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무비클럽] 3. 다큐멘터리, 오늘을 감각하다 with DMZ Docs

D-29
한국 대중음악의 전성기였던 90년대의 한 페이지를 알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지금은 찾아보기 어려운 음악감상실에서 음악과 뮤직비디오를 보고 들었다는 사실이 생경하면서도 이색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또, 헤비메탈이라 하면 귀를 찢을 듯한 날카로운 소리와 모든 걸 씹어먹을 것 같은 위압적인 이미지만 떠오를 뿐 특별히 떠오르는 곡이 없는데, 당시에는 인천에서 103일간 매일 공연이 이어질 정도로 뮤지션도 관객도 많았다는 점에 놀라우면서도 왜 그 전성기는 오래 가지 못한 것일까 하는 궁금증도 들었습니다. 한편으론, 인천의 유명 록 페스티벌인 ‘펜타포트’가 열릴 수 있었던 기반에는 이런 음악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 또한 들었습니다. 이 작품을 보기 이전엔 인천이라 하면 공항, 차이나타운, 월미도 등을 떠올렸는데 이제는 음악을 함께 생각할 것 같습니다. 도시의 역사라 하면 보통 지역적 특징이나 인물, 사건 등으로 좁혀 생각하기 마련인데 역사를 이해하고 바라보는 폭을 확장시켜주었다는 점에서 이 작품을 높이 평가하고 싶습니다.
DMZ 다큐멘터리에서 가장 관심있던 부문은 <정착할 수 없거나 떠날 수 없는: 너무 많이 본 전쟁의 긴급성> 이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지도 1년 6개월이 넘었고, 반복적이고 자극적인 언론 보도는 대중들을 지치게 만들었습니다. 비단 우크라이나 뿐만 아니라 홍콩의 혁명, 시리아 혁명(내전), 미얀마도 그런 상황입니다. 어떡하면 지치지 않고 전쟁반대에 계속 관심을 가질 수 있을까...그런 시도들이 궁금했습니다. <철로 만들어진 나비>는 우크라이나인 당사자로서 이 전쟁에 갖는 문제의식(전쟁 발발 시점에 갑자기 러시아가 미친 게 아니라, 이미 14년부터 전쟁 기미가 있었다.)을 알 수 있던 점이 좋았습니다. 더불어 다큐의 구성이 인간의 감정을 극대화하는 연출이 보여서 저절로 몰입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전쟁의 참상'이 아닌, 우크라이나가 가지는 문제의식은 무엇인가. 국제사회는 뭘 해야 되는가? 라는 질문이 궁금하신 분이라면 <철로 만들어진 나비>를 추천합니다. (전쟁의 참상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도 물론 소중합니다!! <철로 만들어진 나비>가 다른 분야를 다룬다는 걸 강조하는 의미입니다. 참상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는 <우크라이나에서>를 추천드립니다)
소개글을 보고 골랐습니다. “왜 어떤 존재는 정해진 바를 벗어나 행동하는가? 그 예측불가함의 근원은 어디인가?”라는 질문으로 시놉시스가 끝나는데 영화에서 그 답은 제목과 같습니다. 왜 노동시간이 끝나고도 고용주 몰래 일터에 남아 나를 위한 작업을 이어가는가? 원하니까. 즐거우니까. 타인의 욕망을 위해 옷을 만들 수 있다면 나의 욕망을 위해서도 옷을 만들 수 있어요. 해독 불가능한 인간의 꿈을 만나 시작된 혼란과 의구심과 탐구심은 이윽고 그들의 관찰자이자 해석자인 나 자신 또한 타인에게 해독되지 않는 존재로 만들어요. 순수하고 원초적인 즐거움만이 인간의 영혼에 초월자에게 지배당하지 않을 자유를 준다고 작품은 말하고 있습니다.
제가 지금 다니고 있는 학과가 문헌정보학과이다 보니, '책'이라는 단어만 봐도 관심이 가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책의 목소리>라는 제목을 보고 시놉시스랑 프로그램 노트를 보았는데, 역사적으로 의미있을 것 같고 책과 서점에 대한 내용이 어떤 식으로 연결지어져가며 작품이 풀어질지 궁금해서 고르게 되었습니다. 감상이라고 하면, 뭉클함을 느꼈습니다. 홍콩의 '아방가르드 서점', 그리고 광주의 '녹두서점' 이 두 곳의 이야기를 책의 문구로부터 시작하여 서서히 풀어나가는 형식으로 영화가 전개됩니다. 어떠한 별도의 배경음악 없이 시대상이 닮긴 사진과 함께 서점이 했던 일들을 나열해줍니다. 그리고 그저 '진실'과 관련된 책을 출간함으로써 누군가의 도화선이 되어주죠. 글이라는게 읽지 않으면 참 아무런 효력도 능력도 없는 것 같은데, 존재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후세에는 기록으로써 영향을 끼치고 현세에서는 누군가가 한 글자라도 읽게 되면 하나의 불꽃이 되어 타오른다는 점이 강렬하게 남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프로그램 노트를 보면 단순히 '이 서점은 혁명의 시발점인 곳입니다. ', '대단한 곳이에요.' 하면서 내세우는 것이 아닌, 그리고 역사로 점철된 내용이 아닌. 그저, '출판'을 하였던 것을. 그것에 초점을 두고 풀어나갔다는게 좋았던 것 같습니다. 이 외에도 다양하게 느낀 것들이 많았는데, 그만큼 여러 생각을 할 수 있게 해줘서 재밌게 봤습니다.
183분이라는 긴 러닝타임동안 어떤 이야기가 담겼을지 궁금했고 안내페이지에 있는 소년의 사진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전체적인 흑백필름 속에 담긴 담담하지만 또 집요하게 지켜보는 감독의 시선이 전달되는 느낌이었어요. 위험에 노출된 아이들, 살기 위해서 위험을 감수하며 집을 나와 유럽에 가겠다는 단 하나의 희망으로 떠도는 아이들이 위태로워보였고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각자의 방식>이라는 제목에 끌렸습니다. 고독과 고립의 연대에 관한 전시를 준비하는 중에 작가가 만난 사람들이 궁금했습니다. 개발 보상금을 받아 영어마을 옆에 산다는 여자도 외롭지 않습니다. 강압적인 혼인을 시발점으로 세 번이나 도망친 여자도 눈치보지 않고 편하게 혼자사는 삶이 좋다고 합니다. 여기 사는 사람들은 혼자 살아도 외로울 수 없다고도 말합니다. 여자 낚시꾼은 ‘여자가 할 수 있어?’라는 편견에 맞서 잘해왔습니다. 이들의 모습이 좋았습니다.
영상미와 영상편집효과가 보다 보니 매력적이었고 다양한 사진 작품과 일본의 아픈 현대사? 몰랐던 사건과 시대를 알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 재미있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습니다. :)
화제로 지정된 대화
3-3. 이 작품을 마지막으로 총 3편의 작품을 보았어요. DMZ Docs의 슬로건은 ‘다큐멘터리, 오늘을 감각하다’ 인데요. 여러분이 생각하기에 다른 장르와 다른 다큐멘터리만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다큐멘터리라는 장르를 통해서만 감각할 수 있는 건 무엇일까요? 함께 다큐멘터리의 매력을 발견해 보면 좋겠습니다.
다른 장르와 다른 다큐멘터리의 매력은 '동시대성' 그리고 '현실감'이라고 생각합니다. 세계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일을 그대로 보여주기도 하고, 고발하기도 하고, 감독의 세계관에 따라 재해석되어 나타나기도 합니다. 그 이미지들은 현실을 강하게 매개하고 있으며, 그 때문에 관객이 느끼는 몰입감도 상당합니다. 한번 눈을 붙이기 시작하면 외면할 수 없는 다큐멘터리는 계속해서 사람들을 끌어모을 겁니다. 또 말할 이야기가 있는 사람이 영원히 선택할 수단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인간의 상상력은 현실을 이기지 못한다는 말이 있듯이 끝을 쉽게 예상할 수 없다는 점이 다큐멘터리만이 가진 특징인 것 같습니다. 연출자의 시각에 따라 재해석된 인물의 현실을 보며, 나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를 질문하고, 사고하는 시간을 갖게 한다는 점에서 사유의 확장을 이끌어내는 장르라 생각합니다.
극영화를 보며 관객은 등장인물에게 이입해 자신의 생이 아닌 다른 생을 체험합니다. 러닝타임 동안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지만 사실은 탈각하는 게 아니라 어떤 필터를 통해 조금 다른 색깔로 현실을 보는 거예요. 다큐멘터리는 그 필터가 극영화에 비해 얇죠. 그래서 대리만족한 채 그 세계를 떠나버리고 문제를 그곳에 홀로 남겨두기가 한층 더 어렵습니다. 다큐가 지우는 짐은 우리가 신이나 황제가 아니고 그냥 아무것도 아닌 인간임을 고통스럽게 깨닫게 해요. 낭만과 공상 없이 체념 속에서도 무언가 지금보다 나은 것을 찾는 장르, 찾아보려는 장르, 인간을 세계에 발붙이게 하는 장르입니다.
다른 장르와 다큐멘터리 장르의 다른 점이라고 하면 표현해내는 방식이 다른 것 같습니다. 보통 우리가 떠올리는 영화는 극적인 이야기를 가지고 메세지를 풀어내려고 합니다. 그래서 자극적인 요소들이 많죠. 하지만 다큐멘터리는 아닙니다. 물론 극적인 내용도 다룰 수는 있지만 대부분의 작품들은 일상에서의 요소들을 자연스럽게 다시금 보게 함으로써 메세지를 주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자극적으로 무언가를 파박하고 얻는게 아니라 그냥 흐르듯이, 감상하다가 곱씹어보고 그런게 다큐멘터리의 매력인 것 같습니다. 마치 매운 음식을 먹다가 삼삼한 전통차를 마시는 기분이랄까요. 처음엔 낯설 수는 있지만 평양냉면처럼 그 투명한 맛이 계속 떠오르듯이 다큐멘터리도 그런 것 같습니다.
다큐멘터리는 어떤 대상을 정하고 긴 시간동안 찍고 마주하잖아요. 그 시간, 세월이 주는 다양한 감정, 경험들을 공유해주시는 감독님들이 참 대단하고 그것을 보며 저또한 많은 영향을 받고 제 생각이나 관점들도 바뀔수 있다는 점이 너무 매력적이고 계속해서 다큐멘터리를 찾는 이유같습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민을 볼 수 있었습니다.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도 있고, 내가 생각해보지 못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다큐멘터리는 현실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좋았습니다. 이번 영화제를 통해 다큐멘터리에 관심을 가질 수 있어 감사드립니다.
다큐멘터리를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영화예요. 문득 향기가 그리워지는 순간이 있는데 향기가 없으면 허전한 느낌. 저에게 다큐는 나를 채워주는 존재입니다. :)
가슴이 먹먹해지다가 결국 엔딩에 울컥했네요..엄마의 뒷태가 한없이 작아보여서..아련함..안쓰러움..고마움..등..만감이 교차하는 엔딩이었습니다. 라디오처럼 대화만 들리는 설정이 더 나에게로 시선을 돌리고 친정엄마등..떠올려 볼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아요~♡♡
저는 현장 리뷰단으로 오늘 두번째 영화를 봤습니다. '파라다이스'란 영화인데요. 2021년 여름 시베리아 지역의 산불을 취재한 다큐에요. 러시아 연방은 산불을 끄는데 일정비용을 초과한다고 나오면 산불을 끌 의무가 없다고 합니다. 산불로 위험에 처한 숄로곤 마을이 영화에 나옵니다. 마을 사람들은 온 힘을 합해 산불을 조금이라도 지연시키기 위해 노력합니다. 마지막에 비가 기적처럼 올 때 눈물이 나더라고요. 기후 위기로 매년 산불 피해가 심각하다는데요. 올해는 괜찮았는지 모르겠어요. 기후위기의 심각함과 마을사람들의 숭고한 노력. 영화에서 보여주는 영상미가 아름다웠던 작품이었습니다.
안녕하세요? 늦었지만 많은 분들이 올려주신 내용과 영화를 보며 찬찬히 따라가겠습니다 떠오르는 다큐멘터리는 해양산업으로 바다생태계를 오염시키는 현상을 고발한 <씨스피라시>, 수라 갯벌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린 <수라>, 이 작품을 만든 황윤 감독의 전작인 <잡식가족의 딜레마> 등입니다 환경문제와 관련된 다큐멘터리 들입니다
첫번째 작품 <신원미상의 이름>에 대한 답변입니다 1-1. 법의학자에 대해 범죄수사물을 중심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부랑자, 가출청소년, 이주민 등의 신원미상자를 밝히는 일을 수행한다는 사실을 새롭게 깨닫게 되었습니다 1-2. 유전과 환경, 자의식에 의해 형성된다, 라고 써봅니다 이번 무비클럽을 포함해, '자기소개'를 할 기회가 적지 않은데요 대개는 나이, 성별, 이름, 직업 등을 말하고, 다음부터는 출신학교나 전공, 소속, 거주지, 키나 생김새를 중심으로 한 신체적 특징을 말하거나, 취미, 기호 등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요즘은 MBTI로도 많이 표현하지요 이것들을 '정체성'이라고 부르기는 어려운데 대부분 이것으로 자기를 표현하고 설명하게 됩니다 최근 주변의 지인들과 '정체성'에 대해 이야기 나눌 때는 '노동자 엄마' 또는 '읽고 쓰는 사람' 같은 표현을 많이 쓰는 것 같아요 ^^ 1-3. 역시 '범죄'와 관련해서만 주로 생각하고 있었어요 수사물에 익숙한 탓일까요? '지문'을 통해 신원 확인이 가능하다는 것으로만 믿고 있었고, 확인이 되지 않는 경우는 대개 '불법체류자'처럼 국가와 사회에 공식적으로 '등록'되지 않은 사람에만 한정하는 부정적 인식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의도적으로 몸을 숨기고 사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고 할까요 대한민국은 경찰행정 같은 분야가 굉장히 발달되고 관리와 통제가 일사불란하게 이루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어서, 거리마다 CCTV가 있고 주민등록이나 카드 사용내역 따위로도 (신분뿐 아니라) 일상이 노출, 관리, 보호되는 나라라고 여겨 왔습니다 사회의 일원으로 보호받는 한편, 사생활 어느 것도 숨길 수 없는 환경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1-4. 많은 사람들이 관심갖지 않는 분야에 관심을 두고, 신념과 끈기로 이어나가는 사람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크리스티나의 표정이나 행동이 연기가 아니라 실제임에, 피로와 갈등이 그대로 느껴진 것 같습니다 1-5. 불과 얼마 전까지 '매장' 문화 일색이던 우리나라에서 지금은 '화장' 문화가 흔해졌습니다 죽은 사람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방식이 완전히 달라졌음을 느낍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삶을 돌아보고 남은 사람들을 위로하는 데에 있어 특정 계층에만 허례허식을 집중하기보다 형식 대신 실질적인 일상의 과정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점은 환영할 만하지만, '기억'이나 '위로'와 같은 감정과 절차를 경시하고 당장의 현실에만 급급하게 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혈연이나 가족관계 등에 과거보다 비중을 두지 않는 흐름이 좋다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미래 세대는 가까운 사람의 죽음에 대해 더욱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지나갈 것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알림] DMZ Docs는 오늘 (9월 21일) 폐막합니다. 그러나 온라인 상영은 22일 자정까지 가능해요. 아직 작품을 못 보신 분들은 1, 2번 작품 그리고 마음에 드는 작품을 선택해 꼭 관람하시길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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