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속다문화]#1. 모두에게 복된 새해

D-29
이 여자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상상도 할 수 없다. 그런 아픔을 위로해준건 정작 남편이 아니라 사트비르싱이 아니었나 싶다. 또 아내와 인도인인 사트비르싱이 친구가 되어가는것을 보면서 정작 남편은 속으로 걱정을 하는 그 모습. 서로 힘들어 보이기만 한다. 이 구절은 소설 가장 마지막을 마무리하며 나오는 구절인데, 새로운 해가 모두에게 찾아온다면 희망이 생긴다는 말 같아보였다. 괜찮아지면 좋겠다.
한 십여 년 전, 우리의 꿈은 소박했다.
세계의 끝 여자친구 김연수 지음
처음 읽을 때는 번듯한 집 한채라도 가지기를 바라는데 왜 굳이 대출까지 받아서 후쿠오카로 여행을 가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다시 읽을 때는 이별여행이라는 것의 숨겨진 뜻을 알고 나서 둘의 슬픈 감정을 차마 헤아릴 수도 없었다. 또한, 소설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구체적인 서사가 시작되는 문장이었다.
내 말이 끝나고도 한참 동안이나 대꾸가 없던 그녀는 코를 훌쩍이는가 싶더니 울음을 터뜨렸고, 그 소리는 점점 커졌다
세계의 끝 여자친구 p. 126, 김연수 지음
남편은 아내가 유산한 것에 대해서 정말 피상적으로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고, 아내 혼자 먼저 떠나보낸 아기를 생각하며 고통스러워 했을 것 같다. 누구보다 아내를 가장 잘 알고있을 것 같은 관계인 남편이 아닌, 만난 지 5개월 째인 외국인이 더 잘 알고 있는 것을 보아 남편은 평소에도 아내의 마음이나 고통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았음이 여실히 드러났다고 여겼다. 본인을 제대로 이해해 줄 생각이 없는 남편을 보면서 아내는 형용할 수 없는 슬픔(또는 부정적인 감정)을 느꼈을 것 같다.
이 친구가 이 노래, “코끼리 아기처럼”에 대한 노래를 모두 그칠 때까지. 아내가 문을 열고 들어올 때까지.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새로운 해가 찾아올 때까지. 남편이 아내를 공감해주지 못한 것에 대하여 외국인 노동자와 대화를 하며 아내가 그런 이야기를 했다는 것에 놀라고 마지막에 공감하는 듯한 느낌을 보이는 것에 놀랐다. 이 소설이 끝나도 완전한 공감까지는 아니더라도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될 수도 있다는 희망이 생기는 듯한 문장이었다. 또 마지막의 ‘코끼리’에 대한 의미를 찾아보았는데 영어 관용구 중에 불편한게 있음에도 일부러 말을 하지 않는 것이[의역] “elephant in the room"이라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그들이 인용하는 노래는 Damien Rice의 <Elephant>이다. 이렇게 간접적으로 ‘코끼리’에 대하여는 부부 사이에서 이야기를 하지 않았지만 마지막에 이렇게 여운을 남기는 문장을 통해 부부 사이가 조금은 좋아지리라 하고 기대할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dRPwFAoQwxc 노래를 찾아볼 생각은 못 했는데 예림이 덕분에 노래도 들어보네. 노래 들으며 작품을 보니 그 분위기가 더 절절히 그려진다. 이전에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이 작품으로 낭독극으로 공연한 거 봤었는데 단편영화로 각색해도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건 가사 해석까지. https://www.youtube.com/watch?v=uJYkZv4xgwU
“내 말이 끝나고도 한참 동안이나 대꾸가 없던 그녀는 코를 훌쩍이는가 싶더니 울음을 터뜨렸고, 그 소리는 점점 커졌다” 『세계의 끝 여자친구』 p. 126, 김연수
아내를 먼저 보냈다는 것이 너무 슬프고 누구보다 아내를 잘 알고있을 것 같은 남편이 외국인이 더 잘알고 있는 것이 남편의 무관심으로 보이는 것도 참 슬프다..
한 해가 흐르고 또 한 해가 지나는 동안, 음정은 틀려지고 건반은 망가진다. 그 아이의 한국어가 이미 죽은 한국어인 것 처럼.
세계의 끝 여자친구 김연수 지음
시간이 흘러도 피아노를 버리지 않고 있던 노인의 미련을 표현하는 것 같아서 인상깊었다.
고개를 숙이고 아기처럼 엉엉 우는 그녀를 바라보자니, 내 눈에서도 조금 눈물이 나왔다.
세계의 끝 여자친구 p.126, 김연수 지음
아내는 엉엉 우는 것에 반해 남편은 ‘조금’ 눈물이 나왔다 라고 표현하는 것을 보아 남편은 아내의 슬픔과 힘듦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저 옆에서 엉엉 우니 저도 눈물을 슬쩍 흘리는 느낌이랄까. 남편과 아내가 서로 공감이 안되고 본질적으로 소통이 안되는 것 같다.
두 눈을 감고 가만히 들어본다. 신호등의 불빛이 바꿀 때마다 자동차들이 일제히 도로를 질주하는 소리가 흘러든다. 조금 열어 둔 창문 틈으로, 그 소리가 파도 소리를 닮아. 내 귀가 자꾸만 여위어간다. 두 눈을 감고 가만히 들어보면, 수천만 번의 겨울을 보내고 다시 또 한 번의 겨울을 맞이하는 해변에 혼자 서 있는 듯한 느낌이 들므로, 그게 그 해변의 제일 마지막 겨울이라서 파도 소리를 듣는 일이 그토록 외로운 것이라고.
세계의 끝 여자친구 P.141, 김연수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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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요. 나한테 이 피아노를 준 사람도 그렇게 말했어요. 딸이 열한 살 때 치던 피아노라고." "안 노래하면 안 삽니다."
세계의 끝 여자친구 p.128, 김연수 지음
'살다'와 '사다'라는 단어를 이용해서 두 사람 간의 엇갈린 대화를 표현하고, 뒷부분에서 더 많은 대화를 통해 이 부분의 대화를 이해하게 되는 것이 좋았다. 한국어의 특성을 소설의 소재로 삼아 이야기를 전개하는 것이 인상적이다.
”나는 가만히 우리가 흔히 볼 수 없는 숲과 잠에서 깬 아이와 사원의 기둥처 럼 늠름한 다리를 가진 코끼리를 바라보고 있다가 혼자 중얼거린다.“(141p)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나는 대화라는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되었다. 남편은 인도 사람을 보고 처음에는 이질감을 느꼈지만 ‘대화’를 통해 서로간에 대해 점차 더 알게되고 아내와 인도인친구의 사이에 대한 궁금증으로 시작한 대화는 아내의 내면을 이해하게 되는 계기로 까지 이어지는 부분이 인상깊었다. 또한 작가의 책 안에서의 묘사가 굉장히 자세해 마치 내가 책 안에서 있는듯한 느낌이 들어 이 작가가 쓴 다른 작품들도 한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 노래하면 안 삽니다"라는 이 친구의 말은 음정이 틀리면 누구도 피아노를 사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라 연주하지 않는 피아노는 결국 죽게 된다는 뜻이라는 사실도 나중에 알아차렸다. 이 책을 통해 소통의 중요성을 다시금 느꼈다. 남편보다 아내와 더 대화가 잘 통하고 , 아내를 잘 이해해주는 사트비르 싱이 신기했다. 아내와 사트비르 싱은 비록 언어가 잘 통하진 않았지만, 소통하는 것에 있어서 언어는 필수적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내 말이 끝나고도 한참 동안이나 대꾸가 없던 그녀는 코를 훌쩍이는가 싶더니 울음을 터뜨렸고, 그 소리는 점점 커졌다
세계의 끝 여자친구 김연수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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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의 누워서 쓰는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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