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북클럽] 7. <더 파이브> 읽고 기억해요

D-29
궁극적으로 다우게이트스쿨이 목표한 학교의 역할 중 하나는, 어린 아이를 공부가 필요한 학생이 아니라 그저 일손으로 취급하는 열악한 일상 환경에서 그들을 분리시키는 것이었다.
더 파이브 p. 275, 핼리 루벤홀드
도망쳐 온 곳이 어디든 똑같았다. 울버햄프턴에서든 버밍엄에서든, 권투 선수의 집에 살든 양철공의 집에 살든 케이트의 일상은 그대로였다. 결혼하기 전까지는 똑같은 일과를 반복할 것이었다. 결혼한 후에는 엄마로서 살아갈 터였다. 그 삶에 기다리고 있는 것은 출산의 고통, 육아의 피로, 걱정, 배고픔, 탈진, 그리고 최후에는 병과 죽음이었다.
더 파이브 291, 핼리 루벤홀드
여자가 문신을 한다는 것은 여성적 순결과 아름다움이라는 사회관념을 비웃고 나아가 그 사람을 남자에 가깝게 만드는 행위였기 때문이다. 문신하는 과정은 불결하고 불쾌했다. 잉크를 묻힌 바늘로 피부를 수없이 찔렸다. 여자가 그런 경험을 원한다는 것은 타고난 섬약함을 버린다는 뜻이자 신께서 주신 외양을 영원히 바꾼다는 뜻이다.
더 파이브 p.312, 핼리 루벤홀드
가족과의 추억이 깃든 물건은 하나도 없었다. 괴 로운 과거를 잊고 주변의 모든 사람을 내칠 생각만 하는 것 같던 그에 게 그 작은 물건들이 뭐라고 속삭였을까? 비웃었을까? 문득문득 맡아 지는 양철 냄새가 울버햄프턴이나 올드홀워크스를, 혹은 아버지를 떠 올리게 하진 않았을까? 케이트는 원체 유쾌한 사람, 노래하며 즐기기 를 좋아하는 사람이었지만 그의 마음은 상처투성이였을 게 틀림없다.
더 파이브 340, 핼리 루벤홀드
가족과의 추억이 깃든 물건은 하나도 없었다. 괴로운 과거를 잊고 주변의 모든 사람을 내친 생각만 하는 것 같던 그에게 그 작은 물건들이 뭐라고 속삭였을까? 비웃었을까? 문득문득 맡아지는 양철 냄새가 울버햄프턴이나 올드홀워크스를, 혹은 아버지를 떠올리게 하진 않았을까? 케이트는 원체 유쾌한 사람, 노래하며 즐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었지만 그의 마음은 상처투성이였을 게 틀림없다.
더 파이브 340p,, 핼리 루벤홀드
화제로 지정된 대화
4-3. 케이트는 당신에게 어떤 사람으로 기억에 남을까요? 케이트를 떠올리며 추모글 한 줄을 쓴다면 어떻게 쓸까요?
비록 노숙인의 삶이라도 케이트의 생애 마지막 몇 년간 존과 하루하루 살았던 시절이.. 그래도 그 이전의 삶에 비하면 더 나은 것처럼 보여 조금은 다행스러웠던, 케이트를 기억합니다.
제 영어이름과 같아서 그런가 중간 장의 표지를 보고 살짝 섬칫했습니다. '유쾌한 사람, 노래하며 즐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겪어야만 했던 인생 역정이 너무 슬픕니다. 나름 그 시대 여자가 받을 수 있는 고등교육을 받았음에도 선택할 수 있는건 공장에서 지독한 화학물에 손을 담그며 일을 해야하는 끝없는 작업 뿐이었고, 친척집이든 형제집이든 어느 곳을 가든 미움을 받을 수 밖에 없었던 것하며, 그나마 사랑이라 선택했던 남자에게서는 가난과 상처만 얻었다는게 안타까웠습니다. 모든 피해자들이 그렇듯 자신의 현실에 괴로워하며 술에 취해 거리를 돌아다녀야만 했던 것도 말이죠.. 그런 환경이었다면 죽음만이 평화를 찾는 해답이었을까 참 슬픈 생각을 해봅니다. 지금이야 내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인생의 향방이 바뀐다고 하지만 그 당시는 그럴 수도 없었겠지요. 저와 이름이 같았던 당신의 죽음을 애도합니다..
불우한 출생, 빅토리아 시대 여성의 억압적이 삶, 불행한 결혼과 이혼, 출산 그리고 음주로 이어지는 개인의 몰락에 관한 기록을 4번째 반복하고 보니 의외로 독서 난이도가 있네요. 누군가의 불행에 관한 서사를 밀착해서 관찰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입니다. 이제 메리 제인만 남았네요.
4-3 케이트는 공장의 반복되는 일에서 벗어나 더 나은 모습을 꿈꾸었을 거예요. 떠돌이 삶이었지만 토마스와 함께한 책장사에서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했죠. 토마스의 이야기를 필사하며 함께 토론하며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순간은 케이트의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을 거에요. 토마스와 함께 만들어낸 이야기 속에서 자신의 재능을 당당히 발휘한 창작가로 기억해주고 싶어요.
너무 힘들었죠? 당신에게 주어진 인생을 다 살지 못하고, 못쓸 일을 당해 삶을 마감한 당신에게 어떤 말이 위로가 될까요? 그곳에서 편안한 쉼을 누리시길....
노래 하고, 글을 쓰며 자유롭게 떠돌던 영혼이 아름다웠던 그녀가 죽음에 이르러 외롭지 않게 저 세상으로 여행을 떠났다.
나는 당신을 희생자가 아니라 전복적인 여성으로 기억하겠습니다.
이젠 마음껏 노래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도 들려주길
노래 부르기를 즐긴 당신, 매 순간 유쾌했던 당신, 모든 감정과 사랑에 충실했던 멋진 당신. 시대가 강요한 관습적인 모습들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삶을 개척해나간 당당한 모습을 늘 기억하겠습니다.
희생자 5명 중에 가장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사람 같아요. 떠돌아다니며 노래하고 어쩔 수 없이 가난하게 살았다기 보다 자유를 위해 가난을 선택한 사람이죠. 자신이 선택한 삶인 만큼 끝까지 행복했으면 좋았을 텐데요.. 언니들과 가족들이 장례식에 찾아와 마지막 가는 길은 덜 외로웠을 거 같아요. 살아있었을 때 조금 더 이해해줬더라면 처참하게 죽음을 맞이하진 않았을거 같네요.
[ 1부 폴리 ] 1-1. '잭 더 리퍼'에게 단 한 줄의 분량도 허용하지 않고 오직 폴리가 걸어온 삶의 궤적을 구체적인 자료를 기반으로 제시함으로써, 삶의 마지막 순간, 흔히 알려진 것처럼 자극적인 드라마의 예정된 주인공으로서가 아니라, 시대적 배경과 사회적 제도에 기인한 불운한 사람이 맞이한 사건을 뚜렷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1-2. 1880년 당시 여자는 남편의 간통만으로는 이혼을 요구할 수 없었다. 남자는 아내의 간통을 이유로 이혼할 수 있었던 반면에, 여자는 남편이 간통 말고도 근친상간이나 강간, 배우자 폭행 같은 다른 범죄도 저질렀음을 입증해야 했다. 이는 빅토리아 시대의 이중잣대가 법으로 성문화된 것으로, 바꿔 말하면 남자는 하인을 강간하거나 여자 형제와 성교하거나 아내를 너무 심하게 때리지만 않으면 몇 번이고 혼외 관계를 맺을 수 있었다. 그러니 설령 폴리가 윌리엄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재력이 있었고 그가 로제타와 불륜 관계였음을 입증할 증거를 제대로 모았다손 치더라도, 그에겐 이혼을 청구할 법적 근거가 없었다. 그러므로 결혼 생활을 청산하길 원하는 노동자계급 여성 대다수가 선택할 수 있었던 유일한 절차는 '자신이 남편에게 버림받았음'을 입증하여 일종의 비공식 별거를 인정받는 것이었다. 가정에 머무르는 것이 여자의 의무였다면 여자를 부양할 책임은 법적으로 남편에게 있었다. 부부가 한집에 사느냐 아니냐는 관계없었다. 신체 장애가 없는 남자가 아내를 부양하지 않는 경우, 구빈법위원회가 그 비용을 받아 내러 나섰다. 오직 이 규칙만이 노동자계급 여성의 아군이었다. 그러나 구빈원은 가정 파탄의 수단이 되는 것을 경계해, 남편에게 '유기'를 당했다고 주장하며 구빈원을 찾아오는 여자들을 의심하도록 교육받았다. 따라서 여자에게 동정받을 자격을 주기에 앞서, 사정을 철저히 조사하라는 것이 구빈원의 권고였다. p.70-71 폴리가 이 가운데 어떤 일을 했든 간에 그런 삶은 너무나 공허했을 것이다. 가족이나 남편이 없는 여자는 이해받기는커녕 깊은 의심의 대상이 되는 시대였기 때문이다. 남자와 여자에겐 각각 분명히 정해진 역할이 있었다. 여자의 삶은 남자가 지도하고 지배해야 하며 삶의 의미 또한 남자가 부여한다는 믿음이 모든 여자에게 주입되었다. 빅토리아 시대에는 설령 세탁부나 청소부로 일하며 혼자 살아갈 능력이 있더라도, 아니 어느 계급에 속하든 상관없이, 여자가 아이를 낳아 길러야 할 나이에 독신으로 사는 것은 그야말로 이단 행위로 여겨졌다. 사람들은 남편 없는 여자를 조금도 신뢰하지 않았다. 그런 여자는 어떠한 보호책도 없이 다른 남자들의 책략이나 폭력에 노출되는 것이 당연했고, 그런 여자의 삶에 의미는 없었다. 한편 아내 없는 남자에겐 현실적 필요와 성적 욕구를 채워 줄 사람이 필요했다. 그러므로 헤어진 폴리와 윌리엄은 모두 하루빨리 새로운 상대를 찾으려 했을 것이다. 그러나 남편은 해도 되었던 일들이 아내에겐 불법이었다. p.75 1-3. 홀로 설 능력이 있고 그것을 선택하는 여성들이 '남편'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세상, 그러기 위해 홀로 설 능력을 키우는 것을 방해하는 요소들을 제거해 나가는 세상을 만드는 데 동참함으로써 함께 추모하겠습니다
[ 2부 애니 ] 2-1. 어두운 밤거리, 술에 취해 정신 못 차리고 걸어가는 여성은 '헤픈 여자'로 치부됩니다 그렇지 않더라도 최소한, '잠재적 성폭행 피해자'로 우려됩니다 남편이 없는 여자, 남자친구가 없는 여자, 결혼 생각이 없어 보이는 여자는 (노력하나 되지 않을 경우) 동정과 연민의 대상, (별 생각 없이 홀로 지내려는 경우) 한심하고 대책 없음을 비난받는 대상이 됩니다 책을 읽으며 내내 '폴리 니컬스' '애니 채프먼'으로 불릴 수밖에 없는 이들의 '이름'이 거슬렸습니다 결국 남편, 남자에게 '이름부터' 소속되어 있음은 지금까지도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에서 극복하지 못한 불평등이며, 아이가 남편의 성을 따르는 우리나라 역시 불평등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폴리와 애니는 남자들로부터 '부양'받으며 그 이름을 유지하고 그들을 봉양했지요 이 부분 때문에 남성들 역시 봉양의 의무를 지느라 고통받는 한편, 봉양하는데도 (치우친)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느냐며 볼멘 소리를 냅니다 그렇다면 '부양받지' 못하는/않는 경우, 자유로움을 택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남자의 봉양을 거부하고 홀로 설 수 있는 현대의 많은 여성마저도 자유롭지 못한 것은 여전합니다 2-2. 빅토리아 시대는 '망가진 여자'와 '타락한 여자'를 구분하지 않았다. 본인의 나약한 정신력 때문에 남편과 헤어지고 가정을 잃은 여자는 혼외정사를 저지른 여자 못지않게 혐오스러운 존재로 여겨졌다. 술에 취해 소란을 피우는, 사람들 앞에서 스스로 망신을 사는, 외양에 전혀 신경 쓰지 않는, 품위 있는 가정에 속하지 않거나 자신의 품행을 통제해 줄 남편 또는 가족이 없는 여자는 매춘부만큼 타락한 여자였다. 그 둘은 하나가 되었다. 즉, 그들은 똑같이 사회에서 쫓겨난 여자였다. 폴리 니컬스가 그랬듯이 애니는 법적으로는 아직 남편이 있었지만 독신 여성이라는 난처한 입장에서 벗어나려면 다른 남자와 동맹을 맺어야만 했다. 스스로 바랐든 바라지 않았든 애니는 사회가 정해 놓은 '간통죄'를 저지를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그러나 어차피 '타락한 여자'가 된 이상 애니에게 그런 낙인은 무의미했다. p.168 19세기 기준에서는 애니가 '망가진 여자'이자 '타락한 여자'였지만 그는 매춘부는 아니었다. 폴리 니컬스가 살해당하기 약 1년 전인 1887년 7월 19일 런던경찰청장 찰스 워런은 다음과 같은 명령을 공포했다. '여성이 스스로를 상습 매춘부라고 칭하거나 해당 혐의로 유죄 선고를 받은 적이 없는 한, 경찰은 그 어떤 여성도 상습 매춘부라고 불러서는 안 된다." 또한 경관은 "본인 생각으로는 완벽하게 확실하더라도" 그 사실을 입증할 증인과 증거가 없는 한 "그 어떤 특정 여성도 상습 매춘부로 단정해서는 안"되었다. 폴리 니컬스의 경우에도, 애니 채프먼의 경우에도 그들이 성매매를 했다거나 스스로를 매춘부라고 칭했다고 말할 수 있는 확실한 증거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잭 더 리퍼 피해자의 공상화된 이미지들에서는 애니가 가슴이 드러나는 웃옷을 입고 뺨을 붉게 화장한 채 가스등 아래에서 유혹적인 눈빛을 던지며 "길거리 호객"을 한 것으로 그려졌지만, 이는 거짓이다. 애니는 매음굴에 들어간 적도, 포주를 위해 일한 적도 없다. 성매매를 하거나 최소한 경고라도 받았다는 증거 또한 전혀 없다. (중략) 언론은 이 가설에 문제를 제기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폴리 니컬스의 사인 심문이 한참 진행되는 와중에 애니 채프먼이 살해당하자 언론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두 사건을 하나로 엮었다. 몇 주 간격으로 벌어진 두 건의 유사한 살인 사건에 언론은 미친 듯이 열광했다. p.177 2-3. 잘못한 만큼, 잘못한 내용에 대해 공정하게 평가받는 세상을 만드는 데 동참함으로써 함께 추모하겠습니다
[ 3부 엘리자베스 ] 3-1. '악인의 서사'를 알아보기 이전에 '피해자의 서사'를 살펴봐야 함을 생각합니다 세번째 피해자에서 처음으로 정식 '성매매' 여성이 등장했지만, 그가 왜 성매매의 길로 들어섰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롯한 성매매 여성만은 아니었음을, 책에서는 차분히 짚어주고 있습니다 독자로서, 불운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순서대로 접하고 이해하며, '설사 성매매 여성이었다 할지라도 살해당하는데 정당성을 부여하거나 그를 탓할 수 없지 않은가'에 대한 의식의 흐름이 차곡히 쌓입니다 남녀간 성관계에서 매독을 옮긴다면 보균자는 양쪽 다이며, 성문란의 책임을 묻는다면 이 또한 양쪽 다에 해당되어야 할 것입니다 불륜에 있어서도, 중혼에 있어서도, 남성은 그저 남성미 넘치거나 여성에게 유혹당했거나 운이 없었던 것 중 하나로 정리되는 반면, 여성은 문란 그 자체로 비난받는 것은 빅토리아 시대뿐 아니라, 수많은 처첩을 거느린 왕과 귀족이 용인받았던 조선 시대뿐 아니라, (아들을 못 낳거나 성적 매력이 덜한 조강지처 외) 공공연히 '세컨드'라는 이름의 작은어머니를 두고 있는 경우가 드물지 않았던 우리 할아버지 세대나, 어쩌면 21세기 지금까지도 완전히 극복되지 못한 문제인 것 같습니다 3-2. 나이를 불문하고 많은 남자가 자신의 습관을 속속들이 아는, 때에 따라선 자기 침대를 정리하고 자기 옷을 빨고 자기 목욕물을 채우기까지 하는 젊은 가정부와 성적으로 밀통했다. 고용주나 그의 아들, 사촌, 친구, 부친 같은 남자가 주위에 아두모 없을 때 강요로, 완력으로, 또는 서로 원해서 여성 하인과 관계를 맺을 기회는 결코 부족하지 않았다. 고용살이는 젊은 노동자계급 여성이 인격을 수양할 수 있는 경험으로 여겨졌지만, 주인집의 남자와 성적으로 얽힐 때는 그러한 효과가 상쇄되기 십상이었다. 혼외 관계는 여자가 결국 성매매를 시작하게 되는 요인으로 자주 지목되었다. "약사나 의사의 가정부는 주인의 조수에게 유혹당할 수 있었다. 여인숙에서 일하는 가정부는 학생이나 외판원, 관리에게... 호텔 종업원은 단골손님에게 유혹당할 수 있었다. 젊은 사무원은 부모님이 고용한 젊은 여자 하인을 유혹할 수 있었다." 이런 관계에서 남자는 흔히 여자에게 자신이 생활을 책임지겠다고 약속했고, 실제로 많은 이들이 본인의 재력에 따라 단칸방이든 집 한 채든 정부에게 거처를 마련해 주었다. 어떤 관계는 수년, 길게는 평생 이어졌지만 몇 주나 몇 달 안에 헤어지는 커플이 더 많았다. 19세기의 이중잣대 때문에 남자는 혼외관계를 쉽게 정리할 수 있었던 반면, 여자는 흔히 삶이 망가져 울고 흐느끼며 뒷일을 감당해야 했다. 자신의 욕망을 채우며 한 여자의 인생길을 바꾸어 버린 남자의 이름을 엘리자베스는 평생 함구했다. (중략) 정부가 된 여자들은 남자의 성을 취하고 체면상 아내의 행세를 하며 관계의 실상을 숨기는 일이 많았다. 그것은 그저 지주와 이웃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법의 심판과 경찰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었다. 1864년까지도 혼외정사와 사생아 임신이 처벌 가능한 위법행위였기 때문이다. 이는 성매매 여성뿐 아니라 말할 수 없는 비밀을 안고 살아가는 모든 여자를 위태롭게 했다. p.204-205 사는 동안 엘리자베스는 여러 사람에게 다양한 의미로 존재했다. 그는 어둡기도 했고 밝기도 했다. 누군가에겐 골칫덩이였지만 누군가에겐 위로가 되었다. 그는 딸이었고 아내였고 자매였고 정부였고 청소부였고 커피하우스 주인이었고 하인이었고 외국인이었고 때때로 성판매자였다. 그러나 경찰과 언론의 눈에 그는 또 한 명의 피해자일 뿐이었다. 화이트채플 여인숙에 사는 '불우한' 여자, 술에 찌들고 타락하고 망가진 늙은 여자. 그들은 엘리자베스의 죽음을 안타까운 피해로 묘사했지만 대단한 상실로는 여기지 않았다. 지면에 활자화된 이 태도는 그대로 고정되어 오늘날까지 거의 고스란히 남았다. 이러한 초상에 반대하는 목소리, 더 온전한 그림을 그리려는 시도는 없었다. 그 누구도 스웨덴에 있는 엘리자베스의 가족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지 않았다. 그 어떤 기자도 엘리자베스의 인척을 찾아가지 않았고, 그의 과거를 제대로 알아보려 하지 않았다. 하이드파크의 그 신스, 가위가의 본드 부인, 또는 포플러 커피하우스의 손님을 취재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엘리자베스 스트라이드를 정말로 알 수 있는 기회는 그렇게 살인자와 함께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p.253-254 3-3. 스스로 말할 수 없었던, 거짓을 지어냈던 삶을 이해하기 위해, 그 속내를 알아보고, 알리고, 함께 읽는 모임에서 더불어 추모하겠습니다
3-1. 해당 내용을 읽으면서 삶의 의미에 대해 생각 해봤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원피스>에서 닥터 히루루크는 "사람이 진짜 죽는 때는,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질 때다." 이런 뉘앙스의 말을 했습니다. 정말 좋아해서 자주 인용하는 말인데요. 엘리자베스의 실제 삶에서 어땠는지는 모르겠으나, 책에 나와있 는 정보만을 놓고 봤을 때.. 결과적으로 정말 외로운 삶을 살다가 갔다는 생각이 듭니다. 최근에서야 갖게 된 생각이고 조금씩 실천중 인 것 중에, 제 삶의 기록을 되도록 많이 남기 자는 생각이 있습니다. 대단한 업적까지는 아 니어도, 내가 이 세상에 살았음을 얼만큼 남기 는지가.. 그 사람이 얼만큼 오래 살 수 있는지 를 결정하는 잣대가 된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그녀가 남긴 외로움을 느끼고 나니, 더욱 이 생각에 확신이 생겼습니다. 3-2․ 그날 엘리자베스가 정확히 어디에 가서 누구와 있 었는지는, 다섯 피해자의 죽음을 둘러싼 여러 미스 터리 중에서도 가장 난해한 수수께끼이다. 엘리자 베스가 자신의 현재와 과거의 삶에 대해 그 누구에 게도 자세히 이야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날 저녁 그가 무슨 일을 했을지 짐작하기가 불가능하다. 사인 심문에서도 엘리자베스가 키드니 외에 다른 남자 또는 여러 남자를 만났다고 주장할 수 있는 증인은 아무도 없었다. 엘리자베스의 특징적인 습 관에 대해서, 그가 평소 즐겨 찾던 장소에 대해서, 그가 자주 만나던 사람에 대해서, 혹은 그런 사람이 있긴 있었는지에 대해서조차 아무도 진술하지 못했 다. 그가 죽은 뒤 그는 더더욱 알 수 없는 사람이 되 었다. 그를 안다고 주장할 수 있는 사람이 실로 단 한 명도 없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엘리자베스는 일 이 바로 이렇게 되길 바랐는지도 모른다. 그날 밤 엘리자베스의 행동과 관련하여 우리에게 알려진 정보 가운데 증명 가능한 사실은 겨우 몇 가지뿐이다. 부검 보고서에 따르면 그는 어디선가 감자와 빵, 치즈를 먹었다. 술도 몇 잔 마신 것이 거의 확실하다. 그는 어느 시점엔가 코르사주 장 식 또는 꽃다발을 손에 넣었다. 장미 한 송이와 공작고사리를 하나로 묶은 것을 그가, 또는 다른 누군가가 그의 웃옷에 달았다. 입안을 상쾌하게 하는 허브 사탕도 가지고 있었다. 이것은 누군가 사준 것일 수도 있고 그가 직접 샀을 수도 있다. 짐작건대 엘리자베스는 사람들을 만나 어울리려 고, 또는 약속한 누군가를 만나려고 외출했을 것 이다. 아니면 약속은 없이 손님을 구하러 나간 것 일 수도 있고, 장기적으로 만날 파트너를 구하러 나간 것일 수도 있고, 둘 다일 수도 있다. p.249~250 3-3. 저에게 외로운 죽음과 기록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금 일깨워준 고마운 사람으로 기억될 것 같아요. 당신의 삶은 비록 외로웠을지라도, 당신의 이야기 가 남아 우리에게 와닿은 걸 보니... 당신의 삶은 그것으로 또다른 가치가 추가로 부여되었다고 생 각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은 많은 사람들에게 외로움과 기록의 가치에 대해 알려주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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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증정] 미술을 보는 다양한 방법, <그림을 삼킨 개>를 작가와 함께 읽어요.[책 증정] <자화상 내 마음을 그리다> 읽고 나누는 Beyond Bookclub 6기 [웅진지식북클럽] 1.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함께 읽어요[책증정] 《저주받은 미술관》을 함께 읽으실 분들을 모집합니다🖤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지금 읽기 좋은 뇌과학 책 by 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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