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속다문화]#1. 모두에게 복된 새해

D-29
아기가 죽은 후 부부 간의 소통도 죽어버리며 부부 사이 간의 소통이 단절되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오랜 시간 동안 함께한 남편보다 심지어 사용하는 언어도 다른 외국인 노동자와 소통이 더욱 잘 되는 모습을 보고 안타까움을 느꼈다.
I want elephant like this. I’m alone. I feel lonely. 주인공 아내가 유산으로 죽은 자신의 아이를 그리워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 피아노 외롭습니다 " 아니. 그런 이야기가 아니라. 피아노가 아니라. 그렇다고 내가 아니라...... 우리가 외롭다는 말을 해야만 하는데. 그걸 설명할 방법이 없 어 잠시 망설이는 사이. 이 친구는 피아노 의자에 앉아 전반을 하 나눌렀다.
세계의 끝 여자친구 127p, 김연수 지음
주인공은 사실 아마 오래 외로웠을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외로움이 질병처럼 퍼져 아내에게도, 그리고 피아노에게 까지 옮겨가 몇 개의 음이 고장났는데도 오래된 단조곡이 연주되는 상상을 했다. 결국 그 때 10년 전의 외로움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노인으로부터 가져온 피아노의 한을, 그 외로움을 달래지 못한 대목인 거 같아 인상 깊었다
그렇네. 남편도 외로웠겠다. 혜진뿐만 아니라 혜진을 이해하지 못하는 남편도 혜진만큼 외로웠겠다. 딸을 보지 못하고 딸이 치던 피아노 소리를 듣지 못하는 노인도 외롭고, 아이를 잃고 계속 아이를 원하는 혜진도 외롭고, 몸의 상처(고통)가 나은 것을 마음의 상처(힘들다)가 나은 것으로 오해하고 아내와 심리적으로 점차 멀어지면서 서로 '이야기'하지 않으면서 그 이유도 알지 못하고 아내와 소원해진 남편도... 참 외로웠겠다. 남편이 참 너무 하네. 왜 저래? 삿대질하는 것 대신 혼자 또 외로웠을 남편을, 나를 안아주는 것 같아서 마음이 따뜻해지네.
글쎄, 힘든 건 마음이 힘든 거고, 고통은 몸이 고통스러운 거 아닐까?
세계의 끝 여자친구 126pg, 김연수 지음
이 한문장과 그 이후를 통해 같은 상황의 일(아기생각)을 생각하고 있어도 서로의 생각에 차이가 있음을 보여주는 구절이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를 짧아보이지만 확실하게 명시하는 것 같아 가장 기억에 남았습니다
“만약 한국어를 이해하지도 못한다고 한다면, 이 친구를 만난다고 나가서 보낸 그 많은 시간들은 무엇을 위한 시간들이었을까?”
남편의 자문에 굳이 답을 하자면... 마음을 나누기 위한 시간이었겠지. 이야기를 하고 마음을 나누는 데는 사실 언어 자체라기보다 '서로의 언어'(혜진은 영어, 싱은 한국어 각자를 하려는 '노력'이 더 필요한 것 같아. 혜진과 싱이 자신의 모국어가 아니라 잘 하지도 못하는 상대의 언어를 말하기 위해 애썼다는 것이 상징적이지. '이야기'를 하고 '말하자면 친구'가 되기 위해 선행되어야 할 것은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능숙한 언어 구사가 아니라 서툴고 어설프더라도 서로의 언어를 하려고 '노력하는 자세'였을 거야. 남편은 아이를 잃고 아내가 '힘들어'할 때 자신이 아내와 '같은' 생각했다고 그래서 눈물이 났다고 단정하지.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노력하지 않았지. 언어가 멈추고 피아노가 멈추고 몸으로 사랑하고 몸은 십년간 곁에 있었지. 아이러니하게도 만난지 5개월 된 싱과 '다른'언어로 '이야기'를 하면서 아내는 그와 '친구'가 되지. 친구가 되는 데는 나이도 국적도 성별도 직업도 사회적 지위나 종교도 심지어는 만난 기간도 중요하지 않았어. 나와 너가 다르다. 다르니까 이해할 수 없다는 한계를 인식하는 데서 관계가 시작해. 다른 그 언어를 하려고 애쓰면서 관계가 발전하고. 남편은 10년도 더 지난 지금에야 혜진과 자신의 다름. 자신이 그녀를 이해하고 있지 못 했음을 인식했으니 이제 시작이겠지? 피아노가 몇 번의 조율을 더 거치며 소리나고 나도 혜진과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겠지? 눈이 내리는 '모두 복된 새해'에는.
체르니 40번은 봉우리가 아니라 오르막길 같은거야
세계의 끝 여자친구 p125, 김연수 지음
남편과 아내가 미묘하게 이야기를 시작한 구절이기도 하고, 원할하지 않은 소통에 있어 일어나는 고통을 체르니40번을 치기위한 고통과 비유해서 인상깊었다. 이 장면에서 아내의 슬픔을 이해하지 못하는 남편의 모습이 너무 답답하고 속상했다.
겉 이야기도 피아노(피아노를 조율하러 싱이 왔지), 속 이야기의 두 이야기도 피아노(피아노를 치던 딸애가 미국으로 영영 떠나고, 혜진과 나의 아이도 유산으로 아이를 잃고). 두 이야기 속의 인물들은 이혼 후 이민, 사별로 인해 더 이상 피아노를 치지 않아. 아내가 왜 피아노를 치지 않는지 남편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지.싱과 '이야기'를 하기 전까지는. 이야기가 과거로 갔다가 현재로 나올 때 '눈'이 올 것 같다. '눈'이 기억날 것 같다. 창밖에 '눈'이 내린다.로 '눈'을 회상의 매개체 장면 전환의 소재로 활용한 소설적 장치도 인상 깊었어.
화제로 지정된 대화
남편이 아내를 이해하지 못한 것이 남편만의 잘못일까? 여기에 대해 생각나눠 보면 좋을 것 같아. 대부분의 의견이 "답답하다 안타깝다 슬프다" 외국인도 이해하는데 남편인 너는 아내를 이해하지 못하냐. 남편 너무하네. 어떻게 이렇게 무심하고 둔하냐. 약간 남편에 대한 성토장이 되어가는 것 같아서. 십년 전 그 때로 돌아간다면 혜진은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남편과 '이야기'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혜진과 싱이 '이야기'를 통해 마음을 이해하는 '친구'가 된 것은 '나의 언어'가 아니라 서로 '너의 언어'(혜진은 영어, 싱은 한국어)를 썼기 때문인데 혜진은 과연 남편의 언어를 쓰려고 노력했을까? 남편 나쁜 놈. 외국인노동자도 이해해주는데 너는 왜 못 해주냐 이런 미련곰탱이.로 돌 던지는 것으로 '반응'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시작으로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 두 눈을 감고 가만히 들어본다. 신호등의 불빛이 바꿀 때마다 자동차들이 일제히 도로를 질주하는 소리가 흘러든다. 조금 열어 둔 창문 틈으로, 그 소리가 파도 소리를 닮아. 내 귀가 자꾸만 여위어간다. 두 눈을 감고 가만히 들어보면, 수천만 번의 겨울을 보내고 다시 또 한 번의 겨울을 맞이하는 해변에 혼자 서 있는 듯한 느낌이 들므로, 그게 그 해변의 제일 마지막 겨울이라서 파도 소리를 듣는 일이 그토록 외로운 것이라고. ”
이 문장 참 아름답지? 이 문장에서 작가의 단편소설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도 나왔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 문장을 읽고나면 정말 창밖의 자동차 소리가 신기하게도 파도 소리랑 닮아있는 것처럼 느껴져. 자동차 소리, 파도 소리, 그리고 몰려왔다 부서지는 외로움.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동인문학상, 황순원문학상, 이상문학상, 동서문학상, 대산문학상 수상작가 김연수의 장편소설. 2011년 여름부터 2012년 여름까지 계간 「자음과모음」, 중국 격월간「소설계」에 '희재'라는 제목으로 한.중 문예지 동시 연재를 했던 작품이다.
“고개를 숙이고 아기처럼 엉엉 우는 그녀를 바라보자니, 내 눈에서도 조금 눈물이 나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남편이 아내의 눈물을 이해하지 못 한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오히려 반대라고 생각한다. 점차 아내의 마음을 이해하여 아내가 엉엉 우는 모습을 보고 아내의 마음도 동화되어 가고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20212조효진 그래, 고정관념. 굳은 생각. 내가 상대를 이해할 수 있다고 심지어 이해하고 있다고 단정하는 확신도 굳은 생각이지. 그 굳은 생각이 말랑해져서 내가 틀릴 수 있다고 나는 너와 달라서 같은 상황을 같이 겪어도 동상이몽. 각자의 인식의 틀로 해석하기에 어쩌면 영영 닿지 못한다는 서글픈 깨달음. 혼자라는 외로움. 쓸쓸함. 고독이 있어야 그제야 비로소 닿을 수 있다는 희망을 품을 수 있는 것 같아.
"내 말이 끝나고도 한참 동안이나 한참 동안이나 대꾸가 없던 그녀는 코를 훌쩍이는가 싶더니 울음을 터뜨렸고, 그 소리는 점점 커졌다. 고개를 숙이고 아기처럼 엉엉 우는 그녀를 바라보자니, 내 눈에서도 조금 눈물이 나왔다. 그때 우리는 말하자면 같은 생각을 하고 있던 것이다. 아기 생각."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편이 아내의 눈물을 이해한다며 스스로를 '착각'했기에 혜진과의 관계 개선에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것이었다고 여긴다. 하지만 나는 조금은 다르게 생각한다. 남편은 아내의 감정에 대한 동화 과정을 거치려고 했으나, 그 정도가 깊지 않았던 것 뿐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야기 뒷부분에 나오는 남편을 보면 아내와 아이를 마음에 품고 있는 태도가 조금이라도 드러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사람들은 혜진과 남편의 관계 개선 문제에서 그 모든 잘못을 남편의 탓으로만 돌리는데, 소통은 일방향이 아니라 쌍방향으로 이루어지는 것이기에 혜진 또한 싱에게 영어를 쓰듯 남편에게 남편을 위한 언어를 사용하며 소통을 하기 위해 같이 노력해야 했다고 생각한다.(책에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만약 혜진이 남편의 언어를 사용했다면 사람들은 남편의 소통 개선 노력 부족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혜진의 언어를 함께 사용해주며 소통해주지 않은 것을 비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남편의 언어는 어떤 언어일까요?
"하지만 오늘 우리집에 와서 건반을 두들겨본 이 친구가 알고 있듯이, 나와 함께 피아노를 가지러 노인의 집을 찾아갔던 그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그리고 15,16세의 소녀가 쓴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 저 비꿀비뚤한 글자체의 편지가 말해주듯이 그러는 동안에도 저 피아노는 서서히 죽어가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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