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북클럽] 7. <더 파이브> 읽고 기억해요

D-29
다른 분도 언급하신 유영철 사건의 피해자나 사건의 진상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어요. 그가 입었던 옷, 사건의 잔혹성, 수법, 유사 범죄처럼 가해자를 가십거리로 소비하는 예능과 다큐는 봤지만 그 뒤의 피해자를 주목하는 건 못 본 듯 합니다. 앞장서서 가해자 전기를 작성하는 언론은 이제 그만 보고 싶습니다...
해결된 사건들은 아니지만 미해결 사건들이 좀 궁금합니다. 물론 알 방법은 없지만..
그것이 알고 싶다를 주기적으로 시청하는 입장에서 더 파이브를 읽고 있으려니 그간 익숙하게 알고 있던 ‘스타 살인마’라는 존재에 대해 조심스럽게 되네요.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다가 자칫 길을 잘못 들어서면 특유의 선정성에 빠져버릴 거 같기도 하고 주춤하게 됩니다. 더 파이브를 완독하기 전이지만 책이 가지는 순기능이 아닐까 싶네요.
2. 전 우선은 <잭 더 리퍼>처럼 여성만 골라 연쇄살해한 사건으로는 <화성연쇄살인사건>이 떠오릅니다. 이 사건은 봉준호 감독에 의해 <살인의 추억>으로도 영화가 만들어졌지요. 너무도 오랫동안 미제사건으로 알려져서 그 공포심이 더 컸었고 범인에 대한 여러 소문들도 무성했지요. 그리고 범인이 밝혀졌을 때는 오히려 허무했습니다. 왜소한 외모에 감옥에서도 조용한 편이었다니!! 그러면 그냥 힘없는 여성을 상대로 자신의 힘을 표출하고 심었던 전형적인 '강약약강'의 '권위주의적 성격'인물이라는 사실에 화가 나더라구요. <잭 더 리퍼>의 살인마도 그런 인물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곤궁에 처한 너무도 나약한 여성들을 상대로만 자신의 힘을 과시하고자 하는!!! 앞으로도 이런 범죄가 나타나지 않도록 사회 분위기나 시스템적으로 항상 대비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저도 <이태원참사>나 <세월호>에서 우리 사회에서 소리없이 사라져버린 소중한 사람들의 이야기도 다루어진다면 좋겠네요.
제프리 다머, 테드 번디, 데니스 닐슨 등 인간의 탈을 쓴 괴물 연쇄살인마들 역시 그 피해자보다 살인마들의 이야기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책처럼 살인마들이 죽인 피해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더 접하고 싶습니다.
미국의 스타 살인마 BTK 사건에서의 피해자나 사건 진상에 관해 좀 더 알고 싶네요. BTK는 넷플릭스 미드 '마인드헌터'의 오프닝과 클로징에 꾸준히 등장하는 인물이기도 하죠.
최근 유전자 감식기술로 인해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진범이 밝혀진 것, 곳곳에 CCTV가 설치되어 연쇄살인마가 되기 전에 대부분의 사건이 해결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묻지마 폭행 등으로 인해 혼란스럽고 두렵네요.
하나의 사건만을 말하긴 어렵지만 지금도 살인마만 조명하는 사회라 피해자들 그들의 삶을 더 조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안녕하세요! 인사가 늦었네요. 클럽이 시작되는 타이밍에 여행을 하게 되어 잠시 늦었습니다. 주말에 돌아와서 부지런히 함께 이야기 나누고 싶습니다.
안녕하세요~! 조금 늦게 인사드립니다. 이번 7기에도 함께하게 된 바닿늘입니다. 아주 아주 운이 좋게도.. 7기의 모든 활동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초반 대비 엄청나게 커져버린 그믐을 보며 한 번씩 놀라곤 합니다. ㅎㅎ;;) 잭 더 리퍼라는 인물은 이름만 들어보고 자세히 알지는 못했습니다. 여러 책들에서 잠깐씩 인용이 될 정도로 아주 나쁜놈(?) 이었다는 것만 알고 있었습니다. 가해자가 악명이 떨쳐진 데 비해.. 그간 피해자들의 삶이 주목받지 못했다는 것을 지금껏 크게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어떤 내용인지 부지런히 읽으면서 함께 하겠습니다. 앞으로 잘부탁드립니다!
P-1 나는 말하지 못하는 저 여자들을 위해 쓴다. 너무나 겁에 질렸기 때문에, 우리 자신보다 두려움을 더 존중하라고 배우기 때문에 목소리를 가지지 못한 이들을 위해 쓴다. 우리는 침묵이 우리를 구원하리라 배웠으나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 오드리 로드 p.11 P-2 일단 시작부터 오드리 로드의 문장을 보면서 소름이 돋았습니다. 그녀가 어떤 삶을 살다 갔는지 조금이나마 알고.. 어떤 심정으로 썼는지 짐작이 갔기 때문입니다. 역사적으로 정말 많은 사건들이 기록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아직 국내에서 잘 알려져 있는 유영철, 정남규, 강호순 등과 관련된 사건 말고는 사건 자체도 많이 모릅니다. 이번 기회에 관심을 더 넓힐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겠습니다.
프롤로그 읽고 나서.. 저는 전혀 다른 결의 사건이라고 볼 수 있지만.. 10.29 이태원 참사가 자꾸만 연상되었습니다. 참사 직후에 벌어졌던 여러 일들을 굳이 나열하지 않더라도.. 국가 권력이 의지만 품는다면 어떤 식으로 사건을 마무리 지을 수 있는지를, 저 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느꼈을거라고 감히 짐작합니다. 그런데.. 130년 전 그곳의 피해자들은 심지어, 일반인이라고 볼 수 없는 취약계층의 인물들이었으니.. 더더욱 그런 결과가 나왔던 게 아니었나 싶었습니다. 그들의 신분이 조금만 더 높았다면 애초에 범죄의 타겟이 되지도 않았을 뿐더러.. 사건도 그런 식으로 종결되지 않았을거라고 생각됩니다. 다섯 인물 모두 몰입해서 읽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초반부터 강하게 듭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 1. 폴리 ■■■■ 9월 9일부터는 본격적으로, 1부를 읽어볼게요. 이 책에 등장하는 다섯 희생자 중, ‘폴리’에 대해서 4일 동안 읽습니다. 저는 앞의 ‘들어가며’ 글을 읽으며 1880년대 영국의 사회상, 빈곤층의 삶, 살해된 여성에 대한 오해들… 이런 점들이 많이 인상 깊었어요. 그리고 1부로 넘어와서 네 챕터 제목을 보았는데요. ‘대장장이의 딸’, ‘피바디 자선 주택’, ‘비정상의 삶’, ‘집 없는 피조물’. 이 제목을 통해서 폴리라는 인물의 어린 시절부터 그가 어떤 비정상의 삶을 살았고… 그러다 끝내는 집이 없이 살게 된 과정까지 나올 거라고 예상을 해보게 됩니다. 이 책에는 표지에 있는, 얼굴이 보이지 않는 여성의 전신 모습이 각 부 앞에도 등장해요. 우리가 알지 못 했던 인물이라는 느낌을 주는데요, 중간중간에는 간간이 사진 자료와 삽화도 등장해서 책의 내용에 대한 이해를 돕습니다. 차분히 4일 동안 1부를 읽으며 같이 이야기 나누면 좋겠습니다.
1-1 처음 등장하는 '대장장이의 딸, 폴리'부터 그녀가 얼마나 죄없는 희생자임이 잘 설명되어 있습니다. 우선 중상층의 여유로운 삶을 살 수도 있었던 폴리가 이렇게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는지, 이 당시 사회에서 여성의 안전망이 얼마나 취약한지 심히 느낄 수 있는 이야기였습니다. 전 '피바디 자선 주택'이라는 사회적 주택 실험이 아주 흥미로웠습니다. 오늘날 우리나라도 점점 주택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데요. 오늘날 서울에서는 낙후한 집조차 구하기가 쉽지 않은데 경기침체로 고용문제와 소득격차는 나날이 커지고 혹시하도 우리나라에서도 화이트 채플같은 곳이 등장하지 않을지 걱정되더라구요. 우리사회에도 '피바디 자선 주택'처럼 주변에 비해서도 높지 않는 가격에 주변보다 살기 좋은 주거시설이 서울이나 수도권(인구밀집지역)제공된다면 그리고 사회적으로 성실하고 도덕적인 분들에게 우선순위를 준다면 어떤 현상이 벌어질지 좀 궁금했습니다. 불륜을 저지른 남편을 참지 못한 폴리가 그렇게 비참한 최후를 맞이할 정도로 나쁜 짓을 저지른 것인가? 그 사회는 도대체 어떤 사회인지 화가 나면서도 의문스럽네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1-1. 여러분은 1부를 어떻게 읽으셨나요? 흥미롭게 느꼈던 부분 자유롭게 나눠주세요.
타임지의 기사부터 19세기 중반의 사료들이 너무 구체적으로 남아있어서 당혹스러울 정도였네요. 디킨스를 비롯한 시대 배경이 되는 소설들을 제대로 읽어보질 않았는데 과연 언제 기회가 될 진 모르겠지만 이번 책을 계기로 나중을 위해 킵해두겠습니다.
1-1. 폴리는 당시 시대가 노동자의 삶이 열악한데 비해 부모의 사랑을 어느정도 받고 자란 것 같아요. 어머니의 죽음 이후 가족의 살림을 담당하는 역할을 했지만 학교도 다니고 아버지와 오빠의 보호 속에서 어느 정도 순탄하게 살았던 것 같아요. 적당히 때가 되어 결혼하게 되어 아버지로부터 벗어나 자기만의 살림을 꾸려나가게 되었고요. 다만 남편의 외도가 이유겠지만 이혼이 허락되지 않는 당시의 상황에서 구빈원으로 제 발로 찾아들어가는 장면은 당찬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저 살아남기 위해 남편의 외도를 묵묵히 참아내는 인생을 거부한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사랑을 배신한 남편을 떠나 독립하려는 폴리의 시도를 사회가 받아주지 않고 도리어 부도덕한 인물로 만들어버린 현실이 답답합니다. 사회가 지켜주지 못하는 곳에서 폴리는 새로운 삶을 살지못했지만 사랑 앞에서는 당당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것을 당시 사회는 외면하고 타락한 여자로 만들었지만 폴리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녀의 당당함을 기억해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1800년대 중후반 영국 사회가 여성에게 있어서 너무도 취약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요. 그래서 폴리 같이 부랑자가 된 사람들이 정말 많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서 주인공 조제가 유일한 가족인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살아가기 위해서 이웃에 사는 변태 남성에게 가슴을 만지게 해주고 쓰레기를 버리게 하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여성은 어딜 가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태가 되면 성적 대상화를 통해 살아갈 수 밖에 없게끔 사회가 돌아간다는 생각이 들어서 매우 씁쓸했어요. 폴리도 그랬던 것 같아서요. 그리고 아이를 여섯이나 낳았는데 바람 핀 남편도 진짜 너무 나쁘더라고요. 폴리가 아이들 기르면서 힘들게 버텨왔는데 결국엔 옆집 여자랑 불륜을 저질러놓고, 자기가 나쁜 사람이 되기 싫어서, 그리고 돈을 주기 싫어서 폴리를 나쁜 사람 만드는 게 너무 싫었어요.
평범한 노동자 계급의 가정에서 자란 여성 폴리의 삶이 왜 이렇게 한 순간에 무너졌는지 조금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시대적으로 이혼할 수도 없고,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도 없고, 여성의 권리도 없는 시대에 살면서 본인이 자녀를 버리고 집을 나가면, 그 후 자신의 삶이 어떻게 될지 몰랐을까요? 좀 더 영리하게 현실을 직시하고 자신을 돌보았더라면...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1부를 읽으면서 화가 나더라구요. 그 시대가 여성들, 특히 이혼한 여성에게 더 가혹한 것을 보면서 숨죽여 울었습니다. 본인에게 흠이 있음을 인정해야만 '공식적인' 별거가 가능했다니... 가정을 벗어난 폴리가 삶을 이어가려고 노력한 기록을 읽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구빈원은 낙인과 굴레 그 이상이 될 수 없는 장소임을 알게 됐어요. 모두가 살인마 잭을 찾느라 분주했지만 어쩌면 이건 사회적 타살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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