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무비클럽] 3. 다큐멘터리, 오늘을 감각하다 with DMZ Docs

D-29
색이 다른 나무들이 나란히 서 있거나 마주 보고 서 있는 장면, 색이 다른 신발을 신고 길을 걷는 장면들, 마지막에 엄마를 부르고 엄마가 돌아보기 직전에 영화가 끝나는 부분이 기억에 남아요. 제 경험에 의하면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겪고 나면 그전의 과거는 나에게서 완전히 박탈되고 불가침의 영역으로 남아 도대체 그때가 존재하기나 했는지 의심하게 되는데, 마치 문어체로만 노래를 만들던 시절과 단절되어 어떻게 문어체로 노래를 만들 수 있는지 의아해하는 지금처럼, 언젠가는 잊어야만 하고 잊혀야만 하고 없어져야 하고 잃어버려야 하고 끊어져야만 한다는 겁니다. 살아있다는 건 너무 불합리하고 가슴 아픈 일이에요.
굉장히 일상적인 공간이기 때문에 그리움을 더 잘 느낄 수 있었어요. 함께했던 사람이 더 이상 없는 공간에 있으면 어느 순간 특정 기억이 훅 스쳐 지나가는데요, 그 장면이 겹겹이 쌓여 있는 다큐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길지 않은 다큐였는데도 불구하고 여운이 기네요.
삶은 각자에게 주어진 것이고 제가 감히 말할 수 있는 것이 없기에 영화를, 영화로서 말해보자면 이 영화는 엄마와 자주 함께 다니던 경의선 숲길을 찍은 풋티지에 그간의 대화를 덧씌운 간단한 형식의 영화입니다. 대화는 특정한 주제 없이 시작하여 엄마의 병에 관한 이야기로, 엄마가 전해주는 위로로 넘어갑니다. 이에 저는 질문합니다. 기존의 에세이적 특징을 담고 있는 영화와 무엇이 다른가? 무엇이 나은가? 물론 그 장르가 가진 진솔함, 용기에 관해서는 제가 덧붙일 말이 없습니다만, 이 영화가 무엇이 특별한가, 얼마나 아름답게 표현했는가 하는 점에 대해서 저는 분명한 답변을 하지 못하겠습니다. 그 장르적 특징에 많이 기댄 느낌입니다. 이미지나 구조 같은 영화만이 가진 힘을 조금 더 신경썼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지금은 그냥 옆집 이야기를 전해들은 것 같습니다. 이 말은 특히 와닿은 이미지나 심상이 없었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이런 작업을 아무나 쉽게 할 수 없다는 점을 알고, 그 작업 과정이 감독님께는 무척 고되면서도 특별한 경험이었을 것이라는 점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산책하는 모습이 굉장히 여유롭고 편안하게 다가왔습니다. 경의선 숲의길 저도 자주 다녔던 길이여서런지 더 반가웠습니다. 그리고 먹먹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어요. 저는 무뚝뚝한 편이라 엄마와 살갑게 대화하거나 전화통화를 하는 편은 아니거든요. 대화들에서 따뜻함이 묻어나왔어요!
부모님과의 시간이 소중하게 느껴지는 다큐멘터리 였어요. 오랜만에 고향 가는 길 아빠 차에서 많이 듣던 이장희의 그건너 란 노래도 듣고 정겨운 정가는 영상이었어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2-2. [김단아 감독님 질문 A] 안녕하세요! <숲길을 걷는 시간>을 연출한 김단아입니다. 작품을 감상해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믐무비클럽에서 이렇게 뜻깊은 시간을 갖게 되어 영광입니다 :) 마포구 경의선 숲길은 저에게 엄마와의 추억이 겹겹이 쌓인 소중한 공간이 되었습니다. 지금도 숲길을 걸으면 눈길이 닿는 곳마다 함께한 순간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5년 남짓 그 주변에 살았는데, 그 어떤 공간보다 생생하고 강렬하게 남아 있습니다. 이 지점에서 여러분이 기억하고 싶은 공간은 어떤 곳인지 궁금합니다. 그곳에 담긴 여러분의 소중한 추억은 무엇인가요?
저에게 기억하고 싶은 공간은 어릴 적 살았던 동네의 소나무 아래인 것 같습니다. 어렸던 저였기에 동심이 넘치고 모험심이 가득했었거든요. 그래서 별 대단한 나무도 아니지만 키가 작았던 저에겐 그 소나무가 엄마같기도 하고 마을을 지키는 장승처럼 멋있고 대단해 보였습니다. 그래서 동생과, 이웃집에 사는 동생들까지 함께 그 소나무에게 이름도 지어주고, 겨울이 되면 안아주고 말을 걸고 하면서 놀았었습니다. 지금의 저라면 나무에게 이름을 지어주겠다는 생각도 잘 하지도 않고, 하더라도 계속 기억하지도 말을 걸지도 않거든요. 어릴 때나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는 풋풋한 행동이었던 것 같습니다. 더불어 그 시절의 제 모든 순간에 하루에 한 번씩 빠짐없이 스쳐지나갔던 친구라서 왜인지 어린시절, 동심하면 떠오르는 곳이 그 소나무 아래가 된 것 같습니다. 그래서 가끔은 힘들거나 내가 속세에 찌들어 있는 것 같다! 싶을 때 그 나무가 그리워진답니다. 그 아래에 가면 다시 어려질 수 있을 것 같아서요.ㅎㅎ 이런 부분에서 저의 소중한 공간은 어린 시절 제 친구였던 소나무의 아래인 것 같습니다.
기억하고 싶은 공간 보다는 어떤 계절인 것 같아요..영상 보면서 봄,여름,가을,겨울,그리고 다시 겨울의 엄마가 느껴졌다면, 어느 사람에 대한 기억이 생경하고 생생한 그 계절의 냄새와 느낌, 순간의 장면들이 떠올라서 마음이 많이 슬퍼지더라구요..엄마와도 산책하던 둘레길에서 이제 더 짧고 동그란 O자형으로 굽은 다리가 벤치에 앉아도 땅에 닿지 않음에..저는 울컥 했는데, 엄마는 신이나서 대롱대롱 발길질하시는 아이같은 모습이 오랜 잔상으로 남아있습니다. 식상한 말이지만..더 잘해드려야지요~♡♡♡♡♡
휩쓸고 다니던 동네, 탁구장이 생각나네요. 하두 친구들이랑 구석구석 돌아다니고 하루종일 뛰어다녀서 빗자루라고 불렸어요. 그때는 아무것도 부족한 것이 없고 별로 바랄 것도 없었던 거 같아요. 다시 돌아가면 있겠지만요..ㅎ
저는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같은 동네에서 살고 있는데요. 그래서 그런지 동네에 이곳저곳에 애정이 많습니다. 어린 시절에 자주 놀았던 놀이터나 시장, 가게들은 다 사라져서 아쉽지만 학교가던 길이라던가 아직까지 남아있는 공간들을 보면 예전 시절이 자연스레 떠올라서 그냥 제가 사는 이 동네를 돌아다니면 이런저런 기억들이 불쑥 찾아와요!
동네에 자전거대공원이 있어요! 초등학생, 중학생 추억이 많은 곳인데 초등학생 때는 자전거 대여하러 많이 왔었고, 중학교 때는 학교 가는 길이 었어요! 가는 길에 체육 선생님도 뵙고 단합대회도 하고 재밌고 귀여웠던 순간이 많은 장소 입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2-3. [김단아 감독님의 질문 B] 저는 엄마와 함께하는 순간을 자주 영상이나 사진, 음성으로 담았습니다. 실제 작업을 할 때는 많은 자료를 하나하나 꺼내 보는 일부터 어려웠습니다. 어떤 순간은 되돌아보고 마주하는 것 자체가 힘든 것 같습니다. 그래도 결심 끝에 마주했을 때 더 큰 의미로 돌아오는 경우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관련해서 궁금한 점이 있어 질문드립니다. 소중한 순간을 기록하고, 기억하는 여러분만의 방법이 있을까요? 또는 더 오래 기억하고 싶은 순간은 어떤 모습인가요?
비교적 최근까지만 해도 기억에 남기고 싶은 순간이라던 가, 잊고 싶지 않는 순간들이 있을 때 핸드폰으로 찍기 보다는 눈으로 담아내는 게 오히려 더 좋다고 생각했었습니다. 물론 이 방법이 그 순간의 제 감정을 그대로, 바로 느낄 수 있으니 그 순간에 나에겐 최고의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역시 추억을 하기 위해서는 자그마한 파편이라도 필요는 하더라고요. 매개체가 없으니 그 순간이 존재했는지 조차 까먹게 되기 때문이죠. 그래서 이러한 사실을 새삼 깨달은 저는 최근엔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막 장대하게 쓰는 것은 아니고 그 순간의 모습과 지금 내가 느끼고 있는 감정을 간략하게 적는거죠. 짧게라도 쓰면 나중에 그 감정을 그대로 복기할 수 있기 때문이죠. 물론 사진도 찍고 그냥 눈으로 담기도 하지만 그래도 지금 제일 많이 하는 방법은 글을 쓰며 추억하는 것 같습니다. 오래 기억하고 싶은 순간이라면 '지금 당장 죽어도 딱히 여한이 없겠다.'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들인 것 같습니다. 이러한 생각이 든다는 것 자체가 지금 이 순간이, 나와 함께하고 있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 순간이 너무 완벽해서 그 뒤가 없어도 상관없을 것 같다는 순간들이니까요. 이렇게 감성이 폭발하는 건 역시 새벽이라던가 해질 무렵, 밤 이쯤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래 기억하고 싶었던 순간들의 모습은 대부분 분홍색이고 보라색이고 푸른빛의 검정색이었던 것 같습니다.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한 시간을 남기기 위해 사진으로 그 순간들을 남기고 있습니다. 오늘 이 작품을 보며 과거에 본 <웰컴 투 X-월드>라는 다큐멘터리가 떠올랐습니다. 두 모녀를 다루고 있는데, 엄마의 삶을 기록하고, 가족의 모습을 담아낸 작품을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이후 저 또한 가족의 삶을 기록하고 담아내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히 하게 되었지만, 그 이상 나아가진 못했습니다. <숲길을 걷는 시간>을 보고 나니 사진만 있었으면 이런 작업이 가능했을까? 라는 생각이 들며 일상의 기록, 가족에 대한 기억을 어떻게 담을 것인가를 다시금 고민하게 되네요.
소중한 순간을 기록하는 별다른 방법은 없네요. 남들과 같이 사진으로 남기고 있습니다. 행복했던 순간들을 남기고 싶은데 주로 여행 갔을 때 모습 뿐이네요. 소리도 없고 움직임도 없는… 음성과 동영상으로도 기록해 볼까 합니다.
사진이나 영상을 찍거나 메모합니다. 아니면 그냥 거기 멈춰서 생각합니다.
저는 정말로 기록으로 남겨요. 사진이나 영상보다는 글로 그 순간을 묘사하고 기록하는 걸 선호합니다. 사진을 가끔 남기기는 해도 풍경만 남기고 사람을 찍는 걸 두려워해요. 왜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블로그나 개인 다이어리, sns 여기저기에 제가 보고 느낀 기록들이 남아 있는데 나중에 되돌아 보면 그때 내가 이런 생각을 했었구나 신기하기도 합니다.
기록할 수 없는 순간, 찰나에 감정이 벅차오르거나 사랑하거나 하는 어떤 색깔로 가득차는 순간.
저는 영상이나 사진보다는 노트에 기록하곤 합니다. 가끔은 사진을 프린트해서 붙이기도 하는데요! 영상보다는 아직 손으로 일기장이나 매일 가지고 다니는 노트에 이것저것 저의 감정들이나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생각들, 영화나 책을 보고나서 느꼈던 감정들을 바로 적어보려고 합니다!
저도 기억을 담는데 카메라를 활용했었는데..요즘은 짧더라도 영상으로 남겨보려고 연습중이예요~아이들 어릴 때 영상이 굉장히 남달리 뭉클하고 청소년 아이들과 진로대화 나누기에도 좋은 소스가 되더라구요~♡♡
작성
글타래
화제 모음
지정된 화제가 없습니다
[책나눔 이벤트] 지금 모집중!
[책나눔][박소해의 장르살롱] 20. <고딕X호러X제주>로 혼저 옵서예[버터북스/책증정] <오늘의 역사 역사의 오늘> 담당 편집자와 읽으며 2025년을 맞아요[책증정] 연소민 장편소설 <고양이를 산책시키던 날> 함께 읽기[📕수북탐독] 7. 이 별이 마음에 들⭐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도서 증정] 저자이자 도슨트인 유승연과 함께 읽는 <내셔널 갤러리에서 보낸 500일>
💡독서모임에 관심있는 출판사들을 위한 안내
출판사 협업 문의 관련 안내
그믐 새내기를 위한 가이드
그믐에 처음 오셨나요?[그믐레터]로 그믐 소식 받으세요중간 참여할 수 있어요!
11월 29일(금) 이번 그믐밤엔 소리산책 떠나요~
[그믐밤] 29. 소리 산책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이번에는 극단 피악과 함께 합니다.
[그믐연뮤클럽] 4. 다시 찾아온 도박사의 세계 x 진실한 사랑과 구원의 "백치"[그믐연뮤클럽] 3. "리어왕" 읽고 "더 드레서" 같이 관람해요[그믐연뮤클럽] 2. 흡혈의 원조 x 고딕 호러의 고전 "카르밀라"
"동물"을 읽습니다 🐋🐕🦍
[현암사/책증정] <코끼리는 암에 걸리지 않는다>를 편집자, 마케터와 함께 읽어요![그믐북클럽] 14. <해파리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읽고 실천해요[진공상태]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이들 모여주세요![성북구 한 책 플랜 비-문학] ③ 『동물권력』 함께 읽기 [그믐북클럽Xsam]19. <아마존 분홍돌고래를 만나다> 읽고 답해요 [그믐북클럽] 4. <유인원과의 산책> 읽고 생각해요
🏆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을 축하하며 작품 함께 읽어요.
[라비북클럽](한강작가 노벨문학상 수상기념 1탄) 작별하지 않는다 같이 읽어요노벨문학상 수상 한강 작가 작품 읽기 [Re:Fresh] 3. 『채식주의자』 다시 읽어요.
국내외 불문, 그믐에서 재미있게 읽은 SF 를 소개합니다!
(책 나눔) [핏북] 조 메노스키 작가의 공상과학판타지 소설 <해태>! 함께 읽기.[SF 함께 읽기] 당신 인생의 이야기(테드 창) 읽고 이야기해요![책증정] SF미스터리 스릴러 대작! 『아카식』 해원 작가가 말아주는 SF의 꽃, 시간여행[박소해의 장르살롱] 5. 고통에 관하여
버지니아 울프의 세 가지 빛깔
[그믐밤] 28. 달밤에 낭독, <우리는 언제나 희망하고 있지 않나요>[서울외계인] 버지니아 울프, 《문학은 공유지입니다》 읽기<평론가의 인생책 > 전승민 평론가와 [댈러웨이 부인] 함께 읽기
'하루키'라는 장르
[이 계절의 소설] 두번째 계절 #2 :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 <마주>[그믐밤] 16. 하루키 읽는 밤 @수북강녕 에이츠발 독서모임 16회차: <기사단장 죽이기> / 무라카미 하루키 저
오늘의 문장 - 은화
오늘의 문장 - 2024년 11월 07일오늘의 문장 - 2024년 11월 01일오늘의 문장 - 2024년 11월 03일오늘의 문장 - 2024년 10월 31일
현대 한국 사회를 조명하는 작품을 작가, 평론가와 함께 읽습니다.
[📕수북탐독] 4. 콜센터⭐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수북탐독] 3. 로메리고 주식회사⭐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수북탐독] 2.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수북탐독] 1. 속도의 안내자⭐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
멀고도 가까운 나라, 중국.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6. <마오주의>[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5. <중국필패>[한길사 - 김명호 - 중국인 이야기 읽기] 제 1권[서울국제작가축제X푸른숲] 위화 작가님의 <인생> 함께읽기 챌린지
🎨 책으로 그림 읽기!
[책증정] 미술을 보는 다양한 방법, <그림을 삼킨 개>를 작가와 함께 읽어요.[책 증정] <자화상 내 마음을 그리다> 읽고 나누는 Beyond Bookclub 6기 [웅진지식북클럽] 1.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함께 읽어요[책증정] 《저주받은 미술관》을 함께 읽으실 분들을 모집합니다🖤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지금 읽기 좋은 뇌과학 책 by 신아
[뇌과학책 함께 읽어요] 3. 도둑맞은 뇌[뇌과학책 함께 읽어요] 2. 뇌 과학이 인생에 필요한 순간[뇌과학책 함께 읽어요] 1. 이토록 뜻밖의 뇌과학
모집중밤하늘
내 블로그
내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