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나눔] 어딘가로 훌쩍 떠나고 싶을 때, 시간을 걷는 도시 《소설 목포》 함께 읽어요.

D-29
누구님, 안녕하세요. 백이원 작가님의 '귀향'의 일부분이네요. 보호와 감금, 이라는 커튼 뒤에 '비스듬히' 숨어 있는 존재. 바깥 상황과 대비되는 모습입니다.
<귀향>은 이 작품만 읽어도 참 좋은데 8편의 앤솔로지 안에 있으니 소설집 자체가 맛깔나게 읽히는 데 역할을 톡톡히 하네요. 생각해 보니 소설집이 <목포> 라는 테마로 묶여있긴 하지만 '어느 시기의 목포'라고 정해져 있진 않았을테니까요. 1920년대, 30년대 이 시절의 이야기들도 참 매력적인 것 같아요. 뒤늦게 읽기 시작했는데도 작품 색깔들이 다채로워 모임 끝나기 전, 완독에 무리는 없었습니다.
고쿠라29님, 백이원 작가님의 저도 '귀향' 참 재미있게 읽었고, 인상적이어서 작가님께 앞으로 더 많은 작품 써주시면 좋겠다고 말씀드렸어요. 1920년대를 배경으로 또 다른 이야기가 탄생하면 좋겠습니다. @백이원 작가님, 새로운 작품을 곧 만날 수 있길 고대합니다!^^
<수사연구 기자의 이상한 하루> 저는 이 소설집을 끝에서부터 거꾸로 올라가서 이 작품을 어제 제일 마지막으로 읽었는데요, 왜 편집팀에서 <수사연구 기자의 이상한 하루> 를 소설집 첫 머리에 놓았는지 알겠더라고요. 설정이며 상황이 독특해서 처음 책을 잡은 독자들에게 흥미를 유발하는 효과가 있네요. 약간 '기획의 말'을 대신하며 이 작품집 전체를 설명해 주는 듯 하기도 했습니다. '호텔 델루나' 이야기도 나오던데 저는 이 작품을 먼저 안 읽어서 <최애의 후배>를 읽을 때 아이유와 목포를 연결시키지 못했어요. (근데, 그 의외성도 나름 좋았구요.)
고쿠라29님, "소설 목포"에 보내주신 애정 고맙습니다. @고쿠라29님 말씀처럼 많은 분들이 목포를 향해 떠날 때 또 다른 어느 도시로 향할 때 읽으시면 좋겠습니다. 박생강 작가님의 '수사연구 기자의 이상한 하루'를 맨 앞에 정진영 작가님의 '안부'를 맨 뒤에 배치한 편집 의도까지 읽어주시니 고맙습니다. 저도 함께해서 즐거웠습니다. 언젠가 또 뵙길 바랍니다.
어머니가 보따리의 매듭을 단단히 묶어뒀던 밤, 아직 어 린애였던 여자가 할 수 있는 일은 아침을 기다리는 일이었다. 발꿈치를 힘껏 들어밤새창틀에 턱을 얹어놓는일. 일단 그 것이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였기에 최선을 다했다. 얼마나 최 선을 다했는지 턱 밑으로 푸르스름한 멍이 번져가는 줄도 몰 랐다. 제 턱의 사정처럼 유달산 능선에 쪽빛이 번져갈 때 어 린 여자는 한달음에 집 밖으로 달려나갔다.
[아르띠잔] 《소설 목포》 함께 읽기 41페이지
김준1님, 반갑습니다. 백이원 작가님의 '귀향'에서 가장 처음 문장을 뽑아 올려주셨네요. 고맙습니다. 어린 여자의 턱밑에 번진 멍의 푸르스름한 빛깔과 능선으로 번지는 쪽빛이 겹쳐서 아프게 다가옵니다.
앗 저도 이부분이 좋았어요. 아침을 기다리는 것밖에 할 수 없다는 것. 무력한거 같지만 또 마냥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기도 해서.
jjaann님 안녕하세요. 아, 말씀하신 부분에 공감합니다. 그러네요. 발끝을 한껏 들어 올린다고 달라질 건 없겠지만, 그것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라면... 그것에 최선을 다 하는 여자의 모습에서 간절함과 단단함이 느껴집니다.
@박생강 작가님, 안녕하세요. 독자님 말씀에 세심하게 답변 달아주셔서 고맙습니다. 작가님의 글을 읽으신 분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궁금증이 해소된 부분도 있고요. 아, 정대훈 선생님은 평론가가 아니군요. 제가 착각하고 위에서 잘못 얘기했어요. 작가님께도 제가 쓴 걸 보고 그렇게 믿으신 분들께도 죄송합니다. (소설을 현실로 가져와버리다니...) 소설을 쓰기 전 찾아가신 곳, 목포의 달에 대한 이야기, 수사연구에 대한 정보 등을 전하며 독자 여러분과 소통하는 모습에서 많이 느끼고 배웁니다. 아, 앞으로 수사연구 기자의 행보가 소설 속에서 어디로 나아갈지 기대하며 기다리겠습니다. ^^
…… 무엇이 되고 싶었을까. 여자는 그것이 몹시 미안해졌다. 더는 떠올리지 못하는 그 아이의 무엇, 그 무엇이 무엇일지 더는 상상할 수 없는 것에 대하여.
[아르띠잔] 《소설 목포》 함께 읽기 52쪽, 백이원, '귀향'
준 혹은 준코라는 이름으로 활동한다는 아이를 찾다 아이가 꿈꾸었던 게 무엇이었을지 떠올려보는 여자의 마음... 안타깝고 아프게 다가왔어요. 아이는 제가 배운 것을 제대로 쓰고 싶다고 했는데...
그러고 보니 한 주에서 가장 피곤한 목요일이네요. (금요일은 주말을 앞두고 있어 에너지가 다시 생겨나는데, 목요일은 한 주간 쌓인 피로가 몰려오는 듯해요. 주중에 못 끝낸 일이나 약속 등을 해결해야 할 때도 있고요.) 오늘 다들 어떤 하루를 보내셨나요? 보내고 계신가요? '귀향'을 읽고 어떤 점이 인상적이었는지, 기억에 남는지, 어떤 이미지를 그리셨을지 궁금합니다. 문장모음 짧게 올려주시거나 감상 남겨주시길... 기다리고 있을게요. ^^
저는 백이원 작가님의 '귀향'을 읽으면서 구체적인 설정을 따라 이미지와 분위기가 그려져서 영화를 보는 느낌이 들기도 했어요. 1930년대 무렵의 풍경을 떠올리다 소설에 나온 장소와 상황 속에서 여자는 어떤 모습이었을지 패션과 화장법, 분위기 등을 상상하며 읽으니 인물이 평면인 종이에서 공간으로 나와 실제로 움직이는 것만 같았답니다. 탄탄한 구성과 각 상황에 따른 인상적인 묘사가 인상적이었어요.
저는 백이원 작가님의 '귀향'을 읽으면서 구체적인 설정을 따라 이미지와 분위기가 그려져서 영화를 보는 느낌이 들기도 했어요. 1930년대 무렵의 풍경을 떠올리다 소설에 나온 장소와 상황 속에서 여자는 어떤 모습이었을지 패션과 화장법, 분위기 등을 상상하며 읽으니 인물이 평면인 종이에서 공간으로 나와 실제로 움직이는 것만 같았답니다. 탄탄한 구성과 각 상황에 따른 인상적인 묘사가 인상적이었어요.
앗, 글을 약간 수정하려다 같은 내용을 두 번 올렸네요. 삭제가 안 되어서 그냥 두어야겠네요.
어머니가 보따리의 매듭을 단단히 묶어뒀던 밤, 아직 어린 애였던 여자가 할 수 있는 일은 아침을 기다리는 일이었다. 발꿈치를 힘껏 들어 밤새 창틀에 턱을 얹어놓는 일. 일단 그것이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였기에 최선을 다했다.
[아르띠잔] 《소설 목포》 함께 읽기 41p
내가 그 애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었을까. 여자는 구겨 신 은 구두를 득득 끌며 생각했다. 오직 만나야만 한다는 생각만 했지 막상 마주 했을 때를 생각하지 못했다. 내가 너를 잡으러 은 부모의 사자라고 할 수 도 없고 너와 뜻을 함께하는 동 지라고도 할 수 없다. 친구, 라고 하기엔 너무 많이 떨어져 있 었지만 결국 친구일 수밖에 없는 둘 사이의 아득하고 처연한 관계에 대해 오래도록 생각했다. 일단 사과부터 해야겠지. 양동에서 부렸던심술에 대해, 말없이 양동을 떠났던 것에 대해, 그리고 괜찮다면,
[아르띠잔] 《소설 목포》 함께 읽기
@김경희 님의 "삼색 고양이를 따라가면" 을 읽으며, 산 정상에 올라 시가지를 내려다보면서 아버지가 한 말이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 여름이 끝나버리는 게 슬프구나" 한 사람 인생의 시작이 봄이라면 여름은 격정적인 젊음의 시기가 아닐까요. 열정과 도전의 시간이 지나고 가을이 오면 이제 다가올 겨울만 기다리는 삶! "끝내 모던보이가 되지 못하고 서울에서 택시를 몰던 청년의 귀는 해가 갈수록 아래 방향으로 기울었다" 정말 탁월한 문장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범한 우리 아버지들의 모습을 잘 표현한 것 같아요!
@짱구뽀빠이님, 안녕하세요! ‘삼색 고양이를 따라가면’을 쓴 김경희작가입니다. 모던보이가 되지 못하고 서울에서 택시를 몰던 청년은…실제로 저희 아빠의 이야기에요. 1960년대 후반에 꿈을 쫓아 서울로…서울로…올라간 청년들은 눈 뜨고도 코베인다는 서울에서 해가 갈수록 귀가 쳐지는 삶을 살지 않았을까 합니다. 공감해주시니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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