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쓴 소설은 <최애의 후배>인데... 아이유의 고등학교 후배인 '나'가 아이유의 열혈팬인 싱가포르인과 인터넷에서 대화를 나누게 되고, 어느날 서울에 온 그의 부탁으로 가이드를 하게 돼. 그는 아이유가 다녔던 고등학교에 데려다 달라고 하더니 호텔델루나 촬영지인 목포근대역사관에도 같이 가자고 하지. 얼결에 낯선 아저씨와 당일치기 목포여행을 하게 되는 이야기인데... 나는 아이유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사실 <최애의 후배>를 완성하기까지는 20여년 전 비슷한 경험을 한 것이 도움이 된 것 같아. 그때는 고등학교가 아니라 그녀(누구일까??)가 다녔던 대학을 탐방했어. 그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네. 그때 이십대였던 나는 그 아저씨가 되게 신기했어. 결혼도 하지 않은 중년 아저씨가 외국에 사는 스타의 흔적을 찾아서 한국까지 왔다는 것이. 그때 나는 그 아저씨 나이에는 결혼해서 아이 아빠가 되는 것이 일반적인 줄 알았고 덕질은 학생들이 하는 건 줄 알았거든. 그래서 단순하게 외국인 아저씨들은 철이 없나보다 생각했어. 그런데 20여 년이 흐른 지금은 그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거 같아. 그때의 그와 비슷한 나이가 된 나도 소소하게 덕질을 하고 있고 내 주변에 덕질을 삶의 낙으로 삼아 사는 친구들이 너무 많으니까^^ 스타는 그냥 스타가 아니라 내 삶의 여정을 함께해준 길동무같은 존재이니까.
[8명의 작가들과 떠나는 온라인 목포 여행!_『소설 목포』 출간 전 이야기]
D-29
김의경
바람의아이들
아앗!!! 왠지 일본 애니메이션 <최애의 아이>가 생각나는 제목이야.
그 애니는 주인공이 어떤 사정으로 죽고 난 뒤 최애의 아이로 환생하는 내용인데,(의경 작가의 소설과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지만) 팬에게 있어 '덕질'이라는 생활이 얼마나 삶의 원동력이 되는지 알 수 있었어.
그 작가의 만화책을 빌려서 완독한 나는 의경 소설의 제목이 너무 반갑네 ㅎㅎ
확실히 덕질에 나이는 없는 것 같아. 덕질의 베이스는 사랑이잖아?
실제 인간관계에서 주고받는 사랑은 다는 아니지만 계산적이지 않고 대가를 바라지 않는 맹목적인 사랑과 거리가 멀다고 생각해.
가끔 계산적으로 행동하는 나 자신을 보면 깜짝깜짝 놀랄 때가 있으니까.
근데 덕질은, 나를 위해 주는 사랑 같다고 느껴져. 그 사람을 사랑함으로써 힘을 얻고 파이팅하게 돼.
의경은 좋아하는 연예인 있어? 난.. 배우 안보현이 너무 좋아 >_<
김의경
아.. 최애의 아이 아직 못봤는데 오늘부터 봐야겠다. 나는 꼬꼬마 때부터 양조위를 좋아했어. 비디오가게에 가서 양조위가 나오는 무협비디오를 빌려다봤지. 양조위 오빠가 이제 환갑이 넘었는데 여전히 너무 좋아. 요즘은 아이유도 좋아하고 블랙핑크도 좋아하고.. 김혜수 염정아 언니도 좋아하고.. 좋아하는 사람이 너무 많네
박생강
나는 아마 <중경삼림>에서 양조위를 처음 본 거 같아. 어린 마음에(아주 어린 건 아니었지만 ㅎㅎ) 왕가위 영화를 보고 그 감성에 매료되었던 듯. 최근에 넷플릭스에서 <중경삼림>을 봤는데 다시 봐도 좋더라고. 90년대 중반의 추억까지 막 떠오르면서.근데 내가 고3때 그 영화를 봤을 때는 임청하 역할이 마약상이라는 걸 전혀 알지 못했더라고. 그냥 레인코트 입고 돌아다니는 주인공 이렇게만 생각했었나봐.
그러고보니 목포도 뭔가 거리거리, 영상으로 찍으면 멋있을 것 같은 곳이 많았던 것 같다.
김의경
나도 중경삼림 임청하가 마약상인지 몰랐고 줄거리도 잘 모르겠고 그냥 그 자체로 너무 간지나서 좋아했어.
정진영
나는 <안부>라는 제목으로 소설을 썼어. 콜센터에서 일했던 주인공이 과거에 함께 일했던 직장 동료를 찾아 목포로 떠나는 이야기를 담았어. 콜센터는 우리나라에서 그 어떤 작가보다도 의경 작가가 전문가인데, 내가 이걸 소재로 다루니 좀 쫄리네. 의경 작가와 나는 월급사실주의라는 동인으로 함께 활동 중이기도 해. 동인 결성 당시 첫 멤버이기도 하고. 며칠 후 첫 동인지도 나오니까 관심 부탁.
나는 보통 사람이 먹고사는 문제에 관심이 많고 그런 문제를 다룬 소설을 주로 써 왔어. 지금까지 한국소설에서 사각지대로 남아있던 주제이기도 하지. <안부>는 목포를 배경으로 노조 문제를 다룬 소설이야.
과거에 몇 년 동안 고용노동부 출입 기자로 일했기 때문에 노조에 관심이 많아. 일부 대형노조의 행보가 그리 곱게 보이진 않지만, 노조 활동으로 얻어낸 근로자의 권리가 비노조원에게도 많은 혜택을 준 것도 사실이거든. 노조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동료와 방관자인 동료 사이의 관계와 심리를 소설로 딱딱하지 않게 보여주고 싶었어. 더불어 자전거 라이딩과 목포 평양냉면의 즐거움도 보여주고 싶었고.
바람의아이들
소재 너무 좋다. 얼른 읽어보고 싶어!
난 근로자의 권리를 위해 나서서 싸우는 분들을 보면 그 길고 어려운 싸움 때문에 얼마나 외롭고 힘들까, 생각하며 반성하게 되더라구.
그 이야기가 직장동료 간의 관계와 심리로 이루어졌다니 더 궁금하다.
진영 작가도 생강 작가처럼 기자의 정체성을 함께 갖고 있어서 반전 매력이 느껴지는데?!
노조와 관련된 일들을 잘 알고 있어서 소설에 직접 담을 수 있다는 게 멋져.
사람이 먹고사는 문제에 관심이 많다는 말 너무 공감돼.
세상이 점점 각박해지고 살기 힘들어지는 것 같아. 슬픈 일이지 ㅠㅠ
김의경
콜센터 이야기라니 더 기대된다.. 감정노동을 하다가 목포에 가면 스트레스 풀릴거 같아! 월급사실주의하고 소설 목포가 거의 동시에 나오네^^
전석순
나는 두 겹의 웃음이라는 소설을 썼어
과거에 각자 다른 사정으로 목포에 갔었던 나와 헌이,
이번에는 문학기행 사전답사로 목포에 함께 다녀오는 일정을 그렸어. 코로나19로 중단되었던 문학기행이 오랜만에 시작된 터라 일정을 짜는 둘의 책임감이 좀 무겁지.
그 과정에서 서로 과거에 왜 목포에 왔었는지 조금씩 짐작하게 되고 가까워지게 돼. 목포가 변한 것뿐만 아니라 우리도 그동안 변했다는 사실까지. 목포의 바다가 땅이 된 것처럼. 목포에서 효율적인 동선만 짜다가 나중에는 마음을 따라 걷던 것도 아마 그 때문일 거야.
소설 후반부에는 결국 헌이 과거에 가려다가 못 가본 곳을 가보게 돼. 정확하게 나와있진 않지만 아마 다들 헌이 가보고자 했던 곳이 어디였는지... 왜 못 갔는지 알거야.
마지막에는 기차를 기다리면서 둘 사이에 한 번도 오가지 않던 웃음이 겹치는 걸로 끝나. 이 소설을 읽는 사람도 웃어서 세 겹의 웃음이 되길 바라. 스며들지 않아도 겹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을 했어.
바람의아이들
바다가 땅이 된 자리를 걷는 기분은 어떨까?
파랗고 푸른 바다 색깔, 일렁이는 파도 같은 것들이 내 발 밑에 있었다고 생각하면 느낌이 묘할 것 같아.
모두를 위한 동선을 짜다가 마음따라 발걸음 따라 걷게 되는 그 이야기도 궁금하다.
특히 '헌이'라는 주인공의 서사가 왠지 슬플 것 같아서 더더욱!
<두 겹의 웃음>에서 "세 겹의 웃음이 되길 바란다"는 석순 작가의 말까지, 여러모로 기대되는 작품이네. :)
전석순
예전에 현재를 살아가야만 하는 인물이라서 이름은 현이라고 지었는데 이번에는 현재를 온전히 살아가지 못하는 인물이라서 헌이라고 지었어. 이름 짓는 건 너무 고민이 많이 돼.
김의경
진짜 이름 짓는거 너무 어려워. 다른 작가들 주인공 이름은 다 멋진데 내 이름만 평범한거 같고..
김학찬
늘 쓴 소설에 대해 설명하기가 어려워... 이걸 무슨 이야기라고 하면 좋을까 끙. 운전면허시험에 계속 떨어지는 주인공이 아버지의 마음을 추적하기 위해 다시 목포로 찾아가는 이야기...? 드물게 개인사가 녹아있는 작품이야(한 5%정도).
김학찬
다시 읽고 왔어! 그러니까 1998년 가족 여행을 2023년에 역추적하면서, 권영길이 당선되리라 진심으로 믿었던 아버지와 자본주의의 폐해를 영호남 화합의 문제와 함께 다룬(해결책이 나름 있어) 소설이야! 제목은 <구름기期>구나. 구름 위에 올라탈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 우리는 불행해지니까(항문기는 지났지?)
바람의아이들
주인공에게 1998년의 가족 여행은 어땠을까. 난 어렸을 때 가족 여행이 싫었거든 ㅠㅠ
부모님은 꼭 이해할 수 없는 취향을 내게 강요한다고 생각했어.
항상 여행을 가면 그들의 뒷모습만 보고 따라 걸었던 기억이나네...
하지만 어른이 되고 나니 주인공의 추척하고픈 마음을 조금은 알 것도 같아!
학찬 작가의 개인사가 5% 녹아있다고 하니 더 궁금한데?
나 『소설 도쿄』의 <프러포즈> 너무너무너무 재밌게 읽었거든.(학찬의 위트 있는 글솜씨 팬이야 ㅎㅎ)
강병융
나도 @김학찬 소설 슈퍼 애정해. 짠한 위트로 글을 만들어 내는 건 정말 재능 중 재능!
박생강
맞아. 학찬이는 담백하고 소소하지만 씁쓸한 위트가 뭔지 아는 작가 같아. 그러면서도 읽는 사람을 기분 좋게 해주는 힘이 있어. 은근 따듯한데 따듯한 척 안 하는 느낌도 좋음.
김경희
내가 쓴 소설의 제목은 <삼색 고양이를 따라가면>이야. 실제로 몇 달 전에 아파트 공동 현관을 배회하던 삼색 고양이 한 마리를 알게 되었는데, 갑자기 냐냐..소리를 내면서 자기를 따라오라는 듯이(정말이야 +_+) 앞서가는 거야... 알고 보니 새끼 2마리를 숨겨 놓은 곳으로 데려간 거 있지.
그 날 이후로 아는 사이(?)가 되었고, 그 삼색 고양이에게 받은 영감을 이번 소설에 담아보려고 했어. 줄거리는 간단해. 아버지와 여행했던 목포를 30년 만에 다시 찾아간 주인공이 숙소 앞에서 우연히 만난 삼색 고양이를 따라가게 되면서 마주하게 되는 과거의 시간들에 관한 이야기야. 삼색 고양이는 주인공을 어떤 장소로 데려다 놓고 홀연히 사라졌다 나타나곤 하는데, 그 장소들은 주인공에게 꽤나 의미 있는 곳이거든.
재밌는 건 실제로 목포 구도심을 걷는데 고양이들이 곳곳에서 나타나더라?
혹시 너희들, 고양이 좋아하니??
박생강
뽀뽀, 도도, 백점 세 마리 고양이와 같이 지내고 있어.<요가고양이>라는 단편도 썼고. 예전부터 고양이를 좋아한 건 아니고 2년전 추운 겨울에 현관 앞에서 우는 뽀뽀와 만나면서 고양이들과 가까워졌지.
그런데 목포에도 고양이들이 많았구나. 걔네들은 이태원 고양이들 하고는 다르게 신선한 생선살을 종종 간식으로 맛보려나.
참여 제한 모임입니다
참여
게시판
글타래
화제 모음
지정된 화제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