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 참여가 처음이라 ㅎㅎ 여기서 라이브채팅 하는걸까요?
[박소해의 장르살롱] 1. 호러만찬회
D-29
열두발자국
박소해
@열두발자국 님 안녕하세요 ^^ 라이브 채팅은 다음주 금요일, 9월 1일 밤 8시에 시작입니다. 오늘부터 다음주 목요일까지는 제가 던지는 화두에 대해 자유롭게 댓글을 적어주시면 됩니다.
열두발자국
감사합니다!
이지유
안녕하세요 :) 반갑습니다.
여랑
안녕하세요! 저도 기후위기에 대한 공포가 요즘 가장 일상적으로 느껴지는 것 같아요.
박소해
@여랑 님 소중한 의견에 감사드립니다.
저는 제주도에 살고 있는데요. 그래서 나날이 기후가 망가져가고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특히 가을 태풍이 늘어나고 여름이 더 더워지고 겨울이 더 추워지고, 봄, 가을이 짧아진 걸 보면서 그런 생각이 많이 들어요. 필리핀 사람이 서울에 와서 필리핀보다 더 덥다고 했대요.
이런 식이면 과연 제 아이들이 무사히 어른이 될 수 있을지... 진심으로 염려가 됩니다. :-(
ㅎㅅㅎ
1순위는 묻지마 살인예고 같은 불특정다수를 노리는 테러행위.
2순위는 군대에서 연평도 포격으로 전쟁에 대한 공포를 느껴봤기에 전쟁에 대한 염려.
3순위는 과거에 비해 기후변화를 눈으로 보게되기에 환경악화로 멸망가능성에 대한 우려.
이렇게 순위를 나누어볼 수 있는것 같아요. 공포의 근원은 역시 죽음이라고 생각됩니다.
박소해
@ㅎㅅㅎ 님, 성찰이 있는 의견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결국, 1순위, 2순위, 3순위 모두 근원적으로 살펴보면 죽음에 대한 공포겠네요.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고, 결국 이러쿵저러쿵 투덜거려도 우리 모두 잘 먹고 잘 살고 하루하루 무사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지내고 있는 거겠지요. 예전에 연쇄살인범 강호순이 감옥에 갇힌 후에 자신이 죽인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그렇게 뻔뻔한 태도를 보였는데, 자신의 친아들에 대해서는 진심으로 걱정했다고 하더라고요. 우린 모두 무사히 살아가기를, 살아남기를 꿈꿉니다. 언젠가는 죽겠지만 그 죽음이 “Not Today"라고 생각하면서요.
그렇다면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했던 일상이 어느날 갑자기 무너졌을 때 ‘생을 잃을 수도 있다’라는 그 근원적인 공포감이 건드려지겠네요. 그런 의미에서는 최근에 개봉한 대작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기후위기, 자연재해, 전쟁 이 모두를 포괄한 근원적인 공포를 잘 다루고 있는 작품이란 생각이 듭니다. ㅎㅅㅎ 님 혹시 보셨는지 궁금하네요. :-)
ㅎㅅㅎ
친구가 없어서 아직못 보고있어요ㅎㅎ
박소해
@ㅎㅅㅎ 영화하면 혼영! 전 거의 90% 혼영이랍니다 ㅎㅎㅎㅎ
이지유
저는 최근 묻지마 칼부림 등의 영향으로 늘 운동 삼아 갔던 공원을 며칠 못 갔어요. 사건이 일어난 곳이 그 공원이 아님에도 꺼려지더라고요. 그런 걸 보면 예기치 못한 불행, 그것이 죽음으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두려움 . 내가 지금껏 갖고 있던 안정감이 불합리하게 흔들려 버리는 것을 대처하지 못 할 것 같은 불행한 예상이 제가 갖는 공포 같아요.
박소해
@이지유 지유 님, 참여해주시고 소중한 의견 나눠주셔서 감사해요. 최근에 칼부림 사건을 보면서 제가 어떤 생각을 했는 줄 아세요? 요즘 서울에 홀로 사는 여성 싱글분들이 얼마나 무서울까 그 생각이 들더라고요. 며칠 전에 볼 일이 있어서 서울에 갔는데, 귀갓길에 제 친정 근처에 사는 여성분이랑 택시 카풀을 하고 갔어요. 저는 서울에서 나고 자라고 오랜 기간 살았던 사람인데도, 밤 늦게 지하철로 친정집에 귀가하는 게 너무 무섭더라고요. 덕분에 즐겁게 수다하면서 안전귀가를 했는데요. 저는 어쩌다가 서울에 가지만, 서울에 살고 있는 여자분들은 정말 무섭겠다 싶더라고요. 당연하게 느껴졌던 안전이 더이상 당연하지 않다면 우린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요? 이런 사태가 계속 벌어진다면 지하철 안에 보안관을 둬야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우야됐든 작가니까, 이 불행하고 위태로운 사태 안에서도 소재를 떠올리게 되더라고요. 물론 한창 화제가 되고 있는 지금 당장은 쓸 수 없겠지만요. 희생자분들에게 애도를 표합니다. 여러 모로 우울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네요...
한편으로는 근본적인 원인을 발본색원하지 않는다면 이 문제는 더 심화될 수도 있겠다 싶어요. 제가 보기에 이 칼부림 사태의 가장 큰 원인은 인셀들의 복수심 내지는 테러 욕구라고 봅니다. MZ남성들 및 2찍 남성들이 억눌린 분노와 화를격렬하게 분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더 심연을 파고들면 모든 것의 원인은 지나친 경쟁이겠죠. 우리 사회는 한 마디로 너무나 지나치게 과열된 경쟁심리로 점철되어 있습니다. 풍선을 계속 불기만 하면 어느 순간 임계수치를 넘어선 압력을 더이상 견디지 못하고 터져버리고 말죠. 지금 젊은 남성들이 그런 상황 속에 있는 게 아닐까 싶어요. 그 중에 몇몇은 테러를 저지르고 나머지는 참고 있는 것일 뿐...... 이 사태를 정부가 과연 해결할 수 있을까. 회의감이 들고... 걱정이 됩니다.
전 최근 칼부림을 하거나 성폭행 후 살해를 한 이들의 억눌린 분노와 열등감, 그리고 그걸 해소하고자 약자에게 향하는 저열한 복수심이 두렵습니다. :-( 한 사회의 문명 척도는 약자에 대한 태도에 달려 있지요. 여성, 아이, 그리고 노인을 대하는 문화가 곧 선진국의 척도가 된다고 믿습니다. 이 사태를 그대로 내버려 두지 말고 다양한 해결책을 찾아보면 좋겠습니다.
모시모시
저도 다른 분들이 말씀해주신것처럼 자연재해, 묻지마 범죄, 기후변화 등에서 공포를 느낍니다.
적어놓고보니 모두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원인에 의해 나 또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영향을 받는 데서 일상적 공포를 느낀다는 공통점이 보입니다.
그런 면에서 제 경우에는 "통제가능성"이 공포심 조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네요. 사건으로 인한 결과가 얼마나 나쁜가, 얼마나 일어날 가능성이 큰가보다는 일어날 가능성과 무관하게 내가 통제하지 못한다는데서 공포심이 기인하는 것 같아요.
박소해
@모시모시 님 소중한 의견에 감사 드립니다.
오, 중요한 것을 지적해주셨어요.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원인에 의해 나와 사랑하는 사람들이 영향을 받을 때 일상이 무너지며 공포감을 느낀다. 결국 내 힘으로 통제할 수 없는 일이야말로 공포를 자극하는 원인이겠네요. 그렇기에 기후위기, 자연재해, AI의 역습, 소행성 충돌 같은 사건을 다룬 디스토피아 SF 장르물이나 호러물에 독자들이 공감대를 형성하게 되는 거겠지요. H.P. 러브크래프트의 코스믹 호러에서 우리가 공포를 느끼는 원인일테구요. 전 <데이곤>과 <우주에서 온 색채>를 처음 읽었을 때 받았던 충격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어요. :-)
조CP
제가 느끼는 공포는… 앞서 이야기 나누신 것들을 쭉 읽다보니… 이 수준 높은 대화를 따라가기 어렵지 않을까 하는 공포를 느끼게 되네요ㅎ
근데 그냥 농담만이 아닌 것이, 바쁘게 정신없이 살아가는 동안 어떤 중요한 담론, 재미있는 화제, 소통의 소재들을 놓친 채 속하고자 하는 무리에서 동떨어져 정신적으로, 나아가 물리적으로 고립되지 않을까 하는 공포가 늘 있는 것 같습니다. 생각하는대로 사는 게 아니라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되는 ‘좀비’가 되지 않을까 하는 공포 같아요.
박소해
@서은건 님 소중한 의견에 감사드립니다.
저의 경우에도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고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되는 삶을 살고 싶지 않아서 제가 그렇게 된다는 것만으로도 많이 공포스럽습니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건(?) 아직까지는 생각하는 대로 사는 쪽에 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단 살아오면서 계획했던 일들은 거의 다 이룬 것 같아요. 딸 못 낳은 것만 빼고요. (푸하하) 이미 아들 셋이라, 이 소망은 앳저녁에 포기했답니다.
서은건 님께서 느끼는 공포 또한 지금까지 다른 참여작가님들의 의견 그 이상으로 수준이 높습니다. 그래서 그 점에 대해서는 공포를 느끼지 않으셔도 될 것 같아요. 사실 저는 한 사람이 공포 자체에 대하 고민해보고 성찰하는 것 자체가 이미... 평범함에서 벗어난 거라고 보거든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공포를 외면하려고 하거나 아예 생각을 안 하려고 하지요. 대표적인 게 뉴스를 안 보거나 나쁜 소식은 아예 들으려고 하지 않는 모습이죠.
하지만 저는 공포를 외면하지 않고 직접 두 눈을 뜨고 정면으로 응시해야 우리 삶이 나아진다고 믿습니다. 쉽지 많은 않지만요. 의견을 주셔서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꾸준한 참여 부탁드립니다.
파랑나비
@박소해 그믐에서 다시 뵈어 반갑습니다.
박소해
@파랑나비 님 여기서 봬니 정말 정말 더 더 반갑습니다. 지난 계간 미스터리 여름호(78호) 독서모임방에서부터 맺은 인연이 이렇게... 장르살롱방까지... ^^ 너무 멋지고 고맙습니다. 계간 미스터리 북토크도 다녀오셨군요. 전 여름추리학교를 다녀온 후 연달아 가는 게 쉽지 않아서 포기했는데 부럽습니다. 제주에 사는 게 이럴 땐 좋지 않아요. ㅠ 흑.
소중한 의견에 감사드립니다. 통제할 수 없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공포의 근원이라고 의견을 주셨습니다. 저도 깊숙이 동의합니다. 먼저 의견을 주신 모시모시 님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결이네요. 통제할 수 없는 공포의 종류를 세 가지로 정의해주셨습니다. 사람, 귀신, 기후재해... 저는 앞서 사람의 탐욕을 예로 들었고 모시모시님은 자연재해, 묻지마 범죄, 기후변화를 예로 들었는데 파랑나비 님이 처음으로 귀신을 거론해 주셨어요.
많은 호러 장르물에서 귀신이나 원혼을 다루고 있지요. 말 그대로 우리 힘으로 통제할 수 없는 신비하고 괴이한 존재니까요. 앞으로 우리방에서 귀신이나 원혼에 관련한 괴담 이야기도 많이 나오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
파랑나비
어제, 계간미스터리 북토크 잘 다녀왔습니다.
정말 유쾌하고 유익한 시간이었어요.
인스타그램 인친님들은 나중에 피드 올리면
읽어봐주시길.
공포의 대상은 많지만,
근원은 거의 하나에 귀결되지 않나 생각합니다.
통제할 수 없는 것에 대한 두려움.
사람이든, 귀신이든, 기후재해 모두
포함해 그렇습니다.
무경
여태 내가 알고 살아온 상식이 갑자기 비상식이 되고 이상이 되는 게 제겐 무척 공포스럽더라고요. 그 비틀림을 직접 체험하게 되면 오싹한 기분이... 최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등의 여러 이슈들을 보면서 그런 공포가 느껴졌습니다. 무서운 세상이라는 생각을 하며...
제 개인적인 최고의 공포?는 '나는 다른 사람과 절대로 소통할 수 없다'는 걸 깨달은 순간이었습니다. 무척 가까운 사람에게서 그런 걸 느낀 순간 공포와 절망감이 휘몰아치더군요. 개인적인 이야기라 여기까지만... 이렇게 제가 공포라고 생각하는 것들 썰 풀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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