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무비클럽] 3. 다큐멘터리, 오늘을 감각하다 with DMZ Docs

D-29
안녕하세요 신나는아름쌤님. 확인해보니 당첨 연락을 드린 12일에 말씀해주신 이메일로 당첨 안내와 함께 쿠폰 번호 3개를 보내드렸습니다. 보낸 메일은 gmeum@gmeum.com입니다. 아마도 메일이 스팸함으로 간 것 같습니다...! 방금 신나는아름쌤님 문자와 이메일로 다시 쿠폰 번호 전송했어요. 그러나 혹시 오지 않았다면 알려주세요. 감사합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총 다섯 가지 질문이 있어요. 처음은 영화에 대한 전반적인 평을 남겨주실 수 있는 질문이고요. A부터 D 질문은 이 영화를 연출한 두 감독님이 여러분에게 드리는 질문으로 구성했습니다. A, B, C, D번 질문 중에서는 두 가지 질문에 대해서만 답변해주시면 되어요!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1-1. 필수 1-2~1-5. : 4가지 질문 중 2가지 선택해서 답변 그럼 함께 이야기 나눠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1-1. 여러분은 이 작품을 어떻게 보셨나요? 기억 남거나 흥미롭게 느꼈던 부분 자유롭게 나눠주세요.
시청각적인 요소를 활용한 연출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메일을 쓰는 장면에서 키보드 소리와 음악이 겹쳐 들리는데, 이름 없는 이들을 위해 조용한 투쟁을 벌이는 크리스티나의 모습을 표현하기 위함으로 느꼈습니다. 또, 이어지는 장면에선 그러한 노력에도 별 성과가 없어 침전하는 이의 모습을 인서트와 자막으로 표현한 구성에 감탄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인 유럽 의회에서 크리스티나가 망자들에게 이름을 찾아주어야 한다는 것을 호소하는 모습이 통역하는 이들을 통해 다양한 언어로 전달되고, 크리스티나의 말은 유럽 의회를 벗어나 유럽 사회로 퍼져나가기 시작했지만, 이내 흩어져버리고 만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한 연출로 다가왔습니다. 이렇게 편집과 음악, 소리를 효과적으로 활용한 두 감독님께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침몰선 전시가 난민을 환영하는 자들의 정치적 메시지라고 달가워하지 않는 시민, 그리고 미제레레가 잠시 깔리며 성 암브로조 유해 복원에 관한 대화가 오가는 장면이 기억에 남습니다.
알고 있었지만 기억 속에서 사라져 있었던 사실을 깨닫게 만들어 준 작품이었습니다. 그래서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의 저와 제 지인 중에 신원미상자가 된 자가 없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그들을 찾으려고 하는 목소리가 묻혀버려서인지 저는 그들의 존재를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부분을 영화가 꼬집으면서 정신을 차리게 됐습니다. 기억 남는 부분이라면 역시 마지막 부분인 것 같습니다. '이것은 의지의 문제일 뿐이다.'라는 말이 참 단순한 것 같으면서 지켜지지 않는 부분이라서. 개개인의 양심과 생각에 움직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 까마득하다는 생각에 조금 허무함이랄지 공허함 같은 것들을 느꼈습니다. 여러 의미로 생각을 해볼 수 있는 문구라서 기억에 남는 것 같습니다.
인권에 대한 다큐멘터리, 약자에 대한 처우 개선을 주장하는 방법 중 가장 흔하고, 또 호응도 많이 얻는 방법은 아마 유가족의 감정과 활동가들의 심경을 다루는 방법일 것입니다. <신원미상자의 이름>은 아주 건조하게 법의학자 크리스티나가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일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실 이렇게 전문가의 모습을 담아내면 감정적인 면이 배제되기 쉽다고 생각했는데요, 심장에 부착되어 있는 기기를 발견하고 실마리를 잡아 기뻐하는 모습, 강아지들이 주인을 맞이하고 관심을 끌기 위해 끙끙대는 모습들이 전문가로서의 크리스티나뿐만 아니라 크리스티나가 어떤 사람인지 보여 주는 장면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역적으로도 떨어져 있고,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관심을 갖지 않는 주제라 이번 기회를 통해 신원미상자의 시신을 통해 신원을 알아내는 활동을 알게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난민 문제는 의지의 문제라는 마지막 자막이 참 와닿았습니다.
16년만에 신원미상 시신의 신원이 밝혀져 가족과 만나게 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죽은 자도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고, 가족들도 생사를 확인함으로써 마음편히 일상의 삶을 살아갈 수 있겠죠.
신원미상자들의 소지품들이 너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보여주는 물건들이잖아요, 시대적인 물건들도 보였고 생각치도 못한 물건들도 보여서 신기한 기분이었습니다. 교육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도 새로웠어요. 눈 앞에 있는 대상을 면밀히 관찰하고 그로 인해 여러가지를 유추하는 과정들과 후반부에 동생을 찾는 장면도 너무 인상깊었어요. 생사여부를 모르고 살아왔던 가족들의 마음이 전달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법의학, 죽은 자의 이름과 소속을 밝힌다 .. 굉장히 흥미롭게 감상 했습니다.
제가 몰랐던 사건들을 알게 되서 인상 깊었고 미상자의 물건을 복구하는 작업을 다룬 부분이 가장 두고 두고 떠오르는 것 같아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1-2. [두 감독님의 질문 A] 나를 나로 만드는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무엇이 나의 정체성을 정의하죠? 어떤 세부사항, 어떤 함의가 당신을 당신 자신으로 만드는지 궁금합니다. What do you think makes you who you are? What defines your identity? What details, what connotations, make you yourself?
나를 나로 만드는 것은 나의 인식입니다. 겉모습이 변해도, 설혹 병에 걸려 살아온 기억을 통째로 잃어버린다 해도 나를 나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은, 내가 몸을 통해 세상을 인식하고, 세상과 분리되는 나를 인식하고, 때로 분리될 수 없는 나를 인식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내가 완전히 사망에 이르러 아무것도 인식할 수 없게 되면, 그때는 타인의 기억과 기록을 통해서만 존재할 수 있고, 따라서 더는 나 자신일 수 없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내 인식에서 비롯되는 나를 제외하고는, 그것이 자료로 남은 나이건 타인의 시각에서 해석된 나이건, 고유한 원본의 ‘나’가 아닙니다. 장례가 죽은 사람을 위한 것 이상으로 산 사람을 위한 의식이듯, 시신에 신원을 찾아주려는 시도 또한 사실은 죽은 이의 존엄을 지켜주려는 것 이상으로 산 사람을 위한 투쟁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나를 나로 만드는 것은 모든 순간의 나 일텐데요..매 순간 더 나은 나를 만들어가는 과정의 3,40대였다면, 이제는 50을 바라보는 4학년 7반으로 온전히 지금에 머무르며 현존하는 감사와 나로인한 작은 기적을 나누고 누리는 기쁨을 느끼는 것 이랄까요? 나의 여러가지 신원=이름을 만들어주는 가족들과 일터에 감사하며..오늘만 하루씩만 나의 죽음에 더 기쁘고 겸허히 다가가는 연습을 오늘도 시도해봅니다.
나의 가치관과 마음가짐의 태도가 나를 나타내는 것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들로 저의 생활이나 선택들이 달라지기 때문이죠!
나를 나로 만드는 것은 경험과 기록이에요 이 요소가 없으면 저는 속이 텅 빈 껍데기일지도 모릅니다. :)
화제로 지정된 대화
1-3. [두 감독님의 질문 B] 신분 확인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습니까? 한국 사회와 관련된 신원 문제는요? 우리는 이 주제와 관련해 알아가면서, 이름을 가지고 죽는다는 것, 사랑하는 사람을 애도하고 추모하는 것도 하나의 특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혹시 이러한 것이 특권이라 여긴 적이 있습니까? 당신이 살고 있는 사회 내 특권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Had you ever heard of problems related to identification? Had you ever heard of it related to Korean society? For us, getting in touch with this topic, revealed to us that dying with a name, mourning loved ones and grieving is a privilege. Have you ever considered this privilege? What do you consider privilege within your society?
한국 사회와 관련된 신원 문제에 대해 생각나는 것은 두 가지 정도입니다. 1950년, 한국전쟁 당시 전사하신 분의 신원이 확인되어 유해가 73년 만에 가족 품에 돌아갔다는 기사를 최근에 보았습니다. 또, 1923년 일본 관동 지방에 대지진이 일어났을 때 루머로 인해 많은 조선인들이 억울한 죽음을 맞았는데, 아직까지 제대로 된 피해자 집계조차 이뤄진 적이 없다는 사실을 한 시사프로그램을 통해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사회 내 특권은 ‘환경’이라 생각합니다. 어느 곳, 어느 집안에서 태어나 무엇을 경험하고 배우느냐에 따라 사회의 출발점이 달리 설정되기 때문입니다.
제가 지금까지 들어본 신분 확인 문제는 주로 무연고(행려)사망자의 사후 절차 문제에 치중되어 있습니다. 우리 대부분이 바라는 죽음은 침대에서 평화롭게 떠나는 것이고, 그것이 특권인 것과 마찬가지로 최소한 이름을 가지고 죽는 것, 애도하고 추모할 수 있는 것 또한 특권입니다. 아무나 누릴 수 없는 권리니까요. 죽음 이후에는 어떤 방법으로든 원본의 ‘나’로 존재할 수 없다면 사진, 영상, 타인의 기억에 남는 사본의 ‘나’로서라도 존재하고 싶어 하는 것이 대다수 인간의 심리일 것입니다. 제가 사는 사회의 특권 중 하나는 비장애인의 이동권입니다. 장애인 평등권에 대한 한국의 제도적·인식적 차원은 비슷한 경제 수준을 가진 다른 국가들에 비해 몹시 열악한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최근 몇 년간 이에 저항하는 장애인 이동권 시위가 화두에 올랐으나, ‘나에게 피해가 오지 않는 선에 한해서만 타인의 인권을 지지하는’ 시민의식에 기반해 비장애인들의 장애인 혐오 정서가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또한 재난 시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해야 한다는 기본 안전 수칙은, 휠체어 이용자로 하여금 기어서 계단을 내려가거나 비장애인의 도움을 받으라는 수준의 ‘공식적인’ 재난 대응 매뉴얼로 변형됨으로써 지금 한국이 얼마나 장애인 권리 보장에 무책임한 국가인지를 의도치 않게 폭로하고 있습니다.
다른 분들도 많이 떠올리셨을 화두인 전쟁으로 이름, 나이 모든 게 잊혀 버린 희생자분들이 떠올랐습니다. 여전히 분단국가인 우리나라는 6.25 전쟁으로도 많은 분들이 돌아가셨고 그분들 모두를 찾지도 못했습니다. 그분들 덕에 우리가 있음에도 우리는 그분들을 찾으려는 의지가 많이 내비쳐지지 않고 있죠. 이뿐만 아니라 일제강점기 시대 때 독립운동했다는 이유, 혹은 그들의 심기를 거슬리게 했다는 이유로 무고하게 돌아가시고 어딘지도 모를 곳에 묻혀 아직도 독립된 고국의 땅을 밟지 못하시거나 가족들의 품에 돌아가지 못한 분들이 아주 많습니다. 이 문제들을 국민들 모두 알고 있으나 화두가 되어 모두 찾으려 혈안을 하고 있지도 않죠. 그냥 찾으면 찾았다는 뉴스를 보고 금방 잊어버릴 뿐. 이렇게 내가 나로서 죽을 수 있다는 것. 내 가족의 품에 나라는 존재로 죽을 수 있다는 것이 큰 특권임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의 현재 특권이라고 하면 중학생까지는 의무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교육권 보장이랄까요? 한글은 배우기 쉽다지만 한국어가 쉬운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모두가 기역, 니은은 알아도 문법은 어려워 포기하는 것처럼 말이죠. 그럼에도 한국이 대학교에 많이 진학하는 것처럼 교육적으로 높은 반열에 들 수 있었던 것은 이런 기본적인 교육권이 보장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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