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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강릉의 다정다감한 북클럽] ①당신은 제법 쓸 만한 사람 *저자와 함께 읽기
D-29
화제로 지정된 대화
당신의강릉
한사서
어떤 책을 읽을까, '독(獨)서' 말고 '함께' 읽다, 는 고민으로 책을 고르다 이 곳에 닿았습니다.
그래서 읽게 된 이번 책 『당신은 제법 쓸 만한 사람』은 작가님의 전작(『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을 읽었던 제겐 그 결(?)이 살짝 다른 글쓰기 에세이라 조금 놀랐습니다. 그치만 다 읽고 나니 저의 놀람은 감탄으로 바뀌었습니다.
출간한 책의 시간대로 작가님은 계속 쓰고 있는, 쓸 만한 사람으로 단단해지신 듯 싶었습니다. 글쓰기도 좋아하고 에세이는 안 읽고 싶은데 읽고 있는(대체 왜그럴까요) 저의 요즘 독서 상황에 잘 맞은 책이었습니다.
책 속에서 언급되는 작가들에 내적 반가움이 무척 컸습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가를 작가님도 같은 시선으로 바라보신다는 점에서 괜한 내적 친밀감도 높아졌고요. 책에서 더 전하지 못한 '요즘 작가 또는 요즘 소설'이 더 있으실까요? 궁금합니다.
책은 9/9(토) 완독했습니다.
당신의강릉
안녕하세요 한사서님. 저의 책을 읽고 이 모임의 첫 번째 서평을 남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책은 사실 특별하지는 않습니다. 저의 글쓰기에 대한 자전적 서사입니다. 그러나 한 가지 보이고 싶은 게 있다면, 글을 쓰는 한 사람으로 조금 더 단단해졌다는 것이었습니다. 작가 말고 사람으로서요. 좋은 작가가 되는 일보다 좋은 사람이 되는 일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런 마음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책에 제가 좋아하는 작가들이 언급됩니다. 한 사람 추천하자면 조기현 작가입니다. 좋은 작가이기 이전에 좋은 사람이라 생각하는 젊은 작가입니다. 아빠의 아빠가 되었다, 라는 책을 읽어보셔도 좋겠습니다.
완독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토요일
저도 조기현 작가님의 <아빠의 아빠가 되었다> 무척 감동적으로 읽었어요. 저도 돌봄하던 상황이라 더 그랬을지도 모르지만… 이후에 쓰신 책들도 챙겨봐야겠네요^^
당신의강릉
감사합니다. 조기현 작가와 함께하는 행사 때 서점에서 뵐 수 있으면 너무 좋겠네요 :)
토요일
저도 주말을 맞아 다 읽었습니다!
사실 저는 작가님 책이 처음입니다. 몇 가지 화제가 된 사건들은 알고 있었지만요.(예전에 <에픽>1호에 실렸던 글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책이 딱히 끌리지는 않았지만(^^) 모임에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조금 생겨서 '당신의 강릉' 인스타그램을 기웃거리다가 아이스버킷 챌린지 하시는 모습을 보고 신청 버튼을 탁! 눌렀어요.
책을 읽으면서 재밌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책 마케팅을 이렇게 잘하시다니! 글쓰기에 관한 책이라기보다는 작가님의 삶에 관한 이야기로 읽혔고, (책에 담긴 모습은) '다정다감한'이라는 형용사와 정말 잘 어울려요. 저와는 결이 참 다른데... 작가님 결과 맞추어 나도 다정다감해지고 싶다는 소망이 생겼습니다. 안경점 이야기에서는 저도 같이 울컥했네요.
질문은 두 개인데요.
1. 글쓰기 모임(계)을 할 때 모르는 사람과 함께하는 게 낫다고 하셨는데(아는 사람은 좋은 말만 해주니까), 글쓰기 관련해서 서로에게 피드백을 해줄 때 다정함과 냉정함을 함께 담을 수 있을까요?
2. 플랫폼 노동을 잘 활용하시는 것 같은데, 플랫폼 노동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해요. '어떻게'라는 말이 너무 막연하지만... 예를 들면, 앱을 켤 때의 느낌이 어떤지, 아니면 작가가 연재처나 책 내줄 곳을 찾는 것과 플랫폼 노동자로서 일감 찾는 것과 다를지, 아니면 또 다른 생각, 아무거나 괜찮습니다.
다른 분들은 또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실지 기대하고 있을게요.
한사서
안녕하세요, 토요일님! 쓰신 질문 중 첫번째 내용은 저도 너무 공감하고 또 궁금했던 부분이기도 해서 댓글 달아봅니다:) 제가 (관리자 역할로만)진행하고 있는 글쓰기 프로그램을 보면 강사님이 수강생분들에게 서로의 글을 읽고 칭찬'만' 하시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듬뿍 칭찬 샤워를 받고 난 후에 토요일님이 말씀하신 냉정함은 강사님만 언급해주셨습니다. 서로에게 피드백해 줄 때 냉정함 쪽으로 치우쳐지지 않게 해주시려는 배려가 아니였을까, 싶기도 했어요!
당신의강릉
서로는 다정하게, 냉정해야 할 부분은 최대한 다정한 방식으로 그 모임의 운영자(작가)가. 중요한 원칙이라고 저도 생각합니다 :)
당신의강릉
안녕하세요 토요일님. 저의 책을 읽고 서평을 남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
에픽에 실린 소설을 읽으셨군요. 그 역시 자전적 서사+주변 대학원생들의 실제 이야기이긴 했습니다. 즐겁게 썼습니다.
몇 년 전엔 강의를 다니며 열심히 책을 소개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팔았습니다. 강의가 끝나고 나면 서명본을 받고픈 분들이 수십 권씩 책을 예약해 주기도 했습니다. 요즘은 그런 말을 줄이고 대신 사전에 참가자들께 책을 구입해 줄 수 있는지 묻습니다. 도서구입비가 있는 기관들은 사전에 구매해 주시기도 하더라고요. 다정다감이란 말과는 거리가 있는 이야기 같기도 하지만, 그래도 제 책을 좀 더 여러 사람이 읽으면 좋겠다는 마음과, 그래도 몇 쇄를 더 찍어야 나의 편집자도 직장에서 어깨를 펴지 않겠나, 하는 마음이 함께합니다. 인세야 이러나저러나 많지 않기는 하고요.
1. 글쓰기 모임에서는 다정함이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좋은 것을 좋게 말하려는 마음, 그리고 아쉬운 것도 좋게 말하려 노력하는 마음. 그러나 듣는 사람이 그러한 말들을 잘 수용하려는 태도를 가지는 것도 중요하고요. 그래서 모임을 운영하는 사람이 조금 더 개선해야 할 피드백을 말해주고 다른 사람들은 좋은 점에 대해서만 말하는 글쓰기 모임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2. 공개 플랫폼에서의 노동은 그 안에서의 사람들을 평등하게 만듭니다. 짬짬이 이루어지던 일들이 적어도 그 안에서는 어떤 룰을 가지게 되니까요. 그러나 독점 플랫폼은 필연적으로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나아가는 일이 많습니다. 수수료를 올리고, 그 안에서 등급을 만들어 여러 정보 비대칭의 상황을 만들기도 하고요. 그래서 플랫폼이 하나만 있으면 안 되고 서로를 견제할 플랫폼들이 여러 개 있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환경을 위해 소비자도 노력해야 하고요.
저는 요즘 탁송 플랫폼을 3개 이용합니다. 이동해야 할 곳이 있으면 KTX나 고속버스앱보다 탁송앱을 켜고 이동지까지 가는 탁송콜이 있는지를 찾습니다. 있으면 참 좋고, 없으면 한두 시간 정도 열심히 오가는 콜을 봅니다. 게임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낚시를 하는 것 같기도 한데, 내 삶이 이렇게 연동된다는 게 즐겁고 신기하기도 합니다.
고맙습니다 :)
토요일
정성스러운 답변 고맙습니다:) “좋게 말하려는 노력”에 별표해 봅니다. 낚시라는 말도 재미있어요. 온라인으로 연결된 다는 일은 참 신기하네요. 그믐도 그렇고요.
아리사김
완독 후 재독하고 서평을 남겨봅니다~!
따스함, 온기, 선함, 존경'이란 키워드가 떠오르는 김민섭 작가의 신작 <당신은 제법 쓸 만한 사람>이 출간되었다. 평소 작가의 미담을 들어본 사람이라면 환호할만한 작품이고, 작가를 처음 알게 된 사람이라도 제목에서 풍겨오는 다정하고 따뜻한 토닥임은 이 책을 '제법 읽어 볼 만한 책'으로 느끼게 할 것이다.
작가를 꿈꿔본 사람이나 글을 쓰는 삶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작가 생활의 모든 것'을 진솔하게 풀어낸 이 책을 외면하기 어렵다. 작가의 첫 글이 평범한 고등학생의 기록이었던 것을 통해 우리가 경험한 또는 경험하고 있을(?) 학창시절의 에피소드가 글감으로 떠오르게 되고, 작가와의 만남을 할 때 학생들이 가장 많이 물어보는 '직업으로서의 작가가 겪는 현실적인 한계점'에 대한 답변도 찾아 읽으며, 꿈을 꾸되 현실적인 안전장치도 생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작가가 된다는 건 스스로에게도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함을 자각하게 만들어주는 일이다.'(9쪽)
이 말은 작가 지망생인 제자의 고민을 알게 되었을 때로 되돌아가서 꼭 전해주고 싶은 말이 되었다. 어느 부모든 청소년 자녀가 작가를 꿈꾼다고 할 때 흔쾌히 응원해주긴 힘들 것이다. 그 제자도 그랬다. 미래를 생각하라고, 아직 꿈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한다고 핀잔주는 부모님때문에 힘들어했다. 그러나 작가의 이 말처럼 좋은 사람으로 살아가기 위한 시작으로 글쓰기를 선택한 것이라고 설득할 수 있다면, 이 얼마나 귀한 일일까?
김민섭 작가 역시, 힘들고 고된 삶을 살아왔다. 아마 다 공감하기 어려울만한 경험들이라 감히 공감한다고 말하기는 부끄럽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쓰기를 멈추지 않음으로써 그는 선한 영향력을 전파하며 사람들에게 글과 책으로 행복감을 느끼게 하고 있다.
그렇기에 이 책을 통해 우리 삶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이야기가 글로 다듬어져서 한 권의 책으로 탄생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용기를 가져보는 건 어떨까? 그 길에 분명 김민섭 작가의 아름다운 동행이 있을 것이라 믿는다.
당신의강릉
'동행'이라 해 주신 부분이 참 좋아요. 글을 쓰고 책으로 남기는 이유는 좋은 사람이 되고픈 나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책을 읽고 같은 길을 나아올 사람들을 위해서이기도 해요. 자신의 삶의 방향을 알고 걸어가는 사람에게서는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그를 바라보는 사람들은 그가 어디로 나아갈까 호기심을 가집니다. 그리고 결국 같은 방향을 걷는 결이 같은 사람이라는 확신이 들게 되면, 언젠가는 같은 길에서 서로 만나게 되는 것이고, 그걸 동행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는 요즘입니다. :)
아리사김
[질문]
결국 작가란 어느 한 책으로 성공하고 이정표를 세운 사람이 아니라 '계속 쓰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48쪽)
라는 부분에서 질문이 생겼어요.
☆매일 써야 하는 글을 작가님도 글이 막힌다면,, 어떻게 극복하고 또 쓸 수 있게 되시나요? 물론 글감을 찾기 위해 경험도 하고, 책도 읽고, 산책 등등의 방법이 있겠지만, 정말 글쓰는 것 자체에 대한 슬럼프가 올 때 말이죠...
당신의강릉
맞아요. 슬럼프라는 건 어느 일을 하든 찾아오는 듯합니다. 그러나 계속 쓰기 위해 해야 할 일이란, 결국 나로서 사유하기를 멈추지 않는 데서 온다고 믿습니다. 열심히 살아가는 몸은 종종 사유하는 주체로서의 나를 잊게 만듭니다. 몸의 고단함 그 자체로 오늘 괜찮은 하루였다고 믿게 되기도 하고요. 저도 열심히 사는 게 잘 사는 일이라 믿고 열심히 몸을 쓰며 일하기도 하지만 그러면 오히려 쓸 게 없는 하루가 되기도 합니다. 질문하는 사람으로 살아갈 때, 스스로 선택하는 사람으로 살아갈 때, 어떤 현상을 나로서 바라보고 사유하는 사람으로 살아갈 때, 우리는 계속 쓰는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사실 글이 잘 안 써진다고 좀 오래 쉬다 보면... 이러면 안 되지 싶어 또 쓰게 되더라고요. ㅎㅎ :)
손사장
청년 김민섭 유니버스의 완성!!
중년의 김민섭이 보여줄 다정다감한 세상도 기대합니다!!!
우연한 기회에 엉겁결에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독립출판이지만, 진짜 책으로 만들어진다고 하니 창피는 면하고자 하는 마음에 수십 번의 퇴고를 했습니다.
막상 책이 나오고 나니 극소수의 지인들만이 몇권 사줄 뿐, 완벽한 타인에게는 전혀 팔리지가 않았습니다.
조금이라도 팔아보고자 그나마 좀 인기가 있다는 독립서적들을 여러권 읽어보았습니다.
그제서야 책을 내는 사람들은 정말로 진심을 다해 글을 쓰는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평소 애정하는 김민섭 작가님의 신작이 출간되어, "당신은 제법 쓸만한 사람"을 읽었습니다.
저의 조악한 글에 오염되었던 두 눈이 프롤로그를 읽는 것만으로도 정화되는 듯한 기분을 느꼈습니다.
얼마전 책을 쓰고 출간한 저에게 이 책은 마치 김민섭 작가님이 직접 건네는 말처럼 들렸습니다.
그의 말마따나 좋은 사람이자 좋은 어른으로서의 삶을 살았기에 쓸 수 있었던 건 아니지만,
적어도 쓰는 내내 타인의 '눈치"를 보며 스스로를 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김민섭 작가는 눈치를 본다는 것이 타인을 배려하고 상상하는 것이라고 에둘러 표현하기도 합니다.)
책에는 기억하고 싶은 좋은 문장이 매우 많습니다.
만일, 제가 한다면 꼰대의 잔소리가 될 법한 이야기도,
그의 강의를 듣거나 그가 출연한 몇몇 방송을 한번이라도 봤다면
알 수 있는 특유의 비음섞인 나긋나긋한 말투의,
마치 음성지원이 되는 듯한 김민섭 작가의 글을 읽으면,
저도 모르게 밑줄을 치며 공감하게 됩니다.
아마 그건 글을 잘 쓰고 못 쓰고의 문제를 넘어선,
삶을 대하는 태도와 그것을 실천하며 우리에게 보여주는
그의 생활 때문일 것입니다.
p199
사는 동안 일정 강도 이상의 육체노동을 반드시 하고 싶다.
나처럼 부족한 사람은 그래야 겸손해지고 타인의 처지를 돌아보게 된다.
대리운전이란 직업을 통해 제 삶의 주체가 되지 못하고 대리인으로 살아가는
우리의 현실에 물음표를 던져준 "대리사회"의 작가답게
강연을 위해 대중교통이나 자가용이 아닌
탁송과 대리운전으로 이동하며, 초심을 잊지 않으려 노력하는
그의 모습에서 나태해진 자신을 반성합니다.
강릉의 작은 서점 "당신의 강릉"이 책이 아니라
김민섭이라는 사람을 파는 곳이라는
김동식 작가님의 말에 동의합니다.
잘 살아가기 위해,
타인에 대한 겸손과 존중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자신만의 사유를
자신의 언어로 써내려가는
김민섭 작가님을 응원합니다.
이 책을 읽고 무언가를 쓰고 싶어진다면, 한번쯤 써보시길 추천드립니다.
계속 쓰는 사람이 작가라는데, 작가가 되긴 쉽진 않겠지만,
적어도 저의 경우엔 한번 써보니
이제껏 살아온 삶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어주긴 하더군요.
진심을 담아 적극 추천드립니다.
잘 모르시겠다면, 일단 당신의 강릉에 가시면 됩니다.
저도 그랬거든요.
p163
내가 나로서 무언가를 선택하며 살아간다면,
스스로를 향한 물음표를 만들고 답해나간다면,
주변의 우연들이 언젠가부터 나를 위해 준비된 필연으로 변한다.
이번에도 그럴 것이다.
PS. 질문입니다
작가님은 주중에 강의를 다니시고, 주말엔 서점을 지키십니다!!! 도대체 언제 쉬시고 언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시나요? 주 52시간이지만 대게 주 40시간을 기준으로 일하는 것이 보통인 세상에 위배되는 삶을 살고 계시다고 사료됩니다!!!!
당신의강릉
안녕하세요 손사장님. 저의 책을 읽고 서평을 남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당신의 강릉의 책쓰기 프로젝트에 1호로 함께해 주신 데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글을 쓰며 좋은 사람이 되어간다는 말은 사실 듣기는 좋으나 정말 그런가 싶기도 합니다. 그러나 손사장님의 쓰는 과정을 지켜보며 그에 대한 믿음이 생겼습니다. 지금 남겨 주신 글도, 쓰는 사람으로서의 긍정적 면을 잘 드러내주신 것 같아 기쁩니다.
저는 지금 자정이 조금 넘은 시간에 이것저것 교정을 보고, 원고를 쓰고, 하다가, 그믐의 서평을 살펴보고 답하는 중입니다. 원고 마감을 마무리하고 나면 내일은 저녁에 대전 강의를 위해 가야 합니다. 아침에 원주로 가는 탁송콜을 탈지 아니면 서울로 가는 탁송콜을 타고 일을 하나 보고 대전으로 갈지 고민 중입니다. 행복한 고민이네요.
주 52시간이나 주 40시간 일하는 삶을 살아 본 일이 없는 듯합니다. 대학원생이나 시간강사일 때는 늘 논문을 쓰고 강의를 준비해야 한다는 마음에 쫓기며 살았고, 지금은 언제나 쓰고 교정봐야 할 원고들이 여기저기 얹혀 있네요. 게다가 아이들은 제가 잠시 눈을 돌린 사이에 부쩍 자라있고 그만큼 멀어지는 기분이 되기도 하고요. 한달에 다녀야 할 강의가 40여 개 정도. 마감해야 할 글이 8편 정도. 단행본도 계약이 밀려 있고. 1인출판사의 일도 늘 바쁘고, 서점 주인으로서 해야 할 일도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결국 책으로 수렴됩니다. 책을 쓰고, 만들고, 파는 일, 그리고 그에 더해 책을 텍스트 이상의 무엇으로 확장시키는 일을 해 보고 싶습니다. 그게 뭔지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요.
그러나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줄여야 할 것은 잠과 가족과의 시간이기는 합니다. 다만 아이들과는 밀도 있는 시간을 보내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난 주말에도 아내에게 휴식을 주고 아이 둘을 데리고 맛있는 걸 먹고 즐겁게 놀다 왔는데 참 행복했습니다. 잠을 줄이는 일은 논문을 쓸 때 많이 했던 것이라서 어렵진 않습니다. 다만 운전할 때 졸지 않으려고 노력 중입니다.
늘 고맙습니다. 이제 곧 중년이 될 김민섭은 (누구 한 사람에게라도 삶의 기준이 될) 좋은 어른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
라이트
--개인적인 서평
무언가를 쓴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작가는 이 책에서 '쓰기'를 강조하고 있다. 더 나아가 작가는, 사랑하는 모든 이들과 주변의 모든 이들이 작가가 되기를, 그에 더해 편집자이자 출판사의 대표가 되기를 바란다...고 까지 한다. '쓴다'는 건 이제 작가라는 직업을 가진 직업인들의 전유물이 아닌 시대가 되었다. '자신의 언어'를 가지고 모두 글을 '쓰기'를 바라고 있다. 도대체 한 사람에게 '쓰기'는 어떤 의미이고 얻을 수 있는 결과가 얼마나 크고 근사하길래 이토록 모든 사람들에게 '쓰기'를 바라시는건지.
이미 꾸준하게 무언가를 쓰고 있는 사람들은 그 뜻이, 그 결과물이 어떠한지 알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자신의 언어'를 가지고 무언가를 계속 쓰는 사람들은 누군가에게 '두려운 사람'이라는 작가님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두려운 사람'이라는 건 권력을 휘둘러서가 아닌, 가진것이 많아 잘난체하는 것이 아닌, 누군가를 짓눌러서가 아니다. 내가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함을 자각하게 만들어주고 '나'라는 울타리를 벗어나서 이웃으로, 사회로, 시대로 그 글이 뻗어나감에 그 누군가에게는 '두려운 사람'으로 인식되는 것이다.
김민섭 작가님이 쓰신 [경계인의 시선] 책에 이런 구절이 등장한다.
<나는 그냥 버스기사입니다>를 쓴 운전기사 허혁의 인터뷰 인용구절이 있는데 그의 말을 빌리자면,
"저는 문학이 권력이라고 생각해요. 먹고 사느라 쓸 수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치열하게 써나갈 겁니다."
두 책의 작가님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견해가 일맥상통하는 듯하다.
'쓸만한'당신(김민섭 작가님 포함, 꾸준학 무언가를 계속해서 쓰는 모든 당신들)은 언젠가는 반드시 이 사회에 꼭 필요한 '쓸만한(useful)' 사람으로 성장할 것이다.
ps.
책에서 가장 좋았던 구절은,
p174, 사람에게는 어느 한 시절에 반드시 써야만 할 글이라는 게 있다. 그 시절을 놓치면 그 글은 세상에 나올 수 없다. 글뿐 아니라 모든 게 그렇지 않을까.
--질문
P53, 면접에서는 열심히 공부해서 작가가 되겠다는 포부와 함께, 문학이 우리 삶에 왜 필요한지에 대해서도 거창하게 밝혔다.
대학교 입학 면접 당시 작가님께서 말씀하셨던 '문학이 우리 삶에 왜 필요한지' 에 대한 그 당시의 답변이 궁금합니다. 세월이 많이 흐른 지금, 그 당시의 '예비 신입생 김민섭'이 생각하는 문학과 삶에 대한 생각과 지금 현재 많은 책을 집필하고 강의를 하고 있는 '작가 김민섭'이 생각하는 문학과 삶에 대한 고찰이 변함이 없는지, 혹여 조금의 변함이 있다면 지금 생각하고 있는 문학과 삶의 연관성에 관한 답을 듣고 싶습니다.
김화랑
저도 '사람에게는 어느 한 시절에 반드시 써야만 할 글이라는 게 있다. 그 시절을 놓치면 그 글은 세상에 나올 수 없다.'는 문장이 참 좋았습니다. ^^
당신의강릉
읽고 서평을 남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 제 삶을 만들어 온 여러 선택과 순간들이 있었지만 돌이켜보면 글쓰기가 함께할 때 그 변화가 좋은 방향으로 유지되었던 것 같습니다.
대학 면접에서 문학이 우리 삶에 왜 필요한지 물었을 때 저는, 그때 것멑이라고 해야 할까 하는 것이 많이 들어 있는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그때 최인훈 씨가 고별 강연에서 했던 말을 인용했습니다. "광장을 쓴 최인훈 씨가 문학이란 죽음에 이르는 돌격 5분 전에 담배를 피우며 부르는 노래라고 했고 나는 거기에 동의한다."라고요. 그냥 광장, 최인훈, 죽음, 돌격 5분 전, 담배, 노래, 이런 단어들이 참 멋있게 느껴졌거든요. 그 답에 교수들이 모두 웃었던 게 기억납니다. 좋은 일인 것 같아 저도 따라웃었고요.
지금 다시 물어보면 문학은 사람을 돌아보게 하고 성장케 하는 도구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결국 우리가 읽으며 발견하는 것은 사람이고 사람의 태도이고 사람의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고맙습니다.
문진주
제목에 쓸만한 사람이라는 표현을 처음 보고, 이 책이 사람의 쓸모를 다루는 내용은 아닐 텐데, 아마 삶에 지쳐있는 누군가를 다독여주는 힐링 도서겠구나 생각하며 읽었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쓸만한 사람이란 표현에는 ‘글을’ 쓸만한 사람이라는 의미가 닮겨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저에게 동기부여 서적이 되었습니다.
그러다 세상에, 시대에 쓸만한 사람이 돼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했으니 마지막에는 삶의 지침서가 되었네요.
덕분에 완독 후부터 용기를 내어 일기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저의 하루를 돌아보며 나는 쓸만한 사람이었나 생각하기도 하고, 쓸만한 사람이 되려 노력하는 ‘쓰는 사람‘이 될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작가님께 감사한 마음을 고이 보내봅니다. 감사합니다.
질문.
저는 사람을 상대하는 직업을 갖고 있는데요. 쓸만한 사람이 되기 위해 친절함을 잃지 않으려 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저의 의지와 무관하게 상대의 태도에 평정심을 잃는 순간이 너무 많네요. 혹시 평정심이 흔들리고 인류애가 무너지는 순간에 마음을 다독일 수 있는 작가님만의 방법이 있으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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