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북클럽] 7. <더 파이브> 읽고 기억해요

D-29
빅토리아 시대의 여성의 권위는 존재 자체를 찾아보기 힘들다는걸 이 시대를 다룬 다른 책들을 읽으면서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처찹했는지는 관련 자료들을 워낙 상세하게 포함하고 있어서 마치 르포를 읽는듯한 느낌이었어요. 한 여성의 삶이 얼마나 순식간에 비참해질 수 있는지를 읽으면서는 소름이 돋기도 했구요.
문제는 기세를 떨치던 대영제국의 19세기에 소시민들의 삶이 힘들기는 마찬가지였다는 거다. 아버지가 장인이었지만 자녀들을 키우기에 임금은 턱없이 부족했고,,,,, 하지만 힘들게 배운 폴리의 교육은 그녀의 삶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 삶이 한 번 무너지자 걷잡을 수 없이 무터졌다. 우리도 회복력이란 개념을 중요시 하지만 그 회복력이라는 거시 얼마나 어려운 단어인지를 느낀다.
비록 문명이 발달과 진화를 거듭한다해도 여성의 인권은 중세의 그것과 별 차이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치 가정을 돌보고 출산과 남성의 쾌락을 위해 존재했던 것이 아닌가하고요. 폴리는 어머니의 부재를 대신하여 가족을 돌보고 또한 자신의 가정 역시 안정적으로 이끌었지만 버림받는 순간에도 세상의 모든 규범과 질서가 그녀를 더욱 궁지로 이끌었고 보호해주지 않았다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어떻게해서든 자신이 버린 전처에게 돈을 주지않으려고 애쓴 남편이 참 못됐다는 생각도 함께 들었습니다. 참 야속하네요.
희생자의 삶을 여러 기록들로 재구성하지만, 어쩔 수 없이 작가의 상상이 들어간 부분 역시 많은 것처럼 느껴지네요. 기록의 한계로 그런 거겠죠. 그럼에도 130여년 전의 기록들이 상당히 구체적으로 많이 남아 있다는 점이 놀라웠습니다. 또한 당시 여성들이 겪어야 했던 불합리한 제도 등이 별거한 여성들이 결국 이르게 되는 삶의 모습을 결정한 것 같아 안타까웠습니다. 한편 이 책은 그 자체로 미시사를 다룬 것처럼 읽히기도 합니다. 여러 사료들로 당시 생활상들을 생생하게 그려내는군요.
상류층 여성들도 결혼을 하지 못하면 사회적 지위가 불안해지는 시대에 남편에게 버림받고 아버지와 오빠의 보살핌도 거부해야했던 폴리의 처지가 안타까웠습니다. 나라에서도 구제 할 수 없는 빈민층, 남편의 불륜에 가정을 떠나야 했던 이혼녀, 술이 없이는 살 수 없는 중독자였던 그녀는 약자 중에 약자이었던 것 같네요.
누구나 그러해도 되고 그럴것이고 그래서 그랬을 것이다라고 치부하고 낙인 찍어도 되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 그 부당함에 저항하고 변화시키려 하는 부분이 있는거죠!!죽은것도 억울한데 매춘부일 것이라 단정 지어 부조리한 재판이 이루어진 것도 죽은사람을 더욱 안타깝게하는 일이네요
사실 이부분에서 저는 영국의 구빈법에 대한 자세한 서술과 구빈원에 대한 서술을 가장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일전에 올리버 트위스트를 읽으면서 구빈법에 대해서 찾아봤는데 사실 한국어로 된 자료는 자세하게 나와있는게 많이 없어서 아쉬웠습니다. 그런데 이 책에서 상당히 자세하게 잘 언급해놓아서 빈민의 삶에 대해서 알수 있었어요.
폴리는 21세기에 살았다면, 아주 평범하고 순탄한 삶을 살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남편의 바람에서 시작되었을지, 오빠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다시 트리거가 되었는지 알콜의존증은 확실해 보이지만, 그녀가 그렇게 무기력하게 거리의 삶 밖에 선택지가 없었을까 안타깝습니다. 빅토리아시대의 여성은 남성 없이 아무 것도 할 수 없기에 불평등한 결혼생활, 상대적으로 무력했기에 거리의 삶을 지탱했던 그녀가 부랑자이기에 살해당해도 잊혀질 수 밖에 없었던 시대였던 것 같습니다.
이 시대를 잘몰랐구나 생각했어요. 청결이나 빈부격차에 따라 사람의 삶이 이렇게 다르구나 안타까웠고. 폴리가 좀 더 잘 살 수 있으면 좋았을텐데 안타까웠습니다.
노동자가정에서 태어난 폴리가 구빈원을 오가며 부랑자가 되기까지의 '어쩔수 없음'에 한탄하게 됩니다. 여성으로 태어나 같은 일에도 남성과 다른 기준을 적용해야만 하는 현실 앞에서 폴리가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조금 더 나은 삶을 살아가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해야했던 선택들을 읽으며 폴리의 아픈 삶을 그려봅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1-2. 1부를 읽으면서 공유하고 싶은 문장을 적어주세요.
- 40/이 시대의 관습상 노동자계급 여학생은 읽기만까지만 배우지 쓰기는 배우지 못했으나 폴리는 읽기아 쓰기를 다 익혔다. - 45/이 시대의 많은 문학 작품이 홀아비의 딸을 이타적 헌신의 귀감으로 그린다. - 55/이곳으 식자공은 19세기말까지도 실크해트와 풀 먹인 와이셔츠를 작업복으로 고수했을 정도이다. - 68/공식적인 별거를 원하는 노동자 계급 여성은 자신이 처한 절망과 빈곤을 입증해야 했다 그것을 빚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바로 구빈원에 들어가는 것이었다. - 90/19세기 중반 런던에서는 7만명 인구가 그날 밤 어디에 머리를 누이게 될지 조금도 알 수 없는 채로 매일 아침을 맞이했다. - 111/”당신이 나에게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생각하면서 당신을 용서할게.”
1-2. 가족이나 남편이 없는 여자는 이해받기는 커녕 깊은 의심의 대상이 되는 시대였기 때문이다. (…) 여자의 삶은 남자가 지도하고 지배해야 하며 삶의 의미 또한 남자가 부여한다는 믿음이 모든 여자에게 주입되었으므로 아마도 폴리도 그렇게 믿었을 것이다. 74쪽 19세기에는 많은 사람이 별거는 ‘죽느니만 못한 삶’으로 끝난다고 생각했다. 법률이 기혼자의 별거를 인정하긴 해도 그 이상의 삶은 결코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별거 이후에 맺는 새로운 관계는 무조건 간통이었고, 그 사이에 태어난 자식은 전부 사생아였다. 80쪽 남성 보호자가 없이 혼자 살거나 거리에서 살아가는 여자는 버림받은 사람으로 여겨졌고, 그래서 결함있는 사람으로 여겨졌으며, 결국 도덕적으로 타락하고 성적으로 부정한 사람으로 치부되었다. 92쪽
이 집 없고 굶주린 사람들은 그곳에 존재하지만, 고통받는 그들의 목소리는 좀처럼 이웃의 귀에 들리지 않는다.
더 파이브 전자책, 윌리엄 부스 <가장 어두운 영국과 그 탈출로> 中, 핼리 루벤홀드
우리가 우리의 침대에 포근하게 들어가 있을 때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비가 내리고 폭풍이 부는 바깥의 딱딱한 돌벤치에서, 혹은 선로의 아치 밑에서 그 긴 시간을 덜덜 떨며 보내는지 잊지 쉽다. 이 집 없고, 굶주린 사람들은 그곳에 존재하지만, 고통받는 그들의 목소리는 좀처럼 이웃의 귀에 들리지 않는다.
더 파이브 p. 91, 핼리 루벤홀드
"당신은 그의 습관이 아주 깔끔하다고 생각했습니까?" 검시관이 물었다. "오, 그럼요. 아주 깔끔한 사람이었습니다." 엘렌이 대답했다. 그러자 검시관은 폴리가 숙박비를 마련할 생각이었다는 엘렌의 진술로 다시 돌아갔다. "그 말이 무슨 뜻이었는지 당신은 알고 있었을 텐데요." 검시관이 불쑥 물었다. "아뇨." 엘렌은 단호하게 대답한 뒤, 폴리는 그 여성 전용 여인숙에 돌아올 생각이었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홀랜드의 진술이 어찌나 흠잡을 데 없었던지 《맨체스터 가디언》을 비롯한 많은 신문이 그의 증언을 이런 식으로 요약했다. "증인은 사망자가 방탕한 삶을 살지 않았으며, 오히려 그런 삶을 싫어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더 파이브 p.104~p.105, 핼리 루벤홀드
A decent wife was “enduringly, incorruptibly good; instinctively, infallibly wise,” and not simply for the sake of “self-development, but for self renunciation.” 좋은 아내란 죽도록 선하고 현명해야한다고 하는데, 진짜! 하아… 한숨만 나오더라구여. While a man could divorce his wife for a sexual liaison outside the marital bed, a woman had to prove her husband was guilty of adultery in addition to another crime, such as incest, rape, or cruelty. 남편은 너무 쉽게 바람을 피워도 되는데, 여자들은 남편의 간통외에도 학대, 근친상간, 강간등의 범죄를 증명해야 이혼이 가능했다니 이 부분 읽으면서 속 뒤집어지는 느낌이었고요.
p48 '아이들은 시간 간격을 두고 태어났다가 죽었다. ....' 너무나 당연하게 임신하고 출산하고, 그런 중에 열악한 의료환경과 경제적 어려움속에서 여성은 얼마나 힘들었었는지....정신적 고통과 육체적 고통, 그리고 함께 하는 배우자와의 관계는 또한 얼마나 힘들었었을지.
이 집 없고 굶주린 사람들은 그곳에 존재하지만, 고통받는 그들의 목소리는 좀처럼 이웃의 귀에 들리지 않는다.
더 파이브 p.91, 핼리 루벤홀드
P.69 노동자계급의 별거가 그리 드문 일은 아니었지만, 여자 쪽은 "도덕을 중요시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착실한 아내로서 누리던 지위를 박탈당했다. (중략) 남편과 헤어진 노동자계급 여성이 어떻게 살아가는가를 법조계가 전혀 몰랐던 것은 아니지만 해법을 제시하는 데는 더없이 소극적이었다. P.81 1886년 가을, 폴리 곁에는 남편도, 다른 동거남도 없었따. 윌리엄의 부양비가 끊기고 집도 없고 자립하기에 충분한 수단도 없었던 폴리는 다시 한번 저 엄혹한 램버스구 구빈원으로 돌아가는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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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의 누워서 쓰는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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