 쌓여서 또 나아갈 힘이 생긴다고 느끼는 편입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시기마다 달라졌기 때문에 한 명 한 명 짚기가 어렵지만, 책과 음악, 종이와 펜은 지금까지 변하지 않고 사랑하고 있는 것들입니다.
<보호자는 왜 늘 가족이어야 하나>. 저와 같은 1인가구들은 대공감했을 챕터입니다. 새롭게 알게 된 건 병원에서 보호자로 가족을 요구하는 것이 법적 근거가 있는 것이 아니라 단지 '관행'일 뿐이었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단순히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것을 넘어서 자신의 존재 조건이 사회에서 체계적으로 무시되고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을 뜻한다는 말에 밑줄 그었어요. 이런 의료 편의주의는 어느 세월에 바뀌려나요. ㅠㅠ
@고우리 우리가 사회에서 요구받는 것들 중 많은 부분이 견고한 근거를 토대로 한 것이 아니라 고우리님이 짚어주신 것처럼 단지 관행일뿐이었다는 사실을 인지했을 때의 충격은 번개가 치는 것처럼 충격적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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