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공범이다"는 구절이 머리속을 맴돌아요. '피해자는 모두 매춘부'라는 말을 의심하지 않고 받아들였던 과거의 자신이 너무 부끄러워요. 침묵하지 않는다는 건, 비열한 폭력에 맞서 싸움을 의미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겠습니다.
[그믐북클럽] 7. <더 파이브> 읽고 기억해요
D-29
독서의흔적
꼰냥
«..이들이 무슨 일을 했든 이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해를 끼칠 자격은, 하물며 이들을 살해할 자격은 그 누구에게도 없습니다. (p.390) » 피해자들은 단지 그 거리에서 가난에 찌들어 고통받다가 길가에서 잠들었고, 그래서 피해자가 됐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뭉뚱그려 창녀라 불리었다. 작가가 이 책을 쓰게 된 계기이자 피해자들을 위한 올바른 정의를 내리고 그들을 변론하기 위한 내용이 이 부분에 압축되어있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한 여자이고 사람이었다.
olivetree
그녀가 살았던 시대의 사람들은 그들을 그저 매춘부라고 여겼지만 이 책 덕분에 이들을 누군가의 어머니로, 아내로, 누이로, 여동생으로, 연인으로 기억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책을 읽고 난 후 이들이 어떤 모습으로 살해되었는지 찾아보았는데 너무 끔찍하더라고요. 가난때문에 자기 조절 능력을 잃고 술에 빠져 살면서 시궁창같은 생활을 선택한 사람들이지만 이렇게 처참하게 살해될 이유는 전혀 없었는데요. 시대가 사람들의 삶을 끔찍하게 몰아간 것이 안타깝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그믐클럽지기
E-2. ‘이 물건들은 어떤 삶의 마지막 흔적이다. 이 단출한 스냅 사진에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소중히 여긴 물건, 불확실한 나날을 헤쳐 나가는 데 쓸모가 있겠다고 여긴 물건이 들어 있다.’ ( ‘어떤 삶의 물건들’ 중에서)
‘어떤 삶의 물건들’에서는 다섯 사람이 남긴 삶의 흔적이 있어요.
나중에 삶을 마무리할 때, 혹시 마지막에 지니고 싶은 물건이 있으신가요? 하나 또는 두 개 정도가 있다면 얘기해주세요.
한낮의휴식
저는 없습니다. 아무런 흔적이 남지 않는 삶이 되길 바래서요
메이플레이
E-2
<더 파이브>에서 그들이 남긴 삶의 물건은 빈곤하고 열악한 삶을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지닌 얼마 안 남은 자존심의 흔적을 아닐까 생각도 들었습니다.
저는 마지막 순간에 가지고 싶은 물건으로 나의 존재감을 보여주는 가족사진을 가지고 있다가 남기고 싶어요. 나의 삶을 있게 한 가족이 누구였는지 마지막까지 기억하고 다른 이들에게도 기억되기 바라네요.
드디어 <더 파이브>를 다 읽었습니다.
다섯 여인의 황망한 죽음은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매춘부’라는 이유로 비난 받던 그들의 삶이 <더 파이브>를 통해 바로 고쳐져 제대로 기억되리라 생각합니다. 잭 더 리퍼는 아직도 누군지 밝혀지지 않은 범죄자건만 영웅시 되어버린 것은 잘못된 것임을 이제라도 정확히 깨닫게 되었습니다.
어떤 누구도 해를 끼칠 자격도, 살해할 자격은 절대로 없는 것이 진리임을 꼭 기억해야겠습니다.
그믐북클럽을 통해 좋은 책으로 좋은 생각의 시간을 가질 수 있어 감사합니다.
메롱이
지니고 있는 잡동사니 물건들이 너무 많아서 삶을 마무리 하기 전에 이들을 어떻게 처리할 수 있을까가 고민입니다. 더 파이브의 안타까운 희생자들처럼 급작스러운 끝이 아니라 여명의 시간이 주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에 지니고 싶은 물건은 없습니다만 죽기 직전에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골격근량이 남아있었으면 좋겠네요.
솔빛
전 사진이요. 가족 사진은 하나 챙기고 싶어요. 썩는다고 하더라도 지니고 싶어요
꼰냥
그들이 이가 빠졌든 아니든 빗을 꼭 가지고 다닌 것을 알 수 있었다. 비록 가난에 찌들어있다하더라도 자신의 머리를 정성스레 빗었을것같아서 빗을 골라보았다. 그리고 손수건.
수북강녕
[ 4부 케이트 ]
4-1. 네 번째 희생자에 이르러 더 큰 슬픔을 느낍니다. 희생자들이 애주가를 넘어서 만취한 주정뱅이들, 몇 푼의 돈이 생겼을 때 그것을 이성적으로 먹을 것과 잠자리에 쓰지 않고 술을 마셔 없애버리는 데 대해 어떤 비난의 잣대도 갖다대지 않는 기술 방식에 안심합니다. 신파처럼 동정이나 연민을 보이는 대신, 상황을 이성적으로 설명하는 것이야말로 희생자들을 가장 이해하고 공감하는 일이며, 지금 이 시대, 영국뿐 아니라 바로 우리가 사는 대한민국에서도 더 이상의 피해자를 막을 수 있는 길이라는 생각이 듭다. 방종이 아니라 자유가 허락되지 않았던 당시의 굴레 속에서 삶과 죽음 모두 희생되었던 케이트를 생각합니다.
4-2. 행상은 끊임없이 떠돌며 살았다. 신나는 모험보다도 위험하고 불편한 일이 훨씬 많았다. 농가에서는 사나운 개나 뿔을 들이미는 소를 피하려다 도랑이나 두엄물에 빠질 위험이 늘 있었다. 추운 겨울에도 헛간에서 밀 부대를 깔고 자거나, 케일밭이나 외양간 한편에서 자야 했다. 파는 물건을 내주고 수프나 양배추를 얻었고 흔히 "하루 종일 걸은 뒤 고기도 빵도 맥주도 먹지 못하고, 이 집 저 집 전전하는" 신세였다. 그러나 행상은 다른 직업에서는 누릴 수 없는 자유를 누렸다. 이들의 삶은 19세기 사람들을 지배하던 관계나 속박과는 무관했고, 거기엔 분명 어떤 낭만이 있었다. 정처 없이 방랑하고, 제 꾀로만 먹고살며,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장소를 찾아다니는 존재인 행상은 가족이나 공동체, 교회, 고용주, 그 누구에게도 빚지지 않았으며, 어떤 이들은 그러한 자유에서 짜릿한 해방감을 맛보았다. p.294-295
이처럼 가정 폭력의 책임을 여자에게 돌리는 경향은 빅토리아 시대 노동자계끕의 전형적인 태도였다. 가정의 규율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폭력이 필요하다는 게 이 사회의 통념이었다. 남자들은 아내의 잘못을 책망하며 뺨을 때리는 데 전혀 가책을 느끼지 않았고, 많은 여자가 그러한 폭력을 '자업자득'으로 받아들였다. 남자는 아내가 거친 언어를 썼다고, 자신의 성적 접근을 거부했다고, 고분고분하지 않다고, 건방지다고, 혹은 가장에게 이의를 제기했다는 등의 갖가지 이유로 심기가 언짢아질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두드러진 원인은 술이었다. 술에 취한 남자가 아내를 때리는 경우도 많았고, 맨 정신인 남자가 술에 취한 아내를 구타하는 경우도 똑같이 많았다. 폭행죄로 법정에 선 남자들은 아내의 상습적인 음주를 구실로 내세워 처벌을 면할 수 있었다. 당시 법학 교과서 <처벌의 원칙들>은 배우자 폭행죄의 "범죄성이 무한대로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즉, 죄질이 무거운 경우에는 구속될 수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사건은, "대체로 정당화될 수 있는 사소한" 일로 여겨졌다. p.318
케이트는 원체 유쾌한 사람, 노래하며 즐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었지만 그의 마음은 상처투성이였을 게 틀림없다. 그는 어둠 속에서 눈을 감고 자신에게 허락된 휴식을 취했다. 닻 없이 표류하는, '거리를 돌아다니는' 모든 사람과 마찬가지로 그는 당장이라도 누군가 나타나 그를 그 자리에서 치우리란 걸 알고 있었다. p.340
4-3. 굴레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를 추구한 것은 잘못이 아니며, 그 때문에 죽임당해도 좋은 구실도 결코 아님을 분명히 이야기하며 추모하고 싶습니다.
수북강녕
[ 5부 메리 제인 켈리 ]
5-1. 실제 매춘부 피해자가 마지막에 등장하면서, 이제까지 읽어왔던 이야기를 바탕으로 메리 제인의 삶을 이해하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여겨집니다. 성적으로 문란하고 방종하여 웃음과 노래뿐 아니라 제 몸을 파는데 거리낌이 없는 못되고 한심하고 더러운 여자들이 아닌 것은 분명하며,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사회적으로 뚜렷한 기준에 따라 정해진 죄를 벌하는 것 외에 그를 때리거나 죽일 권리는 어디에도 없음을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자료를 이미 충분히 제공받았음에 안심합니다. 우리 자신부터도 어렸을 때부터 얼마나 많은 '통념'과 '협박'으로 고통받았던가요. 술을 마시고 늦게까지 돌아다니는 여자는 잠재적 폭행의 대상이어도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다고, 남편에게도 맞고 이혼당할 것이라고, 술을 마시지 않더라도 호탕하고 고분고분하지 않고 정해진 틀을 벗어나 자유를 갈망하고 추구하면 남자에게 의탁하는 삶을 살 수 없다고, 얼마나 많이 주입받고 혼나고 부정당했던가요. 성적 매력이 넘치는 메리 제인을 방에까지 찾아가 살해한 잭 더 리퍼에게 도끼를, 죽은 피해자들을 두 번 죽인 사람들에게 칼날을 겨누고 싶은 마음입니다...
5-2. 랫클리프하이웨이의 저녁 유흥은 물가가 더 비싼 웨스트엔드와 똑같이 술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경험 많은 여자들은 술을 찔끔거리기만 했다. 뱃사람이든 거물이든 상관없이 낯선 손님은 위험했기 때문이다. 처음 만난 남자가 술에 취하면(혹은 취하지 않더라도) 어떻게 돌변할지 미리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운이 좋으면 곯아떨어지겠고, 운이 나쁘면 여자를 인사불성이 될 때까지 때릴 수도 있었다. (중략) 그러나 술은 비참한 삶에서 간단하게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했다. 원치 않게 임신을 하거나 병에 걸릴까 하는 걱정이 술을 마시면 누그러졌다. 신체적으로 불쾌한 남자와 성행위를 할 때의 혐오감도 술을 마시면 줄어들었다. 자괴감과 죄책감, 고통, 폭력이 남긴 외상성 기억이 술을 마시면 잠깐이나마 가라앉았다. 메리 제인에 대해 엘리바제스 펠릭은, 술에 취하지만 않으면 "이보다 훌륭하고 착한 여자가 또 없"지만, "술에 취하면 걸핏하면 쌍욕에 입이 거칠어졌다"고 회고했다. p.370-371
그해 10월, 화이트채플의 모든 사람이 잭 더 리퍼 살인 사건을 이야기하며 두려워하고 있었다. 취약한 여자들이 많이 사는 도싯가와 밀러스코트의 주민들은 특히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메리 제인은 성매매나 노숙밖에 선택지가 없는 지인들에게 피난처를 제공하기로 했다. (중략)
11월 9일 새벽, 메리 제인은 하루를 마치고 잠자리에 들기로 했다. 그는 옷을 하나하나 벗었다. 한때는 눈부셨지만 해지도록 입어서 이제는 빛을 잃은 옷가지. 밑단은 도싯가의 울퉁불퉁한 보도에 쓸려 닳았고, 옷자락은 맥주와 진이 튄 자국으로 얼룩덜룩했다. 메리 제인은 비록 낡은 옷이지만 하나하나를 깔끔하게 개켜 의자 위에 두었다. 깨진 와인잔으로 받친 하나뿐인 양초의 불빝이 가늘어지고 흔들리다가 마침내 꺼졌다. 어둠 속에서 침대에 들어간 메리 제인은 이불로 몸을 포근하게 감싸 밤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했다. p.387
5-3. 젊고 아름다운 여성이었기에, 실제 매춘부였기에, 더 많은 이차 삼차 가해를 당했을 그 상처투성이 삶과 죽음에 고개 숙여 사과와 추모를 드립니다.
수북강녕
E-1. ‘그저 매춘부일 뿐’ & 감사의 말
'집이나 가족이 없는 여자, 술을 많이 마시는 여자, 가난한 여자는 관습이나 규칙에 얽매이지 않고 살아갔다. 사람들은 그런 여자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어떤 장소를 오가는지 몰랐고, 알고 싶어하지도 않았다. (중략)
세상에는 착한 여자와 나쁜 여자가 있다'는 믿음, 즉 성녀와 창녀의 이분법을 영속화하는 주장이다. 세상에는 여자의 행동에 관한 적당한 기준이 있으며 거기서 벗어나는 사람은 처벌받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그런 여자에게 악행을 저지른 남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예의 그 이중잣대를 거듭 내세우는 주장이다. 지금도 이러한 토대는 우리 문화 규범의 씨실과 날실에 정교히 통합되어 있다.'
'매춘부 연쇄살인마'에 대한 문화의 집착을 통해 여성성의 규범을 어긴 여성들에 대한 혐오를 정상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에 일조하며 이미 죽어 묻힌 피해자들의 몸을 밞아 넘어서고 때론 발로 차기까지 한 것을 반성합니다. 1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같은 메아리로 공명하는 갑갑한 현실이지만, 이러한 책을 집필하는 작가와 읽고 나누는 독자가 있음에 감사합니다.
E-2. 삶의 마지막에는 '인생책'을 지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삶이 끝나고 난 후에는 '불확실한 나날을 헤쳐 나가는 데 쓸모가 있었던', 매일 쓴 글과 독후 감상이 담긴 폴더를 남기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지난 여러 날 동안 읽은 이 책 가운데, '그저 매춘부일 뿐'에서는 거의 모든 문장을 필사하였습니다. 삶을 올바르게 바라볼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모든 독서의 기억을 지니고, 남기고 싶네요 ^^
독서의흔적
다섯 사람이 남긴 흔적을 천천히 살피면서 저는 어떤 물건을 지니게 될까, 어떤 물건을 남기게 될까 곰곰히 생각해봤어 요. 현재와 같은 삶을 살아간다면 가장 마지막으로 지니고 있을 물건은 책이 아닐까 싶어요. 개인적인 이야기가 많이 담긴 물건들은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은밀하게 정리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그믐클럽지기
■■■■ 마무리 및 총평 ■■■■
안녕하세요, 10월 1일 일요일입니다.
그믐북클럽 7기의 마지막 이틀이 찾아왔어요.
독서 진도표에 적어두었듯이 이제 내일인 월요일이면 7기 그믐북클럽은 마무리됩니다. 오늘 자정이 지나면 더 이상 글을 남기실 수 없다는 점 알고 계시죠? 책을 읽었지만 아직 답변을 달아주지 못 한 분들이 계시다면 모임이 닫히기 전까지 꼭꼭 글 남겨주셔요. 그동안 계속 답변 남겨주신 분들 중에서도 혹시 놓친 질문이 있다면 오늘까지 살펴보시고, 미처 남기지 못한 답변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더 파이브>를 완독하신 분들, 축하드립니다! 다소 일상이 바쁘셔서, 천천히 책장을 펼친 분들은 모임이 끝나기 전까지, 읽은 부분까지라도 이야기 나눠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모임은 2일 월요일 밤 11시 59분에 끝이 나요!)
7기 함께해 주신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참여하시면서 느꼈던 점들이나 더 나은 북클럽이 되기 위한 제안이 있다면 자유롭게 의견 나눠 주세요, 앞으로의 그믐북클럽 운영에 참고하도록 하겠습니다.
모임이 종료되기 전까지,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글로 남겨 주세요. 마지막으로, 모든 질문에 답을 해주신 멤버분들에게는 이메일로 그믐북클럽 7기 수료증을 전달하여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제시이
삶은 누구에게나 만만치 않지만, 사회가 격변하는 시기에 사회적 약자들은 더 힘들지요, 영국과 유럽에서 여성들이 마녀사냥을 당했던 일도 생각납니다. 얼마나 야만적인 사회였었는지. 산업화, 도시화의 부정적인 면도 연상됩니다. ...........
제시이
지금까지 읽은 책 중 가장 힘들었던 책이었습니다. ......... 영국 사회가 사과를 했었나요? 진심으로 유감을 표명해야 합니다.
바닿늘
5-1.
평소 좋아하는 명언 중에 장 폴 사르트르의
"인생은 B(탄생)과 D(죽음) 사이에 C(선택)"
이 명언이 연상되었습니다. 그녀가 의도적으
로 숨긴 게 더 컸을지, 타의적인 게 더 컸을지
는 정확히 알 수가 없지만.. 그래도 저는 전자
가 컸으리라고 생각됐습니다. 선택하지 않은
방향으로 인생이 흘러갈 때, 누구나 그런 생
각을 할 법 하니까요. (저 역시 그런 생각을
가끔 하곤 합니다..) 흠.. ;;; 뭐라고 표현해야
할 지 모르겠을 정도로 마음이 무겁습니다.
어쩌면 감정이입 해서 느낀 미안함 이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면서.. 비록 아직도
극복하지 못한 우리 인류의 여러 문제들이
존재하고 있지만, 그 시대를 살다 간, 특히
더 어렵게 살다가 간.. 그녀들의 선택과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선택을 비교해본다면..
대부분의 어려움은 사치라고 느껴졌습니다.
그러니.. 현실을 부정하며 징징거리기 보단,
스스로 할 수 있는 걸 더 해야겠다고 또 한번
다짐했습니다..
5-2.
메리 제인이 연인 조지프 바넷에게 들려준 이 이야
기는 조각조각의 스냅사진을 한데 모은 것 그 이상
도 이하도 아니다. 또 다른 지인들은 그에게서 각각
조금씩 다른 이야기를 들었다.(중략) 메리 제인이
런던에 오기까지의 자신의 삶에 대해 이야기한 내
용 중 사실임이 확인된 것은 하나도 없다. 1888년
에 아일랜드의 리머릭과 웨일스 양쪽에서 조사가
이루어졌지만 아무 소득이 없었다. 스코틀랜드 근
위대대에 복무한다는 가족도 찾을 수 없었다. 그가
살해당했다는 소식이 영국 전역과 세계 곳곳에 전
해졌지만, 메리 제인 켈리라는 이름이나 그의 이야
기 어느 한 대목이라도 알아듣고 증인으로 나선 옛
친구나 친척이 한 명도 없었다. 이후 몇십 년이 지
나는 동안 여러 사람이 메리 제인의 실제 역사를
밝히고자 했으나 다들 실패했다.(중략) 그렇다면
여기서 끌어낼 수 있는 유일한 결론은, 메리 제인
켈리의 삶에 관한 이야기와 그 이름까지 전부 가짜
였다는 것이다. 19세기에는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
어 내기가 비교적 쉬웠다. 다른 도시로, 혹은 같은
도시의 다른 구역으로 옮겨가서 이름만 바꾸면 되
었다. p.347~349
메리 제인 켈리에겐 가족에 가장 가까운 사람이었
던 조지프 바넷 마저도 관 속에 누워 있는 그의 진
짜 정체를 끝까지 알지 못했다.(중략) 생전의 메리
제인은 자신이 되고 싶은대로 되었다. 죽어서는 조
지프 바넷이 기억하고 싶은 대로 기억되었다. 황동
관에 새길 이름으로 '마리 자네트 켈리'를, 웨스트
엔드의 주말 밤을 채우던 온갖 흥성거림과 화려함
이 그대로 느껴지는 그 별명을 선택한 것도 바넷이
었다. 화이트채플의 이름 없는 주민이었던 메리 제
인이, 죽어서는 화이트 채플 사람들이 상상하고 싶
은 대로 상상되었다. p. 388
5-3.
비록 많이 늦었지만, 당신이 떠난 뒤 당신에게
가해진 2차 3차 가해가 이제라도 조금이나마
씻겨지길 기대합니다. 힘든 삶을 살다가 가신
당신을 앞으로 기억하겠습니다.
바닿늘
E-1.
그녀들의 삶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 보고 결국 그녀
들의 삶이 단순한 매춘부가 아니었음을 보다 명확
하게 알려줬다고 느꼈습니다. 각각 파트에서도 여
러 번 느꼈지만, 최종 결산 느낌이라 좋았습니다.
그리고 그간 우리가 이뤄온 찬란한 문명 뒤에 어
떠한 아픔들이 가려져 있었는지를 이번 기회를 통
해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그간 저 스스
로 생각 없이 문화를 수용하고 소비하며 유통했었
음을 일부 인지하고 반성도 할 수 있었습니다.
큰 여운이 남는 책입니다. 솔직히 읽으면서 기분
이 자꾸 가라앉음을 느끼기도 했고, 우울감 또한
밀려왔습니다. 그래서 이번 책을 읽은 뒤에는 다
짐을 하나 했습니다. 세월이 더 흘러.. 책도 다시
읽고 이번 활동했던 내용들도 다시 읽으며, 그때
보다 스스로 한 걸음 더 나아갔음을 느낄 수 있었
으면 좋겠으니, 그렇게 살아야겠다고요. 그러려
면 앞으로 더 잘 살아야겠습니다.. 훗날 인생을
돌아보며 후회하지 않도록..
E-2.
나중에 삶을 마무리할 때, 혹시 마지막에 지니고
싶은 물건보다 저는 사람이 더 먼저 떠오르지만..
그래도 질문에 초점을 맞춰서 답을 해보자면..
저는 저 스스로도 동의하고, 저를 아는 주변 사람
들도 상당 부분 동의할 만한 그런 내용의 논픽션
책을 적어도 두 세권 정도 지니고 싶습니다. 원래
도 이러한 생각을 어렴풋하게 지니고 있긴 했으
나, 이번 책을 읽으면서 더 확실해졌습니다. 그러
러면 더 많은 서사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바닿늘
마무리 및 총평.
이번 그믐북클럽7기도 이렇게 무사히 마무리 할
수 있어서 무엇보다 가장 기쁩니다. 이번 7기 책
으로 선정된 <더 파이브>를 읽으면서 중간 중간
감정이 힘들어지기도 했습니다. 제가 속한 인간
종에 대한 회의가 안그래도 최근에 커졌는데...
한 편으로는 그때 그 시절의 영향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분명 그때와 비교했을 때 나아진 부분도
있고, 나아질 여지도 분명하기에 기왕이면 어두
운 면만 보고 절망하기 보단.. 앞으로 바꿀 수 있
다는 희망쪽으로 생각을 전환했습니다.
비록 이 책이 쓰이기까지 130년이 걸렸지만,
앞으로 1300년도 넘게, 우리 인류에게 크나큰
교훈으로 남을 책이라고 저는 믿어 의심치 않습
니다. 그것에 조금이나마 저도 힘을 보탤게요.
북클럽지기님을 포함하여 함께 활동하신 모든
분들, 모두 모두 너무 고생 많으셨습니다.
남은 명절 연휴도 즐겁게 보내시고,
어디선가 또다시 인연이 닿았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그믐클럽지기
마지막날까지 읽고 이야기 나눠주신 분들 모두모두 감사합니다.
여러분과 함께였기에 <더 파이브>의 다섯 희생자 이야기를 더 깊이있게 읽고 나눌 수 있었어요. 더 잘 기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모임이 종료되더라도 이 모임의 글은 계속 남아 있으니까요, 남겨주신 이야기 잘 읽어보겠습니다.
8기도 9일까지 모집 중이니 많이 관심 가져주세요! 언제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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