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단하지 않고 지켜보려는 노력 “알고 있다는 착각” 같이 읽기

D-29
6. 서구인의 이상한 특성에 관한 이론 추석 연휴의 시작이네요!! 조금씩 조금씩 미뤄지는 일정을 이번 연휴에 좀 만회해 봐야겠습니다. 이번 장에서 '서구인'이라고 했지만 내용을 읽다보면 인간 대부분이 자신이 아는 세상을 전부로 생각하는건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해봤습니다. 다만 서구인들의 목소리가 큰 상황이다보니 서구인의 편향된 목소리가 일상처럼 여겨지는 상황이 많을 뿐이 아닌가 싶어요. 자신이 생각하는 세상이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도 같을 거라는 착각의 사례-프림로즈스쿨의 이야기에 정말 이거야말로 우리나라 이야기 아닐까 싶을 정도로 공감했습니다. 프림로즈스쿨의 경영자와 동일한 나이대의 저도 전문가나 선배에 대한 상당한 신뢰를 바탕으로 일을 배워가는데 비해 요즘의 청년들은 그러한 권위보다는 자신들과 유사한 또래로부터의 의견을 더 중시하는 것 같습니다. 업무와 관련한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후배들끼리 머리를 모으며 열변을 토하는 걸 보면서 한편으론 안타깝기도 했습니다. 그 문제를 해결하는 길은 이러저러한 문서를 확인하고 난 후에 논의를 하더라도 해야 하는데 전혀 다른 산에 올라서 헤매고 있는 모습을 봤으니까요. 하지만 한편으론 그들이 놓친 그 부분만 개선한다면 기존의 권위대로 따라가는 세대에서 자신들만의 새로운 길을 개척해가는 세대가 올 수도 있겠단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나 선배세대에게 묻지 않는 이유가 이질적인 세대와의 대화를 어려워하는 것 같아서 이 문제에도 (프림의 경영자들이 학부모들의 선호도를 따라간 것과 같은) 현명한 해결책이 나왔으면 합니다.
“저널리스트든 사회과학자든 작가든, 타인을 연구해 먹고 사는 사람이라면 명심해야할 교훈이 있다. 우리는 모두 문화적 환경의 산물로서 게으르게 짐작하고 편견에 휩쓸리기 쉽다는 점이다." 내가 미국 대선이 치러지기 전인 2016년 10월에 한 칼럼에서 언론이 트럼프 지지자들을 잘못 해석한다고 개탄하면서 쓴 글이다. 나는 유일한 해법으로 언론이 인류학적 방법론을 빌려와서 인류학에서 ' 더러운 렌즈' 문제라고 일컫는 현상, 곧 저널리스트가 배양점시 위의 현미경(중립적이고 일관된 관찰 도구)처럼 굴지 않는 현상에 관해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사실 저널리스트들의 마음의 렌즈에는 편향(때)이 끼어 있다.
알고 있다는 착각 p.208, 질리언 테트
7. 설마 트럼프가... 였던 생각이 진짜 트럼프가!!! 로 되었던 순간의 충격(?)을 재소환하는 장이었습니다. 그 동안 (겉으로나마) 정의로운 말만 해왔던 미국의 대통령 후보가 시시콜콜하고 유치한 이야기를 할 때, 미국인들이 자존심이 있지 저런 인간을 뽑을까? 소위 미국의 좀 먹고 사는 사람들의 생각들이 그랬던 것 같습니다. 트럼프의 말 실수에도 비웃음으로 가볍게 넘기고 그래서 대통령이 되리라는 생각도 하지 않았겠지만 그들이 보고 싶어하지 않은 수 많은 지지자들은 트럼프의 그런 말실수는 실수로 여기지도 않으면서 뭉쳐가고 있었던 것이었나 봅니다. "우리는 모두 문화적 환경의 산물로서 게으리게 짐작하고 편견에 휩쓸리기 쉽다"(p.208)는 말은 그래도 더더욱 현재를 사는 우리가 명심해야 할 말인 것 같습니다.
8. '이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식의 메시지가 있을 때 그걸 읽어볼 생각을 한 번도 안해봤지만 그 내용의 대부분은 내 개인 정보를 제공하는데 동의하느냐는 것이란 생각이 번쩍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동의가 단지 컴퓨터를 통해 내가 검색했던 물건의 광고를 지속적으로 내보내는 정도로 사용되는 줄 알았는데 그것보다 더 깊은 함의를 끄집어내서 내가 원하지도, 생각해보지도 못한 곳에 사용하고 있었군요. 법의 틈을 파고 들어가 단지 개인 정보의 수집 및 이용에 그치지 않고 자신들이 원하는 바대로 상황을 조작하는데까지 이르렀다니 섬뜩합니다. '이용자(소비자)들은 편리하게 이용하세요. 나머지는 저희가 다 알아서 해드릴께요.'라는 이면에 숨겨진 것들을 어디까지 관심을 갖고 알아야하나, 아니면 우리를 대신해서 이러한 부당한 거래(물물교환), 아니 부당하기보다는 한쪽에서만 일방적으로 거래의 진실을 알고 있는 거래를 항상 살피고 경고 알람을 날려줄 누군가에 기대어야 하는 것인지... 우선은 각종 SNS서비스가 무료라는 생각부터 버리고 우리의 개인정보가 사용될 수 있다는 알림에 머무리지 않고 구체적으로 어디에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알아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그들은 또 보험 약관처럼 알아보기 어렵게 장문의 이해하기 어려운 구조의 문장으로 대응하겠지요! 어쨌건 이러한 현상이 '무료서비스'라는 인식에서 '물물교환'이라는 인식으로 변화하는 것이 첫걸음이 되어 그렇다면 물물교환의 상호 교환되는 서비스와 정보의 가치는 공정한지에 대해서도 향후에 심도있게 따져볼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정말 저도 비슷하게 생각했습니다. 수많은 곳에 동의를 누르면서 사실 그 약관들을 다 읽을 수도 없는 상황이 많으니까 괜찮겠지..로 일관하면서 동의 동의 누르는데 정말 세상에는 공짜가 없겠지요 그 정보들이 어디서 어떻게 또 부당하게도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이 저도 무서웠습니다. 예전에 한 유튜브 방송에서 다크웹에 수많은 사람들의 이름이며 전화번호며 메일주소까지 다 돌아다니고 있다는 내용을 본 적이 있는데 그야말로 섬뜩하더라고요.. 말씀하신것처럼 무료라는 인식 대신 적극적으로 알아보려는 의지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게 쉽지 않을 수도 있고 개인의 능력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닐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인식을 바꾸는 게 많은 차이를 가져올 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9. 코로나 시대를 거치면서 많은 사무직들이 경험한 내용인 것 같습니다. 저 또한 일반적으로는 거래처 회사에 나가서 일 하고, 회사 사무실로 돌아와 정리하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으로 기본적으로는 밖에서 다른 이들을 만나서 일을 합니다만 어쩔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2020년~2022년까지는 집에서 일을 많이 했습니다. 필요한 자료는 전화나 메일로 요청해서 다시 메일로 받고 궁금하면 메일이나 메신저로 소통하고... 처음에는 출퇴근시간 아낄 수 있고, 야근하다 피곤하면 책상에 엎드리는 것이 아니라 침대에 10~20분 편하게 누웠다 일어나서 일하는게 업무 능률을 높이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통상 3~4명이 모여서 일하면서 잡담도 하고, 내 업무 중에서 막히는 일에 대해 가볍게 운을 띄우면 가볍게 주고 받는 대화에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풀기도 하고 했던 것들이 모두 배제되고 있음을 인식하게 되면서부터는 다시 회사에 출근하고 동료들을 만나서 일하는 게 다소 간의 효율은 떨어지더라도 일을 제대로 마무리 할 수 있는 환경임을 깨달았습니다. 애매한 문제를 만났을 때 혼자서는 어떻게든 (사실 대충) 결론 짓고 문서를 마무리해버리려는 경향이 나타나는데 비해 함께 있을 때는 뭐라도 대화를 나누며 처음 생각을 조금씩 수정하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사회 생활을 시작하면서 일 나간 회사의 중요한 상황파악을 거래처 사람들과 함께 담배를 피우면 듣게 된다는 이야기를 우스게처럼 말하곤 했는데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그래서 비흡연자였던 저는 대부분 흡연자였던 사람들과 일하면서 뭔가 놓치고 있다는 생각도 했고, 가끔은 자판기 커피 빼들고 담배 피우는 곳에 같이 가 있기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재택근무의 경험을 통하면서 한편으론 회사의 경영진에서 이전의 직원 수보다 훨씬 적게 고용하고, 업무 공간도 고용인원보다 줄여도 회사가 돌아갈 수 있음을 경험하는 시기가 되지 않을까 싶은 우려도 생겼지만 회사에서 만나서 일하면서 주고 받는 비공식적인 정보의 중요성을 깨닫는다면 함부로 이러한 결정을 내리면 안되리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2017년에 다보스의 엘리트들은 진보가 후진할 수도 있다는, 더 정확히 말하면 역사의 추세가 진자처럼 움직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2008년 금융위기를 통해 적어도 금융계에서는'혁신'이 항상 선하다는 믿음이 깨졌다. 자유시장 자본주의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거라는 가정이 무너지기 시작했고, 정부가 금융계를 비롯한 경제의 다른 부문에도 개입했다. 세계화가 모든 영역에서 후퇴했다. 민주주의가 공격받는 듯했다. 서구 각국 정부의 지위와 신뢰가 세계의 다른 모든 곳에서, 특히 아시아에서 추락했다.
알고 있다는 착각 p.286, 질리언 테트
코로나19 범유행으로 기업과 비즈니스 세계는 터널 시야의 위험성뿐만 아니라 기업의 재무 또는 경제라는 좁은 렌즈로 미래를 보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도 알게 되었다. 주변을 둘러보려는 욕구가 자극된 것이다. 코로나19 범유행은 또한 모두에게 과학을 무시하거나 지구 반대편의 상황을 무시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도 일깨워주었다.
알고 있다는 착각 p.297, 질리언 테트
10. 마지막까지 왔습니다. 10장에서는 인류학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도대체 어떤 이야기를 이끌려는 것일까 궁금했었는데 거의 막판에 주변을 둘러보는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 번 강조하고, 그 연장에서 기업에게도 그러한 의무를 지우는 ESG경영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90년대에 대학을 다닌 경영학 전공자로서 기업의 존재 의미를 여러가지로 설명하면서 '주주 부의 극대화'가 가장 중요한 의미로 여겨졌습니다만 21세기에 여러가지 중요한 과제에 직면하게 되면서 기업도 환경과 (주주를 비롯한) 회사의 여러 관련자(노동자, 고객, 규제기관)를 두루 만족시킬 수 있어야 하는 시대가 온 것 같습니다. 제가 일하는 업계에서도 ESG에 관한 논의가 한참 진행 중인데 아직까지는 뭘하려는건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지만 아마도 꼭 재무적인 수치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관련 활동을 외부에 공개하고 회사가 나름의 ESG활동을 적절하게 수행하고 있는지 검증을 받으라는 요구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 검증의 주체가 아직 미정인 상황이라 여러 외부 감시자, 가장 두드러지게는 공인회계사 또는 국가의 규제기관이 주도권을 쥐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결국 ESG는 인류학적인 관점을 유지하면서 돈벌이에 혈안이 되지 말고 각 주체의 규모나 위상에 맞게 주변도 돌볼 것을 요구하는 것 같습니다. 스케줄에 의하면 각 챕터 외에 별도로 에필로그에 대한 일정까지 남았지만 책을 끝까지 읽어보니 따로 남길 것까진 없을 것 같고, 무엇보다 이제 일정이 3일밖에 남지 않아 "알고 있다는 착각"에 대한 일정을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비록 여러 참여자들의 다양한 의견들을 나누지는 못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어설픈 글이나마 끝까지 남긴 것에 만족하며 그믐의 시간 동안 고생하셨습니다!!
중간에 여차저차 많이 참여하지 못하고 시간이 지나버려서 아쉽지만, 나누어주신 이야기들 모집장님 글들 읽는 것만으로도 여러 점들을 배우고 느낄 수 있었어요 감사드립니다. 또 좋은 책을 함께 읽을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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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금, 그믐, 지금
딱히 이번이라고 뭔가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희망할 근거는 없었다.셰익스피어 시대에는 어느 여성도 셰익스피어의 비범한 재능을 갖지 못했을 거예요.횡설수설하는 사람들은 그녀에게 좋은 인상을 주지 못했다.
❄겨울에는 러시아 문학이 제 맛
[문예세계문학선] #01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함께 읽기[그믐밤] 8. 도박사 1탄, 죄와 벌@수북강녕[브릭스 북클럽] 류드밀라 울리츠카야 《커다란 초록 천막》 1, 2권 함께 읽기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우리 뇌에선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by 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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