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명의 작가들과 떠나는 온라인 목포 여행!_『소설 목포』 출간 전 이야기]

D-29
목포에는 아름다운 공간이 많아서 하나만 고르기가 무척 어렵네. 이번에 시화마을에서 목포스카이워크까지 걸었는데 노을이 질 때였어. 바다를 끼고 걷는 그 길이 조용하고 좋더라. 마음도 차분해지고 누구와 어떤 얘기를 나눠도 깊어질 길였어. 목포스카이워크에서 목포대교를 바라보니 무엇이든 다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어. 고민이 많은 사람이 있다면 추천해주거나 함께 걷고 싶었어. 또 하나 여기서 얘기나오지 않았던 곳 중에 목포모자아트갤러리에도 다시 가보고 싶어. 예전에 갔을 때는 갑자옥모자점이었는데 이번에 가보니 멋진 전시공간이 되었더라고. 갤러리 위층에 휴식공간이 있어. 모르고 지나칠 수도 있는데 꼭 들려보면 좋겠어. 거기서 내려다보는 구도심이 끝내줘. 구도심에는 높은 건물이 많지 않고 있다해도 올라가볼 수 없으니 더 귀한 풍광이더라. 별관에 가면 폴라로이드도 찍어주니 사진도 꼭 남기길 바라. 한편으로는 다음에 다시 목포에 가면 관광지가 아닌 쪽으로만 돌아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어. 목포는 누구와 함께 가도 다 좋을 것 같아. 누구라도 품어줄 만큼 다정한 도시로 느껴져서 그런지도 모르겠어.
다음이 @백이원 작가에게 물어볼게. 아직 작품은 읽어보진 못했지만 이번 소설을 준비하면서 자료조사가 힘들지 않았을까 싶었어. 혹시 목포에 대한 이야기를 준비하면서 도움을 받았던 책이나 자료가 있을까? 이번에 목포에 대해 알아보면서 더 공부해지고 싶어졌거든. 좋은 자료가 있다면 나도 살펴보고 싶어서. 혹시 다른 사람들도 이번 소설에서 도움이 된 자료가 있었을까?
흑흑 석순 ㅠ 자료조사의 고단함을 알아주어 감동이야. 나는 사실 목포에 목적을 두기 전에 이난영이라는 인물을 알고 싶어서 들이팠던 경우인데 이난영의 고향이 목포이다보니 곁들여 이것 저것 보게 되었어. 음… 이난영과 목포에 대한 자료는 거의 조각모음 수준인데 (그니까 어느 논문에서 한 단락, 어느 기사에서 두 줄 뭐 이런 식으로 수집할 수 밖에 없었..) 그 중에서도 재밌는 자료가 있었어. 식민지역사박물관 유튜브 채널에서 ‘식민지 대중가요 시리즈’ 오디오 컨텐츠를 발행 중인데, 3편 주인공이 바로 이난영이란 사실! 이난영의 여러 노래는 물론, 당시의 목포 이야기도 설핏설핏 나와서 매우 (감사하고) 흥미롭게 들었단 사실! 자, 그럼 이제 @김학찬 작가를 불러와볼까? 나는 개인적으로 학찬이 소설에서 보이는 자조와 조크, 위트 이런 것들 좋아하는데 이번 <구름기>에서 그… 주인공(정확히는 청소년 시절의) 이 누나에 대해 갖는 감정과 태도가 너무…너무나 남매의 그것이라 (말하자면 대상을 마른걸레로 생각해도 이상하지 않을..)진짜 밉살스럽고 아주 이마를 콕 쥐어박고 싶은…? 그런 마음이 들어서 아, 이건 학찬이가 아니다 이것은 소설이디 하며 읽었어. 그만큼 감정이입도 잘 되고 유쾌하고 따듯하게 읽었어. 아 그래가지고 내 질문은, 학찬이 혹시…누나있니…? 사이는…괜찮아? ㅎㅎ
누나는 없고 말하는 떡볶이는 있어... 누나를 생각하면 억울한 일이 좀 있지. 어렸을 때는 순수하게 근력에서 밀렸고 커서는 논리에서 이길 수 없었거든. 하지만 우리 사이는... 일주일에 서너 번 카톡할 정도면 친한 거 맞지? 이제 누나나 나나 둘 다 늙어서 티격태격할 힘도 없어... 열심히 더 빈정거리는 수밖에... 그래서 말인데 @강병융 소설을 세로로 먼저 쓰고 나머지를 맞췄어, 아님 반대야? 내용은 물론 정해두고 썼을 것 같은데-작업 방식이 궁금해. 랩 가사처럼(?) 만들어내는 방법이 있었을 것 같아. 세로쓰기 부분이 일종의 두운(?) 맞추기처럼 느껴저서, 어떻게 하면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세로쓰기에 잘 녹일 수 있나, 만드는 법이 궁금하더라.
물론, 특별히 어려운 일은 아니었어. 이미 내용은 정해진 것이고, 세로 쓰기를 먼저 하고, 가로 쓰기를 했어. 원래, 문학은 내용보다 형식이 더 중요하다고 믿고 있는 사람이거든. 예전에는 단편소설 전체를 기사문에서 싹 다 인용해서 쓰기도 했고, 이기호 작가처럼 랩으로 단편을 쓴 적도 있고, 앞으로 나올 작품은 단 여덟 문장으로 단편 하나를 만들기도 했지.
기사문으로만 만들어진 쥐에 대한 소설 진짜 인상적이었어. 주석만 따로 봐도 재밌더라 ㅋㅋ
@김정빈 아마도 모든 작가들이 이야기를 한 것 같은데. 아닌가? 정빈, 너는 도시를 배경으로 한 소설 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니?
나는 질문 안 받았거든. ㅎㅎ
미안, 미안, 내가 착각을 했어.
아주 개인적인 질문을 할게. 어쩌면 나만 모르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언젠가 직접 물어보고 싶었던 것이야. 1. 왜 "생강"으로 이름을 바꿨어? 한 천 번 들은 질문이겠지만. 2. 어찌하면, <수사연구> 같은 곳에서 일을 할 수 있어? 이건 한 백 번 들은 질문일 듯. 3. 소원을 들어주면서, 내 것 하나를 빼앗아가는 '달'의 아이디어의 출저는 어딜까?
1. 맞아 그 정도로 많이 듣긴 했어. 사실 처음 등단했을 때부터 박진규라는 이름 대신 필명을 쓰고 싶은 마음이 있었고 주변에서도 그런 말을 좀 들었어. 박민규 작가라는 유명 선배가 있으니 이름이 묻힐 거다 이런 말들. 근데 급하게 첫 책이 나오는 상황이어서 본명으로 갔지. 처음에는 근데 박민규 작가님 덕을 보기도 했어. 박민규 작가 신작이라고 생각하고 샀는데 아니었다, 이런 서평글 많았거든. 근데 나중에 청탁 받은 원고가 박민규란 이름으로 잘못 나가서 내가 연락해서 바꾼 적이 몇 번 있다보니 아 필명을 써야 했나..이런 생각을 꾸준히 했지. 그러다 2014년에 열린책들하고 작업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필명 이야기를 꺼내봤더니 주간님이 재밌겠다해서필명을 쓰게 됐어. 그때부터 막 필명을 물색하고 다녔는데, 서점에서 한 여성 분이 <생강이 건강에 좋다> 이런 책을 읽고 계신 걸 보고 생강을 붙이게 됐지. 근데 나는 그때어렴풋이 이 책이 내 마지막 책이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실제로 그럴 뻔했는데 이후 사우나 알바를 하다, 그 이야기를 소설로 쓰면서 박생강이란 필명도 계속 쓰게 됐지. 그런데 그거 알아? <소설 목포> 관련 첫 미팅하러 가다 거의 10년 전에 열린책들에서 박생강으로 처음 책 낼 때 같이 일했던 막내 편집자를 만난 거야. 같은 동갑내기에다 종이나라에 흔치않은 알콜쓰레기 남자여서 동질감을 느꼈는데, 당시 책이 잘 안 되어서인지 친해질 기회가 없었지. 그런데 <소설 목포>를 시작하면서 우연히 다시 만나 어제 <소설 목포>를 선물로 주고왔어. 그리고 10여년 전에 어떻게 내가 열린책들에서 책을 낼 수 있었는지 비하인드를 듣게 됐지.
오! 필명 이야기 고마워. 편집자를 다시 만난 이야기도 너무 궁금한데. 다음 소설에 나오려나?
ㅎㅎㅎ 그 생각은 못 했는데 진짜 그래도 되겠다. <소설 목포> 미팅을 하러 홍대입구역에 내렸는데 언젠가 본 듯한 사람이 갑자기 내 앞으로 걸어왔다. 나는 남자의 앞을 가로막았다. "호, 혹시 그때 열린책들에서 제 소설 <빼빼로> 편집하셨던 최 선생님?"
2. 이것도 맞아 ㅎㅎ 사우나 알바를 하다가 좀 무료해져서 <수사연구> 모집 공고를 보고 이력서를 냈는데 그때는 채택이 안 됐어. 그런데 편집장님이 내 첫 책 <수상한 식모들>을 예전에 보고, 아 이런 소설도 상을 받는구나, 라고 생각해서(당시 이런 독자들이 은근히 많았음) 기억하고 있었대. 그래서 1년 후에 <수사연구>에서 프리랜서 기자가 필요해져서 내게 연락이 닿았어. 근데 <수사연구>와 내가 연이 깊었는지 예지몽까지 꿨거든. 두 사람이 마주 앉아서 "우리 회사에서 일하려면 끔찍한 사진 같은 거 잘 봐야 하는데" 뭐 이런 대화를 나누는 꿈이었어. 면접보러 가서도 비슷한 질문을 받았지. 수사연구에서 일하는 기자나 디자이너들이 받는 공식질문이 "비위가 좋은 편인가요?"야. 원래 형사들 연구자료로 쓰이던 잡지여서 사체 사진 등이 많이 수록됐었거든.
예지몽 대박인데. 나도 그런 능력이 있었으면 좋겠네. 난 거의 꿈 자체를 꾸지 않아. 꿈도 없는 중년이라고나 할까?
응. 꿈은 좀 많이 꿔.방금도 답변 쓰고 깜빡 잠 들었는데 <수사연구> 이야기를 해서인지, 어떤 형사님한테 사할린에서 활동하는 피싱조직 이야기를 듣는데, 내가 녹취를 안 한 걸 깨닫고 기겁하는 악몽을 꿨어.
난... 사실 이때까지 생강이 필명 이야기를 믿지 않았는데 이제는 아멘, 난 "수상한 식모들"부터 한 번도 빅진규와 박민규를 헷갈린 적 없어! 박민규와 박진규는 둘 다 좋거든! (박진규를 먼저 씀, 하지만 공평하게 한 번씩) 하지만 대학생 때 "태양으로 가다"라는 65년생 다른 박민규 작가의 책을 산 적은 있지...
앗 나 <태양으로 가다>라는 책 본 것 같다. 박민규 작가님이 이런 책도 썼어? 이러면서 ㅎㅎ 사실 첫 책이 문학동네소설상을 받고 나혼 후에 뜬금없이 박진규를 김진규란 이름으로 헷갈리시는 분도 계셨는데, 실제로 내가 등단한 지 2년 후에 김진규 작가님이 문학동네소설상으로 등단하시면서 뭔가 내 이름이 박민규ㅡ김진규 사이에 낀 샌드위치 같단 느낌도 들었어. ㅎ
3. 이건 처음부터 계획에 있던 건 아니었어. 이 소설만이 아니라 다른 소설들도 원투 차차차. 원투 차차차 스텝을 밟아가도 계획에 없던 식으로 틀 때가 좀 있어. 대부분 쓰다가 갑자기 생각이 나서 그렇게 가야할 것 같은 경우가 대부분. 여행지에서 갑자기 계획에 없던 골목을 봤는데 가고 싶어질 때처럼.
그렇구나! 나는 여행은 그렇게 하지만, 소설을 쓸 때는 그냥 정해진 길로만 달리는 편이야. 그래서 내 소설이 재미가 없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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