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란 무엇인가?』 혼자 읽기

D-29
뭔가가 재미있다, 재미없다는 것은 금방 알지만 ‘재미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으면 말문이 막힙니다. 이 책을 읽으면 재미라는 게 뭔지 알 수 있을까요. 재미가 뭔지 알면 더 재미있는 글을 쓸 수 있을까요. 혼자 밑줄 친 내용들 올리며 가볼까 합니다. 전자책으로 읽기 때문에 페이지 수는 표시하지 않겠습니다.
우리는 ‘재미’라는 말을 너무 당연하게 여긴다. 무엇을 ‘재미있다’라고 얘기할 때 남들이 그 말의 의미를 당연히 알고 있을 거라 간주해버린다. 의구심조차 가지지 않는다. 게다가 사전적 정의를 제외하면, ‘재미’를 정의하거나 다른 사회적 경험과의 차이점을 설명한 글은 없다시피 하다. 따져보면, 우리는 때때로 재미가 있거나 재미가 없다는 것을 빼고는 재미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다. 무엇이 재미가 있고 없는지에 대해 말들도 많고, 과도한 주장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이 책의 참고문헌들조차 재미를 단순히 재미있다고 인식되는 행위와 동일하게 규정하고 있다. 가령, ‘캠핑과 물놀이 활동’을 “흔히 하는 것이고 또 재미있다.”고 묘사한다.
재미란 무엇인가? 1. 프롤로그 : 재미란 무엇인가?, 벤 핀첨
한 인간의 삶을 어떤 측면을 기준으로 성공과 실패, 성취와 미성취로 규정할 수 있다면, 행복의 정도도 마찬가지로 규정이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었다. 행복의 정도와 같이 주관적인 것을 정의하고 측정하는 과정의 명백한 어려움이나, 행복에 관한 조사를 시도할 가치가 있는지와 같은 문제는 이 책의 관심사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거의 모든 논의에서 인간을 진정 행복하게 만드는 것에 대한 중요한 논의가 외면되어 왔다는 점이다. 그것은 바로 ‘재미’이다. ‘재미’가 외면된 것은 행복과 웰빙 개념이 뒤섞이면서 신체적 건강이나 경제적 안정과 같은 더 무거운 주제들이 부각되었고, 재미의 중요성은 뒷전으로 밀렸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행복과의 관계를 생각해보면, 재미가 외면된 것은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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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비공식 노동시장, 정신 건강과 일과의 관계 등 두 건의 연구과제에 참여한 적이 있는데, 그 과정에서 인간에게 있어서 재미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다. 특히 일과 관련해서 무엇이 자신을 행복하게 만든다고 생각하는가에 대한 인터뷰를 시행해보니, 많은 참가자들이 ‘재미’를 행복의 근본적인 이유로 꼽았던 것이다. 도널드 로이가 논문 <바나나 타임>에서 다룬 1950년대의 논의에서 보듯, 재미의 발견은 새로운 것이 아니었다. 워커와 게스트는 조립라인 부서에서 근무하는 인터뷰 대상자들이 “우리는 늘 재미있게 떠들어요. 말도 못하고 익살도 없다면 아마 미쳐 버리고 말걸요.”라고 응답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재미가 우리가 처한 상황을 최소한 견딜 만하게, 적극적으로는 즐겁게 만드는 것임은 분명하다. 재미를 진지한 연구대상에서 제외시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재미를 행복의 중심으로 보고자 하는 관심이 전반적으로 부재하며, 재미를 우리를 행복하게 느끼게 해주는 활동에 따라오는 부산물쯤으로 여기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무엇보다 우리의 삶에서 재미가 핵심 역할을 한다는 사실과 재미에 대한 사회학적 접근을 심화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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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스퍼드 영어사전은 재미를 ‘기분전환, 오락, 스포츠, 또한 활기 넘치는 익살 혹은 유쾌함, 해학. 이와 함께 오락이나 즐거움의 원천이나 원인이 되는 것’diversion, amusement, sport; also, boisterous jocularity or gaiety, drollery. Also, source or cause of amusement or pleasure(온라인 옥스퍼드 영어사전 2011)이라고 설명한다. 이 정의는 명백하게도 재미에 대한 우리의 경험을 모두 아우르지 못한다. 경험을 의미론적으로 제시하는 것은 어렵기도 하거니와, 사전적 정의는 항상 원론적이다. 재미와 같이 심오하고 중요한 단어를 정의한 옥스퍼드 영어사전은 어쩔 수 없이 그 깊이가 결여될 수밖에 없다. 내가 이 정의를 거론할 수밖에 이유는 ‘재미’라는 단어의 어원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그 의미는 수세기 동안 다양하게 변해왔다. 부정행위를 지칭했던 17세기부터 저급한 위트나 조소의 경멸적인 표현으로 사용된 19세기를 거쳐 현대적 의미에 이르기까지, 재미는 ‘흥분되는 일이 벌어지는 것’과 결부되어 왔다. ‘재미’ 단어의 역사는 사회 계급, 심판, 위반과 같은 의미로 덮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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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이드와 하센잘은 오늘날 재미의 의미를 구축하는 데 있어, 산업혁명의 역할을 분명하고 간결하게 설명했다. 업무의 규칙화와 기계화는 업무와 여가(혹은 일하지 않는 상태)의 경계를 분명하게 했다. 더 중요하게는, 업무에서의 합리화 과정은 재미를 판에 박힌 일상과 규격화에 저항하는 방식이 되게 만들었다. 중산층과 상류층의 교양에서는 재미를 찾아볼 수 없는 것과 맞물리며, 이는 노동자 계층만의 행위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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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한 행위는 그것을 합리화할 필요가 없는 데 비해, 재미는 종종 그래야만 해서, 우리는 재미에 대한 분석적인 시각을 발전시키려 하지 않았고, 가벼운 재미에 대한 인식은 일상적인 소통행위로 여겨졌다. 블라이드와 하센잘처럼 재미의 이론화 방안을 체계적으로 언급한 시도는 드문 경우다. 재미에 대한 언급은 여러 곳에서 찾을 수 있지만, 그 현상이 실제 무엇인지 설명하고자 한 사례는 드물다. 오히려 독자나 청자에게 재미가 무엇인지 빈칸을 채우며 추론하도록 행복, 웃음과 같은 다른 재료들이 주어진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재미를 언급하면서도 그것이 무엇인지, 즉 참가자나 정보 제공자가 재미를 이야기할 때 그것을 무엇이라고 여기는지에 대해 규정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 결국 그들이 재미에 대해 말을 할 때, 그 재미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연구서 작성자가 제시한 참조 사례들을 통해서 유추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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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에서 재미와 즐거움이 혼재되어 있는 연구는 흔하다. 재미에 대한 관찰에서도 그러한데, 재미가 독특하고 종종 집중이 안 되는 것으로 묘사된다. 스트린과 홀트는 재미를 향유의 ‘부분 집합’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누군가 즐거움을 경험하고 있으면서 그것을 재미있다고 표현하지 않을 때도, 재미는 항상 즐거운 것이다. 그들의 결론은 스포츠 연구에서 ‘긍정적 정서’의 항구적인 관념이 작용한다는 것이다. 재미가 항상 즐거운 것이라는 간단한 주장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나중에 살펴보게 될 것이지만, 재미의 많은 국면에서 이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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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재미와 관련된 논의에만 개념적인 혼재가 있는 것은 아니다. 행복과 웰빙에 대한 선행연구에서도 마찬가지로 이 두 단어는 마치 같은 것처럼 번갈아 사용되기도 한다. 이는 물론 적절한 사례는 아니다. 예컨대, 웰빙과 육체적 건강이라든지, 웰빙과 경제적 안정과의 관계와 같이, 이 용어는 본래 다양한 면을 가지고 있다. 더욱이, 영국 웰빙 지표가 말해주듯, 웰빙은 행복보다 더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일반적인 웰빙의 수준이 낮은 것으로 여겨지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행복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이러한 행복의 상대적인 측면은 그것을 측정하고자 하는 시도에 문제를 야기하며, 웰빙이 얼마나 필수적인가를 밝히는 것도 어렵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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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순위를 무엇에 두는가의 문제 정도로도 볼 수 있다. 어떤 사람은 육체적 건강과 양호한 재정상태가 최소한 행복의 감정(그것이 무엇을 의미하건 간에) 만큼 중요하거나, 이러한 조건들이 잘 갖춰지지 않으면 행복도 없다고 여길 수 있다. 또 다른 이들은 행복은 상황적으로 얽히고설킨 것이어서 전반적으로 웰빙이라는 틀에 딱 맞추는 것이 불가능하며, 수입이나 육체적 건강과 같은 삶의 통계적 수치에 종속되지 않는 것으로 여길 수 있다. 행복과 웰빙 개념의 혼재는 재미를 사회적 삶의 중요한 요소로 생각하는 것을 더 배재하게 한다. 단지 행복과 웰빙 같은 더 중요한 것들의 긍정적인 부산물 정도로 여긴다. 사람들이 웰빙을 이야기할 때, 재미는 이미 행복의 한 부속물로 한정되어 버렸고, 사회적 삶을 이루는 독립된 요소로는 생각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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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에 대한 연구에서 상당히 잘 검토된 분야는 권력의 문제다. 재미와 권력은 관련이 있다. 이와 관련하여 설문조사 응답자들이 유머의 순간들이나 지속적인 유머를 인용해 준 사례는 상당수에 달했다. 그러나 마이클 빌릭이 강조한 유머에서 권력의 중요성은 거의 재미를 중요하게 다루지 않는다. 빌릭에 따르면, 유머는 권력 불균형의 지속에 기인한다. 특히 잔인성과의 관련에서 그러하다. 이는 포딜착의 재미와 관련된 연구 결과와도 차이가 난다. 그는 특별한 활동이 아니라 사람들 간의 관계에서 재미있는 것으로 나타나는 선명한 사례들을 제시했다. 그는 재미가 실제로는 긍정적 정서의 포지션을 선택하는 자유와 선택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조건의 실체화라고 주장한다. 그는 ‘재미라는 것은 특정한 행위라기보다, 한 종류의 관계만들기로 수립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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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라는 감정은 이러한 사회적 연대 속에서만 나타난다. 구성원들 간의 평등한 조건이 요구된다. 나는 상호작용하는 구성원들에게 일시적으로 개인적, 사회적 불평등을 파괴하라고 제안한다. 재미가 퍼져나가는 공유된 우정이 형성되었음이 밝혀진다. 재미는 이러한 불평등과 권력 차이가 없을 때만 존속할 수 있다. 재미는 덜 진지한 것으로 여겨지는데, ‘인간 구성원’ 내의 불평등 메커니즘이 차별화된 계층적 사회 조건을 지지하는 이념적 정당화에 도전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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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딜착은 한편으로 주관적인 재미의 경험과 다른 한편으로 계층적인 결정에 대한 항구적인 이슈를 조명한다. 그가 말한 계층이란 구조적이고 인위적인 산물로서, (개개인의) 전기에 나타나는 것이다. 그에게 재미를 위한 조건은 전기적이고 사회적인 불평등이 평등하게 될 때만 나타날 수 있다. 이는 권력 편차가 지속되거나 두드러질 경우 나타나는 유머의 특성과 반대다. 권력은 명백하게도 사회적 맥락의 이해에 중요하며, 재미는 맥락 속의 관계에서 태어난 현상이다. 포딜착이 말하는 것처럼 재미에서 권력의 역할이 얼마나 절대적인지 알 수 있는지는 논쟁의 여지가 있다. 단순히 불평등의 반대가 아니라, 권력 차등의 유지나 권력이 재미를 활용하기 때문에 재미가 묘사된 상황도 있다. 이것은 권력 양도에 의해 도드라진 흥분된 상황에서 재미가 더욱 종속적인 형태로 사용된 경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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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주제는 재미가 맥락적이라는 것이다. 사회적 환경은 우리가 가진 재미의 종류를 만들거나 발생시키거나 창조한다. 이러한 맥락은 구조적으로 또 문화적으로 묶여 있다. 설사 그것이 가장 친밀하고 개인적인 종류의 재미라 하더라도 말이다. 경험의 지향성은 경험 이전에 형성된다. 이런 의미에서, 경험에 대한 반응은 우리가 가진 문화적·사회적인 기대를 지지하거나 틀렸음을 입증한다. 베커의 《마리화나 사용자 되기》에 따르면, “마약은 나쁘다. 그러나 놀랍게도 나는 당신이 나에게 준 그 ‘E’3를 정말 즐겼다”, “마약은 나쁘다. 그리고 당신은 내 저녁을 망쳐버린 그놈의 ‘E’를 내게 주려고 했다”, “마약은 나쁘다. 나는 그 ‘E’를 가지고 있었고, 그냥 걱정만 하다가 밤을 세웠다”, “마약은 좋은 거다. 그리고 당신에 내게 중 그 ‘E’는 효과가 정말 끝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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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우리는 일상생활 속에서의 재미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그러나 사회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의 상황에서 재미라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이 책은 재미가 사회생활 속에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몇 가지 분명한 사례들을 다루겠다. 이러한 내용들은 늘 외면되어 온 경향이 있다. 재미와 관련하여 소개하고자 하는 사회생활 영역의 고려는 재미있는 질문들을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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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고용주들이 일터에서의 재미와 관련해 의미 있는 시도를 하고는 있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일과 재미를 연결시키지는 않는다. 사실은 오랫동안 일은 재미에 대한 평형추로 상징되었다. ‘생활’은 재미있다, 라고 칭하는 것과는 다른 영역의 활동에 속한다는 뜻이다. 일과 생활의 균형담론은 일을 즐거운 경험에서 격리된 위치의 성격으로 넘어간다. 사실 이런 일은 다른 장소에서 벌어지기도 한다. 많은 이들이 일터에서의 경험을 정확하게 묘사하지 못한 것뿐만 아니라, ‘일’ 하면 기대하게 되는 것이 ‘아, 짜증!’이라는 식으로 느낀다. 이는 곧 현실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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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에서의 재미’를 고양하고자 하는 고용주들에게 당면한 문제는, 재미라는 것이 다른 이들이 재미있으라는 말로 자극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비슷한 사람들에 의해 비슷한 방식으로 경험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재미는 개인에 의해 소유되는 것이다. 내 경우, 수습기간에 매니저가 와서 함께 일하는 것보다 더 짜증나는 일도 없었다. 이는 나를 회사 분위기로 끌어들여 내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재미있는 사내 활동이나 이벤트가 기획될 것임을 시사하기도 한다. 조직된 재미가 예상되면 내 마음은 어느 정도 가라앉는다. 실제 무슨 일이 일어났느냐 하면, 내가 하기로 한 일을 하지 않음으로써 나는 재미를 느꼈다. 유치해지거나 약간은 반항적이 된 것이다. 여기서 요점은 언제 어떻게 재미를 추구할 것인지와 우리가 결정하지 않으면 재미라는 것이 생겨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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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는 수도꼭지처럼 쉽게 껐다 켰다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많은 이들에게 업무시간은 다른 이들의 스케줄에 따라 짜인다. 우리들 대부분은 월급 주는 사람들의 요구에 따를 뿐, 자기 마음대로 시간을 쓰지 못한다. 일반적으로 가장 짓궂고 반항적인 표현방법을 찾게 되는 것이 바로 이러한 공동체 시간과 업무이다. 일에서 재미라는 것이 고용인의 입장에서 그대로 진척되지 않는다. 물론 이것은 그저 직장에서 재미의 일부분일 뿐이며 과장되기 쉽다. 일터에서 재미의 가장 강력한 원천은, 어디에서나 그러하듯, 역시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다. 대부분 직장인들은 타인들과 어우러져 일을 하며, 이러한 관계 속에서 재미도 창조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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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의 사람들이 시간을 보내는 가장 구조적으로 결속된 공간은 아마도 학교일 것이다. 학교라는 곳은 완전히 규칙 그 자체이며, 규칙 준수 강요는 우리의 전 교육과정을 통해 점점 강화된다. 영국의 유아교육에서 놀이와 재미는 교육방식의 핵심 수단으로 강조된다. 그도 그럴 것이, 어린아이들은 활동적이고 재미있는 교육방법을 통해 가장 잘 배우는 법이다. 교육과정을 통해 어린아이들이 성장하면서, 강조점은 재미에서 가차 없이 진지한 공부로 이동한다. 이는 의아한 일이다. 아직도 뇌가 말랑말랑하고 훈련을 통해 만들어져 가는 단계인 유아들에게는 놀이와 재미가 학습을 위한 핵심 수단이라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학교에 입학하면 16세가 될 때까지 재미를 격리시키거나 제외시켜 버려서, 재미라는 것은 교실에서 있어서는 안 될 것이 되어버린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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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표에 맞춰 생활하고 직장에서 훈련을 받는 과정을 거치게 되면, 우리는 언제 어떻게 전복적인 재미를 가질 수 있는지를 은밀하게 배우게 된다. 유아들은 억제되지 않은 재미를 추구하지만 그리 반항적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10대가 되면 확실히 그렇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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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에는 으레 할 수 있는 많은 일들이 나이가 들면 절대 용납되지 않는 법이다.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고함을 지르거나 크게 노래를 부른다거나, 장소를 가리지 않고 내키는 대로 훌떡 옷을 벗는다거나, 게임을 한다거나, 주변을 엉망으로 만들어놓고, 까불어대고 하는 것이 모두 어린아이 시절에는 통하지만 살아가면서 점차 규제를 받는 그런 일들이다. 학교 어디를 가도 재미를 접할 기회는 점점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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