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무비클럽] 3. 다큐멘터리, 오늘을 감각하다 with DMZ Docs

D-29
화제로 지정된 대화
2-1. 여러분은 이 작품을 어떻게 보셨나요? 기억 남거나 흥미롭게 느꼈던 부분 자유롭게 나눠주세요.
엄청 편안한 분위기에서 잔잔하게 이어져 가는 울림이라고 해야할까요. 대화를 들으면서 괜시리 제가 엄마와 함께 이야기를 나눴던 순간들을 떠올려보기도 하고, 또 그러면서 동시에 나한테 어머니의 사진은 몇 장이나 있는지 등을 생각해보게 되는 영화였습니다. 더불어 일상의 모습들을 현실적으로 엮어서 만든 다큐멘터리여서 그런지 더 친숙하고 공감이 가고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인상 깊었던 부분은 처음 어머니가 노래를 부르시는 부분입니다. 어머니의 목소리가 엄청 어리시고 귀여우셔서 처음엔 어머니의 목소리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 했었거든요. 그래서 기억에 남기도 했고 더불어 노래를 부르시고 난 후 두 분의 대화 내용을 보면서 막 거창한 내용은 아니지만 이처럼 소소한 순간들의 대화가 모여서 그 사람에 대한 기억이 되고, 추억이 된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어 인상 깊었던 것 같습니다.
‘내가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것에 니가 있어’라는 가사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면 이런 형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의미로 작품 제목을 ‘기억을 걷는 시간’으로 붙여도 좋을 것 같습니다. 걷는 길 위로 풍경과 다른 목소리가 펼쳐지는데 공간을 다층적으로 느껴지게 하였습니다. 전화 속 음성, 야외에서 둘이 대화를 나누는 소리, TV를 보며 대화하는 소리 등으로 추정되는 다양한 자료들이 이 작품을 구성하고 있는데 어떤 계기로 대화를 데이터로 남기고, 영상으로 담게 되었는지 기회가 된다면 감독님께 묻고 싶네요.
엄마와 손을 잡고 걷던 공간을, 휠체어에 탄 엄마와 함께 걷던 공간을 혼자 걷던 모습이 기억에 남습니다. 저도 엄마와 함께하던 곳을 혼자 걷게 되는 날이 온다고 생각하니 너무 슬퍼집니다.
색이 다른 나무들이 나란히 서 있거나 마주 보고 서 있는 장면, 색이 다른 신발을 신고 길을 걷는 장면들, 마지막에 엄마를 부르고 엄마가 돌아보기 직전에 영화가 끝나는 부분이 기억에 남아요. 제 경험에 의하면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겪고 나면 그전의 과거는 나에게서 완전히 박탈되고 불가침의 영역으로 남아 도대체 그때가 존재하기나 했는지 의심하게 되는데, 마치 문어체로만 노래를 만들던 시절과 단절되어 어떻게 문어체로 노래를 만들 수 있는지 의아해하는 지금처럼, 언젠가는 잊어야만 하고 잊혀야만 하고 없어져야 하고 잃어버려야 하고 끊어져야만 한다는 겁니다. 살아있다는 건 너무 불합리하고 가슴 아픈 일이에요.
굉장히 일상적인 공간이기 때문에 그리움을 더 잘 느낄 수 있었어요. 함께했던 사람이 더 이상 없는 공간에 있으면 어느 순간 특정 기억이 훅 스쳐 지나가는데요, 그 장면이 겹겹이 쌓여 있는 다큐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길지 않은 다큐였는데도 불구하고 여운이 기네요.
삶은 각자에게 주어진 것이고 제가 감히 말할 수 있는 것이 없기에 영화를, 영화로서 말해보자면 이 영화는 엄마와 자주 함께 다니던 경의선 숲길을 찍은 풋티지에 그간의 대화를 덧씌운 간단한 형식의 영화입니다. 대화는 특정한 주제 없이 시작하여 엄마의 병에 관한 이야기로, 엄마가 전해주는 위로로 넘어갑니다. 이에 저는 질문합니다. 기존의 에세이적 특징을 담고 있는 영화와 무엇이 다른가? 무엇이 나은가? 물론 그 장르가 가진 진솔함, 용기에 관해서는 제가 덧붙일 말이 없습니다만, 이 영화가 무엇이 특별한가, 얼마나 아름답게 표현했는가 하는 점에 대해서 저는 분명한 답변을 하지 못하겠습니다. 그 장르적 특징에 많이 기댄 느낌입니다. 이미지나 구조 같은 영화만이 가진 힘을 조금 더 신경썼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지금은 그냥 옆집 이야기를 전해들은 것 같습니다. 이 말은 특히 와닿은 이미지나 심상이 없었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이런 작업을 아무나 쉽게 할 수 없다는 점을 알고, 그 작업 과정이 감독님께는 무척 고되면서도 특별한 경험이었을 것이라는 점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산책하는 모습이 굉장히 여유롭고 편안하게 다가왔습니다. 경의선 숲의길 저도 자주 다녔던 길이여서런지 더 반가웠습니다. 그리고 먹먹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어요. 저는 무뚝뚝한 편이라 엄마와 살갑게 대화하거나 전화통화를 하는 편은 아니거든요. 대화들에서 따뜻함이 묻어나왔어요!
부모님과의 시간이 소중하게 느껴지는 다큐멘터리 였어요. 오랜만에 고향 가는 길 아빠 차에서 많이 듣던 이장희의 그건너 란 노래도 듣고 정겨운 정가는 영상이었어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2-2. [김단아 감독님 질문 A] 안녕하세요! <숲길을 걷는 시간>을 연출한 김단아입니다. 작품을 감상해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믐무비클럽에서 이렇게 뜻깊은 시간을 갖게 되어 영광입니다 :) 마포구 경의선 숲길은 저에게 엄마와의 추억이 겹겹이 쌓인 소중한 공간이 되었습니다. 지금도 숲길을 걸으면 눈길이 닿는 곳마다 함께한 순간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5년 남짓 그 주변에 살았는데, 그 어떤 공간보다 생생하고 강렬하게 남아 있습니다. 이 지점에서 여러분이 기억하고 싶은 공간은 어떤 곳인지 궁금합니다. 그곳에 담긴 여러분의 소중한 추억은 무엇인가요?
저에게 기억하고 싶은 공간은 어릴 적 살았던 동네의 소나무 아래인 것 같습니다. 어렸던 저였기에 동심이 넘치고 모험심이 가득했었거든요. 그래서 별 대단한 나무도 아니지만 키가 작았던 저에겐 그 소나무가 엄마같기도 하고 마을을 지키는 장승처럼 멋있고 대단해 보였습니다. 그래서 동생과, 이웃집에 사는 동생들까지 함께 그 소나무에게 이름도 지어주고, 겨울이 되면 안아주고 말을 걸고 하면서 놀았었습니다. 지금의 저라면 나무에게 이름을 지어주겠다는 생각도 잘 하지도 않고, 하더라도 계속 기억하지도 말을 걸지도 않거든요. 어릴 때나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는 풋풋한 행동이었던 것 같습니다. 더불어 그 시절의 제 모든 순간에 하루에 한 번씩 빠짐없이 스쳐지나갔던 친구라서 왜인지 어린시절, 동심하면 떠오르는 곳이 그 소나무 아래가 된 것 같습니다. 그래서 가끔은 힘들거나 내가 속세에 찌들어 있는 것 같다! 싶을 때 그 나무가 그리워진답니다. 그 아래에 가면 다시 어려질 수 있을 것 같아서요.ㅎㅎ 이런 부분에서 저의 소중한 공간은 어린 시절 제 친구였던 소나무의 아래인 것 같습니다.
기억하고 싶은 공간 보다는 어떤 계절인 것 같아요..영상 보면서 봄,여름,가을,겨울,그리고 다시 겨울의 엄마가 느껴졌다면, 어느 사람에 대한 기억이 생경하고 생생한 그 계절의 냄새와 느낌, 순간의 장면들이 떠올라서 마음이 많이 슬퍼지더라구요..엄마와도 산책하던 둘레길에서 이제 더 짧고 동그란 O자형으로 굽은 다리가 벤치에 앉아도 땅에 닿지 않음에..저는 울컥 했는데, 엄마는 신이나서 대롱대롱 발길질하시는 아이같은 모습이 오랜 잔상으로 남아있습니다. 식상한 말이지만..더 잘해드려야지요~♡♡♡♡♡
휩쓸고 다니던 동네, 탁구장이 생각나네요. 하두 친구들이랑 구석구석 돌아다니고 하루종일 뛰어다녀서 빗자루라고 불렸어요. 그때는 아무것도 부족한 것이 없고 별로 바랄 것도 없었던 거 같아요. 다시 돌아가면 있겠지만요..ㅎ
저는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같은 동네에서 살고 있는데요. 그래서 그런지 동네에 이곳저곳에 애정이 많습니다. 어린 시절에 자주 놀았던 놀이터나 시장, 가게들은 다 사라져서 아쉽지만 학교가던 길이라던가 아직까지 남아있는 공간들을 보면 예전 시절이 자연스레 떠올라서 그냥 제가 사는 이 동네를 돌아다니면 이런저런 기억들이 불쑥 찾아와요!
동네에 자전거대공원이 있어요! 초등학생, 중학생 추억이 많은 곳인데 초등학생 때는 자전거 대여하러 많이 왔었고, 중학교 때는 학교 가는 길이 었어요! 가는 길에 체육 선생님도 뵙고 단합대회도 하고 재밌고 귀여웠던 순간이 많은 장소 입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2-3. [김단아 감독님의 질문 B] 저는 엄마와 함께하는 순간을 자주 영상이나 사진, 음성으로 담았습니다. 실제 작업을 할 때는 많은 자료를 하나하나 꺼내 보는 일부터 어려웠습니다. 어떤 순간은 되돌아보고 마주하는 것 자체가 힘든 것 같습니다. 그래도 결심 끝에 마주했을 때 더 큰 의미로 돌아오는 경우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관련해서 궁금한 점이 있어 질문드립니다. 소중한 순간을 기록하고, 기억하는 여러분만의 방법이 있을까요? 또는 더 오래 기억하고 싶은 순간은 어떤 모습인가요?
비교적 최근까지만 해도 기억에 남기고 싶은 순간이라던 가, 잊고 싶지 않는 순간들이 있을 때 핸드폰으로 찍기 보다는 눈으로 담아내는 게 오히려 더 좋다고 생각했었습니다. 물론 이 방법이 그 순간의 제 감정을 그대로, 바로 느낄 수 있으니 그 순간에 나에겐 최고의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역시 추억을 하기 위해서는 자그마한 파편이라도 필요는 하더라고요. 매개체가 없으니 그 순간이 존재했는지 조차 까먹게 되기 때문이죠. 그래서 이러한 사실을 새삼 깨달은 저는 최근엔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막 장대하게 쓰는 것은 아니고 그 순간의 모습과 지금 내가 느끼고 있는 감정을 간략하게 적는거죠. 짧게라도 쓰면 나중에 그 감정을 그대로 복기할 수 있기 때문이죠. 물론 사진도 찍고 그냥 눈으로 담기도 하지만 그래도 지금 제일 많이 하는 방법은 글을 쓰며 추억하는 것 같습니다. 오래 기억하고 싶은 순간이라면 '지금 당장 죽어도 딱히 여한이 없겠다.'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들인 것 같습니다. 이러한 생각이 든다는 것 자체가 지금 이 순간이, 나와 함께하고 있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 순간이 너무 완벽해서 그 뒤가 없어도 상관없을 것 같다는 순간들이니까요. 이렇게 감성이 폭발하는 건 역시 새벽이라던가 해질 무렵, 밤 이쯤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래 기억하고 싶었던 순간들의 모습은 대부분 분홍색이고 보라색이고 푸른빛의 검정색이었던 것 같습니다.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한 시간을 남기기 위해 사진으로 그 순간들을 남기고 있습니다. 오늘 이 작품을 보며 과거에 본 <웰컴 투 X-월드>라는 다큐멘터리가 떠올랐습니다. 두 모녀를 다루고 있는데, 엄마의 삶을 기록하고, 가족의 모습을 담아낸 작품을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이후 저 또한 가족의 삶을 기록하고 담아내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히 하게 되었지만, 그 이상 나아가진 못했습니다. <숲길을 걷는 시간>을 보고 나니 사진만 있었으면 이런 작업이 가능했을까? 라는 생각이 들며 일상의 기록, 가족에 대한 기억을 어떻게 담을 것인가를 다시금 고민하게 되네요.
소중한 순간을 기록하는 별다른 방법은 없네요. 남들과 같이 사진으로 남기고 있습니다. 행복했던 순간들을 남기고 싶은데 주로 여행 갔을 때 모습 뿐이네요. 소리도 없고 움직임도 없는… 음성과 동영상으로도 기록해 볼까 합니다.
사진이나 영상을 찍거나 메모합니다. 아니면 그냥 거기 멈춰서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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