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르버>

D-29
'게르버'에 대해 이야기해 봅시다.
1) 게르버가 왜 죽었을지, 원인에 대해 얘기해봅시다. ​ ​ 게르버는 왜 죽어야 했을까, 자살하지 않을 수도 있지 않았는가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극한 상황에 몰려 이성적이지 못했던 것 같다. 1. 요양소에 간, 쇠약해진 아버지 2.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되는) 리자 3. 학교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 입을 다문 자신에 대한 비판, 경멸, 졸업시험에 대한 압박. ​ 셋 중 하나라도 괜찮은 상황이었다면, 아마 죽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게르버는 왜 리자를 사랑하게 됐을까? 예뻐서? 사랑스러워서? 애교가 많아서? 시랑에 진지한 게르버와 달리 리자는 연에를 가볍게 즐기는 타입인데 안 맞는 사람에게 왜 끌렸는지.
누가 '교수진'과 그의 '동료들'에게 수십 년 동안 한 사람의 존재를 규정할 권리를 보장했는가?
게르버 p.241, 프리드리히 토어베르크
평소 싸움꾼이 아닌 슐라이히 학생과 교수의 논쟁이 하찮은 이유로 갑자기 큰 소란으로 번졌다. 보르헤르트가 비열한 욕을 퍼붓자 슐라이히는 강하게 방어하면서 교장에게 이르겠다고 위협했고, 이성을 잃은 보르헤르트가 다시 욕을 퍼붓자 슐라이히는 교수 앞을 지나 문 쪽으로 가려고 했다. 그러자 시뻘게진 얼굴에 눈을 심하게 깜빡거리는 희극적인 모습으로 보르헤르트는 슐라이히를 가로막았다. 슐라이히가 교수를 밀치려고 했는지는 분명하지 않은데 아무튼 그는 느닷없이 철썩 요란하게 따귀를 맞았다. 모두 당황했는데 슐라이히가 묵묵히 돌아서 자리에 앉자 당혹감은 더 커졌다.
게르버 p.256, 프리드리히 토어베르크
슐라이히는 억울하게 뺨을 맞았음에도, 독일어 수업에서 낙제를 받으면 안 되기 때문에 침묵한다. 자신이 억울하게 당한 것에 저항하지 못하는 일은 지금도 빈번하지만, 부당함 앞에 침묵하는 것을 가르치는 장소가 하필 학교라는 것에 숨이 막힌다.
더 이해하기 힘든 일이 벌어졌다. 수업이 끝나고 슐라이히가 회의실로 보르헤르트를 찾아가 용서를 빈 것이다. 슐라이히가 보르헤르트에게.
게르버 p.269, 프리드리히 토어베르크
보르헤르트는 슐라이히를 백치, 코흘리개, 건달이라고 불렀다. 반 전체가 보는 앞에서. 보르헤르트는 슐라이히의 따귀를 때렸다. 서른 명의 아이들 앞에서.
게르버 p.269, 프리드리히 토어베르크
그런데 슐라이히가 보르헤르트에게 용서를 빌었다. 왜냐하면, 글쎄 뭐, 왜냐하면 보르헤르트 교수가 슐라이히 학생에게 따귀보다 더 고통스러운 짓을 할 기회가 바로 있기 때문이다.
게르버 p.269, 프리드리히 토어베르크
그는 슐라이히 바로 뒤에 회의실에 나타난 쿠르트 게르버 학생도 용서하고 일을 더 파고들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실은 게르버 학생이 제발 그래달라고 애원했기 때문이다.
게르버 p.270, 프리드리히 토어베르크
게르버는 섬세하고 예민한 학생이다. 불의에 저항하다가 마지막엔 자신의 뜻을 꺾고 불의한 자를 찾아가 용서를 빌기까지 한다. 이 일이 게르버에게 미친 충격은, 그 여파는 어느 정도일까. 영혼을 파괴하고 망가뜨리기엔 충분할 것이다.
그런 밤은 자신의 신적인 전능을 확인하는 마지막 기회였다. 그리고 전능은 마침내 무너졌다. 진짜 애인이 있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게르버 p.42, 프리드리히 토어베르크
대부분 들어맞는 정확한 판단력으로 그는 자신의 한계가 어디인지 깨달았다. 학교라는 세력권을 벗어나는 순간 자신이 그 어떤 사람과 사물에도 존경심을 불어넣을 수 없음을 알고 있었다.
게르버 p.43, 프리드리히 토어베르크
학생들에게 쿠퍼 신으로 불리는 아르투어 쿠퍼 교수는… 그는 권능이 유한한 신이었다. 그러나 권능이 있는 곳에서 그는 신이었다. 거기에 그는 거머리처럼 달라붙었다.
게르버 p.44, 프리드리히 토어베르크
'학교 밖'의 쿠퍼는 초라하고 볼품없는 자다. 사람들은 그를 동정하거나 경멸하거나, 멍청이 혹은 악당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학교 안'의 쿠퍼는 기한이 정해져 있는 것만을 제외하면 전지전능한 신이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신적 권능을 제한없이 최대한으로 부린다. 편협하고 보잘것없는 인간이 특정 공간에서는 신이 될 수 있다니. 기가 막힌 아이러니다.
좌절을 겪을 수는 있다. 모든 인간은 생각을 하지 않고 그저 묵묵히 견뎌야 하는 순간을 겪어야 한다. 학교에서 가르쳐야 하는 건, 어른이 아이들에게 알려줘야 하는 건 어떤 순간에도 희망을 잃지 않는 법이 아닐까. 실패하더라도 끝이 아니라는 것을.
리자가 게르버를 배신(본인은 배신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한 상황에서, 게르버가 1회성 관계를 맺은 것을 이해할 수 있는가?
작성
글타래
화제 모음
지정된 화제가 없습니다
[책나눔 이벤트] 지금 모집중!
[다산북스/책 증정] 『마흔을 위한 치유의 미술관』을 저자&편집자와 함께 읽어요![📕수북탐독] 8. 쇼는 없다⭐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기(첫 시즌 마지막 모임!)
💡독서모임에 관심있는 출판사들을 위한 안내
출판사 협업 문의 관련 안내
그믐 새내기를 위한 가이드
그믐에 처음 오셨나요?[그믐레터]로 그믐 소식 받으세요중간 참여할 수 있어요!
저물어 가는 한 해를 정리해요 🙌
[2024년 연말 결산] 내 맘대로 올해의 책[2024년 연말 결산] 내 맘대로 올해의 영화, 드라마
1월1일부터 고전 12권 읽기 챌린지! 텀블벅에서 펀딩중입니다.
[그믐클래식 2025] 한해 동안 12권 고전 읽기에 도전해요!
같이 읽고 싶은 이야기_텍스티의 네버엔딩 스토리
[책증정] 텍스티의 첫 코믹 추적 활극 『추리의 민족』 함께 읽어요🏍️[책 증정] 텍스티와 함께 『편지 가게 글월』 함께 읽어요![박소해의 장르살롱] 11. 수상한 한의원 [책증정] SF미스터리 스릴러 대작! 『아카식』 해원 작가가 말아주는 SF의 꽃, 시간여행
🍷 애주가를 위한 큐레이션
[그믐밤] 30. 올해의 <술 맛 멋> 이야기해요. [그믐밤] 19. <주종은 가리지 않습니다만> 부제: 애주가를 위한 밤[서강도서관 x 그믐] ④우리동네 초대석_김혼비 <아무튼, 술>
남들보다 한 발짝 먼저 읽기, 가제본 북클럽
[바람의아이들] "고독한 문장공유" 함께 고독하실 분을 찾습니다. 💀《화석맨》 가제본 함께 읽기조지 오웰 [엽란을 날려라] 미리 읽기 모임[선착순 도서나눔] 중국 대표 작가 위화의 8년 만의 신작 《원청》! 출간 전 같이 읽어요
혼자 읽기 어려운 보르헤스, russist 님과 함께라면?
(9) [보르헤스 읽기] 『아르헨티나 사람들의 언어』 1부 같이 읽어요(1) [보르헤스 읽기] 『불한당들의 세계사』 같이 읽어요(2) [보르헤스 읽기] 『픽션들』 같이 읽어요
일본 장르소설을 모았습니다
[박소해의 장르살롱] 21. 모든 예측은 무의미하다! <엘리펀트 헤드>[박소해의 장르살롱] 10. 7인 1역 [박소해의 장르살롱] 7. 가을비 이야기 [일본미스터리/클로즈드서클] 같이 읽어요!
스토리를 만들고 싶은 사람들이 모였어요.
스토리 탐험단의 첫 번째 여정 [이야기의 탄생][작법서 읽기] Story :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 함께 읽기 <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졌다> 함께 읽으실래요?
하금, 그믐, 지금
딱히 이번이라고 뭔가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희망할 근거는 없었다.셰익스피어 시대에는 어느 여성도 셰익스피어의 비범한 재능을 갖지 못했을 거예요.횡설수설하는 사람들은 그녀에게 좋은 인상을 주지 못했다.
❄겨울에는 러시아 문학이 제 맛
[문예세계문학선] #01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함께 읽기[그믐밤] 8. 도박사 1탄, 죄와 벌@수북강녕[브릭스 북클럽] 류드밀라 울리츠카야 《커다란 초록 천막》 1, 2권 함께 읽기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내셔널 갤러리 VS 메트로폴리탄
[도서 증정] 저자이자 도슨트인 유승연과 함께 읽는 <내셔널 갤러리에서 보낸 500일> [웅진지식북클럽] 1.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함께 읽어요
모집중밤하늘
내 블로그
내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