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북클럽] 7. <더 파이브> 읽고 기억해요

D-29
사실 이런 역사책들이 어려운 이유는 우리가 이 공간들은 입체적으로 그려내지 못해서라는 생각을 해요. 비교적 우리 역사가 쉬운것 우리가 익숙한 지명과 장소성에 의해서 쉽게 이미지화 가능한데 조금만 공간이 달라져도 어렵죠 그런데 이 책에서 지도와 여러배경을 들을 나눔으로써 그런 부분들을 잘 읽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같습니다. 저는 에필로그 구성이 그런면에서 뛰어나다고 봤고 이 책의 메시지 성이 명확하게 드러나서 좋았습니다.
"그들의 삶은 빅토리아 시대의 다른 수많은 여성과 비슷했지만, 죽음은 너무도 이례적이었다. 나는 그들을 위해 이 책을 썼다. 우리가 이제라도 그들의 이야기를 분명히 들을 수 있기를 바라며, 또한 그들이 목숨과 함께 그토록 잔인하게 빼앗겼던 것들 그들에게 돌려줄 수 있기를 바라며. 그들이 빼앗긴 것은 존엄성이었다.(34p)" 그들이 빼앗긴 것은 존엄성이었다는 마지막 문장이 주는 울림이 크네요. 가십만 좇는 언론 덕분에 가해자의 서사와 변명이 부각되는 동안 피해자는 "죽을만한 행동을 해서 죽은사람"이 되는 현재와 크게 다르지 않은것 같아요. 우연히 피해자가 되지 않을 수 있었던 다수를 안심시키기 위해 피해자에게서 흠을 찾는 건 예나 지금이나 똑같은 듯 합니다. 더 이상 존엄성을 빼앗기는 이들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1887년의 런던은 두 가지 서사로 존재한다. 하나는 너무도 잘 알려져 있고, 다른 하나는 그렇지 않다.
더 파이브 p.17, 핼리 루벤홀드
빛과 어둠,이라는 말이 계속 마음에 남습니다. 같은 시간에 존재하는 서로 다른 서사. 당시 사람들에게는 두려움을 느끼게 하고 언급도 많이 되었지만 역사는 기억에서 지우는 서사. <더 파이브>를 읽으며 지워진 역사를 다시 기억하는 이들이 많이지고, 그들의 존엄성이 조금이라도 살아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우리가 이제라도 그들의 이야기를 분명히 들을 수 있기를 바라며, 또한 그들이 목숨과 함께 그토록 잔인하게 빼앗겼던 것을 그들에게 돌려줄 수 있기를 바라며. 그들이 빼앗긴 것은 존엄성이었다.
더 파이브 p.34, 핼리 루벤홀드
첫 문장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두 가지 서사'. 늘 표면적으로 나와있는 것이 사실인 것 마냥 사람들의 뇌리에 박힙니다. 그래서 인지 새로운 면이 발견되면 더욱 놀라운 것 같습니다.
- 4/수많은 연쇄살인 사건 이야기들은 대체로 어떤 방식으로든 살인범에 대한 매혹을 깔고 있다. 잭더리퍼 사건은 그중에서도 가장 소란스럽게 그리고 아무런 수치심 없이 소비되는 사건이다… 아무도 잭더리퍼가 누군지 몰랐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럴 수록 잭더리퍼는 더 유명해졌다. - 33/잭더리퍼는 매춘부를 골라죽였다 혹은 사람들이 그렇게 믿어왔다. 그러나 다섯 피해자 중 셋은 매춘부였다고 말할 만한 확실한 증거가 전혀 없다. - 34/내가 이 책을 쓴 목적은 살인범을 잡아 그 이름을 밝히려는 것이 아니다.
살인이 계속 일어나면서 뉴스가판대에서 신문이 불티나게 팔리자 기자들이 ‘가짜뉴스’에 혈안되는 모습을 보니 백오십여년전도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은 인간의 모습에 기가 막히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했어요. The fibers that have clung to and defined the shape of Polly, Annie, Elisabeth, Kate, and Mary Jane’s stories are the values of the Victorian world. They are male, authoritarian, and middle class. They were formed at a time when women had no voice, and few rights, and the poor were considered lazy and degenerate: to have been both of these things was one of the worst possible combinations. 저는 동네 전자도서관에서 빌린 영어책으로 읽고 있어서 페이지수를 적는건 별 의미가 없을거 같네요. 위의 문장들이 와닿더라고요. 남성 권위주의/중산층이 이 다섯명의 피해자들에게 드리운 잣대가 현재의 그것과 크게 달라진게 있나 싶기도 했구요.
세상이 기억한 것은 니컬스가 아니라 니컬스를 죽인 범인이었다. 사람들은 그에게 매혹되었고 심지어 음미하듯 그의 이름을 되뇌었다. 시체를 찢어발기는 살인마, ‘잭 더 리퍼’라는 이름을.
더 파이브 p.23, 핼리 루벤홀드
피해자들에 대해서 사람들이 얼마나 무관심했는지, 사건의 잔인성에 더욱 도취되어 피해자들이 더욱 쉽게 잊혀지고 잘못된 정보로 이해되고 받아들여졌다는걸 알 수 있었습니다ㅜ
주말에 여행을 다녀와서 진도가 조금 늦었습니다 :) '들어가며'는 이 책이 어떤 태도를 가지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것 같네요. 특히 당시 언론들의 보도가 사실들을 마구 윤색시켰기에, 저자의 '나는 그러한 자료에는 신중하게 접근했으며 그 안에 쓰인 그 어떤 것도 절대적인 사실로 취급하지 않았다'(p.34)이란 말이 무겁게 다가왔습니다.
두 도시의 이야기는 사실 한 도시의 이야기였습니다. 살인범은 잡지 못했고, 빅토리아 시대의 매춘부로 취급되었지만, 그들은 평범한 여성들이었다는 내용으로 시작되는 책은 실제 이야기가 아닌 인상깊은 소설의 도입부로 느껴져ㅕㅆ습니다.
p29영국의 도덕적인 중산층이 보기에 인간관계의 바탕인 선하고 고결한 본성이 이토록 야만적이고 뼈저린 궁핍 앞에서는 완전히 무너지고 없었다.
이 책에서 나는 다섯 사람의 발자국을 다시 추적하고 그들의 경험을 그 시대의 맥락 안에서 살펴보고 빛과 어둠을 가리지 않고 그들의 행적을 따라가려고 했다.
더 파이브 p.34, 핼리 루벤홀드
화제로 지정된 대화
P-2. ‘잭 더 리퍼’ 와 비슷하게 스타 살인마가 등장하는 사건들은 참 많습니다. 유명한 사건 중에 여러분이 살인마가 아닌 피해자나 사건의 진상에 관해 좀 더 알고 싶은 사건들이 있다면 어떤 게 있나요?
살인 사건도 그렇지만 현재 일어나고 있는 각종 사건, 사고의 진짜 내막이 궁금한 건 많이 있습니다. 어쩌다 우리가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최근 묻지마 살인이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피해자에 대한 장못된 보도는 바로잡아야 되지만, 우리가 피해자에 대해 알려고 하는 것이 유가족들에게는 더 큰 상처가 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질문을 보는 순간 화성연쇄살인사건이 떠올랐어요. 범인이 검거되기 전에도, 후에도 우리는 범인에게만 초점을 맞추며 관심을 가졌는데요, 그냥 피해자들,이 아닌 한 명 한 명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합니다.
P-2. 꽤 지난 일이지만 영화 <살인의 추억>의 실재 사건인 화성연쇄살인이 떠오릅니다. 30년이 지난 후에 진짜 범인이 밝혀졌지만 아직도 의문이 많이 남아있다고 하네요. 범인 이춘재가 죽인 사람이 많다고 하는데 그들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네요. 방송 <알쓸범잡>에서 다룬 이춘재살인사건에서 8차 사건의 범인으로 조작되어 20년간 옥살이를 한 윤여성씨 억울한 이야기는 살인보다 더한 공권력의 잔혹함을 알게 해주었습니다. 이춘재의 살인으로 아직 알려지지 않은 더 많은 피해자가 있다고 하니 세상에 속시원히 밝혀져 억울한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화성연쇄살인 사건이 많이 생각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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